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금궁의 문을 찾아라 '드디어 물어 오는구나. 이 사람의 심중을 알 수 없으니 나의 정체를 밝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치미를 딱 뗄 수도 없고 입장 난처한데.....' 소영과 백리빙이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자 우문한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미 유심히 관찰한 추측이 틀림없다면 자네들은 이곳으로 잠입한 지 꽤 오래 되었으며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일세. 자네들은 반룡과 한 패가 아니며 어떤 수단을 써서 그를 매 수하여 이곳에 들어온 것이 분명하네. 그래서 내가 자네들의 신변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야." 소영은 우문한도의 말을 듣고 문득 대답할 말이 생각나서 얼른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관찰력은 실로 예리합니다. 사실 저희들은 누구의 명령을 받고 이곳에 잠입한 것입니 다." "누구의 명령을 받았나?" 우문한도의 다급한 질문에 '이 사람에게는 그가 별로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마음대로 건드릴 수도 없는 사람의 이름을 대는 것이 좋겠다.' 하고 생각한 소영은 얼른 대답했다. "남옥당이라고...선생님께서 알고 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바로 소영의 탈을 썼던 사람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바로 그 남옥당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우문한도는 소영의 말을 그대로 믿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그가 자네들을 이곳으로 보낸 속셈은 무엇인가?" 소영은 그동안 강호의 경험이 많이 늘었다. '내가 너무 고분고분하게 대답하면 이 사람이 나를 오히려 의심하게 될 테지. 슬슬 늦추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한 소영은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에게 손톱만큼의 악의도 품고 있지는 않습니다." 소영의 말에 우문한도는 안색이 변하며 차갑게 말했다. "만일 내가 한 마디만 하면 너희 두 사람은 찍소리도 못하고 이곳에 뼈를 묻게 된다는 것쯤은 알 텐데....." 위협적인 우문한도의 말에 소영은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할 수 없지. 반룡에게 하던 방법으로 우선 항복시킬 수밖에.....' 소영은 곁눈질로 백리빙을 훔쳐보았다. 그녀 역시 눈에 어떤 결의가 엿보이며 소영이 신호만 보 내면 곧 우문한도에게 덤벼들 의사를 보이고 있었다. 우문한도는 백리빙의 경공을 보기는 했으나 자신의 무공을 믿고 있었으므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강호의 무공 졸자들이 나에게 덤벼들어 보았자 단 한 번의 주먹질에 뼈가 으스러지고 말 테 지.....' 이런 생각으로 두 사람을 별로 경계하지 않으며 우문한도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만일 자네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네." "무슨 방법입니까?" "지금부터 전심전력을 다해 내 명령에 따라 일하는 것일세." 소영이 대답할 말을 찾고 있는데 우문한도는 금칠을 한 상자를 열더니 푸른색 환약을 꺼내 들었 다. "만일 자네들이 노부의 말을 따르겠다면 곧 이 약을 먹게. 그러면 노부는 자연 자네들의 안전을 보호해 줄 것이네." '이 사람은 심목풍처럼 악랄한 수법을 써서 약으로 남을 부리려고 하는구나. 단단히 혼을 내 주 어야겠다.' 소영은 이런 생각을 했으나 억지로 참으며 물었다. "선생님께선 심장주에게 약을 쓰려다 실패한 울분을 아직까지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습니까?" "아니지. 다만 강호의 사람들은 시시각각으로 마음이 변해 믿을 수가 없네. 나는 금궁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니 자네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네. 그러니 자네들이 살고 싶으면 어 서 이 약을 복용하게." 소영은 손을 내밀어 두 개의 환약을 집어 들었다. "살고 싶은 마음을 버릴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약을 먹어야겠군요. 그런데, 이 약을 먹 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납니까?" "정신이 혼미해지고 과거를 망각하게 되네." "그럼 해독약이 있습니까?" "물론 있지." "그렇다면....." 소영은 약을 입으로 가져가는 체하다가 돌연 왼손을 재빨리 놀려 우문한도의 오른손목을 잡았 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을 들어 한 개의 환약을 우문한도의 입 속에다 털어 넣었다. "...