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린가의 영지내에 있는 정원의 1부 관객석으로부터 뜰 안쪽, 호수를 통하는 넓직한 오솔길은 가정극을 하려고 임시로 지은 가설무대에 가리워져 있어 호수는 전연 보이지 않는다. 무대의 좌우에는 덤불이 우거져 있다. 의자 몇 개, 작은 탁자가 하나, 해는 금새 졌다. 무대는 가설무대에 드리워진 막 너머에 야아꼬프, 기타의 일꾼들이 있어서 기침소리와 무엇을 두들 기는 소리가 들린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마아샤와 메드베젠꼬, 왼편으로부터 등장
[메드베젠꼬] 어째서 당신은 늘 검은 옷만 입고 다니세요?
[마아샤] 이건, 제 삶의 상복이예요. 전 불행하거든요.
[메드베젠꼬] 왜 그렇습니까? (생각하고) 알수 없는데요--- 당신은 건강한데다가 아버님께서, 부자라고 까진 할 수 없어도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고 보는데 당신에 비하면 나야말로 형편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달에 고작 이십삼루불 밖에 받지 못하면서 설상가상으로 퇴직적립금이랍시고 뜯기고--- 그래도 저는 상복 같은 건 입고 다니지 않습니다
두사람은 걸터앉는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프스키에 의해서 삭제되고 있다)
[마아샤] 돈이 문제가 아니예요. 가난한 사람이라고 행복하지 말란 법은 없어요
[메드베젠꼬] 그런 어디까지나 이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 하거든요 즉 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여동생과 어린 남동생, 이렇게 많은 식구에 봉급이란게 겨우 이십 삼 루불, 입에 거미줄을 치고 살수는 없지 않겠어요? 최소한의 차와 설탕은 있어야지요? 담배도 있어야지요? 정말 아찔합니다
[마아샤] (가설무대 쪽을 돌아보면서) 곧 연극이 시작되나 봐요
[메드베젠꼬] 네 자레예치나야가 출연합니다. 각본은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가 쓴거지요.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까 오늘은 두 사람의 영혼이 같은 예술적 형상을 만드는 노력에 녹아들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나와 당신의 영혼에는 접촉점이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번민 때문에 집에 들어 박 혀 있지 못하고 매일같이 육베르스따 (6KM) 나 되는 길을 걸어 와서는 다시 육베르스따를 걸어가곤 해요, 그런데 당신은 무관심한 태도로 나를 대해주실 따름입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내게는 재산이 없고 식구가 많으니--- 누가 먹을 것도 없는 사내에게 쉽사리 올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마아샤] 별말씀을 다하세요. (잎담배 냄새를 맡는다) 전 선생님의 기분을 이해해요. 그렇지만 같은 애정으로 보답할 수가 없어요. 단지 그것 뿐이예요 (그에게 담배곽을 내민다) 피시겠어요?
[메드세젠꼬] 아니 생각없습니다. 사이
[마아샤] 무덥군요. 오늘밤엔 한 소나기 쏟아지겠어요. 선생님은 늘 철학적인 말씀을 하시거나 아니시면 돈에 관해서만 말씀을 하시네요. 선생님께서는 가난보다 더한 불행이 없는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제 생각같아서는 누더기를 입고 지내는 게 몇 천배 더 편할 것 같애요---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이런걸 이해하지 못하시겠지요---
소오린과 뜨레예쁠레프, 오른 쪽에서 등장.
[소오린] (지팡이에 기대서서) 나는 말이지, 아무래도 시골에선 살지 못하겠어. 정이 들지 않아. 어제는 열시에 자리에 들고 오늘 아침에는 아홉시에 눈을 떴지만, 너무 오래 잤기 때문에 뇌가 머리통에 들어 붙은 것 같은, 그저 그런 기분이란 말이야. (웃는다) 근데 점심을 먹고 나니 또 꾸벅꾸벅 졸음이 온단 말이야 지금의 나는 기진맥진해지고 마치 악몽이라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란 말이다 결국---
[뜨레예쁠레프] 정말 외숙은 도시에서 살아야 돼요. (마아샤와 메드베젠꼬를 보고) 아아 여러분, 시작할 때 부르겠습니다. 지금은 여기 계시면 안돼요. 미안하지만 저리 좀 비켜나 주세요
[소오린] (마아샤에게) 마리야. 일리이니치나씨. 미안한 말씀이지만 당신 아버지에게 개를 놓아주도록 말씀해 주세요. 젖어서는 큰일입니다. 여동생은 어제도 한잠 못 잤습니다.
[마아샤] 아버지에게 직접 말씀드리세요. 저는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양해해주세요. (메드베젠꼬에게) 갑시다---
[메드비젠꼬] (뜨레예쁠례프에게) 그럼 시작하기 전에 알려주십시요. 두사람 퇴장한다
[소오린] 그럼 밤새도록 개가 짖게 된단 말인가. 이거 야단이로군 시골에서 난 여태껏 뜻대로 살아 본 일이라곤 없어. 때때로 이십팔일간의 휴가를 얻어가지고는 한숨 거둘 심산으로 만사를 제쳐놓고 와보지만 오기만 하면 어찌도 시끄러운지 도착하는 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부터 앞서곤 했어 (웃는다) 그래서 언제나 서슴치 않고 내빼군 했지 --- 허지만 퇴직한 뒤론 갈데가 없단 말이야. 좋건 궂건 여기서 사는 도리 밖엔 없지---
[야아꼬프] (뜨레예쁠에게) 꼰스딴진․가브리일로비치씨, 저희들 잠깐 멱을 감고 오겠습니다.
[뜨레예쁠에프] 좋아. 그렇지만 십분 뒤에는 각기 제자리에 가 있어야 하네. (시계를 본다) 곧 시작할 테니까.
[야아꼬프] 알겠습니다. (퇴장)
[뜨레예쁠에프] (가설무대 쪽을 쳐다보고) 이제 극장도 완성이예요. 우선 막이 오르고 이어 제일 장, 다음이 제이장이고 이어 아무것도 없는 넓직한 공간입니다. 배경은 전연 없습니다 호수와 지평선의 원경이 직접 전개되는 거지요. 꼭 여덟시 반에 (전시되어「9시반」이라고 잉크로 기입되어 있다) 달과 함께 막이 오르게 됩니다.
[소오린] 그럴싸한 생각이로구나
[뜨레예뿔례프] 그러니 혹 자례예치나야가 지각하게 되면, 물론 모든 효과는 잃게 됩니다. 인제 올때도 됐는데 아버지와 계모에게 감시를 받는 몸이라 집을 빠져 나오기가 마치 감옥을 뛰쳐 나오는 만큼이나 힘이 들어요. (외숙의 넥타이를 고쳐 준다) 외숙의 모리와 구레나릇이 엉망진창이로군요. 깍으시지요---
[소오린] (구렛나룻을 쓰다듬으면서) 내 생애의 비극이로다. 난 젊었을 적부터 술독이 오른 것 같은 행색을 하고 다녔다. 여태 난 여자에 빠져 본 일이 없어. (자리에 앉는다) 네 어미는 어째 우울해 할까?
[뜨레예쁠례프] 어째서냐구요?--- 쓸쓸하거든요. (나란히 자리에 앉으면서) 질투하고 계셔요. 어머님께서는 자기가 아니라 자레예치나야가 주역을 맡았기 때문에 내게도 연극에도 내 각본에도 반감을 품고 계시는 거예요. 내 각본을 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미워만 하고 계셔요?
[소오린] (웃는다) 그게 무슨 소린가---
[뜨레예쁠례프] 어머니께서는 이 조그만 무대에서 성공하는게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례에치나야라는게 몹시 비위에 거슬리거든요 (시계를 본다) (단젠꼬는 시백에 거믄 은등로 「눕는다」라고 기입되어 있다) 저의 어머니는---일종의 정신이상자입니다. 확실히 재능도 있고 똑똑하기도 하고 책을 읽고 울줄도 알고 네끄라소프의 시를 전부 외기도 하고 천사와 같이 앓는 사람의 간호도 해요. 그렇지만 어디 어머니앞에서 듀우제를 칭찬이라도 해 보세요 벼락이 떨어져요--- 그저 어머니만을 칭찬하고 어머니에 관해서만 쓰고 「춘희」나 「인생의 요기」에서의 비범한 연기에 탄성을 발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지만 이 시골에는 그러한 마취제가 없기 때문에 쓸쓸해 하고 성을 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그 원수가 되고 죄인이 되는 거지여. 게다가 어머니는 미신가이고 세 자루의 양초나 열셋이란 수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인색하기도 해요. 오데사의 은행에는 칠만루불의 예금이 있어요 그건 틀림없는 일이예요. 그러면서도 돈을 빌리기만 하면 울상을 하거든요.
[소오린] 너는 네 각본이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는 줄 지례짐작하고 공연히 흥분하고 있어 . 진정해. 네 어미는 널 우러러보고 있으니까.
[뜨레예쁠례프] (조그만 꽃의 화판을 문지르면서)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 (웃는다) 자 보세요 어머니는 저도 사랑하지 않아요. 말할 필요조차 없어요-- 어머니는 살고 싶은 거예요. 내 나이 벌써 스물 다섯이니 나라는 존재는 어머니로 하여금 자신은 이제 젊지 않다는 의식을 불러 일으켜 주고 있어요. 내가 없을 때 어머니의 나이는 서른 두 살이지만 내가 곁에 있으면 마흔셋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나를 미워하는 거예요.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극장을 인정치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어머니는 극장을 사랑해요. 그리고 그것으로 해서 자신이 인류와 신성한 예술에 대해서 봉사하고 있는 듯이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내 견해에 의하면 지금의 극장이란---관습에 얽매어 있고 편견이 심해요. 막이 올라가고 저녁 노을 같은 조명이 비치는 3면이르로 에워싸인 실내에서, 그들 위대한 천재를, 신선한 예술의 사도들께서, 인간이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걷고 양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평범한 장면이나 세리프 가운데서 열심히 도덕--- 하잘 것 없고 범상하고 일상생활에만 필요할 정도의 도덕을 끄집어 내려 해요. 그렇지만 수천개의 바리에이션도 제게 끼치는 것으로 말하면, 언제나 같은거예요 언제나 똑 같은 겁니다. ---그러니 마치 모빠상이 그 속된 품으로 해서
[소오린] 그의 뇌를 압박했던 에펠탑에서 도망간 것 같이 저도 자꾸만 피하고 싶어져요. 그렇지만 극장은 필요하지.
[뜨레예쁠례프] 필요한 것은 새로운 형식이예요. 새로운 형식이 필요한 겁니다. 만약 그게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편이 낫습니다 (시계를 본다) 난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어요. 무척 사랑해요. 그렇지만 어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고 여전히 그 소설가를 상대로 해서---신문에 늘 화제를 제공하고 있어요---이젠 아주 지쳐 버렸어요. 때때로 전 마음속에 평범한 인간의 이기주의가 머리를 들어서 나의 어머니가 유명한 배우라는 게 유감되게 생각될 때가 있어요. 전 어머니가 평범한 여자 였다면 휠씬 행복할 것 같아요. 외숙, 도대체 이보다 더 희망이 없고 바보같은 위치가 또 있을까요 예전에는 어머니의 응접실에 배우라든가 문인이라든가 여러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이 모여들곤 했어요. 그리고 그들 가운데서 나하나 만이---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녀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들은 내가 동석하는 것을 허용하거든요. 도대체 내가 누구일까요? 나란 존재는 뭐겠어요? 사정이 있어 삼년만에 대학을 뛰어나오고 재능도 없을 뿐 아니라 돈도 없으면서 여행 중에는 키에프의 부르좌아지라적혀 있거든요. 아버지는 역시 배우였지만 키에프의 부르좌아지였음에 틀림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응접실에서 이러한 배우나 문인들이 내게 은혜로운 관심을 기울여 주고 있을 경우, 나로서는 그들의 그 시선이 내무능함을 쏘아보는 것 같이만 생각됐어요--- 나는 그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굴욕감 때문에 괴로웠어요---
[소오린] 근데 그소설가란 어떤 사람인지 좀 들려주지 않겠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야늘 잠자코만 있으니.
[뜨레예쁠례프] 슬기롭고 단순하고 말하자면 좀 우울한 사람이예요. 대단히 훌륭한 사람입니다. 아직 마흔살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꾀 유명해졌고 명성이 쟁쟁한 사람이예요---그 작품으로 말씀드리자면---뭐라고 해야 좋을지?
사랑스럽고 재능이 넘치긴 하지요---그렇지만---똘스또이나 졸라의작품을 읽은 뒤에 뜨리고 오린 것을 읽을 수야 없겠지요
[소오린] 그러나 여보게, 나는 문인을 무척 좋아하네, 예전에 나는 두가지를 열렬히 바라던 때가 있었어--- 즉 결혼하는 것과 문인이 되는 거였지. 그렇지만 양쪽 다 뜻대로 되진 않았어. 음. 근데 조무래기라도 문인이 된다는 건 유쾌한 일이야. 결국.
[뜨레예쁠례프] (귀를 기울인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네---(외숙을 껴안는다) 난 저 여자 없이 살아나갈 수 없어요--- 발걸음 마저 예뻐뵈요--- 난 미칠 듯 행복스럽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니이나․자레예치나야를 마중하러 나아간다) 매혹적이어라 나의 꿈이시여---
[니이나] (흥분되어) 저 늦지 않았지요---전 물론 늦지 않았어요---
[뜨레예쁠례프] (그녀의 손에 키스하면서) 아니, 아니 천만에---
[니이나] 전 온종일 불안하게 지내왔어요. 아주 무서워 죽을 뻔 했어요--- 아버지가 나가지 못하게 할까봐 정말 걱정했어요---근데 지금 어머니와 같이 외출 하였어요. 하늘은 벌써 빨게지고 달이 떠오를 것같애요. 저 말을 마구 몰아 왔어요. (웃는다) 그래도 전 행복해요. 소오린의 손을 꽉 쥔다.
