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경의 극시 <조감도>
곽 태민
1926년 춘사 나운규가 개봉한 <아리랑>의 첫 장면에 개와 고양이가 나온다. 이것이 대한제국과 일본의 대립을 암시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의식의 변혁이 일어나려는 현상이 나타나자, 영화검열이 더욱 강화된다. 그 결과 “활동사진 필름 검열규칙”(1926)이 제정, 공포되어 시행된다. 그리고 홍개명의 <혈마(1928)>는 상영 금지된 최초의 작품이다. 그런데 이런 꽁꽁 얼어 붙은 분위기 속에서 1910년 대한제국시대부터 1919년 3.1운동 이후까지를 묘사한 대 서사적인 극시가 발표된다. 그 극시가 바로 1931년 『조선과 건축』 8월호에 일본어로 실린 김해경의 <조감도>이다. 다음은 한글로 번역된 <조감도>전문이다.
1. 조감도는 극 시다.
2인 ……1…..
기독은남루한행색으로설교를시작했다。
①알카포네는감람산을산채로납촬해갔다。
1930년 이후의 일 。
네온사인으로장식된어느교회입구에서는뚱뚱보
②카포네가불의상흔을신축시키가면서입장권을팔고
있었다。 1931,8,2
2인 ...2…
③알카포네의화폐는참으로광이나고메달로하여도
좋을만하나기독의화폐는보기숭할지경으로빈약하고
해서아뭏든돈이라는자격에서는일보도벗어나지못하
고있다。
④카포네가프렛상으로보내어준프록코트를기독은
최후까지거절하고말았다는것은유명한이야기거니와
의당한일이아니겠는가。
1931,8,2
극시에 나오는 사람들
정재용 (10 후반) 해주출신 경신학교졸업생
①알카포네(60대 초반, 122왕 무스히토, 재위/1867~1912, 아명/사치노미야)
②카포네 (20대 후반, 124왕 히로히토, 재위/1926~1989,아명/미치노미야)
③알카포네(40대 후반, 123왕 요시히토, 재위/1912~1926, 아명/하루노미야)
④카포네 (30대 초반, 미국 시카코 조직폭력두목)
<조감도> 에서 알카포네가 ①②③④ 번이 등장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④번 카포네만 갱 두목이고,나머지 알카포네들은 3명의 일본 왕들이라는 사실이다. 그 왕들을 1592년 도요토미히데요시 만큼이나 일제강점기 우리민족과 악연인 왕들이다.
‘기독’, ‘남루한행색’, ‘설교’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종교적인 판단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조감도>에서 ‘기독’은 1919년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을 두 음절로 축약한 ‘시어’이다. ‘남루한행색’은 수탈과 착취 때문에 남루한 백의 민족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고, ‘설교를시작했다’는 1919년 3월 1일 2시경 탑 골 공원에 즉 정재용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순간이며 동시에 우리 민족이 방방곡곡에서의 함성, “대한독립만세!운동”을 묘사한 것이다.
‘①알카포네는감람산을’에서 ‘기독’이 기미독립을 의미하므로 자연적으로 갱두목 ‘알카포네’는 일본 왕이 된다. ‘산채로납찰해갔다’에서 ‘납촬해갔다’는 일본 왕이 1910년 불법 체결한 한일합방 조약이다. 이 122왕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을 승리하여 일본에서 꽤 알려진 왕이다. 그리고 알카포네가 일본 왕이면 ‘감람산’은 대한제국의 ‘금수강산’이다. 유대인은 유대민족의 메시아가 감람산으로 온다고 믿고있다. 유대인에게 구원의 상징이 감람산 이라면, 우리민족에게 ‘감람산’은 해방을 암시하는 상징이다. 1행과 2행의 배열은 역사적 사건을 역순으로 배치하였다. 그것은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이며, 극시의 과거 회상기법이다.
‘1930년 이후의 일ㅡ。’에서 ‘ㅡ。’처럼 밑줄과 함께 문장의 마침표가 등장한다. 즉 한 음절을 생략한 채 밑줄로 대신 해 놓은 것이다. 그 밑줄을 완성 해보면 ‘1930년 이후의 일왕’이 된다. 김해경은 일본 갱두목을 두 음절 ‘일왕’이라고 폄하한 것이다. ‘네온사인으로장식된’은 일본제국의 허울뿐인 정치선전을 의미한다. 철도건설과 채굴공사 등은 발전된 것처럼 보일 뿐이고, 그 시설들은 수탈과 노동력 착취를 위한 것이지 우리민족을 위함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네온사인’은 <조감도>에서 해방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새벽이 오면 네온사인은 사라진다. 복선은 사람들에게 널리 이해된 이미지를 사용하므로 어렵지 않고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어느교회입구’는 대한제국이고,
‘②뚱뚱보카포네’는 일본 124왕이다. ‘불의상흔을신축시켜가면서’에서 124왕의 얼굴에 생긴 상흔은 전쟁의 역사적 상흔이며 우리민족이 승리한 크고 작은 독립전쟁들을 의미한다. 그 상흔들은 1920년 5월 홍범도의 봉오동 전투와 10월 김좌진의 청산리 전투 등이 있다. ‘입장권을팔고있었다’는 이 뚱뚱보의 대한제국 주인 행세는 서투르고 어울리지도 않다고 조롱한다. 1932년 이봉창의거는 이 갱두목에게 ‘불의의 상흔’을 하나 더 신축시킨 것이 된다.
