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세 남자의 겨울 / 이병욱 신화 장편소설 / 문학여행
강원일보 '소설 속 강원도' 72편에 소개되어 이 책을 알게됐다. 저자와 이외수 작가의 일화가 담겨있다는 소갯 글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실명소설이고 인제의 객골 (갯골), 그리고 춘천을 배경으로 한다고 소개되어 숨 넘어갈듯 주문했다. 230p 정도라 금방 읽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오래 읽었다. 이외수 작가에 대한 많은 일들은 내가 아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때 1973년 겨울. 이외수는 직업도 없고, 작가는 학생 신분이었고, 작가의 아버지(이형근)는 전쟁 후 폭삭 망했다. 춥고 가난한 겨울동안 문학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텨낸 세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때 갯골에서 소사를 하던 이외수씨가 작가를 무턱대고 찾아온다. 갓 결혼한 누나네 짐 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이병욱. 그 방에서 끼어들어 아랫목을 차지하고 하루에 한 끼, 이병욱의 어머니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더부살이를 시작한 이외수씨. 누나네 가족에게 불편함을 느낀 이병욱씨는 이외수씨를 망해가는 아버지 이형근씨의 연탄판매소 뒷방에서 지내게 한다. 연탄집이 망하자 하숙을 치르는 후배네 하숙 방(방학 중이라 집으로가서 비어있는)으로, 다시 또 다른 후배의 자취방으로 옮겨 다니며, 돈이 생기면 술을 마시고, 그림도 그리고, 문학을 토론하며 혹독한 겨울을 나던 이외수씨와 이병욱씨 아버지 이형근씨, 세 남자의 이야기이다.
p212 (인제 출신 박인환 시인에 대해 이외수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얼마나 잘생겼냐면, 서울 명동에 바바리코트 걸치고 나타났다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영화배우인 줄 알고 다 쳐다봤다는거야. 6ㆍ25동란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어느 밤, 명동의 한 작은 술집에서 단숨에 지었다는 시가 '세월이 가면'이 아니겠어? 내가 한 번 읊을 테니까 들어 봐. ᆢㆍㆍ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ㆍ"
작가 이외수의 어린 시절, 인제고등학교 졸업, 새 엄마와 이복 동생들 이야기는 거의 사실이고 실명인데, 작가는 왜 갯골을 객골로 썼을까? 이외수씨의 어두운 감정 이 이입된 것일까?
지금 갯골은 힐링 그 자체의 골안이 되었다. 캠핑촌이 구성되고 온갖 친환경 시설이 갖추어진 정말 예쁜 골짜기가 되었다. 분교는 폐교되고 없지만..
한국문학사에는 "학원세대"로 기억되는 좀 특이한 세대가 있었다. 1952년 11호 창간되어 1979년 종간 할때까지의 학원 잡지《학원》. 학원을 읽고 성장한 세대를 '학원세대' 혹은 '학원파'라 한다고 한다. 한 반이 60명쯤 중에 '학원'을 사보는 친구는 하나 나 둘. 돌려가며 읽느라 책표지를 쌓았어도 너덜너덜 헤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아뭍튼 이병욱작가는 그 세대의 막내 쯤 이라 한다.
내가 초등 3학년 때, 6ㆍ25 관련 웅변 대회를 준비하느라 잠깐 고등학교에 다니던 이외수님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인제에는 이외수 작가의 술버릇, 기행, 가족 문제로 온갖 나쁜 소문 뿐이 었던 것 같았다.
그 도 언제부터인가 저자의 약력에서 '인제 출신' 이라는 약력이 사라졌다.
이외수씨가 돌아가시던 해에 이 책을 발간 한 것은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문학을 잠시 접고 교사로서 현실로 돌아 온 이병욱 작가의 변심? 으로 그 뒤로의 교류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이 책은 수기도 아니고 자서전도 아니면서 약간의 허구를 포함한 실명 소설인 것 같다. 어쩌면 이외수 작가의 성장기에 나 이병욱 작가의 성장. 아버지의 김유정 문학에 끼친 영향을 소개한 책인것 같다.
책 속에 이병욱 작가의 습작 소설이 소개 되어있다. 이런 '작품속의 작품' 을 '액자 소설' 이라고 한다.
월남전에서 부상당해 귀국한 군인과 간호장교의 사랑 이야기였다. 소설은 전 반부 인데 흥미롭게 읽었다.
책에는 그 시절의 유행했던 노래들. 전쟁의 휴유증과 일제 강점기, 유신체제, 강원대학교 생활과 전경, 가난하기만 했던 연애, 생활상등 시대적 모습들이 잘 소개되어있다. 동감되는 부분이 많아 그땐 그랬지. 하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았다.
1968년 김유정 문인비와 최초의 김유정 전집은 그렇게나 무능했던? 작가의 아버지가 윗대로 부터 물려받은 산을 헐값에 팔아 건립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고 살고있는 인제에 대해서, 이외수 작가에 대해서 읽으면서 잔잔하게 지난 세월들을 떠 올려 본다.
PS : 2024년 6월 26일. 동아일보에 정지돈 소설가의 기사가 났다. 소설 속에 전 연인의 사생활 내용을 동의 없이 사용했다는 논란에 중편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ㆍ2019년》의 판매가 중단 되었다는... 상대는 유튜버 '김사슴' 으로 활동하는 김현지씨 라는데.
갑자기 '세 남자의 겨울' 속 작가 이병욱씨의 첫 사랑과 여친. 두 여자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두 여자는 실명이 아니었겠지. 진짜 교제 한 사실이 아니고 소설이겠지. 또한 이외수님과의 관계는? 신문에서 본 동의 문제가 은근 걱정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