아니?" 기겁을 하도록 놀란 우문한도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소영이 손목을 잡아채며 약을 넣어 준 동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미처 방비할 틈이 없었다. 소영이 손을 쓰자 백리빙도 재빨리 손가락으로 우문한도의 목줄기를 건드렸다. 우문한도는 얼떨 결에 약을 꿀꺽 삼켜 버리고 말았다. 소영은 우문한도의 오른손목을 움켜쥔 채 오른손으로는 그의 목을 풀어주며 말했다. "우문선생! 스스로 해독약을 꺼내 드시오." 우문한도는 눈을 부릅뜨더니 두 손에 힘을 주어 소영과 백리빙을 향해 후려갈기며 외쳤다. "노부가 방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다." 우문한도가 손을 휘두르자 소영은 몸을 약간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민첩하게 놀려 우 문한도의 손목을 다시 잡아채었다. "이번엔 우문선생께서도 방비가 있었겠지요?" 소영이 빈정거리는 것과 동시에 백리빙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한 줄기의 지력을 우문한도의 왼쪽 손목에 명중시켰다. "으윽!" 우문한도는 비명을 지르며 급히 두 손을 거두려 했다. 그러나 오른손은 소영의 손에 잡힌 채 뽑혀지지 않았다. 소영이 우문한도의 손목을 잡아챈 것이나 백리빙이 지력으로 공격한 것은 지극히 빠른 동작이었 다. 더욱이 소영의 손에 잡힌 우문한도의 손목은 천근 철판에 박힌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놈들의 무공은 오히려 나보다 위이구나. 무림의 일급 고수를 깔보고 방심하다니.....' 우문한도는 진기를 모아 통증을 참으며 말투를 공손하게 했다. "두 분의 무공이 이토록 고강한 것을 모르고 노부가 그만 실례를 했소." 소영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분한 칭찬은 필요없소. 우문선생은 우선 해독약을 복용하시오. 독이 발작하면 구하기 어려울 테니....." "괜찮소. 노부가 스스로 제조한 이 약은 매우 늦게 발작하기 때문에 앞으로 두 시간이 경과해야 만 비로소 발작할 것이오." "그렇다면, 이야기 좀 합시다. 당신은 경주(敬酒)를 마시지 않고 벌주를 마시게 되었는데...우리가 합심할 의논 좀 합시다." 우문한도는 씁쓸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좋소. 두 분께서 어디 한번 말해 보시오." 소영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문선생은 우리에게 두 가지 일을 약속해 주셔야겠소." "두 가지 일이 무엇인지 우선 말씀해 보시오." "첫째...우리의 신분을 보호하여 절대로 탄로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해 주셔야겠소." 우문한도는 소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두번째는?" "두번째는...줄곧 우리들과 같이 다니며 금궁까지도 같이 갈 수 있도록 해 주시오." 우문한도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두 분은 공인의 신분으로 행세하고 있는데 어떻게 금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소?" "그러니까 우문선생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닙니까?" "설사 내가 두 분을 금궁까지 모시고 간다고 약속한다 하더라도 심목풍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 소영은 지지 않고 말을 이었다. "금궁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심목풍도 선생의 말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오. 선생이 끝내 고집을 부려 우리들을 데려가겠다고 하면 심목풍도 어쩔 수 없을 것이오." 우문한도는 피식 웃었다. "당신들은 심목풍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군요. 만일 내가 고집을 세운다면 당신들은 귀신도 모 르게 죽고 말 거요. 심목풍이 두 분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있더라도 내가 굳이 고집을 내세우면 우문한도가 두 사람을 이용해서 딴 목적을 달성하려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당신들을 죽일 겁니 다." 우문한도의 말은 이치에 맞았다. 소영은 더 조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단념할 수도 없어 답답한 마음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금궁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소영이 궁리하고 있는데 우문한도가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심목풍은 위인이 간악하고 무공이 높아 섣불리 건드릴 수 없소. 노부가 알기로 심목풍은 무림 인물 중에서 단 한 사람만을 두려워하고 있는 모양이오." "누군데...