[소오린] (웃는다) 눈에 눈물이 고이고 있는 것 같군요---에헤! 좋지 않아요!
[니이나] 그건요---이것 보세요, 숨이 가쁘지 않아요. 전 삼십분 뒤에는 가야해요. 서둘러야 해요. 안돼요 붙들지 마세요. 아버지는 제가 여기 와 있다는 걸 모르고 계셔요.
[뜨레예쁠례프] 정말 인제 시작할 시간입니다. 시람들을 불러들여야 하겠군.
[소오린] 내가 불러다 주지 곧. (오른쪽으로 가면서 노래한다) <<프랑스로 향햐여 두명의 척탄병>> (돌아다 본다)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노래를 불렀더니 어떤 검사보가 날더러 <<각하, 각하의 음성은 아주 힘참니다.--->> 라고 말하더군. 그리고는 좀 생각해 보고는 이렇게 덧 붙였어. <<그렇지만 좋은 음성은 아니예요>>라고 (웃고 퇴장)
[니이나] 아버지와 계모는 저를 이리로 오지 못하게 해요. 여기 사람들은 보헤미안이라고요---제가 여배우라도 될까봐 겁을 집어먹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갈매기와 같이 이곳 호수 쪽이 늘 그립거든요---제 가슴은 당신 생각으로 가득해요. (돌아다 본다)
[뜨레예쁠례프] 우리들 뿐이요.
[니이나] 저기 누가 있는 것 같은데요---
[뜨레예쁠례프] 아무도 없소, (키스한다)
[니이나] 이거 무슨 나무예요?
[뜨레예쁠례프] 느룸나무.
[니이나] 왜 이렇게 새가맣지요?
[뜨레예쁠례프] 벌써 저녁 때가 됐으니 모두가 검게 보이는 거지요. 그렇게 빨리 돌아가지 마세요. 부탁이니.
[니이나] 안돼요.
[뜨레예쁠례프] 그럼 내가 당신네 집으로 가면 어떻소, 니이나? 나 밤새도록 당신네 정원에 서서 당신 방 창문을 올려다 보고 있겠어요.
[뜨레예쁠례프] 알콜은 있나? 유황이 준비됐나? 붉은 눈이 나올 때는 유황을 눈에 쬐어야 해. (니이나에게) 자, 이리 오십시오.모든 준비가 갖추어졌습니다. 흥분하셨군요?---
[니이나] 네,아주 흥분하고 있어요. 당신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전 그이가 두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뜨리고오린 오셨지요--- 그이 앞에서 연극을 한다느게 어쩐지 두렵고 부끄러워요---그는 유명한 문인이예요.--- 그이는 젊은가요?
[뜨레예쁠례프] 그렇소.
[니이나] 그이 소설은 참 좋아요!
[뜨레예쁠례프] (쌀쌀하게) 모르겠습니다. 읽지 않았으니까.
[니이나] 당신의 각본은 연기하기가 힘들어요. 거기에는 산 인간이 없어요.
[뜨레예쁠례프] 산 인간이라고 허지만 인생이란 있는 그대로도 아니고 있으리란 기대로서도 아니라 공상에 비친 모양대로 그려야 해요
[니이나] 당신의 각본에는 움직임이 적고 그저 세리프뿐이예요.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연극엔 연애가 있어야 될 것 같애요--- 두사람 무대뒤로 사라지면. 뿔리이나와 도오른 등장
[뿔리이나] 습해졌습니다. 집에 가서 오우버 슈우즈를 신고 오세요
[도오른] 전 덥습니다.
[뽈리아니] 당신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세요. 그건 고집이라는 거예요. 당신은--- 의사이기 때문에 습한 공기가 당신에게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계시면서 절 괴롭히려고만 하세요. 어제 저녁은 줄곧 테리스에 앉아 계셨지요---
[도오른] (노래한다) <<청춘이 갔노라 말하지 말아다오.>>
[뿔리이나] 당신은 이리이나, 니골라예프나의 이야기에만 열중하시고---추위마저 잊고 계셨어요,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그 여자가 마음에 드시지요---
[도오른] 내 나이가 지금 쉰 다섯 살이요.
[뿔리아니]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남자로서는 그 정도로 아직 많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미남이니 그 여자의 마음에 드실거예요.
[도오른] 그러니 어쨌으면 좋단 말씀이세요?
[뿔리이나] 여배우라고 하면 당신네들은 그저 무턱대고 좋아하시는 군요, 모두가 그래요!
[도오른] (노래한다) <<나는야 또다시 당신한테--->>만약에 사회사람들이 배우를 좋아하고 그들에 대한 태도가 말하자면 장사치들에 대한 것과 다르다는 건 당연한 노릇입니다. 이런 걸--- 일컬어 이상주의라 합니다.
[뿔리이나] 여자들이 언제나 당신에게 반해 버리고 당신의 목에 늘어 붙었어요. 이것 역시 이상주의라는 거겠지요?
[도오른] (어깨를 움찔한다) 그게 어떻단 말씀이세요? 제게 대한 여자들의 태도에는 좋은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랑을 받은 건 주로 우수한 의사였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십년---십오년 전에는 이지방 전체를 통털어 믿을만한 산과의사는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늘 정직한 사람이었으니.
[뿔리이나] (그이 손을 잡는다) 내 귀중한 사람!
[도오른] 조용히. 인기척이나요.
소오린과 팔장을 끼고 아르까아디나, 뜨리고오린. 샴라아예프 메드베젠꼬, 그리고 마아샤, 등장
[샴라아예프] 천 팔백 칠십 (처음의 두 숫자는 검은 연필로 표시되어 있다 73년에 뽈따바의 안기시에서 그 여자는 아주 뛰어난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바로 환희 그거였어요! 놀라운 연기였습니다. 혹시 희극배우 차아진과 빠아벨세․묘오노비치가 지금어디 있는지 아세요? 라스뿔류우베를 하면 아무도 견줄 사람이 없을거요, 사도오프스끼 이사이지요. 정말 그래요. 마님. 그분은 지금 어디 가 있나요?
[아르까아디나] 당신은 아주 옛날배우에 관해서만 물으시는군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앉는다)
[샴라아예프] (한숨을 짓는다) 빠아쉬까․차아진! 지금은 그런 배우가 없어요. 무대의 수준이 낮아졌어요.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 예전에는 우러러뵈는 참나무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루턱만이 남은 셈이요.
[도오른] 빛나는 천재가 지금은 적어졌어. 그건 사실이요. 그렇지만 중간치기 배우는 한결 질이 높아졌습니다.
[삼라아예프] 당신의 의견에는 찬성지 못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취미에 따라 같을수 없겠지요. De guetivus aut bene aut nihil (취미에 따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하다) 뜨례예쁠례프가 가설무대 뒤에서 나온다.
[아르까아디나] (아들에게) 얘야, 언제 시작하는 거니?
[뜨레예쁠례프] 곧 시작해요. 잠간만 기다리세요.
[아르까다나] (햄리트의 독백을 외운다) <<내아들아 내마음 속을 굽어보고, 가슴속에 보이는 건 시꺼멓게 멍들은 자국들---아무리 씻는대도 지워지지 않으리!>>
[뜨레예쁠례프] (마찬가지로 햄리트에서) <<어째서 어머니는 악덕에 몸을 던기고 죄악의 심연에 정욕을 구하시려는가요?>> 무대 뒤에서 피리소리가 들린다.
[뜨레예쁠례프] 여러분 시작합니다! 조용해 주십시오! (사이) 제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스틱으로 땅을 두들기고 커다란 목소리로 말한다) 오오. 재밤중에 호수위를 엇갈려 나는 거룩한 태고적 그림자여, 우리들을 잠들게하고 이십만년 뒤에 일어날 사건을 꿈속에 비쳐 주려므나!
[소오린] 이십만년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거야.
[뜨레예쁠례프] 그렇다면 그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르까아디나] 해봐요. 우리는 잘테니.
막이 오른다. 호수위에 관경이 전개된다. 달은 수평선 위에 걸리고 그 그림자가 물위에 떠 있다. 커다란 돌 위에는 휜 옷을 걸친 니이나․자례예치나야가 걸터 앉았다
[니이나] (이 독백의 앞 여백에, 단젠꼬는 검은 연필로 「고민」이라고 씌여져 있다.) 사람도 사자도 독수리도 황생도, 뿔달린 사슴도 거위도 거미도 물속에 사는 말없는 물고기도 바닷별도 눈을 볼 수 없었던 것까지라도---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생물, 생명을 지닌 그 모든 것들은 슬픈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 버리고 말았노라--- 벌써 수십만년 이래 지구위에는 생명을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저 가련한 달은 할 일 없이 그 등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미 풀밭 속에서 학이 눈을 뜨면서 울어대는 일도 없어지고 보리수 숲에 우는 오월의 소똥벌레 날개 소리도 들리지 않노라 춥다. 춥다. 쓸쓸하다. 쓸쓸하다. 못견디게 쓸쓿하다. 무서웁다. 무서웁다. (사이) 생물의 몸뚱어리는 먼저 속에 꺼져버리고 영원의 물질은 제각기들, 물, 구름. 따위로 모양을 바꾸었다. 그러나 그 넋은 모두 하나로 녹아버리고 말았다. 공통한 세계의영혼 그것은 나--- 나로다---나에게는 알렉산더 대왕의 영혼도, 케에자르것도 세스피어것도, 나뽈레옹의 것도, 최하등 동물의 영혼도 모두 살아 있는 거다. 나에게서는 인간의 의식이 동물의 본능과 뒤섞였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모든것을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하나하나의 생물을 나는 내 가슴속에서 매분마다 새롭게 경험하고 있는 거다. 연못에 불이 나타난다.
[아르까아디나] (나직하게) 어쩐지 데까당이야.
[뜨레예쁠례프] (비는듯 또는 꾸짓는듯이) 엄마!
[니이다] 나는 혼자 뿐이다. 나는 백년에 한번씩 말을 하려고 입을 연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허공속에서 서러웁게 메아리 될뿐, 누구 한사람 귀를 기우리는 이 없어---새파란 불이여, 너희들도 내 말을 듣고 있지는 않는다.--- 날이 새기 전에 썩은 연못이 너희를 낳으면 아침 햇살이 비치기 전에 그 곳을 거닐긴 하지만 너희들은 사상도없고 의지도 없고 약동하는 생명력도 없어. 너희들 가운데서 생명이 우러나옴을 두려워 하여 영원의 물질의 아버지인 악마는 돌이나 물에서처럼 너희들 속에서도 끊임없이 원자의 전환을 하고 있어 너희들 자꾸만 변해 가는거다 온 우주에서 영구불멸하는 것으로 남아 있는건 오직 영혼 뿐이다
(사이) 마치 깊숙한 빈 우물가운데 갇힌 좌수와 마찬가지로 나는 자신이 지금 어디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젼혀 모르고 있다 다만 현재 내게 명백한 것은 물질력의 근원인 악마와의 집요하고 잔인한 투쟁이 마침내 나의 승리로 돌아가고 그 후 물질과 영혼이 아름답게 어울려 녹아들고 세계적인 의지의 왕국이 오리라는 것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차차로 몇 천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거쳐 달도 빛나는 시리우스 별도, 지구도 모든 것이 먼지가 된 뒤에야 비로소 오게될거야--- 그 때까지는 무서워--무서워. (단젠꼬는 여백에 검은 연필로 「신음소리」라고 씌어져 있다.)
(사이. 호수를 배경으로 해서 두 개의 붉은 점이 나타난다)
[니이나] 저기 나의 강적 악마가 가까이 오네, 그 무섭고 새밭간 눈이 보여---
[아르까아디나] 유황냄새가 나네. 이것도 필요한 건가?
[뜨레예쁠례프] 그럼요.
[아르가아디나] (웃는다) 음, 그것도 효과로군
[뜨레예쁠례프] 어머님!
[니이나] 악마는 인간이 없어 권태롭다---
[뿔리이나] (도오른에게) 모자를 벗으셨군요. 쓰세요. 감기드세요.
[아르가아디나] 의사 선생님께서는 영원의 물질의 아버지인 악마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모자를 벗으신거예요.
[뜨레예쁠례프] (발끈 성을 내고, 커다란 목소리로) 연극은 고만이요--- 이것으로 충분하오! 막을 내려!
[아르까아디나] 너 무엇 때문에 성이났니?
[뜨레예쁠례프] 됐어요! 막을 내려 막을 내리란 말이야! (발을 동동 구른다) 막을 내려! (막이 내린다) 실례했습니다. 저는 각본을 쓰거나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은 소수의 선출된 사람에게만이 가능하다는 진리를 그만 깜빡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특권을 침해했습니다! 제게는--- 저는---(무엇인가 말을 더 하려고 했으나 손을 흔들고 왼쪽으로 사라진다)
[아르까아디나] 웬일일까?
[소오린] 이리이나, 젊은 애들의 자존심을 그렇게 무시하는게 아니야.
[아르까아디나] 제가 그 애더러 뭐라 그랬는데요?
[소오린] 너는 그애를 모욕했어.
[아프까아디나] 그렇지만 그 애 자신이 그저 웃음거리로 알아 달라고 미리 말해으니 저도 그런 기분으로 이야기 했는걸요.
[소오린] 그렇더라도---
[아르까아디나] 근데 지금에 이르러보니 그 애는 훌륭한 걸작을 녶음을 알겠군요! 그렇지 않으세요! 그러구 보니 그 애가 이런 연극을 꾸미고 유황냄새를 풍기고 한 것도 웃음거리로소가 아니라 시위를 하기 위해서 였군요. --- 말하자면 그는 우리들에게 각본 쓰는 법이나 연기하는 방법을 기르치려고 했던거예요. 못 살일이예요. 저런 식으로 제게 대들고 자구 저를 비꼬기만 하니 오빠야 어쨌든. 그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버르장머리 없고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예요.
