8월 8일 수요일 맑음.
슈퍼에서 도시락을 사다가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도 무척 덥다. 이제는 집에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은 오사카를 돌아본다. 전철을 타고가서 오사카 성 공원역에서 내렸다. 역을 나서니 오사카 성이 숲속위로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니 높은 빌딩들이 서로 높이와 모양새를 자랑하듯 태양빛에 빛을 내며 웅장하게 서있다.
오사카는 도쿄에 이어 일본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다. 행정구역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인구는 도쿄 다음으로 많은 서일본 상업, 산업의 중심지다. 오사카만으로 흐르는 요도가와의 하구에 위치하여 도심을 가로지르는 운하가 발달했고 바로 이 운하가 현재의 상업도시 오사카를 만든 장본인이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사카는 153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성과 더불어 발전의 틀을 만들었다고 할수 있다. OBP지역의 빌딩과 성을 보니 오늘의 모습이 과거로 부터 출발됨을 보여주고 있다. 오사카성은 임진왜란의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 한 뒤 3년에 걸친 대공사끝에 1586년 완성한 것이다. 초기에 투입된 인력만 3만명, 완성때까지 10만 명을 투입했단다. 권력의 힘을 느낄수 있는 이야기다.
잔잔한 해자를 따라 걸어가는데 낚시꾼들이 해자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하고있다. 낚시에 매달린 빨간색 찌 끝이 호수위에 여기저기 솟아있어 친근감이 느껴진다. 청옥문에 이어지는 극락교를 건너 성내에 들어서니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의 비참한 말로를 알려주는 비석이 숲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히데요시가 임종이 가까워지자 자기뒤를 이을 여섯살배기 아들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걱정하여 눈조차 편히 감지 못했을 정도로 초라한 죽음을 맞이했고, 그가 죽은 뒤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정권 탈환전이 이어졌고, 히데요리는 결국 그의 어머니와 함께, 오사카 성으로 밀려들어오는 도쿠가와 군의 위협속에서 자결할 수 밖에 없었단다. 이 비석은 자결한 장소를 표시한 비석이다. 비석이 나뭇가지들에 가려진채 말없이 서 있는 모습에서 세상을 호령하던 권력자의 말로가 허무하게 느껴지고 그도 한낱 초라한 인간임을 생각나게 한다. 세월 앞에 누구의 권력이 오래갈 수 있단 말인가?
그 옆에는 오사카성 축성에 참여했던 다이묘들의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을 새긴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각인석 광장이다. 날씨는 35℃를 나타내고 있다.매미소리만 시끄럽게 들린다. 모두들 그늘을 찾아 숨을 죽이고 있다. 길을 다라 돌아서니 오사카성의 핵심부인 5층8단으로 되어있는 천수각이 나타난다. 권력의 화려함을 나타내듯 일본의 다른 성에 비해 규모도 웅장하고 견고해 보인다. 금색칠로 외장이 화려하다. 잘 가구어 놓은 소나무들이주변을 차지하고 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이곳이 어느 한국놀이공원처럼 느껴진다.
그늘에 앉아서 성앞에 모여 부지런히 사진을 직는 사람을 보며 더위를 식혀본다. 1931년에 재건한 성이지만 성자체만으로도 볼만 했다. 성앞의 정원에는 1970년의 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제작한 타임캡슐이 묻혀있다. 캡슐안에는 그때의 생활용품과 과학기술에 관련된 자료들이 담겼다. 개봉시기는 6970년 3월 15일 이란다. 그때까지 지구가 존재할 런지, 존재한다고 해도 일본이 지진으로 사라지지는 않을런지......
설명이 한국어로도 기록되어 있어 반가웠다. 아무리 더워도 우직여야 맘이 편하다. 왔던곳으로 걸어가 오사카성을 뒤로니, 빌딩숲이 병풍처럼 서 있다. 둥근 지붕의 오사카성 홀을 지나면 OBP(OSAKA BUINESS PARK) 이다. 내셔널사의 트윈21 빌딩, 파나소닉 센타, 크리스탈 타워, 요미우리TV 등이 자리한 신흥 인공도심이다. 세계 각국의 수입품을 취급하는 IMP(INTERNATIONAL MARKET PLACE) 빌딩을 찾아가니 내부는 시원하다. 더워서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엄청난 자전거들이 주차되어 있다. 이런 빌딩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타고온 자전거 일텐데....... 차량주차는 거의 없고 자전거라니...... 우리 정서와 다른 모습이다. 태양빛에 빛나는 청색빌딩과 쌍둥이 38층빌딩이 인상적이다.