어떤 실력이 있기에 심목풍이 두려워한단 말이오?" "소영이오. 소영을 제외하고는 심목풍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이 말을 들은 백리빙은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소영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 보고 칭찬을 늘어놓다니...아무튼 오빠의 무공이 심목풍도 두려워할 정도로 높다니 기쁜 일이다.' 소영도 또한 웃음이 치미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물었다. "어째서 그렇소? 내가 알기로는 소영은 이제 강호에 얼굴을 내민 햇병아리에 불과한데." "그렇지 않소. 일찍이 심목풍은 소영과 몇 차례 겨룬 적이 있었소. 그런데 우연이랄까 운이 좋았 다고 할까 심목풍은 항상 우위에 섰었소. 허나 사실은 심목풍의 무공이 소영만은 못했소. 소영이 야말로 무공과 지혜를 겸비한 천재적인 인물이오." 우문한도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았다. 소영은 속으로 멋쩍은 생각이 들었으나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우문한도의 말은 이어졌다. "교만방자한 심목풍은 겉으로는 큰소리를 땅땅 치고 있지만 소영에게 만은 큰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소." "그렇군요. 하지만 아깝게도 지금 이 골짜기에 소영이 없으니 지금 그의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 없잖소?" 하더니 소영은 돌연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우문선생! 내가 제시한 두 가지의 조건을 선생께선 아직 약속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할 작정이 오?" "나는 이미 사실 그대로 말했소. 첫 번째의 조건은 약속을 지킬 수 있지만, 두 번째 일은 내 뜻 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소? 노부더러 어떻게 하란 말이오?" 소영은 얼른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사람은 교활하기 짝이 없어 본심을 알 수 없으니 반룡을 대하던 수법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 다.' 소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의 뜻대로 하겠소. 다만 선생은 약속한 것을 보증할 만한 증거를 보여 줘야겠소. 그래야만 우리가 안심할 수 있잖겠소?" "그건 두 분의 지나친 욕심이 아니겠소? 현재의 이런 상황 속에서 노부가 무엇으로 보증하란 말 이오?" "그건 간단하오. 우문선생이 성의만 있다면 보증할 수가 있소." "어디 어떤 방법인지 들어봅시다." "사람은 몇 번 죽소?" 엉뚱한 질문에 우문한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한 번 죽지요." "그렇지요? 그렇다면 선생의 생사로 보증을 세웁시다. 우문선생이 만일 마음이 변해 우리를 배 신한다면...그때에는 선생은 살 수가 없소. 또한 금궁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지요. 이것이야말로 확실하고 타당한 방법이 아니겠소?" 우문한도는 눈살을 찌푸리며 역정난 어조로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오?" 소영은 씹어뱉듯이 대꾸했다. "나는 강호의 무명 졸자요." 우문한도는 소영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당신은 인피가면을 쓰고 있구료." 하고 말했다. 소영은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인피가면을 벗고 노부에게 본래의 얼굴을 보여줄 수는 없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소. 그러나 우문선생께서 약속한 조건만 충실히 이행해 준다면 언젠가는 나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오." 이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석실을 울렸다. 세 사람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석문 쪽을 주시했 다. 소영은 긴장을 느끼며 우문한도를 주의해 보았다. 우문한도는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흘리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누가 왔군. 아마 심목풍이 틀림없을 거야." '이 교활한 늙은이가 심목풍에게 어떤 수작을 부릴는지 모른다. 할 수 없이 비상수단을 써야겠 다.' 소영은 오른손에 내력을 끌어 모으며 왼손으로는 재빨리 우문한도의 가슴을 찍었다. 우문한도는 강호에 경험이 많고 비범한 인물이었다. 소영이 손을 쓰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그는 재빨리 옆 으로 피하며 왼손을 휘둘렀다. 