[소오린] 그 애는 네가 만족하리라 생각했던거야.
[아르까아디나] 그래요? 그렇지만 그 애는 어느 각본을 택하지 않고 저희들에게 저런 데 까당적인 잠꼬대를 들여 주고 있지 않아요? 그저 웃음거리 같으면 저라도 잠꼬대를 들어 줄 용의가 있지만 그 속에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야심, 예술계에 새로운 기원을 가져 오려는 야심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저의 견해에 의하면 거기에 새로운 형식이 고사하고 몹쓸 성벽이 있을 따름이예요.
[뜨리고오린] 누구든지 자기가 좋은 대로 또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만 쓰면 되는 겁니다.
[아르까아디나] 저 애도 자기가 좋은 대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쓰면 되는거예요. 제게는 상관치 말았으면 되지 않겠어요.
[도오른] 오오 주피터여, 당신은 노하셨소---
[아르까아디나] 전 주피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전 노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저 저렇게 훌륭한 젊은이가 저렇게 따분하게 시간을 보낸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예요. 전 그 애를 모욕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어요.
[메드베젠꼬] 누그든지 물질과 영혼을 구별할 근거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영혼 그것 자체도 물직적 원자가 결합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의기 양양하게 뜨리끄오린에게) 어떻겠습니까. 저희들 교원들의 생활을 각본으로 써서 상연하면 어떻겠어요. 정말 괴로운 생활이니까요!
[아르까아디나] 정말 그래요. 그렇지만 각본이나 원자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 만들기로 해요. 참 상쾌한 밤이로군요!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귀를 기우린다) 참 좋아요!
[뿔리이나] 건너 편에서 들리는 소리예요. 사이 (69)
[아르까아디나] (뜨리고오린에게) 제 곁에 앉으세요. 십년이나--- 십오년전 이곳 호수에는 거의 매일같이 밤에는 음악이나 노래가 들여 왔습니다. 이 호숫가에는 지주의 저택이 여섯 있었거든요. 줄곧 웃음 소리나 속삭이는 소리 그리고 총 쏘는 소리가 들려와서 늘 여러 가지 로맨스가 있었던걸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당시 이 여섯 채의 지주 저택의 Jeune Premier에서 인기를 집중 했던 이를 소개해 드리겠어요. (도오른에게 힐끗 눈뾵하면서) 이 의사선생님 에프게에니. 세르게예비치였습니다. (70) 지금도 이 어른께서는 상당히 매혹적입니다만 그 당시로 말하면 그 야말로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건 그렇다하고 저 마음이 좀 거리끼기 시작해요. 재가 왜 그 가련한 애를 모욕했을까요? 저 걱정스러워요. (커다란 소리로) 꼬오스짜! 얘야! 꼬오스짜야! (71)
[니이나] (가설무대 뒤에서) (74) 인제 계속하지는 않을 것 같은니까 저 나가도 괜찮어요. 안녕하세요! (아르까아디나와 뽈리이나. 안드레예프나에게 키스한다)
[소오린] 브라아보! 브라아보!
[아르까아디나] 브라아보! 브라아보! 저희들 아주 반해버렸어요. (75) 그렇게 훌륭한 몸맵시와 그러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런 시골구석에서 처박혀 있다니 안 될 말이예요. 죄악이예요, 당신에게는 틀림없이 재능이 있어요. 아시겠어요! 당신은 무대 서야할 의무가 있지요!
[니이나] 오오, 그건 저의 공상이예요! (한숨을 지으면서) 결코 실현될 수는 없을 공상이예요.
[아르가아디나] 그걸 누가 단정하겠어요! 자, 이분을 소개해 드리지요! 이 분은 보리이스. 알렉세예비치. 뜨리고오린. (76)
[니이나] 아이, 저 정말 기뻐요---(어쩔줄 모르는 모양으로) 저 선생님의 작품을 애독하고 있어요---
[아르가아디나] (니이나를 자기 옆 자리에 앉게 하고는) 조금도 어려워하지 마세요 이분은 명성을 가지셨지만 순박한 분이시니까요. 이것 보세요 오히려 이편이 어려워하시는 걸요.
[도오른] (77) 인제는 막을 여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샴라아예프] (커다란 소리로) (78) 야아꼬프, 자 막을 열게! 막이 오른다.
[니이나] (뜨리고오린에게) 참 이상스런 각본이지요?
[뜨리고오린]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열심히 연기를 해 주셔서요. 그리고 배경이 아름다웠기 때문에요. (사이) (79) 이 호수에는 아마 물고기가 많겠어요.
[니이나] 그래요.
[뜨리고오린] 전 낚시질을 좋아합니다. 저녁때 물가에 앉아서 낚시질을 보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은 별로 없을 줄 압니다.
[니이나]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창조의 기쁨을 맛본 사람에게 있어서 그 외의 즐러움은 다시 없을 것 같애요.
[아르까아디나] (웃으면서) 그런 말씀은 하시는게 아니예요. 이 분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면 이상 더 입을 열지도 못 하실거예요. (80)
[샴라아예프] 잊지도 않았읍니다.언젠가 모스크바의 오페라극당에서 저 유명한 실바가 저음도를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난데없이 계획적인양 상측석에서 <<브라아보, 실바!>>라는 완전히 한 옥타아브 낮은 소리를 않았겠습니까. 어떻게 놀랐는지 몰라요! 이렇습니다 (낮은 베이스음으로) 브리아보, 실바--- 순간 극장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 졌습니다. (사이) (81)
[도오른] 조용한 천사가 날아든게로군요. (82)
[니이나] 전 물러나야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아르까아디나] 어디로? (83) 이렇게 일찍 어디로 가신단 말씀이세요 저희들이 보내지 않을 테예요.
[니이나] (84) 아버지가 기다리셔요.
[아르가아디나] 정말, 그이는 뭘 그러실까--- (키스한다) (이 지시는 잉크로 지워져 있다) 그럼 하는 수 없군요. 섭섭해요, 보내려니 정말 섭섭해요. (85)
[니이나] 저도 여기를 떠나가는게 얼마나 섭섭하지 몰라요! (86)
[아르가아다나] 누가 바래다 드렸으면 좋을 텐데.
[니이나] (놀라며) 아니, 아니예요!
[소오린] (그녀에게 빌듯이) 좀 더 있다 가세요!
[니이나] 안되겠어요, 뽀오뜨르. 니꼴라예비치씨.
[소오린] 한 시간 만이라도 더 계세요, 한 시간이면 괜찮아요. 뭐 어떻겠어요---
[니이나] (조금 생각해 볼 눈물을 지으면서) 안되겠어요! (악수할 빠른 걸음으로 퇴장)
[아르까아디나] (87) 참말 불행한 처녀예요. 저 애의 돌아가신어머님께서 그 막대한 재산을 한 까베이까 남기지 않고 그 남편에게 물려주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그이는 그 걸 몽땅 그의 후처에게 줘버려서 저 처녀에게는 한 푼도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 불쾌한 이야기지.
[도오른] 그래요. 처녀의 아버지란 사람은 말 못할 호래 아들입니다. 암, 틀림없어요 (88)
[소오린] (언 손을 문지르면서) 여러분, 이젠 헤어집시다. 습기가 끼기 시작합니다. 전 다리가 아파와요.
[아르까아디나] 오빠 다리는 마치 나무로 만든 것 같군요. 간신히 걸으시네. 그럼, 갑시다. 불우한 영감님. (89)
[샴라아예프] (아내에게 손을 내밀면서) (90) 마담!
[소오린] (91) 개 짖는 소리가 또 들려오는군. (샴라아예프에게) 일리야. 아파나아사예비치씨, 저놈을 놓아 주도록 말씀해 주실 수 없으세요.
[샴라아예프] 안돼요. 뽀오뜨르. 니꼴라아예비치씨. 창고에 도둑이라도 들면 큰 일이예요. 수수가 가득 들어 있으니까요. (92) (나란히 걷고 있는 메드베젠꼬에게) 사실입니다. 완전히 한 옥타아브 낮은 소리로 <<브라아보. 실바!>.라고 했단 말씀이예요. 근데 이게 직업적인 성악가가 아니라 교회의 성가대란 말씀입니다.
[메드베젠꼬] 근데 교회의 성가대원들을 보수를 얼마나 받습니까? 도오른을 제외하고 모두 퇴장.
[도오른] (93) (혼자서) 내가 아무것도 그런지, 또는 내 머리가 돌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하튼 나는 그 각본이 마음에 들었어. 거기에는 무엇인지 있어. 그 처녀가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라든가 그리고 악마의 붉은 눈이 나타났다고 할 때라든가 나는 흥분하여 손이 떨릴 정도였어. 산뜻하고 나이브하다--- (94) 아아, 마침 그 사나이가 오는군. 될 수록 좋은 말로 대해서 그를 기쁘게 해야겠는 걸. (95)
[뜨레예쁠례프] (등장) 이젠 아무도 없구먼. (96)
[도오른] 내가 있소. (97)
[뜨레예쁠례프] 마아센까가 나를 찾아 정원안으로 뒤지고 있습니다. 정말 즉을 노릇이요.
(98)
[도오른] 곤스딴찐. 가브리일로비치씨, 난 당신의 희곡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 매우 색다른 것이었고 마지막 판은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단히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신에게는 재능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쓰세요. 뜨레예쁠례프, 그의 손을 꽉 쥐고 와락 껴안는다.
[도오른] (99) 제기랄 꾀 신경질적이로군. 눈에 눈물까지 고였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말씀입니다. 당신은 테에마를 추상적인 사상의 세계에서 택 하셨습니다. 그건 있을수 있는 일인 즉, 예술적인 작품은 반드시 무엇인가 커다란 사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진지한 것 만이 아름다운 법입니다. 근데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하시요---
[뜨레예쁠례프] 말하자면--- 계속하라는 거지요?
[도오른] (100) 그렇소---다만 중요하고 영원한 것 만을 쓰라는 겁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나는 여러 가지 색다른 취미와 생활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족하고 있읍니다만, 만약에 내가 예술가들이 창작할 때 체험하는 정신의 상승을 느끼는 일이 있다고 하면 그때야말로 나는 나 자신의 생활을 덮고 있는 물질적 껍데기나 거기 부속되어 있는 모든 것을 경멸하고 이땅위에서 될 수록 고차원의 세계로 올라가 벼렸으리라 생각된니다. (101)
[뜨레예쁠례프] 실례합니다만, 자레예치나야가 어다 있는지 모르시겠습니까?
[도오른] 그리고 하나 더, 작품에는 뚜렷하고 일정한 사상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으로 말씀하도라도 자신이 뭣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 그것을 알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지 않고 만약에 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길을 일정한 목적도 없이 나아간다면 당신이라도 길을 잘 못 들어 자신의 재능 때문에 오히려 몸을 망치는 결과가 되고 말 거예요.(102)
[뜨레예쁠례프] 실례합니다만. 자레예치나야가 어디 있는지 모르시겠습니까?
[도오른] 그리고 하나더, 작품에는 뚜렷하고 일정한 사상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으로 말씀하도라도 자신이 뭣 때문에 쓰고 있는지 그것을 알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지 않고 만약에 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길을 일정한 목적도 없이 나아간다면 당신이라도 길을 잘 못 들어 자신의 재능 때문에 오히려 몸을 망치는 결과가 되고 말 거예요. (102)
[뜨레예쁠례프] (못 견디겠다는 듯) 자레예치나야는 어디 있습니까?
[도오른] 집에 갔습니다. (103)
[뜨레예쁠례프] (낙담하여)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습니다---아무래도 만나지 않으면 안되겠어요! 가겠습니다.--- (104) 마아샤등장, (이 지시는 잉크로 삭제되어 있다)
[도오른] (뜨레예쁠례프에게) 여보게, 진정하게,
[뜨레예쁠례프] 여하튼 저는 가겠습니다. 가지않을 수 없습니다. (105)
[마아샤] 꼰스딴찐.가브일로비치씨 댁에 돌아가세요. 당신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셔요, 아주 걱적하고 계세요. (106)
[뜨레예쁠례프] 정말 가벼렸다고 전해주세요, 여러분, 부탁이니 제게 상관치 말아 주십시요!
가만 둬 주세요! 저를 따라 다니지 마십시오! (107)
[도오른] 아니, 아니, 아니, 여보게--- 그럼 못써---좋지 않는 일이야. (108)
[뜨레예쁠례프] (눈물을 지으면서) 안녕히 계십시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퇴장)
(109)
[도오른] (한숨을 짓는다) 룪은이들란, 젊은들이란, 어쩔 수 없군!
[마아샤] 하실 말씀이 없어지면 곧잘 젊이들이란 젊은이들이란 어쩔수 없다고 하세요---
(코로 담배 냄새를 맡는다) (110)
[도오른] (그녀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덤 불 속에 내던진다) 나쁜 습관이에요 (사이)
(111) 집에서 음악을 시작하는 모양이로군, 가야겠어요.
[아아샤] 잠깐 기다려 주세요. (112)
[도오른] 뭡니까?
[마아샤] 전 한번 더 당신에게 말하고 싶어요. 잠깐 이야기가 하고 싶어요--- (흥분한다) 전 아버지가 싫어요---그래도 당신은 그리워요. 웬일인지 저는 진심으로 당신이 저와 가까운 것 같이 느껴져요.! 저를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바보같은 짓을 해서 제 스스로 저의 생활을 파탄시키고 말겠어요! 이상 더 어떻게 할 수 없어요---(113)
[도오른] 뭣 말씀이세요? 뭘 도우시라고 그러세요?
[마아샤] 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그 아무도 저의 고민을 알지 못해요! (그의 가슴에 며리를 묻고 조용히) 저는 꼰스딴찐을 사랑해요.
