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나는 언어와 교육을 설명하곤 한다. 여기서 책 내용을 조금만 보기로 하자.
------------------------------------------------------------------------- "What was that?" enquired Alice. "Reeling and Writhing, of course, to begin with," the Mock Turtle replied: "and then the different branches of Arithmetic--- Ambition, Distraction, Uglification, and Derision." "I never heard of 'Uglification,'" Alice ventured to say. "What is it?" The Gryphon lifted up both its paws in surprise. "Never heard of uglifying!" it exclaimed. "You know what to beautify is, I suppose?" "Yes," said Alice, doubtfully: "it means---to--- make---anything---prettier." "Well then," the Gryphon went on, "if you don't know what to uglify is, you are a simpleton." --------------------------------------------------------------------------
-------------------------------------------------------------------------- “그게 뭐였는데?” 앨리스가 물었다. “물론, 비틀기와 몸부림치기로 시작했지.” 가짜 거북이 대답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산수를 배웠지. 야망, 방해, 밉게 하기, 그리고 비웃기 같은...” “난 '밉게 하기'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앨리스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게 뭔데?” 그리폰이 놀라서 두 앞발을 번쩍 들었다. “밉게 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그리폰이 소리쳤다. “넌 ‘예쁘게 하기’라는 말을 아니?"” "응," 앨리스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건, 어떤 걸 예쁘게 만든다는 뜻이잖아.” “그렇다면,” 그리폰이 계속 말했다. “네가 정말 ‘밉게 하기’가 뭔지 모른다면, 너는 바보야.” ---------------------------------------------------------------------------------
독수리의 날개를 갖고 머리에 사자의 몸뚱이를 가진 그리폰(Gryphon)과 가짜 거북(Mock Turtle)의 바다 속 학교 이야기를 앨리스가 듣는 장면이다. 대화 속에 등장하는 과목 이름은 학교에서 실제로 배우는 과목 이름과 비슷한 음을 가지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의미를 갖고 있다. Reading(읽기)을 Reeling(비틀기)으로, Writing(쓰기)을 Writhing(몸부림치기)로, 또 수학 과목 Addition(덧셈)은 Ambition(야망)으로, Subtraction(뺄셈)은 Distraction(방해), Multiplication(곱셈)은 Uglification(밉게 하기), Division(나눗셈)은 Derision(비웃기)로 바꿔 말하고 있다.
이후에도 가짜 거북의 말장난은 계속된다. History(역사)는 Mystery(비밀)로, drawing(그림그리기)은 drawling(점잔빼기)으로, sketching(스케칭)은 stretching(스트레칭)으로, painting in oils(유화 그림그리기)는 fainting in coils(선 감고 기절하기)로 비슷한 발음의 다른 말로 바꿔 말장난을 한다. 또 laughing(웃음)과 grief(슬픔)을 바다 속 학교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이는 Latin(라틴어)와 Greek(그리스어) 단어를 우스꽝스럽게 바꿔 말한 것이다.
이 글을 보면서 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영어교실의 학습자들도 읽기(reading)시간에 비틀기(reeling)를, 쓰기(writing)시간에 몸부림치기(writhing)를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짜 거북이 말하는 바다 속 학교처럼 어쩌면 우리 학습자들도 엉뚱한 것을 수업시간에 배우고 있지 않을까?
영어로 말하는 연습도 혹시 가짜를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어로 말하기를 배우는 시간에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혹시 진짜가 아닌 가짜 영어를 평가받고 있는 것 아닐까? 많은 교실에서 우리 학습자들이 배우는 영어말하기는 교실 밖에서 필요한 영어인가?
여러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나는 영어말하기시험, 영어말하기교재, 영어회화 수업시간에 숨어있는 가짜영어를 목격한 적이 많다. 영어를 잘한다는 기준에 가짜 유창성이 숨어 있기도 하다. 겉만 번지르하고 실제 내용은 없는 속빈 강정과 같은 영어가 있다.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혜정이 그런 경우이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 학교를 잠시 다닌 덕분에 혜정의 발음은 참 좋다. 성격도 명랑하고 몸동작도 커서 첫인상으로는 영어를 정말 잘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말하기능력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중 혜정의 영어사용능력을 정식으로 평가한 적이 있었다. 흥미롭게도 혜정은 단 2분 조차도 상대방의 도움이 없다면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수 없는 중급-하 수준의 영어능력이었다. 내용의 적설성이나 구성력을 떠나서 길게 서술할 수 있는 영어를 연습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눈치껏 치고 빠지는 대화식 영어만 학습한 전형적인 가짜 유창성으로 밝혀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얼짱 붐이 네티즌의 관심을 받곤 한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그들이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네티즌들이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가짜 얼짱이 있다. 포토샵, 캠발이라고 해서 이미 찍은 사진을 합성과 수정에 의해서 얼짱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기술로 조작된 사진에 우리는 속는다. 그리고 진짜 얼짱으로 착각하며 그 거짓에 열광한다. 영어는 어떤가? 어쩌면 사람들이 열광하고 집중하는 영어가 그저 겉치레만 화려한 거짓유창성은 아닐까? 혜정과 같은 학습자를 난 주위에서 너무나 자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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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현실은 가짜 영어도 못따라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