그는 왼손으로 소영을 쳐내어 잡혀 있는 오른손을 빼어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영의 지력 내공은 매우 강했다. 소영의 손가락에 힘이 가해지자 우문한도는 오른손목의 뼈가 으스러지는 듯 한 통증을 느껴 이를 악물었다. '지독한 놈이다. 마치 무쇠로 만든 인간처럼 힘이 굉장하구나.' 우문한도는 고통을 참으며 재빨리 오른발을 움직여 소영의 아랫배를 향해 걷어찼다. 그러나 이 번에도 소영의 손이 조금 빨랐다. 소영은 왼손을 내리며 손가락을 갈퀴처럼 구부려 우문한도의 발을 향해 찍어갔다. 깜짝 놀란 우문한도가 급히 발을 거두며 주춤하는 사이에 백리빙의 손이 어느 틈에 우문한도의 어깨에 닿아 혈도를 찍었다. '으음.....' 우문한도는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저항할 힘을 잃고 멍청히 서 버렸다. 그 사이에 소영과 백리빙 의 손이 동시에 움직여 두 곳의 혈도를 찍어 버렸다. '이놈들의 무공이 높다는 것은 조금 전에 알았지만, 이토록 손발이 빠를 줄은 몰랐는데!' 우문한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소영의 손이 움직이더니 그의 아혈(啞穴)을 찍어 말 을 못하게 만들었다. "선생, 잠시만 참으시오." 소영은 우문한도를 끌어다 벽을 마주하고 책상다리를 한 자세로 앉히더니 재빨리 석실 밖으로 사라졌다. 그가 우문한도의 혈도를 찍고 석실 밖으로 나가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차 한 모금 마실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석실 밖으로 나갔던 소영은 금방 되돌아 왔다. 그는 우문한도의 아혈을 풀어주며 말했다. "심목풍이 이미 이십 명의 건장한 사나이들을 준비해 놓았답니다. 선생이 언제 이 일을 착수할 것이냐고 묻더군요." 우문한도는 안면근육을 일그러뜨리며 반문했다. "누가 왔소?" "심목풍의 수제자 단굉장이었소." 우문한도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었군. 심목풍이 직접 왔었다면 분명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이 석실 안까지 들어왔을 텐데....." 그는 말꼬리를 잠깐 감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당신은 백화산장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군요." "지금 그런 것을 논할 때가 아니오. 시간이 없소. 선생의 뜻은 어떻소? 속히 결정을 지으시오." 소영의 강경한 어조에 반발하듯 우문한도가 차갑게 말했다. "만일 내가 당신들의 위협에 굴복할 수 없다면?" "흥, 그렇게는 안 될 거요. 만일 선생이 굳이 고집을 부린다면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선생을 죽 일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면...내가 허락하면 당신들은 날 어떻게 하겠소?" "허락한다면 물론 서로 협력해서 일이 잘되도록 도모해야지요. 그러나 선생의 한 군데 혈도를 찍어, 열두 시간 안에 풀어주지 않으면 자연히 죽게 만들겠소. 이것은 만일을 위해 신중을 기하려 는 것이지요." 우문한도는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소.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으니 당신의 뜻대로 합시다." "그럼 실례하겠소." 소영은 재빨리 손을 움직여 우문한도의 혈도를 한 곳 찍었다. 그런 후 세 곳의 혈도를 풀어주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생사를 건 내기를 하고 있소. 우문선생의 생명과 우리 두 사람의 생명을 교환한다 면...우린 무명 졸자이고 선생은 강호의 일급 고수이니 자연 선생 쪽이 억울할 것이오." 우문한도는 급히 금테를 두른 상자를 열어 환약 하나를 꺼내 삼켰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노부는 당신에게 기혈(奇穴)을 찍혔는데...무공은 여전하겠지요?" "비록 영향은 없지만 약간의 지장은 있소." "열두 시간이 지나면 노부는 어떻게 되오?" "내가 그 혈도를 일단 풀어주고 다시 한 군데의 기혈을 찍어 열두 시간을 살 수 있도록 하겠소." 우문한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렇게 되면 나의 생명은 당신의 손에 영원히 매이게 되잖소?" "아니, 그것은 염려 마시오. 선생께서 힘 닿는 데까지 약속을 지켜 주신다면 헤어질 때는 선생의 혈도를 풀어 자유를 회복시켜 주겠소." 우문한도는 성큼성큼 밖을 향해 걸어나갔다. 그 뒤를 암암리에 진기를 모으며 소영이 따랐다. 백리빙이 소영의 뒤를 바짝 따르며 전음지술로 말했다. "오빠, 그게 정말이에요? 열두 시간 뒤에 우문한도는 정말 죽게 돼요?" "사부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사실 여부는 나 역시 장담할 수가 없어." 소영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될 수 있으면 우문한도의 곁을 바짝 쫓아라. 가까이에 있을수록 더욱 유리하다는 것을 명심해 서....." "염려 말아요."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우문한도의 뒤를 바짝 따랐다. 