[도으른] 어째서 모두가 이렇게 신경질적일까! 왜 이렇게들 신경질이야! 그리고 사랑이 왜 이다지 많이---오오. 마술의 호수여! (부드럽게) (114) 얘.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말해 봐라.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 (115)
-막-
[막] 제 2막
자그마한 크로케트 장. 오른쪽 구석진 곳에 커다란 테라스가 달린 집에 호수가 보이고 거기반사 되어 해가 번쩍빛나고 있다. 화단. 정오. 무덥다. 크로케트장의 옆에 오랜 보리수 그늘에 벤치가 있고 거기 아르까아디나, 도오른, 마아샤가 앉아 있다. 도오른의 무릎 위에는 펼쳐진 책.
[아르까아디나] (마아샤에게) 자. 일어서 봐요. (두사람 일어선다) 나란히 섭시다. 당신은 스물두살이고 나는 거의 그 두배요. 예프게에니. 세르게예비치씨,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룪어 뵈요?
[도오른] 물론 당신입니다.
[아르까아디나] 그렇지요---그게 웬 일까요? 그건 일하기 때문예요, 느끼기 때문이예요. 나는 언제나 분주히 돌아다니는데 당신은 늘 한군데 들여 박혀서 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거예요--- 그리고 내게는 규칙이 있어요--- 결코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는 늙는다는 일, 죽는다는 일을 생각해 본 일이 없어요, 운명을 피할 도리는 없거든요.
[마아샤] 그렇지만 전 오랜오랜 옛날에 임 세상에 태어 났던 것같이 느겨져요. 저는 제 생활을 마치 무한히 길다란 치마를 입은 것처럼 줄줄 끌고 있어요--- 그리고 산다는데 대해서 흥미를 느끼지 않을 때가 있어요. (자리에 앉는다) 물론 이런건 모두가 하찮은 일이예요. 어디 몸을 흔들어 이따위 생각은 모두 떨쳐 버리도록 하겠어요. (1)
[도오른] (조용히 노래한다) <<나의 꽃이여, 너 그녀에게 내말 전해다오---※>> (2)
[아르까아디나] 게다가 나는 영국사람처럼 예의가 발라요. 나는요 언제난 줄넘기라도 하는 것 같이 조심스러운 기분으로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언제나 tone iI faut (예절바르게) 로 몸치장을 하고 머리를 보살펴요. 잠깐 이 뜰까지 나올 때일망정 잠옷 바람으로 나오거나 머리를 벗지 않고 나온걸 보신 일 있으세요? 절대로 없어요. (3) 나는 어떤 여자들처럼 지저분한 꼴을 결코 스스로 용납지 않기 때문에 젊음을 언제까지나 간직할 수 있었던 거예요--- (4) (두손을 허리에 올리고 크로케트장을 거닌다) 이것보세요. 어린 새 같지요. 열 다섯 살 먹은 소녀의역, 이라도 할 수 있어요
[아르까아디나] (6) 네 쥐 이야기까지예요. (앉는다) 근데 절 주세요, 제가 읽겠어요. 제 차례예요. (책을 받아 흘터본다) 쥐 이야기까지이고--- 아, 여기다---(읽는다) <<그리고 말할 나위도 없이 사교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소설가들을 좋아하여 그들과 가까이 하는 것은 낟 알 장사가 그의 창고 안에서 쥐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여자가 문인을 골라잡고 그를 매혹하려고 할 때는 우선 예절과 애교와 순정들의 방법으로 그의 마음을 붙드는 것이다--- >> 어마나, 이런건 프랑스 같으면 있을지 몰라도 여기엔 없어요. 이따위 프로그램이 어디 있겠어요. 여기 여자들은 문인을 매혹하기 전에 먼저 그의 목덜미에 매어 달리는게 보통이예요, 양해해 주세요, 먼 델 돌아보실게 아니라, 저와 뜨리고오린의 경우만 봐도 그런걸요. 스틱에 몸을 의지하고 소오린 등장. 니이나도 함께 등장 메드벤젠꼬가 그 뒤로 빈 안락의자를 밀고 나온다.
[소오린] (어린애를 달fp듯이) (7) 그렇지요? 우리는 즐겁지요? 마침내 오늘 우린 즐겁게 됐지 (동생에게) 우리는 즐겁다! 니이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뜨베리로 떠나 가셨기 때문에 앞으로 사흘동안 자유스럽게 됐지.
[니이나] [아르까아디나와 나란히 자리에 앉아 그녀와 키스한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 프스케 의해서 삭제되어 있다) (8) 저 행복스러워요! 인제 저는 당신거예요.
[소오린] (자기 안락의자에 걸터 앉는다) 오늘은 무척 아름다워.
[아르까아디나] 참 맵시 있고 귀여워요--- 게다가 총명해요. (니이나에게 키스한다) 그렇지만 이 일을 그르칠가봐 너무 칭찬을 못하겠어요. 그런 그렇고 보리이스. 알렉세예비치는 어디있어요.
[니이나] 수영장 (「수영장」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대신 「거기서」라고 스타니슬라프스키는 기입하였다) 에서 낚시질을 하고 계셔요.
[아르가아디나] 싫증도 나지 않는가봐! (계속헤서 읽으려 한다)
[니이나] 그거, 무슨 책이세요?
[아르까아디나] 오빠상의 《술의》예요. (소리를 죽이고 몇줄 읽는다) 이 앞으로는 별로 재미도 없거니와 사실도 아니예요. (책을 덮는다) 저 기분이 우울해요. 아들 녀석은 뭐가 어쟀다는걸 까요? 뭣 때문에 그렇게 성가신 듯한 얼굴에다 잔뜩 찌프리고 있을까요? 매일 호수 위에서만 지내고 있기 때문에 요센 통 볼 수도 없어요.
[마아샤] (환희를 억 누르면서) 그의 자신이 그걸 읽으실 때는 눈이 타는 것 같애요. 얼굴이 창백해져요. 그이의 목소리는 아름답고 슬퍼요. 그리고 제스츄어는 마치 시인 같애요.
소오린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12)
[도오른] 안녕히 주무십시요.
[아르가아디나] 뻬뜨루우샤
[소오린] 무어---
[아르까아디나] 주무세요?
[소오린] (13) 아 아니.
사이.
[아르까아디나] 왜 치료하지 않으실까? 그럼 안되요, 오빠.
[소오린] (14) 나는 즐거이 치료를 받을 생각이지만 이 선생님께서 싫으시다는거야.
[도오른] 예순 살이 돼 가지고 무슨 치료를 하신단 말씀이세요!
[소오린] 예순 살이라도 살고 싶은 걸 어떡허란 말이요.
[도오른] (성가시다는 듯) 에그---그럼 김쵸유라도 마시세요. (15)
[아르까아디나] 오빠는 어디 온천으로라도 가시면 좋은 건데 그러세요.
[도오른] 그야 물론 가셔도 좋아요. 그렇지만 안가셔도 상관 없습니다 (16)
[아르가아디나] 어려운 말씀이신데요. (17)
[도오른] 어려울 것 없습니다. 뻔한 소린 걸요.
사이.
[메드베젠꼬] 뵤오뜨르. 니꼴라예비치씨는 담배를 끊으시는게 제일 이예요.
[소오린] 그건 말도 안돼요.
[도오른]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술이나 담배는 개성을 빼앗은 겁니다. 당신이 담배를 피고 보드까를 한병 드리키고 난 뒤에는 이미 뽀오뜨르.니꼴라예비치가 아니라 뽀오뜨르. 니꼴라예비치 더하기 아무 아무게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자아가 녹아 버려서 당신은 당신 자신을 제 삼인칭인--- 그 사람으로서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18)
[소오린] (웃는다) 당신은 말을 잘 하십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생활을 더해 왔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어떻습니까? 저는 법무부에 이십팔년이나 근무해 왔음으로 생활이란 걸 해 보지 못했고 따라서 아무런 경험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생활을 희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당신은 자신이 배가 부르니 아무일에도 흥미가 없어서 걸핏하면 철학을 들멱거리지만, 나로서는 생활이 하고 싶으니 식사때 헤레스주를 미사거나 여송연을 태우거나 해서 여러 가지로 변화를 지어보려 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그렇단 말입니다.
[도오른] 사람은 더욱 진지한 태도로 인생에 대해야 할 줄로 압니다. 예순이되어 치료를 한다든가 젊었을 때 충분히 즐기지 못했음을 억울하게 생각하는 따위는 실례지만 경박이라고 하는 겁니다.
[아르까아디나] (22) 아아 권태스럽다고는 하지만 이 그리운 시골 구석의 권태보다 더한 게 있을까? 덥고 조용하고 모두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철학적인 논의만을 일삼고 있으니--- 여러분들, 당신들과 같이 있는 것도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 그래도 방 구석에 처박혀서 대사라도 외고 앉았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를 일이예요!
[니이나] (감격하여) 옳소! 전 그 말씀을 이해 하겠어요.
[소오린] 몰론 도시가 낮지 . 자기의 서재에 앉아 있으면 하인은 승낙없이 아무나 들어 보내지 않은 전화가 있겠다--- 거리에는 마차가 있겠다. 어디 없는게 있을라구---
[도오른] (노래한다) <<나의 꽃이여, 너 그녀에게 내말 전해다오--->> (23) 샴라아예프, 뒤따라 뿔리아나, 안드레예프나, 등장. (24)
[샴라아예프] 여기들 계시는군요. 안녕하셨어요.! (아르까아디나와 그리고 이어 니이나의 손에 키스한다) 몸성하신 모습을 보니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아르까아디나에게) 집의 사람의 말로는 당신과 함께 시내로 가리라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아르까아디나] (25) 그래요,그럴 생각이예요.
[샴라아예프] 음--- 그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마님께서는 대체 뭘 타고 가실 생이신지요? 오늘 저희들 집에서는 쌀보리 운반을 하고 있고 일꾼들은 모두가 바쁩니다. 그런데 말을 타고 가시려는지 알고 싶은데요?
[아르까아디나] 어떤 말을 타고 가느냐고요? 제가 그런걸 알 수 있겠어요!
[소오린] 집에는 외출용 말이 있지.
[샴라아예프] (흥분하여) 외출용이라고요? 그렇지만 마구를 어디서 얻으란 말씀이세요? 어디서 마구를 얻겠습니까? 놀라운 일입니다!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마님! 실례지만 저는 당신의 재능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 당신을 위해서라면 생애의 십년 쯤은 바쳐도 아깝지 않을 각오지만 아무래도 말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아르까아디나] 그렇지만 나로서는 꼭 가야하겠다면 어쩔테요! 모를 일이예요!
[샴라아예프] 마님! 당신은 살림이란걸 도무지 모르십니다.
[아르까아디나] (발끈 성을 내면서) (26) 또 상투적인 말문이 터졌군요! 그렇다면 오늘 나는 모스크바로 가버리겠어요. 마을 안을 뒤져서 말을 얻어 오도록 분부하세요, 그렇지않으면 난 정거장까지 걸어서 갈테예요! (27)
[샴라아예프] (발끈 성을 내면서) 그럼 저는 직책을 물러나겠습니다! 다른 지배인을 찾도록 하십시오! (퇴장) (28)
[아르까아디나] 매년 여름 이 모양이예요. 매 여름마다 여기와서는 모욕을 받곤 해요.!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테예요! 왼쪽 수영장 쪽으로 퇴장. 이윽고 뒤에있는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낚싯대와 바께쓰를 든 뜨리고오린이 뒤 따른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프스키에 의해서 삭제 되었다)
[소오린] (분하듯) 너무 심한체!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를 일이야! 인제 아주 지긋지긋해 졌어. 말을 있는데로 전부 끌고 와!
[니이나] (뽈리이나, 안드레예프나에게)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 같이 유명한 예술가의 부탁을 거절하다니! 그 분의 부탁이라면 그게 아무리 그분이라해도 살림이 보다 중요한 일이 아니겠어요? 정말 뜻밖이예요! (29)
[뿔리아나] (절망적으로) 제가 어떡하겠어요? 저의 처지가 되어 좀 생각해 봐 주세요--- 제가 어떡허겠어요?
[소오린] (니이아에게) 동생한테로 가봐주세요--- 가지 말도록 부탁해 보십시다. 그래야겠지요? (샴라아예프가 간 뒤를 바라보면서) (30) 참을성 없는 사나이로군! 고집쟁이야!
[소오린] 네,네, 두려운 노릇입니다. --- 그렇지만 그는 나가지 않을 겁니다. 제가 가서 이야기를 하고 오겠어요. 도오른과 뿔리이나, 안드레예프나를 남겨놓고 모두 퇴장. (31)
[도오른] 주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당신 남편같은 사람은 모가지가 달아나는게 당영할테지만, 결국은 저 할아범 뽀오뜨르.니꼴라아예비치가 그의 누이동생과 함께 사과할 것이 틀림없어 어디 두고 보세요!
[뽈리이나] 주인은 외출용 말을 뜰에 내 놓았어요. 그러니 매일같이 이런 일이 있지 뭐예요. 제가 얼마나 속이 상하는지 여러분은 모르실거예요! 속상해 죽겠어요. 이 떠는 모양을 좀보세요--- (32) 이상 더 그이의 무례한 짓을 보고 있을 수 없어요. (비는 듯) 네, 예프레에니. 저의 소중한 님이시요, 저를 데려가 주시요! 세월은 자꾸 흐르고 이미 우리의 젊은 시절은 지나가 버렸으니 생애의 마지막판에서일망정 남의 눈을 피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보도록 해요--- 사이.
[도오른] 내 나이 이제 쉰 다섯이요. 생활을 고치기에 너무 나이가 많소.
[뽈리아나] 당신이 싫다고 하실 줄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저 이외에도 가까이 지내는 여성이 또 있으니까요. 그 여자를 전부 데려가실 수는 없을 테니까요. 알겠어요. 실례하겠어요, 전 당신이 이제 미워 졌어요. 니이나, 집근처에 나타난다. 꽃을 꺽고 있다 (33)
[도오른] 천만에 그럴수가 있다.