‘2인…2…’ ‘③알카포네의화폐는참으로광이나고메달로하여도좋을만하나기독의화폐는’에서 갱 두목은 일본 123왕이다. 이 갱두목의 화폐는 1919년 폭력 진압한 역사들을 의미한다. ‘기독의화폐’에서 기독 화폐는 3.1만세운동의 저항정신의 가치이다. 이상 김해경은 역설로써 그 묘한 답을 강조해 주고 있다.
‘기독의화폐는보기숭할지경으로빈약하고해서아뭏든돈이라는자격에서는일보도벗어나지못하고있다。’
비폭력 투쟁으로는 일제강점기의 현실을 극복 할 수 없다는 의미로써 지금까지 지향해온 우리민족의 비폭력 투쟁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3.1운동 당시 세계정세의 흐름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에서 비폭력 만세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방침이 1919년 이후의 독립 투쟁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말을 잠시 끊고 ‘아뭏든’이라 한 것은 투쟁 노선에 대한 답을 선문답으로 제시한 것이 된다.
‘돈이라는자격에서는’는 기미년 비폭력 독립만세 운동과 123왕 갱 두목의 잔혹한 폭력성을 ‘돈’이라는 인류의 정신으로 비교해 보면 “어느 민족의 돈이 더 큰 값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암시해 준다. ‘일보도벗어나지못하고있다’는 지금 일본에게 간섭 받고 있는 우리 민족의 잠재 역량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우리민족에게 일제강점기로부터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게으름만 피우고 있다고 꾸짖고 있는 것이다.
‘④카포네가프렛상으로보내어준프록코트’에서 ‘프렛상으로보내어준프록코트’는 알카포네가 출연한 갱 영화 장면을 의미한다. 이 갱 두목이 바로 진짜 알카포네이다. 그리고 이 알카포네가 출연한 폭력영화를 김해경은 ‘프렛상’이라고 함축해 놓은 것이다. 알카포네(1899~1947)는 미국 시카코를 무대로 활동하던 조직폭력두목이다.
‘기독은최후까지거절하고말았다는것은’에서 알카포네의 갱영화가 우리민족에게 폭력적인 투쟁방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끝까지 거절한 이유는 비폭력과 인류애 정신을 발휘 할 때 모든 인류가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고, 우리민족의 고귀한 희생으로도 충분히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교훈을 얻은 것이라고 알카포네를 교화시키려 하고 있다. ‘유명한이야기거니와’는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은 1919년 중국의 5.4운동, 1930년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운동과 같은 민족운동의 선구자적인 역할로써 알카포네와 폭력집단들에게 훈계하고 있다. 그리고 ‘의당한일이아니겠는가’라고 알카포네에게 말하는 듯 하면서 일본제국에게 조롱과 함께 오히려 일본제국의 비인간적인 식민지정책에 대한 내정을 간섭하고 있는 것이다.
알카포네가 탈세 혐의만 적용되어 11년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 된 것을 잣대로 수탈과 수백 만 명의 숭고한 생명을 빼앗아간 무쓰히토, 요시히토, 히로이토등은 갱단두목 알카포네보다 더 악명 높은 범죄자라는 것을 각인시켜주며 <조감도>의 극시는 끝을 맺는다.
실제 알카포네의 갱 영화<스카페이스>는 1930년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2년 연기 판정을 받게 된다. 그래서 <조감도>가 발표 된 1931년경 알카포네 갱 영화를 본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리고 1919년경의 우리민족들도 역시 볼 수 없는 영화였다. 그러나 알카포네를 전면에 내세워 갱단 두목 같은 일본 왕들을 조연으로 출연시켜 농락하며 종횡무진 태평양과 대한 해협을 넘나드는 호쾌한 극시의 구성만으로 일본제국의 모든 것들을 꺾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민족에게 자부심과 항일 정신의 영감을 불어 넣는 김해경의 <조감도>는 극시 형태의 영상물이다.
주요 출연진의 역사적 범죄 행위목록.
① 알카포네는 122왕으로 한일합방 당사자이다.
② 카포네124왕은 1930년대의 악랄한 일본왕이다. 맥아더에게 목숨 구걸한 왕.
③ 알카포네 어린 124왕은 1919년 아버지 123왕을 섭정하여 독립만세 폭력진압 한다.
④ 카포네는 진짜 알카포네.
하고 싶은 말.
이상의 시 세계를 살펴보면 1930년대 폭발적으로 활동하고 요절한다
1930년대 초반에는 일본어 오감도에서 비폭력 평화적 투쟁방법의 길
을 지향하지만 1930년대 중반에 들어오면 <오감도1~ 15호>에서 무력
투쟁을 통해야 만 진정한 조선의 독립을 쟁취 할 수 있다는 메세지로
조선민족들을 일깨우고 있다. - 곽태민-
<직업의로서의 학문>에서
"한국근현대사 낭망극의 극복"
예술은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그 완성도는 인정받고
누구에게 추월당하지 않는데 학문은 어떤 굉장한 학문도
반드시 누구에 의해서 격파 당할 것 이라는 전제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것이 학문의 근거이다.
새로운 학설이 나오면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것이 학문의 엄격성이다. - 김 윤 식-
김윤식교수가 본 막스베버의 예술과 직업의 구별 대목에서 강의중 발취.
김윤식교수의 한국현대문학사 5강 중에서 - 아트엔스터디-
첫댓글 깊은 해설을 만납니다.
유익한 자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詩論/시평> 방으로 옮깁니다.
따듯한 인사 감사드립니다. ^^
잘 전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다녀갑니다^^
오감도 해설 마냥 꽃신장사가 다녀갔나봅니다. 아니면 도꼬마리님? 스크랩해가면서 인사 한마디하고 가시지 슬그머니 그냥 가는 걸까요.~
감사합니다 반갑게 예전의 저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