우문한도는 돌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에서는 심목풍과 주조룡, 당노부인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문한도가 나타나자 심목풍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이십 명의 장정들을 이미 준비해 놓았으니 우문형은 마음껏 재질을 발휘해 보시오." 우문한도는 얼굴을 돌려 바로 등뒤에 붙어 서 있는 소영을 힐끗 바라보더니 심목풍에게 대답했 다. "나는 정세가 매우 급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며, 압박을 받고 있는 몸이니 할 수 없이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소이다." 이 대답은 심목풍과 소영, 두 사람에게 깊은 뜻을 내포시켜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심목풍은 우 문한도가 소영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리 없었다. "우문형은 너무 좁게 생각지 마시오. 만일 나를 금궁 속으로 인도만 해 준다면 나는 그에 대한 보답을 후하게 하겠소이다." 우문한도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석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 뒤를 백리빙이 바짝 따랐다. 잠시 후 일행은 작은 연못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이미 반룡이 이십 명의 장정들을 거느리고 이 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정들은 손에 망치, 괭이, 톱, 정 등의 연장을 들고 있었다. 우문한도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심목풍을 위시한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채 그를 주시했다. '과연 금궁의 문을 발견할 것인가?' 긴장과 흥분, 기대와 회의의 감정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가 이들을 감싸고 있었다. 이윽고 우문한도의 몸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연못과 붙은 한쪽의 절벽 앞으로 다가서더니 금 상자의 뚜껑을 열고 한 조각의 흰 돌을 꺼냈다. 우문한도는 돌로 절벽에다 사방 오 척 정도의 사각형을 그리더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이곳을 삼 척 정도의 깊이로 파 주시오." 스무 명의 장정들은 반룡의 지시를 받자 즉시 연장을 들고 절벽에 달라붙었다. 그들은 곡괭이와 정과 삽으로 부지런히 석벽을 쪼아내기 시작했다. 찡! 찡!― 연장이 석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심목풍은 뒷짐을 지고 선 채 장정들의 일손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 절벽 으로 쏠리고 있었다. 절벽을 뚫는 소리가 시끄러운 틈을 이용해서 소영은 백리빙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빙아, 저기 심목풍의 곁에 서 있는 노부인이 있지? 그녀가 바로 독약을 묻힌 암기를 사용하기 로 무림에서 이름난 사찬 당가의 장문인이야. 만일 우리의 신분이 탄로되어 싸우게 된다면 특히 그녀의 독약 암기를 조심해야 돼." 백리빙은 무척 지혜롭고 영리하지만 아직도 동심(童心)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녀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끔찍한 귀여움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어리광쟁이이기도 했다. 지금 커다란 위험 속에 처해 있으면서도 백리빙은 겁보다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소영 이 곁에서 자기를 염려해 주자 '고마운 사람.....' 이라는 생각에 기뻐하며 생긋 웃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이가 하얗게 드러나며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이것을 본 소영은 속으로 몹시 당황했다. 급히 진기를 끌어 모아 신변을 보호하며 얼굴 을 돌렸다. '만일 빙아의 웃는 모습을 누가 보았다면.....' 그러나 다행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절벽으로 쏠려 있었다. 소영은 마음을 놓으며 가만히 한숨 을 내쉬었다. 절벽을 반 자 정도 파들어 갔을 때였다. 돌연 우문한도가 크게 외쳤다. "멈춰라!" 이십 명의 장정들은 곧 일손을 멈추었다. 심목풍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헛기침을 하며 우문한도에게 물었다. "우문형, 뭐 발견된 것이라도 있으시오?" 우문한도는 흥분된 눈빛으로 여전히 절벽을 주시하며 말했다. "심장주,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못 느꼈소?" "소리가 다르다니요? 