[뽈리이나] 전 질투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어요. 물론 당신은 의사이기 때문에 여성을 피할 수는 없겠지요. 그건 알고 있지만---
[도오른] (가까이 온 니이나에게) 어떻게 됐습니까?
[니이나] 이리아나. 니꼴라아예프나는 울고 있고 뽀으뜨르, 니꼴라아예비치씨는 천식을 일으키고 계셔요.
[도오른] (일어난다) 그럼 가서 두분에게 길초유를 마시게 해야지--- (34)
[니이나] (그에게 꽃을 준다) 받아 주십시요!
[도오른] merci bien (감사합니다.) (집쪽으로 간다)
[뿔리이나] (그와 같이 가면서) 참 예쁜 꽃이예요! (집 근처에서 목멘소리를 ) 제게 그 꽃을 주세요. ! 제게 그꽃을 줘요!
꽃을 받아들자 갈갈이 꺽어서 길 옆에 버린다. 두사람은 집안으로 들어간다) (35)
[니이나] (혼자서) (36) 저렇게 유명한 배우가 저렇듯 하찮은 일을 가지고 울다니 정말 모를 일이야! 그리고 저렇게 유명한 작가.대중의 인기를 모으고 있고 어떤 신문에든지 나고 초상화가 팔리고 그 작픔이 외국어로 번역되는 사람이 온 종일 낚시질만을 하고 앉았고 붕어가 두 마리 잡혔노라고 그렇게 좋아하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야. 유명한 사람이라면 품위가 있고 거만하고 대중을 경멸하고. 그 명예와 찬란한 명성으로 해서, 대중들이 가문이나 금력을 무엇보다도 우러러 보는데 대해 대항(단젠꼬는 ※「대항」이라고 같은 말을 하나 더 첨가했다) 하고 있는 줄 나는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저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울기도 하고 낚시질도 하고 화투를 치고 웃기도하고 성을 내기도 하지 않어
[뜨레예쁠례프] (모자를 쓰지 않고 총과 죽은 갈매기를 가지고 등장) (37) 당신 혼자세요?
[니이나] 혼자예요. 뜨레예쁠례프, 그녀의 발 앞에 갈매기를 놓는다. (38)
[니이나] 이건 왜 그러세요?
[뜨레예쁠례프] 저는 오늘 이 갈매기를 쏘아 죽이는 따위의 바보짓을 저질렸습니다 이것을 당신의 발 밑에 바치겠습니다.
[니이나] 이게 웬일이세요? (갈매기를 집어들고 들여다 본다)
[뜨레예쁠례프] (사이를 두고) (39) 이윽고 꼭 이와 마찬가지로 저는 자신을 죽여버리고 말거예요.
[니이나] 당신이란 분을 알 수가 없어요.
[뜨레예쁠례프] 그렇지요, 제가 당신을 이해할 수 없게 된 이후부터 말씀이요. 제게 대한 당신의 태도는 아주 변했어요. 당신의 눈은 쌀쌀해졌소. 나란 존재가 당신에게 귀찮은 모양이로군요.
[니이나] (40) 요새 당신은 무척 신경을 곤두세우고 줄곧 무엇인지 상징적인 이해할 수 없는 말씀만 하고 계셔요. 이 갈매기도 아마 그 상징이겠지요. 허지만 용서하십시요. 저는 이해 할수 없어요--- (갈매기를 벤치위에 놓는다) (41) 전 너무 단순해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나 봐요.
[뜨레예쁠례프] 이러한 상태는 내 각본이 여지없이 실패하고만 바로 그날 밤에 비롯한 거요. 여자란 실패를 용납지 않으니까요. 전 그걸 태워 버렸습니다. 마지막 한 조각까지 죄다 태워버리고 말았어요. (42)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당신은 모르실거요! 당신이 쌀쌀해진 것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기 때문에 거의 믿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마치 눈을 뜨고 보니 별안간 이 호수가 바짝 말라 버렸든가 땅속에 흘러 버리기 라도 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당신은 지금 금방 너무 단순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셨지요. 대관절 뭘 이해하지 못하겠단 말씀이세요! 당신은 내 각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감격을 경멸하고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시시 껄렁한 부류와 같이 보게 된 겁니다--- (발을 구르면서) (43) 나는 그걱 똑똑히 알고 있소. 아주 똑똑히 알고 있어요, 나는 마치 머릿속에 (44) 못이라도 박힌 것 같소. 이 따위 머리는 내 무기력과 함께 저주를 받는 편이 낫소. 이 무기력이 내 피를 빠는거요. 뱀과 같이 피를 빠는거요--- (책을 읽으면서 걸어오는 뜨리고오린을 보고) (45) 저기 진짜 천재가 오고 있소. (46) 햄리트와 같은 걸음 걸이에다 그와 같이 책을들고 있소 (비웃는다) <<언어여, 언어여, 언어여---)>> (47) 태양은 아직 당신 곁에 오기도 전에 당신은 벌써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당신의 눈은 그의 광채에 녹아들었소--- (48) 방해는 하지 않으리다. (빠른 걸음으로 퇴장)
[뜨리고오린] (노우트에 기입하면서) (49) 담배 냄새를 맡고 보드까를 마신다--- 늘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교사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니이나] (50) 안녕하세요. 보리이스. 알렉세에비치씨!
[뜨리오고린] 안녕하십니까. (51) 사정이 이상스럽게 돌아가서 우린 오늘이라도 떠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52) 서로가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겠군요. 섭섭한 일입니다. 제게는 젊은 처녀, 젊고 재미있는 처녀들과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십팔구 세의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가졌던지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또 그것을 똑똑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 소설을 등장하는 젊은 처녀들은 모두가 거짓입니다. 저는 비록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당신의 처지가 되어서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전체적으로 당신이란 어떤 사람인지 그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니이나] 그렇지만 저는 잠시라도 좋으니 선생님의 처지가 되어 봤으면 좋겠어요. (53)
[뜨리고오린] 왜요?
[니이나] 유명한 천재적인 작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걸 알고 싶기 때문이예요. 유명하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유명하다는 데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께세요?
[뜨리고오린] 어떻게냐고요? 아마 아무렇게도 않겠지요. 거기 대해서는 생각해 본 일도 없으니까요. (생각에 잠긴다) 그런데 말씀이지요. 당신이 저의 명성을 과장하고 계시거나, 일반적으로 말해서 명성이라는게 도대체 느낄수 없는 것이거나 이 두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니이나] 신문에서 자신에 관계된 기사를 읽으실때는 어떠세요?,
[뜨리고오린] 칭찬을 들었을 땐 기쁘고 악평을 들었을땐 이 삼일 동안 기분이 나쁘지요.
[니이나] 이상한 세계로군요! 제가 선생님을 얼마나 선망하는지 선생님은 아마 모르실거예요! 인간의 운명이란 참말 가지가지예요. 한편에는 고달프고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보내고 모두가 한결같이 불행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선생님과 같이, 백만명에 한 사람 정도일 선생님 같이 재미있고 화기에 차고 의의 있는 생활을 보내시는 분도 계셔요--- 선생님은 행복하셔요!!
[뜨리고오린] 제가요! (어깨를 움찔하면서) 음---당신께서는 명성이니 행복이니 또는 화기에 찬 재미있는 생활이니 말씀하시지만 제게 있어서 그렇게 아름다운 말은 실례지만 여태껏
맛도 보지 못한 드롭프스같은 겁니다. 당신은 매우 젊고 착하십니다.
[니이나] 선생님 생활은 아름답습니다.
[뜨리고오린] 도대체 어디가 그처럼 좋단 말씀이세요? (시계를 들여다 본다) 전 이제 가서 작품을 써야겠습니다. 양해 하십시오. 전 시간이 없습니다--- (웃는다) 그렇지만 당신은 나의 소위 제일 귀여운 물집을 밟아 주셨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상기하여 조금성을 냈습니다. (54) 그럼 어디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자 뭣으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까? (조금 생각하고) 사람이 이를 테면 낮이나 반이나 달에 관에서만 생각할 때 흔히 강박관념이라는 것을 말하게 되지요. 제가 꼭 그와 같은 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곧 낯이나 밤이나 쓰지 않으면 안된다. 쓰지 않으면 안된다. 쓰지 않으면 안된다--- 는 하나의 악착스러운 관념이 저에게 엄습해 읍니다. 이윽고 소설하나를 쓰기가 바쁘게 웬일인지또 다른 소설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또 다음 그리고 또 다음--- 이런식으로 나는 마치 역마차에라도 타고 있는 것 같이 줄 곧 써제껴야지 가만 있을 수가 없어요. 여기에 도대체 무슨 아름다움과 화기가 있겠습니까? 정말 얼마나 따분한 생활인지 몰라요! 지금 저는 당신과 같이 있으면서 흥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쓰다 만 소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잠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저 피아노와 닮은 구름을 보고 있지요. 그러면 저는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어떤소설에다가 피아노와 닮은 구름이 흐르고 있다고 써야한다고 말씀이지요 헬리오트로프의 냄새가 난다. 그러면 별안가 머릿속을 획 지나 갑니다. -달콤한 향기, 미망인의 꽃, 이건 여름날 저녁 때의 묘사에 써 먹자, 이 식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당신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어도 당신의 말 한마디 당신의 낱말 하나를 붙잡아 둬서 얼른 그것을 저의 문학속에 발아 넣습니다--- 언제가는 쓰일 날이 있으리라는 거지요! 일이 끝나면 극장이나 낚시질 하러 달려갑니다. 행여 거기서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쉬어 보자고 생각해서 입니다. 그렇지만 헛일이예요.--- 머리 속에는 이미 무거운 무쇠포탄이---말하자면 새로운 제목이 빙글빙글 맴 돌고 있어서 책상에로 마음을 이끌으므로 급히 집으로 가서 또 쓰기 시작해야만 될 판입니다.
늘 이렇기 때문에, 늘 이런 식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저 자신을 위해서 마음이 가라 앉을 때가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저 자신과 저의 목숨을 파먹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누군가를 주기 위해서, 넓은 공간에 뿌려 줄 꿀을 위해서 자기의 가장 중요한 꽃에서 ?가루를 모으는 결과 꽃을 그르치는 정도가 나니라, 뿌리까지 짓밟아 버리는 셈입니다. 이래도 정신이 온전타고 할 수 있을까요? 이래도 나의 친지나 동료들이 나를 건강한 인간으로 대해 줄까요? <<지금 뭘 쓰고 계셔요? 다음번에는 뭘 보내 주시렵니까?>> 언제나 똑같은, 언제나 똑 같은 질문입니다. 그러므로 저에게는 이러한 친지들의 배려나 칭찬, 그리고 감탄이 마치 거짓말 같이 생각됩니다. 사람들이 병자를 속이는 것처럼 나를 속이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는 당장에 누가 뒤로 살짝 다가와서 저 뽀쁘리이시친 (고골의 「광인일기」의 주인공---역자주) 과 마찬가지로 정신 병원으로 끌어가지나 않을는지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겨우 글을 쓰기시작했던 일생의 가장 즐거운 청춘시절, 그 당시의 저의 문필생활을 한 개의 끊임 없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병아리 문인들은 특히 세평이 그다지 좋지 않을 시기에 있어서는 자기 스스로가 재주 없고 투박스럽고 무용지물인 것 같애서 신경과민 이 되어 불안 상태에 빠지고 신경질이 됩니다. 그리고 문학이나 예술에 관계해 있는 사람들의 주위를 아무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또 아무의 주위를 끌지도 못하면서 마치 돈 떨어진 도박꾼 같이,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대담하게 바라 볼 용기조차 없이 또 어떻게 억제할 수도 없이 그저 빌빌 거닐고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독자를 본 일은 없지만 독자들이란 웬일인지 나의 상상에 비우호적이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 상상되었어요. 나는 대중을 두려워 했습니다. 그것이 무섭게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새로운 각본이 상연될 때에는 언제나 머리가 검은 사람은 내게 적개심을 품고 있고 금발을 가진 사람들은 차디찬 무관심으로 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던 것입니다. 오오. 이건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요. !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겠어요! (55)
[니이나] 실례의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인스패레이션이라든가 창작의 과정따위 같은 것이 고상한 행복의 순간을 주지는 않나요?
[뜨레고오린] 그렇지요. 쓸 때는 즐겁습니다. 교정을 볼 때도 즐거워요. 그러나---책이 되어 나오자마자 못견디게 불쾌합니다. 이건 이렇게 쓰는게 아니었다. 이건 못이다. 이건 쓰지말아야 했을 건대, 이러한 생각이 들어서 억울한 생각이 들고 기분이 언짢아 집니다---(웃는다) 반면에 독자들은 그것을 읽고는--- <<아아, 좋다 재능이 있다--- 참 좋아. 그러나 똘스또이와는 역시 비교가 안되는 군>>이라든가 <<훌륭한 작품이로다. 그러나 뜨르계sP프의 <아버지와아들>에 비하면 손색이 있지>> 라도들 말 합니다. 무덤 속으로 들어 갈 때까지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든요. 그저 참 좋다. 재능이 있다. 참 좋다. 재능이 있다 뿐이지 이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죽은 뒤에는 친지들이 무덤옆을 지나치면서 이런 말을 하겠지요!
<<여기에 뜨리고오린이 누어있다. 뜨리계네프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꽤 좋은 작가였다라고>>
[니이나] 실례되는 말씀이겠지만 전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저 성공에 취해 버리신거예요.
