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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ADHD 환자의 생애주기별 공존 질환' 발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이하 ADHD)가 생애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격적이고 반항심이 강한 아이, 정서적 고립감과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청소년, 게임과 인터넷에 빠진 어른까지 모두 ADHD로 촉발된 ‘공존 질환’을 앓는다는 의미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ADHD의 날(매년 4월 5일)'을 맞아 3일 서울 종로 내일캠퍼스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DHD 환자의 생애주기 별 공존 질환’을 주제로 국내 ADHD 질환의 현 주소를 발표했다. [박정렬 기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제 4회 ADHD의 날(매년 4월 5일)을 맞아 3일 서울 종로 내일캠퍼스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DHD 환자의 생애주기 별 공존 질환’을 주제로 국내 ADHD 질환의 현주소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회에서 대외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가 나서 2016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 4대 권역(서울, 고양, 대구, 제주)의 소아청소년 및 그 부모 40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역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DHD와 공존 질환과의 상관 관계를 집중 분석한 연구다.
적대적 반항장애 10명 중 4명 ADHD 환자
김 교수는 먼저 전국 4대 권역의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 1138명을 대상으로 정신 질환 유병률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13세 미만 소아는 적대적 반항장애(19.87%), ADHD(10.24%), 특정공포증(8.42%) 순으로 정신 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적대적반항장애는 화내기, 자신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기, 고의로 타인을 귀찮게 하는 등 8가지 반항적 태도 중에서 4가지 이상이 6개월 동안 지속돼 사회성이나 학업에 지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적대적 반항장애를 갖는 소아는 10명중 4명가량이 ADHD 환자였고, 반대로 ADHD 환자의 40% 가량은 적대적 반항장애로 나타났다. ADHD 환자에서는 학습장애(20%)나 불안장애(15~20%)보다 적대적 반항장애가 더 많이 나타났다.
김 교수는 ”아이가 ADHD라는 것은 감정 조절 어려움이 있다는 것인데, 이를 훈육하고 강제로 제어하려는 과정에서 부모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 반복된다”며 “아이의 입장에서 그간 쌓은 분노와 적개심이 적대적 반항장애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ADHD로 인한 적대적 반항장애는 유아기에서 방치된 ADHD의 공존 질환이라는 것이다. ADHD와 적대적 반항장애의 위험 요인으로는 ▶ 5세 이전에 가정불화나 사고 등 부정적인 경험 ▶임신기 동안 어머니 스트레스의 강도 ▶태어난지 6개월 간 어머니의 우울증 여부 등이 꼽혔다.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가 'ADHD 환자의 생애주기 별 공존 질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정렬 기자]
ADHD 환자의 기질적 특성과 소아기 부정적인 경험은 청소년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가 이어 내놓은 만 13세 이상 청소년 998명 대상으로 ADHD와 자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DHD 또는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된 청소년이 일반 청소년에 비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거나(24.4% vs 14.2%)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비율(6.8% vs 2.5%)이 각각 약 2배, 3배가량 높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이런 경우가 많았다. 실제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 질문에도 여성 청소년의 2.66%가 그렇다고 답했다. ADHD 또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진단받은 청소년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 계획을 세우는 등 ‘자살 경험’이 모든 항목에서 평균 약 3배 가량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ADHD 청소년의 자살 관련 경험 비율이 정상 청소년에 비해 높은 것은 ADHD 증상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분노와 고립감, 복수심 등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우울감과 만나면서, 자살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평생 약물 치료 안해도 돼
성인이 될 때까지 ADHD가 이어지면 게임, 알코올 중독 등 각종 중독 장애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 날 발표에 나선 학회 대외협력위원 서울대병원 이정 교수는 “국내 인터넷 게임 중독 환자 255명을 3년간 관찰 및 추적한 연구 결과, ADHD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인터넷게임중독이 더 만성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ADHD는 성인기 중독 질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박정렬 기자]
세부적으로 ADHD를 동반한 인터넷게임중독군과 일반 중독군을 비교한 결과, 회복률은일반 중독군이 1년차 49%, 2년차 58%, 3년차 94%인 반면 ADHD를 동반한 중독군은 각각 17%, 43%, 61%로 눈에 띄게 낮았다. 또,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일반 중독군과 ADHD를 동반한 중독군은 1년 차에서 5배, 2년 차에서는 6배 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정 교수는 “중독 질환에서 충동 조절이 어렵거나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은 ADHD 증상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ADHD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이 돼 각종 중독 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은 만큼 가급적 빠른 시기에 ADHD 진단 및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소아청소년이 ADHD를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받은 비율은 불과 3.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담교사 등으로 범위를 확장해도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은 학생은 5명 중 1명(17%)에 그친다.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신과 편견, 약물치료에 대한 낙인 효과 등이 치료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ADHD는 생물학적 문제로 인한 신경정신 질환으로 전두엽, 두정엽 등 뇌 신경 네트워크 장애에 가깝다. 약물을 쓰면서 행동 요법을 병행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치료 기간은 보통 3년 정도로, 증상이 완화되면 약물 투여를 중단할 수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봉석 이사장(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ADHD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돼 일상뿐 아니라 주변이나 사회·경제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ADHD를 방치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만큼 환자 본인과 가족 등 주변인, 사회 구성원 전체가 병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