나는 우문형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데요." 우문한도는 입을 다문 채 절벽 앞으로 다가서더니 한 장정의 손에서 망치를 뺏어 들었다. 그는 그 망치로 석벽을 힘껏 후려갈겼다. 그러자, 텅!― 석벽이 크게 울렸다. 그것은 석벽 속이 비어 있다는 증거였다. "이래도 모르시겠소?" 우문한도는 성난 사람처럼 큰소리로 외쳤다. 소영은 '나보고 들으라고 일부러 큰소리를 지르는 것 같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하! 과연 비어 있는 소리 같군요. 정말 놀랐소." 심목풍이 감탄사를 터뜨리며 말하자 우문한도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너무 경솔하게 기뻐하지는 마시오. 이것은 금궁일 수도 있지만, 또한 지하수가 흐르는 맥을 뚫 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우문한도는 눈을 돌려 거세게 뿜어나오는 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한 줄기의 수맥은 매우 강대해서 우리가 만일 석벽을 뚫어 버린다면 모두가 홍수의 화를 면 할 수 없을 것이외다." 심목풍은 담담히 웃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소?" "물론이지요. 지금 뚫고 있는 곳이 수맥이라면....." "그렇다면 그건 매우 조심해야 될 일이군요. 그래 우문형은 어떻게 할 작정이시오?" 우문한도는 심목풍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쇠망치로 석벽을 두들겼다. 텅! 텅!― 우문한도는 석벽을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다시 두들기고 하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망치를 놓고 물러서며 말했다. "좋소. 좌우간에 벽을 뚫어 놓고 봅시다. 여러분들은 다시 일을 시작하시오." "우문형은 견문이 넓고 학식과 지혜가 풍부해 무림에서 일컫기를 대유재인(大儒才人)이라 하더 니...정말 오늘 비로소 우문형의 재질을 보고 탄복했소이다." 심목풍이 추켜세우자 우문한도는 피식 웃었다. 그는 장정들이 다시 석벽을 깨뜨리는 것을 지켜 보며 말했다. "심장주, 과분한 칭찬은 마시오. 나의 판단이 정확한 것은 아니니까." "과한 칭찬은 아니오. 만일 우문형께서 금궁을 개척하지 못한다면 다른 아무도 금궁을 개척할 사람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우문한도의 표정을 보니 금궁을 꼭 개척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만일 그의 힘으로 금궁이 열 린다면 내가 지니고 있는 이 금궁의 열쇠는 아무런 값어치도 없는 것일까?' 우문한도를 지켜보며 소영은 이런 생각을 했다. 겉으로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소영도 심목풍 못 지 않게 흥분하고 있었다. 석벽은 점점 단단해져 좀처럼 뚫기 어려웠다. 정을 대고 쇠망치로 두들겼으나 불똥이 튀며 돌가 루만 부서져 내릴 뿐이었다. '저렇게 하다가 언제 뚫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우문한도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멈춰라! 빨리 멈춰!" 장정들은 곧 손을 멈추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우문한도에게 쏠렸다. "우문형, 무엇이 잘못되었소?" 심목풍이 낮은 소리로 묻자, 우문한도는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교수신공 포일천은 과연 비상한 인물이군." 심목풍은 의아한 시선으로 우문한도와 절벽을 번갈아 보며 다그쳐 물었다. "우문형, 도대체 무슨 일이오? 나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데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오." 우문한도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만일 내가 이 골짜기에다 금궁을 설립했다면 그 출입문을 이곳에 설치했을 것이오." "그런데...지금 문은?" "포일천은 이곳에다 문을 두지 않았소. 문은 다른 곳에 있소." 심목풍은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그는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 다. "우문형, 이곳에 문이 없고, 그 문을 찾기가 어렵다면...그러나 금궁이 이 속에 있는 것만 확실하 다면 우린 벽을 뚫고 들어갑시다." 우문한도가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안 되오. 우리가 모두 죽기를 원한다면 몰라도." "그렇게도 위험하오?" "그렇소. 우리가 억지로 벽을 뚫으려고 애써 보았자 결국은 화를 자초하는 길밖에 안 되오." 심목풍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물었다. "벽을 뚫으면 수맥이 파괴되어 홍수를 겪는단 말이오?" "그것은 아니오만....." 