[뜨리고오린] 어떤 성공 말씀입니까? 난 여태 한번도 거기에 만족해 본일이 없습니다. 나는 작가로서의 나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 일은 내가 일종의 독기에 싸여 있어서 자기자신이 뭘 쓰고 있는지 똑똑히 알지 못 할 때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나는 이물이나 나무, 그리고 하늘을 좋아 합니다. 나는 자연을 느낌이다. 그러면 자연은 내 가슴속에 열정을 불러 일으켜서 쓰고 싶다는 억누를 길 없는 욕구를 북돋아 줍니다. 그러나 나는 단순한 풍경 화가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조국을 사랑하고 민중을 사랑합니다. 나는 작가인 이상 자연히 민중에 관해서나 그 괴로움이나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과학에 관해서도 인류의 권리에 대해서도 기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제다가 사람들이 여기 저기에서 나를 따르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나는 마치 사냥개에 쫓기는 여우 모양 여기 저기에 몰려다니는 셈이지요. 이런 까닭으로 인생과 과학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데 나란 인간은 마치 기차를 놓친 촌뜨기 모양으로 점점 뒤로 처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나는 결국 단지 풍경화를 그리고 있음을 지나지 않는다. 그 이외의 반면엔 가짜다. 골수까지 가짜라고 느끼게 되는 거예요.
[니이나] 선생님께서는 일을 너무 하시기 때문에 자신의 값어치를 느낄 틈도 호기심도 가지지 않으시는 게예요. 그러니 선생님께서 아무리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불만을 품으신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만약에 제가 선생님과 같은 문인이라면 저는 대중들을 위해서 전 생애를 다 바치겠 읍니다. 허지만 그러한 경우에 저는 대중의 행복은 다만 저와 같은 높이에 까지 향상시킬 수밖에 도리가 없노라고 틀림없이 의식 했을거예요. 그러면 대중은 저를 전차에 태우고 돌아 다니겠지요.
[니이나] 저는 작가라든가 여배우라든가 하는 행복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라면 이웃 사람들의 미움이나 가난이나 실망같은 건 참아나가며 다락방에 살고 검은 빵을 먹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거고 자기 불만이나 스스로의 모자람을 의식하는 괴로움도 달게 받겠어요. 그렇지만 그 대신 저는 명성을 요구해요--- 실속있는 당당한 명성을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아,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요--- 푸우--- (56)
[아르까아디나] (집으로 부터의 목 소리) 보리이스. 알렉세예비치!
[뜨리고오린] 나를 부르오--- (57) 아마 짐을 싸라는 거겠지. 그렇지만 더나기는 싫어 (호수 쪽을 바라본다) 아아, 참 좋다!--- 좋은데!
[니이나] 저것 보세요, 호숫가에 집과 뜰이 보이지요?
[뜨리고오린] 그렇습니다. (58)
[니이나] 저건 돌아가신 어머님의 저택이예요. 전 거기서 날았어요. 저는 여태껏 여기서 살아 왔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건 아무리 조그만 섬이라도 알고 있어요.
[뜨리고오린] 여긴 찬 좋은 곳이로군! (59) (갈매기를 보면서) 저건 뭡니까?
[니이나] 갈매기예요. 꼰스딴찐. 가브리일로비치가 저걸 잡았어요.
[뜨리고오린] (60) 어여쁜 새입니다.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소. (61) 어디이리아나 . 니꼴라예프나를 설득해서 좀더 있게 해 주세요. (노우트에 기입한다) (62)
[니이나] 뭘 적고 계세요?
[뜨리고오린] 네, 잠깐 적고 있읍니다---(63) 주제가 떠 올랐습니다! 자그마한 단편소설의 재료예요. 어떤 호숫가의 당신또레의 젊은 처녀가 한사람 어린 시절부터 살고 있습니다. 그 처녀는 갈매기처럼 호수를 사랑하고 갈매기처럼 행복스럽고 자유럽습니다. 그런데 한 사나이가 여기 나타나 그 처녀를 발견하고, 심심풀이로 마치 이 갈매기같이 처녀의 몸을 망쳐 줍니다.
사이. (64)
창문에 아르까아디나가 나타난다.
[아르까아디나] 보리이스. 알렉세예비치씨, 어디계세요?
[뜨리고오린] 곧 갑니다! (65) (가다가 니이나를 돌아다 본다. 창문가에서 아르까아디나에게) 왜그러세요?
[아르까아디나] (66) 떠나지 말아야겠어요. 뜨리고오린,집안으로 들어간다
[니이나] (푸트라이트에로 다가온다.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67)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제 3막
소오린가의 식당, 좌우의문, 찬장, 약품의 든 찬장, 방 한가운데 식탁, 트렁크와 종이상자등 있는 것으로 보아 출발준비가 된 모양이다. 뜨리고오린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마아샤는 식탁 옆에서 있다. (1)
[마아샤] 전 이런걸 모두 선생님을 작가로 알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용하셔도 괜찮아요. 저 정직하게 말씀드리지만요! 만약 그분의 상처가 중하다면 전 단 일분이라도 이렇거고 있을 순 없어요. 그런데 전 무척 용감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완전히 마음을 잡았어요! 이 사랑을 제마음속에서 뽑아 버리기로요, 뿌리째 뽑아 버리기로요.
[뜨리고오린] 어떤식으로 말씀입니까?
[마아샤] (2) 시집갈테예요. 메드베젠꼬에게 가겠어요.
[뜨리고오린] 그 선생님한테 가신단 말씀이세요.
[마아샤] 네.
[뜨리고오린] 모를 일인데요. 뭣 때문인지.
[마아샤] (3) 이루지 못할 사랑을 해서 만 일년, 늘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어요---시집만 가벼린다면 다시는 사랑같은건 할 수 없게될 데니 까요. 새로운 과업이 낡은 상처를 모두 삼켜버리고 말테니까요. 여하튼 뭣보다도 변화가 있고 볼 일입니다. (4) 한잔 더 하실까요?
[뜨리고오린] 이젠 되지 않았습니까?
[마아샤] 뭘 고걸가지고 그러세요! (양쪽 잔에 붓는다) (5) 절 그렇게 쳐다 보지 마세요.어자들이란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이 마시는 거예요. 남이 보는 앞에선 저처럼 마시는 여자가 별로 없지 만 남 몰래 마시는 여자는 많아요. 정말이예요. 더구나 그것들이 모두 보드가나 꼬냐끄거든요. (잔을 맞댄다)
(6) 건강을 빕니다! (7) 선생님은 소박한 분이시기 때문에 작별하기가 섭섭해요. (마신다)
[뜨리고오린] 저 역시 떠나기가 싫습니다.
[마아샤] (8) 그럼 좀더 머물도록 그이에게 말씀 드리시지요.
[뜨리고오린] (9) 안 됩니다. 더 머무르진 않을 겁니다. 아들이 극단적으로 보채고 있으니까요. 피스돌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할 뿐 아니라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제게 결투를 걸어 오리라고도 해요. (10) 도대체 어떡허린 말인지? 얼굴이 통통 부어 있거나 조롱해 보거나 새로운 형식이 이러니 저러니 해 보기도 하고--- 그렇지만 새로운것이나 낡은 것이나 같이 존재할 자리가 있는 겁니다! 서로 다툴 필요가 어디 있겠어요?
[마아샤] 게다가 질투도 섞였어요. 그건 제가 참견할 성질이 아니지만요. 사이, 야아꼬프가 트렁크를 들고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건너간다. 니이나 등장하여 창문가에 선다. (11)
[마아샤] (12) 저의 선생님은 그다지 똑똑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주 착한 사람이고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절 무척 사랑해주셔요. 그이가 가엾어요. (13) 그럼, 저의 앞날을 축복해 주세요.( 손을 꽉 쥔다) 여러가지로 배려를 베풀어 주셔서 뭣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14) 돌아가시거든 선생님의 책을 보내주세요. 꼭 싸인을 하셔야 해요. (15) 그렇지만 <<경애하는>>이라고는 쓰지마시고, 그저 <<육친의 정을 모르고 뭣 때문에 살아가는 지도 모르는 마리야에게 라고 간단히 써 주세요. 안녕! (퇴장) (16)
[니이나] (17) (주먹몥 손을 뜨리고오린 쪽으로 내밀면서) 하나예요. 반이예요?
[뜨리고오린] 하나입니다.
[니이나] (한숨을 지으면서) (18) 아니예요. 손안에 콩알이 하나 있을 뿐이예요. 배우가 될지 못될지 점을 쳐봤어요,누가 의논할 상대가 되어 줬으면 좋을 건대.
[뜨리고오린] (19) 그런데 무슨 의논이 필요하겠어요.
사이.
[니이나] 저희들 인제 이별이로군요. 그리고---다시는 뵙지 못하겠어요. (20) 이 조그만 메달을 기념으로 드리고 싶으니 받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21) 선생님 성함의 이니시얼을 새기게 했어요---그리고 이쪽에는 <낮이나 밤이나> 라느 선생님의 책의 제목을 새겼고요---
[뜨리고오린] 아, 참 아름답소! (메달에 키스한다) 매혹적인 선물입니다.
[니이나] 때때로 제 생각도 해 주세요.
[뜨리고오린] 여부가 있을라구요. (23) 그 맑은 날의 당신을 생각할 겁니다! 기억하시지요? 일주일쯤 전 당신이 밝은 색깔의 옷을 입고 나오셨을 때 말씀입니다.---우리는 여거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벤치위에는 하이얀 갈매기가 있었지요. (24)
[니이나] (생각에 잠겼다가) 그렇지요. 갈매기--- (사이) (25) 인제 이야기를 더 하지 못하겠어요. 누가 이리로 와요---떠나시기 전에 이분만 제게 시간을 내주세요. 소원이니---
왼쪽으로 퇴장. 동시에 오른쪽으로부터 아르까아디나 연미복에 훈장을 단 소오린, 이어 짐꾸
러기에 바쁜듯한 야아꼬프, 등장 (26)
[아프까아디나] 할아버지는 집에 계셔요. 그런 루머티스 병을 가지시고 마을로만 다니세요?
(26)
뜨리고오린에게) 지금 나간게 누구예요? 니이나지요.
[뜨리고오린] 그렇소.
[라르까아디나] pardon 방해를 했군요--- (앉는다) 이제야 꾸러진 모양이예요. 아이 고단해.
[뜨리고오린] (혼자서) 백이십일 페이지의 십일, 이행이라. 거기에 뭐라고 씌여 있더라? (아르까아디나에게) 이 집에 내가 쓴 책이 있었던가요?
[아르까아디나] 오빠 서재의 구석 책장안에 있어요.
[뜨리고오린] (30) 백이십일 페이지라--- (퇴장)
[아르까아디나] 절말 빼뜨루우샤, 집에 있어 줬으면 좋을건데---
[소오린] (31) 너희들이 가버리고 없는집엔 있기가 싫어.
[아르가아디나] 그럼 도시에 가신고 무슨 수가 있겠어요?
[소오린] 별로 신통한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웃는다) 자치회간의 지형이라든가 여러 가지 있으니까---비록 한 두시간이라도 좋으니 이새우같은 생활에서는 벗어나고 싶단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마치 낡은 파이프퍼럼 너무 오랬동안 움직이지 않는게 되니까. 한시까지 마차를 준비하도록 이야기 해 두었다. 같은 시걱에 집을 떠나도록하지.
[아르가아디나]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32) 제발 그런 말씀은 마시고 여기서 사세요. 구너태롭지 않고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고요. 애를 돌보아두시고 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그리고 잘 티일러 주세요. (사이) (33) 이렇게 훌쩍 떠나버리면 꼰스딴찐이 어째서 권총자살을하려고 했는지 알 까닭이 없어요, 다만 으뜸가는 원인이 질투고 생각하기 때문에 될 수록 빨리 뜨리고오린을 여기서 떠나 보내면 괜찮으리라 생각할 따름이예요. (34)
[소오린] 네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른지? 그 이외에 원인은 또 있었던거야 젊고 똑똑한 청년이 이렇게 쓸쓸한 시골에서 동도 없고 지위도 없도 장래성도 없이 살아가려니 그럴만도 하지. 전혀 할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녀석은자고 놀고 먹는 다느데 대해서 부끄러워하고 무서워하고 있어.
나는 그 애를 무척 사랑하고 있고 그 애 역시 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에 그는 자신이 이 집의 무용지물이고 밥벌레고 끼살잇군이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야. 그럴만도, 한일이 아니겠나, 말하자면 그 자존심이란게---
[소오린] (휘파람을 획 불고서는 어쩌는 수 없다는 듯) 내가 절 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지 ,네가 그 애에?--- 돈을 좀 줬으면 해. 우선 무엇보다도 그 애로 하여금 인간다운 옷차림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지. 너 봐라, 십년동안이나 늘 똑같은 포록토우트를 입고 다니면서 외투도 안입고 있지. 않니--- (웃는다) (36) 그리고 젊은 놈이니 좀 나가 다니게해도 괜찮으리라 생각해--- 외국에라도온 놈이니 좀 나가 다니 게해도 괜찮으리라 생각해--- 외국에라도 보내면 좋을테지--- 별로 돈이 드는것도 아닐테구,
[아르까아디나] 그렇지만 --- (37) 옷정도 가트면 해 줄수 있지만, 외국에 간다면--- (38) 아니요, 지금같으면 옷도 안되겠어요. (39) (딱잘라서) 제게는 돈이 없는 걸요! 소오린은 웃는다.
[아르까아디나] (40) 없어요. (41)
[소오린] (휘파람을 분다) (42) 그래. (43) 그럼 실례했는데. 기분나빠 하진 마, 난 너를 믿어--- (44) 너는 마음이 너그럽고 훌륭한 여자야.
[아르까아디나] (눈믈을 지으면서) (45) 제겐 돈이 없어요---(46)
[소오린] 만약내게 돈이 있다면 그야 물론 내 주었겠지만 내게는 한푼도 없거든, 동전하닢도 없어. (웃는다) 내 연금은 전부 지배인이 받아서는 (47) 농사라든가 목축이라든가 벌치는데 집어 넣어버려, 그래서 내 돈은 모두하늘로 떠 버리지, ??은 죽어버지리, 소도죽지, 말은 한번도 써먹은 일이 없어---
[아르까아디나] (48) 그야, 저에게도 돈이 있긴 있어요, 그렇지만 전 배우거든요, 저 혼자 퍼리도 간신히 꾸려나가는 걸요.