다시 전철을 타고 닛폰바시 역에서 내려 구로몬 시장을 찾아 갔다. 오사카 부억으로 통한다는 구로몬 시장은 우리시장과 비슷하다. 지붕이 되어 있어 시원하다. 기웃거리며 시장구경을 한다. 서민적인 냄새가 풍기는 곳이다. 주로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특히 생선종류가 많은데 참치, 새우, 복어 등이 눈에 띤다. 구로몬(黑門)이라는 말은 이곳의 엔메이지(円明寺)라는 절에 검은 문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붙은 것이라고 한다.
점심때가 되어 유명하다는 우동집에 들어가 우동을 시켜 먹었다. 깔끔하고 맛있는 냄비우동이다. 백발 스포츠 머리에 청색 티셔츠를 입은 주인장 영감님의 미소와 부지런함이 주방을 밝게하고 먹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입구에는 한국에서 다녀간 정희, 김의겸등 방문 흔적이 보인다. 식당시계는 12시40분이다. 사람들이 계속 밀려온다. 구로몬 시장에서 나와 도똠보리를 물으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3분정도를 걸어가니 도똠보리다. 건물에 커다란 붉은 게가 보인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강이 도똠보리 천이다. 도똠보리는 오사카 유흥의 최전선 지역이다. 도똠보리가와(川)는 1612년 야스이도 똔이라는 사람이 공사를 시작해 그의 동생이 완성한 물자 수송용 인공수로였는데 지금은 화려한 유흥가로 변신하여 먹고 마시는 곳이 되었단다. 오사카 번화가의 특징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음식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오사카는 먹다가 망한다'는 말까지 생겼단다. 대낮인데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다. 벽에는 온갖 희안한 조형물들이 건물을 장식하고 있다. 부채를 든 한복차림의 커다란 조형물은 한인 식당이다. 붉은 색의 수염달린 용을 붙여 놓은 곳이 도똠보리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라면 가게 긴류라멘 건물이다.
움직이는 인형이 인상적인 구이다오레라는 식당 앞에는 사람이 모여 인형과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처음에는 그런 저런 가게 였는데 어느날 움직이는 인형으로 손님을 끌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북치는 삐에로 인형을 세워놓은것이 크게 히트하여 지금은 구이다오레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명소가 되었다. 움직이는 인형을 자세히 보니 눈섶, 눈, 입, 고개, 손, 드럼이다. 나도 기념사진 하나 찍고 다음장소로 이동했다. 앞에는 커다란 게가 10개의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음식점 가니도라꾸가 보인다. 일대에서 무척 유명한 고급음식점 이란다. 걸으니 자연히 신사이바시로 우회전 하게 된다.
다리 오른쪽에 기린 플라자 오사카라는 빌딩이 보인다. 여기가 유명한 약속 장소란다.책에서 본 달리기 선수가 양손을 들고 뛰는 모습이 커다랗게 간판으로 붙어있다. 신사이바시는 서일본 제일의 쇼핑가로 유행의 첨단을 걷는 상점과 전통양식의 시니세(老鋪)가 나란히 들러서 있다. 쇼핑가인 만큼 이곳을 즐겨 찾는이는 주로 일본의 젊은이들 이란다. 그들의 취향에 맞게 외장도 화려하고 귀엽고 깔끔하다. 소고백화점, 다이마루 백화점이 붙어있다. 힘들어 하는 아내를 다이마루백화점에서 기다리라고 해놓고 오사카 젊은들의 놀이터라는 아메리카 무라를 찾아갔다.
입구에는 일본전역에서 재배되는 쌀을 이용해 만든 음식을 소개하는 고메 겔러리가 있다. 그 다음이 맥도날드 건물, 성조기 모자를 쓴 큰 얼굴이 있는 건물 등이 거리의 특색이다. 크고 작은 쇼핑센타는 물론 각양각색의 의류, 악세사리, 스포츠 용품이 가득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다시 신사이바시의 다이마루백화점에 가서 아내를 만났다. 백화점안에는 엄청 시원했다. 전철을 타고 덴노지역에서 내려 시텐노지(四天王寺)를 찾아갔다. 역에서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멀다. 날씨가 더우니 더 멀어 보인다. 시덴노지에 도착하니 이곳도 절앞에 신사가 있다. 도리이가 먼저 보인다.