우문한도가 말끝을 흐리자 심목풍은 속이 타는지 마른침을 삼키며 다그쳐 물었다. "수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면 또 무슨 화가 있단 말이오?" "쇠망치가 암벽을 두들길 때 느껴지는 파동으로 짐작하건대 분명 기묘한 장치가 되어 있소이다. 만일 때를 맞춰 공인들의 손을 멈추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모두 죽음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 오." "그들이 죽는 것뿐이오?" "내가 보는 견해로서는 그렇소. 심장주께선 믿지 못하시겠소?" 심목풍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허허, 우문형의 학식을 내가 어찌 못 믿겠소? 다만, 공인들의 죽음으로써 우문형의 판단이 틀림 없다는 것을 시험해 보는 것이 좋겠소이다." 심목풍의 이 말에 우문한도는 속으로 치를 떨었다. 공인들의 죽음이야 어찌 되었든 자기가 확신 만 갖게 해 달라는 말투에 우문한도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문한도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심장주께서 만일 나의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마음대로 시험해 보시오. 하지만 장주께서 그들 에게 명령해 주시오." 심목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더니 주조룡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공인들에게 일을 계속하도록 시키게." 주조룡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장정들을 향해 명령했다. "너희들은 계속 석벽을 뚫어라!" 십여 명의 장정들은 일제히 대답을 하더니 석벽 앞으로 달라붙었다. 소영은 심목풍에게 정체가 탄로날 것이 두려워 약간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그는 우문한도와 심목풍의 대화를 확실히 듣지 는 못했다. 심목풍은 안광을 집중해서 석벽을 노려보고 있었다. 장정들이 석벽에 달라 붙어 몇 번의 망치질 을 했을 때였다. ".....앗!" 심목풍은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우문한도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석벽을 뚫 던 십여 명의 장정들이 갑자기 풀썩 쓰러져 버린 것이다. 그들은 비명도 신음도 없이 그 자리에 서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이 느닷없는 변화에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심목풍과 우문한도였다. 심목풍은 우문한도의 예언이 적중한 것에 놀랐고 우문한도는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어찌하여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놀랐던 것이다. 별안간에 십여 명의 장정들이 쓰러진 것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갑자기 비 명도 없이 쓰러졌고 다른 이상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목풍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나 곧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오히려 껄껄 웃었다. "허허, 우문형은 과연 기인이오. 헌데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오?" 우문한도는 심목풍의 여유만만한 태도에 적지 않이 놀랐다. '과연 심목풍은 무섭도록 대담한 놈이구나. 그렇지만 나 역시 공인들이 갑자기 쓰러진 원인을 알 수가 없지. 그렇다고 내가 모른다고 대답했다간 이놈이 나를 얕볼 테니.....' 우문한도는 대답할 말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이미 말씀 드렸는데 심장주께서 권고를 무시했으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외다." "허허, 내가 우문형을 탓할 수는 없고 권고를 듣지 않은 것은 확실히 나의 실책이오만 도대체 저들이 왜 쓰러졌는지 궁금하오." 우문한도는 장정들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그 금궁의 사방에는 분명 극독이 깔려 있을 것이오." "그렇다면 그것은 일종의 독연기이겠군요." 우문한도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시체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매우 조심을 하며 느릿느릿 걸었다. 우문한도는 시체 앞으로 다가가며 심목풍이 말리기를 은근히 기다렸으나 심목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문한도는 시체 앞으로 가서 섰다. 우문한도는 진기로 몸을 보호하며 시체 하나를 젖혔다. 시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그는 "음....." 