[소오린] (49) 너는 착하고 사랑스럽다---나는 너를 우러러 보고 있어--- 글렇지--- (50) 근데 또 다시 나는 어떻게 된 모양이다--- (비틀거린다) 머리가 빙빙 돈다. (체이블을 붙든다) 난 기분이 언짢다.
[아르까아디나] (놀라면서) (51) 빼뜨루우샤--- (오빠를 부축하려고 애쓰면서. 빼뜨부우샤, 오빠--- (외친다) 누가 와 주세요--- 이리와 주세요---
머리에 붕대를 같은 뜨레예쁠례프와 메드베젠꼬 등장
[아르까아디나] 외숙이 언벧으시대. (52)
[소오린] 아니야, 아무렇지도 않어--- (미소를 짓고 물을 마신다) 이젠 괜찮어--- 아주---
[뜨레예쁠례프] (어머니에게) (53) 놀라실 필요 없어요, 어머니 별로 위험하게 아니니까요. 요새 외숙은 때때로 이러실 때가 있는 걸요, (외숙에게) 외숙은 좀 누우세요.
[소오린] 조금, 그렇지--- (54) "그래도 역시 나는 도시로 갈테야--- 조금 누웠다가 떠나갈테야---그럴만한 일이지--- (지팡이에 의지하여 나간다) (55)
[베드베젠꼬] (그이 팔을 잡고 부축하면서) (56) 이런 수수께끼가 있소. 곧 아침엔 네발로 다니고 낮에는 두바르 저녁엔 세발로 다니는제 뭐냐는 거요---
[소오린] (웃는다) (57) 그럴듯하군, 그리고 밤에는 드러누울테지. 고맙소, 나혼자 갈테요.
[메드베젠꼬] 뭘 사야하세요--- (그와 소오린, 퇴장)
[아르까아디나] (58) 아이 어찌도 놀랐는지!
[뜨레예쁠례프] (59) 외숙은 시골서 사는게 건강에 좋지 않아요. 지루해 하세요. (60) 그러니 여기서 어머님이 어디 큰 맘 쓰셔서 외숙에게 천 오백이나 이천루불 빌려주시면 일년쯤 도시에서 살다 오실 수 있을거예요.
[아르까아디나] (61) 나한테 무슨 돈이 있단 말이냐, 나는 배우지 은행가는 아니야 (62)
사이.
[뜨레예쁠례프] 어머니, 붕대를 고쳐 감아 주세요. 어머님이 잘 감으시니까.
[아르까아디나] (약품장에서 요오드포름과 붕대재로가 든 상자를 끄집어 낸다) (63) 의사 선생님은 늦구나.
[뜨레예쁠례프] 열시까지 오신다고,약속하셨는데 벌써 오정이예요.
[아르까아디나] (64) 앉아라 (이말은 스타니슬라프스키에 의해서 삭제되 있다) (그의 머리에서 붕대를 끄른다) 마호메트 교도들이 머리수건을 쓴 것 같구나, 어제 어떤 나그네가 부엌에 와서 네가 어느나라사람이냐고 묻더란다. (65) 아아, 이젠 거의 다 나았구나 상처가 이젠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머리에 키스한다) 근데 너 내가 없을동안에 또 탕! 탕하지 않겠니?
[뜨레예쁠례프] 천만에요, 엄마, 그때는 자기 스스로들 어떻게 주체할수도 없던 미칠듯한 절망의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다시는 그런일이 없을 거예요. (그녀의 손에 키스한다) (66) 어머니 손은 약손이예요. 나주 오래전 어머니가 아직 국립극장에 계실 때 나는 그때 어린애였지만 - 저의 집 뒤뜰에서 싸움이 벌어져 집의 세탁녀가 몹시 얻어맞은 일이 있었던 걸 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어머니 기억하세요? 여자는 아주 의식을 잃고 운반되어 갔읍니다---그러자 어머님은 줄곧 그여자를 돌보아 주시면서 약을 가져다 주시고 아이들에게 더운 물을 '쓰게 하셨지요, 그걸 기억하지 못하시나요?
[아르가아디나] 생각나지 않어. (새 붕대를 감아준다)
[뜨레예쁠례프] 그때 우리와 한 집에는 두사람의 발레리나가 살고 있었어--- 어머니한테 커피를 마시러 자주 오군 했지요---
[아르까아디나] 그런 생각난다. (67)
[뜨레예쁠례프] 그들은 아주 믿음이 굳은 사람들이였어요. (사이) 요새.특히 요새 이삼일 동안은 저 어렸을 때처럼 부드러운 기분이 생겨서 무턱대고 어머니가 좋아져요. 어머님 이외에 지금 제게는 아무도 남아있지않아요, 그런데 어머니는 왜 그런 사람에게 꼭 잡혀 있으세요?
[아르까아디나] 꼰스딴찐 너는 그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그이는 다시 없이 고결한 인격자야---
[뜨레예쁠례프] 그러나 제가 결투를 신청하리란 말을 들었을 땐 그 고결한 입격도 배겁자가 되지 않도록 붙들지는 못한 모양이로군요. 떠나려하고 있으니까. 수치스러운 패주예요!
[아르까아디나] 그게 무슨 되지못한 소리냐! 여기를 떠나기로 한건 내가 부탁했기 때문이다.
[뜨레예쁠례프] 다시 없이 고결한 인격자라! 저와 어머니는 그이 때문에 거의 매일 같이 싸움이라도 할 듯 으르렁대고 있어요, 그런대로 그이는 지금쯤 응접실이나 뜰에서 우리를 비웃고 있을거예요--- 니이나를 계몽해서 자기가 천재라는 신념을 확고히 그녀의 가슴속에 뿌리박히게 하려 할 것예요.
[아르까아디나] (68) 너는 내가 불쾌해 할 만한 이야기를 하는게 즐거운 모양이로구나, 나는 그이를 존경하고 있어, 그러니 내앞에서는 그이에 대한 악담은 하지 말아줘
[뜨레예쁠례프] (69) 그렇지만 전 존경치 않아요, 어머님은 저 역시 그를 천재로 알아 주시길 원하시겠지만, 미안한 이야기지만 전 거짓말을 할수가 없어요? 그이의 작품을 일으면 전 메스거울 뿐이예요.
[아르까아디나] (70) 그건 질투라는 거야. 재능을 힐난할밖에 도리가 없으니까,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할 필료 없지, 자위책일테니까.
[뜨레예쁠례프] (아리러닉하게) 참다운 재능이라고요---(발칵 성을 내고) 일이이쯤 됐으니 하는 소린데 나는 당신네들둥 누구보다도 재능을 타고 났어요!(머리의 붕대를 잡아 뜯는다)
(71) 당신네들 따위의 맹꽁이들이 예술계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다른것들을 압박하고 질식시키고 있어요! 난 당신네들을 인정치 않아요! 어머니도 그이도 인정치 않아요! (72)
[아르가아디나] (73) 데까당!---
[뜨레예쁠례프] (74) 좋아하는 극장으로 곧 가서 보잘 것 없고 흐리멍덩한 연극이나 하세요!
[아르가아디나] 975) 난 여태 그따위 각본에 출연해 본 일 이없어, 나한텐 상관을 말어! 너야말로 보잘 것 없는 익살극일망정 쓰러도 못하는 주제에 뭘 신소리냐. 키예프의 부르좌아지 같으니! 말벌레! (76)
[뜨레예쁠례프] 노랑이! (77)
[아르까아디나] 거지! (78) 뜨레예쁠례프, 앉아서 흐느껴 운다.
[아르까아디나] 등신! (흥분한 모양으로 오락가락하면서) (79) 울지말어. 울것없어--- (운다) (80) 뭣 때문에 --- (81) (그의 이마,빰, 머리에 키스한다) (이지시는 스타니술라프스키에의 해서 삭제 되어 있다.) 귀여운 내 아들아 용서해라--- 죄 많은 어머니를 용서해가. 불행한 날 용서해줘.
[뜨레예쁠례프] (어머니를 껴안는다) (82) 저를 이해해 주셨으면 좋으련만 전 모든 것을 잃어버렸어요. 그 여자도 절 사랑해 주지 않고 인제작품을 쓰지도 못하게 됐어요--- 제 희망은 이제 모두 살아 졌어요--- (83)
[아르까아디나] 닥망하지 말어--- 일이 풀릴거야. 그 사람이 이제 떠나가면 그 애도 널 사랑하게 될 거야. (그의 눈물을 닦아 준다) (84) 여부가 있나, 인제 우린 화해 했지.
[뜨레예쁠례프] (어머니 손에 키스한다) (85) 그래요, 엄마.
[아르까아디나] (부드럽게) 그러니까 그이와도 화해를 해줘, 결투를 할 팰요가 어디있니---
그렇지 않겠니?
[뜨레예쁠례프] 좋아요---그렇지만 어머니 그이와는 만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건 제게 도통이나까--- 힘에 겨운 일이니까요--- 뜨리고오린, 등장.
[뜨리고오린] 인간이란 걸으면서 잠들기도 하지만 지금 나는 그와같은 기분이오. 당신과 이야기 하면서도 나 자신은 마치 잠들고 있고 그 굼속에서 그 처녀를 보고 있는 듯 하오--- (99) 달콤하고 신기한 공상이 나를 포로로 하고 만거요--- 나를 놓아주시오---
[아르가아디나] (떨면서) (100) 안돼요, 안되겠어요--- 전 평범한 여자이기 때문에 제게 대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돼요--- 보리이스,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무서워요---
[뜨리고오린] (101) 되려고만 애쓰면 당신은 비범한 여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요. 젊음에 넘치고 아름답고 시적인 사랑, 공상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사랑! 이 세상에서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건 단지 이것뿐이요! 이러한 사랑을 나는 여태 맛보지 못했소--- 젊은 시절엔 그럴 여유가 없었소, 출판사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가난과 싸워야 했으니---그러던 것이 이제야 그런 사랑이 나타나서 나를 부르고 있는거요--- 무엇 때문에 그걸 피해야 한단 말이요?
[아르까아디나] (분격하여) (102) 당신은 정신이 나가셨어요!
[뜨리고오린] 그럴는지도 모르지.
[아르까아디나] 당신네들은 오늘 계획적으로 저를 괴롭히려는 거로군요! (운다) (103)
[뜨리고오린] (두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104) 날 이해하지않는구려---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소!
[아르가아디나] (105) 그렇다면 저는 벌써 그토록 늙었고 더러워진 걸까요. 지금 제 눈앞에서 그토록 거리김없이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하실수 있단 말씀이세요? (그를 껴안고 키스한다) 오오, 당신은 도셨어요! 아름다운 나의 내 귀중한이--- 당신은 내생애의 마지막 페이지에요! (끊어 앉는다) 나의기쁨, 내사랑, 내 행복이셔요--- (그의 무릎을 껴안는다) 만약 당신이 단 한시간이라고 저를 버리신다면 전 살아있지 않았겠어요. 정신이 나가 버릴거예요. 더없이 어여쁘고 위대한 신이여, 당신은 내 군주예요---
[뜨리고오린] (106)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오. (그녀를 부축하여 일으킨다)
[아르까아디나] (107)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을 부그럽게 그런 절망적인 생각을 가지셔요. 당신은 미친 사람같은 젓을 하시려고 해요. 그렇지만 전 원치 않아요. 내버려 두지 않을 테예요--- (웃는다) (108) 당신은 제거예요. 당신은 정말 재능을 가지신분. 슬기롭고 현대작가중의누구보다도 뛰어나고 로시아의 유일한 희망이셔요.--- 당신의 작품의 인물은 정말 알아있는 것 같애요. 오오, 당신의 작품을 일고 환희를 느끼지 않을수는없어요.---당신은 이걸 알랑대는 말이라 생각하게요? (109) 그럼 제 눈을 보아주세요---거짓말쟁이로 보이세요? 인제 아셨는지요, 당신의 참말 모습을 아는 사람은 저 뿐이예요. 나혼자만이 당신에게 진실을 말해요. 내 소중한 어여쁜이--- (110) 떠나주시겠어요? 그렇지요? 저를 버리지는 않으실테지요?
[뜨리고오린] 나에게는 내 의지가 없소---지금까지도 나자신의의지를 가져본 일이 없었소---나는 언제나 남의 의지에 따르기만 하는 껄렁하고 데데한 인간이요! 이런게 여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겠소? 자, 나를 붇들어 테려다 주오. 한 걸음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아야하고--- (111)
[아르가아디나] (혼자서) (112) 인제 내거로군.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이 대견스럽게) (113) 그렇지만 더 묵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저 혼자서 갈테니 일주일 뒤에라도 오세요. 사실 서두르실 필요야 어디 있겠어요?
[뜨리고오린] (114) 아니 역시 갈테요.
[아르까아디나] (115) 좋도록 하세요. 같이 가실 테면 같이 가도록해요--- (사이) 뜨리고오린, 수첩에다 뭣인지 기입한다.
[아르가아디나] (116) 뭘 하세요?