쇼토쿠 태자가 불교 진흥을 목적으로 모노소베 씨족과의 세력다툼에서 소가씨족을 지원해 593년 세운 절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며, 오중탑, 금당 등을 일직선으로 세운것은 시텐노지 양식이라는 독특함이 있다. 고대부터 선진문화 수입의 창구구실을 했던 오사카에서 시텐노지는 외국사신을 영접하기위한 영빈관으로 썼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문화교류가 있었던 것을 기념하는'시텐노지 왓쇼이'라는 행사가 매년 11월 3일에 열린다. '왓쇼이'는 '왔소'라는 우리말의 일본어 발음이다. 가장 오래됐다는 책자의 설명에 호기심을 갖고 절을 방문해 보니 모두 새 물건 뿐이다. 2차대전중 대부분 파괴되고 다시 세운 절이란다. 시원한 곳에 앉아 잠시 바라보았다. 입구에는 홍법대사(弘法大師)라는 중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쇼토쿠(성덕)태자와 관련이 있는듯 하다. 발걸음을 옮겨오사카 남부의 휴식처인 덴노지 꼬엔(天王寺公園)으로 갔다.
공원앞 나무 그늘에는 영감님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파고다 공원이 연상된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간다.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예쁜 꽃기둥만 태양아래서 더위를 버티고 있다. 2만㎡에 이르는 일본식 정원 게이따 꾸엔을 비롯해 동양 고미술을 중심으로 국보와 중요 문화재를 상설 전시하는 오사카 시립미술관과 식물원, 동물원, 도서관 등의 시설을 구비한 시민의 휴식처다.
더운 날씨에 눈에 띄는 장면은 여러개의 돌기둥 사이에서 뿜어나오는 분수다. 규칙적으로 분수는 안개로, 폭포로 바뀌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을 준다. 안개처럼 뿜어져 나올때 아내는 그 속으로 들어가 옷이 다 젓도록 물안개와 장난을 치며 좋아한다. 벤치에 앉아서 사과를 하나 먹으니 꿀맛이다.뜨거운 오후가 저물어 가는데 움직이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 앞으로 걸어가니 우리나라 서울 미술고등학교 학생 40여명이 교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 문화 탐방기념이라는 플랭카드를 앞에놓고 계단에 모여 사진을 찍는데 모두 즐거워보인다. 공원을 나와서 신세까이(新世界)로 갔다.
숙소 11층 공동 목욕탕에서 보면 보이는 곳이다. 욕탕에 앉으면 항상 보이는 탑이 있는곳이다. 'HITACHI'라는 네온사인 간판이 크게 세겨진 뾰족한 전망대가 있다. 신세까이는 번화가로 서민을 위한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쟌쟌 요꼬쬬로 좁다란 골목길에 조그만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쟌쟌 요꼬쬬란 '계속' 손님을 불러대는 '골목'이라는 뜻이란다. 오사카의 낡은 과거사를 볼수 있고 좁은 골목길 사이로 숨어있는 빛바랜 구멍가게 들이 아직도 보이는 곳이다.
우리는 골목을 누비다가 해물이 들어있는 풀빵을 사 먹었다. 뜨겁고 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흰 머리를 뒤로꽁지머리를 한 주인 아저씨의 미소띤 얼굴이 반질반질 빛난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도착한 곳이 철재탑 아래다. 신세까이 최고의 건물 쯔우덴가꾸(통천각)이다. 1912년에 세워진 높이 64m의 전망대다. 일본 최초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 탑이지만, 안타깝게도 원래의 탑은 제2차 세계대전때 군수품 생산을 위한 철재 헌납이라는 미명아래 완전히 해체되어 군수품으로 사라졌다. 지금의 탑은 다시 옛모습으로 세워졌는데 파리의 에펠탑을 모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탑이라는 공통점외에는 닮은 모습이 없는 초라한 철탑이다.
이 탑을 등뒤로 걸어가니 오른쪽에는 각종 놀이기구와 게임센터, 영화관, 페스트 푸드점, 각종 상품점이 있는 페스티벌 게이트가 나온다. 왼쪽에는 천연 온천을 이용한 호화판 대형 온천 테마파크인 스피월드가 있다. 로마, 핀란드, 중국, 터키, 인도 등 전세계 11개국 16종류의 온천을 갖춘 대형 건물이다.
이곳을 지나니 늘 들어가고 나오던 신 이마미야역이다. 다시 전철을 타고 오사카 역에서 내려 내일 나고야로 가는 고속버스를 예약했다. 역전에 버스터미널이 있어 편리하다. 슈퍼에서 도시락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해서 오사카 지역도 대충 돌아본셈이다. 더위가 여행하는데 제일 힘들게 하지만 숙소에서 시원함의 행복을 더 크게 느끼게 해준다.
오늘의 경비--- 아침 693엔, 전철 2120엔
점심(우동) 1250 엔 콩물 120엔
사과2개 200엔 천왕사공원 300엔
간식풀빵 300엔 고속버스비 5800엔
저녁, 물 1119엔-----------계11902엔(90460원) 누계117092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