하고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쇠털처럼 가느다란 독침이 시체의 면상에 대여섯 개나 박혀 있었던 것이다. 독침을 맞은 곳은 붉게 부어 올라 있었다. '무서운 극독이구나.' 우문한도는 심목풍에게 얼굴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심장주! 이리 와 보시오!" 심목풍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천천히 우문한도의 앞으로 걸어갔다. "우문형, 무엇을 발견했소?" 우문한도는 말없이 턱으로 시체를 가리켰다. 심목풍은 시체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알고 보니 어떤 힘에 의해 튕겨 나온 독침이구료." "그렇소. 심장주는 독침이 이 암석의 어디서 날아 왔는지 아시오?" 심목풍은 그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발로 시체를 툭툭 건드려 보더니 "금궁이 확실히 이곳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군." 하며 석벽으로 눈을 옮겼다. "그렇소. 금궁은 물론 이 석벽 속에 있소. 하지만 석벽 주위에 온통 위험한 장치가 깔려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도 하오." 우문한도는 말을 마치고 기분 나쁠 정도로 히히히 음침스럽게 웃었다. 심목풍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우문한도를 바라보더니 "우문형, 이 독침이 어떻게 해서 튕겨져 나왔소? 이것은 분명 석벽에서 튕겨 나온 것 같은데....." "심장주께선 똑똑히 보셨소?" "똑똑히 보다니요? 나는 물론 똑똑히 보지는 못했지만 독침은 석벽에서 튕겨져 나온 것이 분명 하잖소?" "그렇소. 나는 이미 이 장치를 알고 있었소." 우문한도의 말에 심목풍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알고 있었다니 우문형은 정말 절세의 기인이시구료." 우문한도는 껄껄 웃었다. 사실 그는 장정들의 시체를 살펴보기 전까지는 그들이 어째서 쓰러졌 는지 알지 못했다. 독연기가 새어 나와 그런 것인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체의 얼굴에 박힌 독침 을 발견하고는 어떻게 장치해서 튀어 나왔을 것이라 추측한 것뿐이다. "이 방법은 매우 정묘하게 만들어져 사람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금궁을 찾는 사람의 마음을 현 혹시키기도 하지요." 우문한도의 말은 심목풍에게 이해되지 않았다. "우문형, 그게 무슨 소리요?" "즉 이 독침의 장치로 인해 심장주 같은 분은 이곳이 곧 금궁이 아닌가 착각하게 된단 말이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지혜가 많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심목풍이었지만, 지금은 우문한도에게 완전히 뒤지고 있었다. 우 문한도는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한바탕 껄껄 웃더니 입을 열었다. "우선 독침이 튀어 나오게끔 만든 장치부터 설명하겠소." "어서 얘기하시오. 나는 우문형에게 가르침을 받아야겠소." "알고 보면 간단하지요. 우선 석벽에 구멍을 뚫고 그곳에 용수철 장치를 해서 독침을 넣은 후....." "아하! 알겠소. 그러니까 독침을 용수철에 장치한 후 그것이 튀어 나오지 못하도록 백옥(白玉)으 로 구멍을 막았겠군요. 알고 보니 쉽군." "그렇소. 그 백옥은 매우 연해서 슬쩍 두들겨도 곧 파괴되어 독침이 튀어 나오게끔 되어 있었지 요." 심목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석벽을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교수신공 포일천이 석벽에다 독침을 장치한 속셈은 분명 금궁의 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겠지 요?" 우문한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심장주의 그런 생각은 아무라도 할 수 있는 단순한 생각이오. 그것은 포일천이 적을 유인하려 는 계획에 그대로 넘어간 것이오." "어째서?" "만일 포일천이 금궁의 문을 이곳에 설치했다면 절대로 이곳에 암기 장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 오. 왜냐하면 출입문에 암기 장치를 하면 자신도 드나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 알겠소. 우문형의 말씀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금궁의 문은 이곳에 없다는 말이 되잖소?" 우문한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 금궁의 문은 분명히 이곳에 없소." |
첫댓글 감사합니다.
고향설 시인님의 좋은글 "[와룡생] 금검지 126"과 아름다운 영상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은 향긋한 꽃향기 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