[뜨리고오린] 오늘 아침에 좋은 문귀를 들었소. <<처녀림>> 이라는 거요. 언젠가 쓰일 때가 있을거요. (하품을 한다) (117) 그럼 떠난단 말씀이지? (118) 또 기차, 정거장, 식당, 다져 만든 커 틀레트, 잡담이겠군--- (119)
[샴라아예프] (들어온다) 몹시 섭섭하게 됐지만 마차의 준비가 다 됐습니다. 이제 정거장으로 떠나셔야 할 시간입니다. 기차는 두시 오분에 떠나기로 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리이나 니꼴라예프나씨는, 대단히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스즈달리쩨프란 배우가 지금 어디있는지 꼭 좀 알아봐 주실 수 없으실까요? 살아있는지? 건강한지? 옛날에는 같이 술도 많이 마셨는데--- 약탈된 우체국, 같은데 출연하면 감히 겨눌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당시 그 사나이와 함께 엘리자메트그라드에는 이즈마일로프로는 비극배우가 일하고 있었는데 이사람도 상당한 배우였습니다--- (120) 그렇게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마님 아직 오분쯤은 괜찮을 겁니다. 언젠가 어떤 멜로드라마에서 그들은 음모자의 무리로 출연한 일이 있었는데요, 그들이 별안간 일망타진을 당하게 되자 ≪우리는 올가미에 걸렸다≫ 라고 해야 될 걸 이즈마일로프는 ≪우리는 올빼미에 걸렸다≫라고 말했거든요--- (하하 웃는다) 울빼미라! 그가 지껄리고 있는동안 야아꼬프가 바쁜 듯 트렁크 주위를 분주히 다니기도 하고 뽈리이나가 아르까아디나에게 모자와 망토와 우산과 장갑등을 가져다 기도 한다. 일동, 아르까아디나의 몸치장을 돕는다. 왼쪽 문에서 요리인의 얼굴이 나타나 안을 들여다 보다가 곧 어슬렁 어슬렁 안으로 들어언다. 뽈리이나․안드레에프나, 조금 뒤떨어져 소오린, 에드베젠꼬 등잔.
[뽈리이나] (작은 광주리를 가지고서 ) 이건 오얏인데요, 여행중에 잡수세요--- 아주 달콤해요. 마음에 드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동 오른쪽으로 퇴장. 무대는 텅 빈다. 사람을 전송할 때 흔히 있는 떠들썩하는 소리가 무대 뒤에서 들린다. 뽀이가 테를 위에 잊어버리고 갔던 오얏광주리를 가지러 왔다가 곧 퇴장 (126)
[뜨리고오린] (되돌아와서) (127) 나는 스피크를 잇어버렸어. 아마 테라스위에 있을거야 (128) (걸어가서 왼쪽문에서 이때 들어온 니이나와 마주친다) 아아, 당신이세요? 저 떠나는 길이예요.
[나이나]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은 것 같았습니다. (129) (흥분한 모양으로)?알렉세예비치, 저 마침내 결심했어요. 주사위는 던졌습니다. 더 무대에 설테야요. 아버지의 곁을 떠나고 모든 것을 집어 던지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렵니다--- 저 당신네들과 같이 여기를 떠나겠어요--- 모스크바로 가겠어요. 거기서 또 뵙겠어요.
[뜨리고오린] (뒤를 돌아다보고) (130) 모스크바에서는 <슬라브․바자를> 에 묵으십시오--- 저에게 곧 소식을 전해 주세요--- 몰차노프까 거리의 그로홀스끼의 건물입니다--- 오오,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니 뭐라고 말하지 못할 행복감을 느낌니다. (니이다 그의 가슴속에 파고든다) 나는 또다시 이 놀라운 눈과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비소와--- 온순한 얼굴과 천사처럼 깨끗한 표정을 볼 수가 있겠군--- 나의 귀중한 그대--- (오랜 키스) (133) -막-
[막] 제 4막
제 3막과 제 4막 사이에 2년이 경과한다.
소오린가의 응접실. 지금은 꼰스딴찐. 가브리일로비치. 뜨레예쁠례프의 작업실이 되어 있다. 좌우에 안방으로 통하는 문. 정면에 테라스로 나가는 유리문. 여느 응접실용 가구이외에 오른쪽 귀퉁이에 책상, 왼족문 가까이에 터어키식 소파, 책상. 책은 창문턱과 의자위에도 흩어져있다. - 저녁 때. 갓이 쒸어진 탬프가 하나 켜저 있다. 어두컴컴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와 굴뚝 속에서 울부짖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 메드벤젠꼬와마아샤 등장
[마아샤] (부른다)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 (주위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군! 할아버지는 밤낮 꼬오스짜는 어디있니, 꼬오스쨔는 어디있니라고 늘 물으세요--- 그가 없으면 잠시도 살지못하실거야---
[메드벤젠꼬] 혼자 계시기가 무서워서 그러시는거요. (귀를 기울인다) 거 흉측한날씨로군! 벌써 이틀째나 이모양이니.
[마아샤] (램프의 심지를 돋운다) 호수에는 파고가 쳐요. 굉장한 파도에요.
[메드베젠꼬] 정원은 깜깜하오. 저 무대를 헐도록 해야겠소. 마치 해골 모양 뼈대만이 앙상한 게 보기흉한데다가 막만이 바람에 펄럭펄럭 나부끼고 있소. 어제 저녁 그 옆을 지나가다 문득 들어보니 거기에서 누가 우는 것 같습니다. (1)
[마아샤] 아니 또 그러세요---
사이.(2)
[메드베젠꼬] 갑시다. 마아샤 집으로!
[마아샤] (부정적으로 머리를 젓는다) 전 여기서 자고 가겠어요.
[메드베젠꼬] (비는 듯이) 가요, 마아샤! 아기가 배를 곯고 있을거요.
[마아샤] 괜찮아요. 마뜨료오가 돌봐줄테니까. (사이)
[메드베젠꼬] (3) 가엾은 노릇이로다. 어머니와는 사흘이나 떨어져 있구먼.
[마아샤] (4) 당신은 참 따분한 사람이 됐어요. 옛날 같으면 곧장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시더니 지금은 걸핏하면 어린애, 집에가자, 어린애, 집에 가자를 되풀이하고계셔요- 그것 이외는 아무것도 얻어듣지 못하겠어요. (5)
[메드베젠꼬] 갑시다 마아샤!
[마아샤] (6) 혼자 가세요 (7)
[메드베젠꼬] 당신 아버지가 말을 내주시지 않을거요.
[마아샤] (담배향기를 맡으면서 ) ( 붉은 잉크로 삭제되어 있다) (9) 네, 내일. 인제 아주 진절머리가 나네--- (10) 뜨레에쁠레프와 뿔리이나․안드레에프나, 등장. 뜨레에블에프는 베개와 이부자리, 뽈리이나․안드레에프나는 시이트를 가지고 와서 터어키식 소파에 놓는다. 그리고 뜨레에부레프는 자기 테이블 쪽으로 가서 앉는다. (11)
[마아샤] 뭣하시는 거예요. 엄마?
[뽈리아나] 뾰오뜨르․니꼴라에비치께서 꼬오스쨔옆에 자리를 봐 달라는 거야.
[마아샤] 인 부세요. (침대에 자리를 편다)
[꼴리아나] (12) (한숨을 지으면서) 늙은이란 곧 어린애야--- (책상 곁으로가서 팔꿈치를 고이고 원고를 들여다 본다. 사이)
[메드베잰꼬] 그럼 난 떠나겠소. 마다샤 안녕 (아내의 손에 키스한다) 어머님 안녕히 계십시오. (장모의 손에 키스하려한다)
[뽈리이나] (원고를 들여다보면서) (14) 꼬오스쨩 당신이 정말로 문인이 되리라도는 아무도 상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젠 여기저기의 잡지사에서 돈을 보내오게끕 됐군요. (한쪽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이뻐졌어요--- 귀여운 꼬오스쨔, 제발 마아센까에게 좀더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네!---
[마아샤] (건너다 보면서) 방해하지 마세요. 엄마.
[뽈리이나] (뜨레에뿔리에게) 참 좋은 애에요. (사이) 여자라고 하는건 말이지요. 꼬오스쟈, 그저 부드러운 눈길로 봐 달라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이건 내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건데 말이지요.
뜨레예쁠례프, 의자에서 일어나 말없이 퇴장한다. (15)
[마아샤] 보세요, 노하셨지 않아요. 그렇게 시끄럽게 구시는게 아니예요! (16)
[뽈리이나] 난 네가 가엾어서 못견디겠어, 마아센까.
{마아샤] 쓸데없는 시중이예요.
[뽈리이나] 난 너 때문에 속이 푹푹 썩는다. 나는 모든 걸 똑똑히 보고 있으니 다 알구 있어 (17)
[마아샤] 모두가 돼먹지 않은 일이예요. 바랄 수 없는 사랑- 이런 건 소설에만 있는 거예요. 부질없어. 자신을 허랑하게하고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바다에서 맑은 날씨를 기대하는 것 모양 부질없는 짓이예요.--- (18) 가슴 속에 사랑의 눈이 뜨여지면 이를 팽겨쳐버려야 해요. 곧 주인은 딴 지방으로 전근하기로 되어있어요. 거기로 가버리기만 한다면- 모든 걸 잊어버릴거예요--- 가슴 속에서 뿌리채 뽑아버리고 말걸요. (19)두 간 건너방에서 우울한 월츠가 들러온다.
[뽈리이나] 꼰고스쨔가 타는군. 울적한 모양이지.
[마아샤] (월츠에 맞춰서 소리도 없이 둬 스탭 밟는다) (20) 중요한 것은요, 엄마 눈앞에 보이지 않는 거예요. 저의 세묘은만 전근이 되면 만사해결이예요. 그렇게되면 한달안에 반드시 잊어버리고 말아요. 이런 것들은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예요. (21)
왼쪽 문이 열리면서 도오른과 메드베젠꼬가 소오린을 의자차에 태워서 등장.
[메드베젠꼬] 지금 저의 식구는 여섯입니다. 그런데 밀가루는 한뿌드에 칠십까뻬이까나 하거든요.
[도오른] 그래서 야단이군요. (22)
[메드베젠꼬] 당신은 웃을 수 있으니 괜찮은 겁니다. 당신은 돈에 묻혀 살아요. (23)
[도오른] 돈에? 삼십년의 개업기간 동안에 말이지, 여보게 낮이나 밤이나 한 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삼십년이란 세월동안에 나는 겨우 이천 루불을 모았을 뿐이요. 그런데 이것마저 요새 외국에서 다 써버렸소. 지금은 동전 한푼 없는 신세요.
[마아샤] (남편에게) 아직 안 가셨어요?
[메드베젠꼬] (미안한 듯) 할 도리가 있어? 말을 내 줘야 말이지-.
[마아샤] (무척 친절머리가 나는 듯 나직한 목소리로 ) 눈앞에서 썩 물러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5)
의자차는 방 왼쪽에 멎는다. 뽈리이나, 안드레예프나. 마아샤, 도오른, 그 곁에 앉는다. 메드베젠꼬는 어색한 듯 옆에 다가선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브스키에 위해서 삭제되었다)
[도오른] 하여튼 당신네 저택은 무척 변했는데요! 응접실이 변해서 서재가 됐군요. 원하실 때마다 정원에 나가셔서 명상에 잠길 수도 있으니까요.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
[소오린] 여동생은 어디 있소? (26)
[도오른] 정거장에 뜨리고오린 마중을 나가셨어요. 곧 돌아오실거예요. (27)
[소오린] 내 동생을 이리 불러 올 필요성을 당신이 느끼신걸로 보면 내 병이 매우 위독한 모양이로군요. (잠시 침묵하고) 그렇지만 이상한 이야기야. 내 병이 위독하다면서 약을 먹이지 않으니.
[소오린] 이크 또 철학이 시작되었는걸. 아아, 이건 웬 봉변이냐! (소파에 머리를 대면서 ) (29) 이제 내가 잘 자리인가?
[뽈리이나] 그렇습니다. 쁘오뜨르․니꼴라예지치
[소오린] 고맙소.
[도오른] (노래한다) (30) 달은 밤 하늘에 두둥실---
[소오린] (31) 나는 꼬오스 에게 어디 소설의 재료를 하나 제공해 줄 생각이야. 그건 < 욕망의 사나이> --- < L, nomme qui a voula> 란제목을 붙여야 할테지. 젊었을 시절 나는 문학자가 될 꿈을 꾸고 있었지- 그런데 되지 못했어. 아름다운 말을 쓰려고 했지만- 흉측스런 말을 쓰게 됐지. (다기 흉내 낸다.) 이래서, 결국말이지, 그렇단 말이야, 아니--- 고작 이따위거든. 이것 저것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면 땀이 배일 지경이야. 결혼하려고 했지만- 이것도 뜻대로 되지않고, 도시에서 살고싶으면서도- 늘, 이모양으로 시골구설에서 한평생 푹푹 썩게 마련이건든.
[도오른] (32) 사둥관이 되려고 했다가- 뜻대로 됐지요. (32)
[소오린] (웃는다) 그렇게 되려고 별로 애를 쓰지 않았소. 저절로 그렇게 된거지.
[도오른] 예순 두 살이나 돼가지고 자기 생활의 불만을 표명하다니, 될말이요- 별로 칭찬받을 일은 아니요.
[소오린] 당신은 참 고집불통이군. 나는 생활이 하고 싶다고 말하는거요!
[페이지] (29) 사이. 소오린은 만족한 듯 하품을 한다. 뽈리이나는 잠자리를 만들고, 유리창 가까이 있는 장의자에 앉는다 (외등의 불빛). 그녀는 방안을 이리저리 거니는 도오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30) 사이. 소오린은 다시 신문을 읽기 시작한다. 도오른은 방안을 걸어 가장 떨어진 구석까지 가서, 거기서 노래한다. 뽈리이나는 감탄의 눈으로 그의 모습을 쫓는다.
(31) 신문을 읽는 것을 중단한다.
(32) 도오른은 방안을 거닐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33) 도오른은 소오린 곁으로 거서, 의자차 등에 기대고 선다.
[도오른] (34) 그건 경솔이라고 일컫는 겁니다. 대자연의 법칙에 의하면 모든 사물에는 끝장이라는게 있습니다.
[소오린] 당신의 말투는 마치 배부른 사람이 하는 소리 같소. 당신은 배가 가득 찼기 때문에 인생에 대해서 무관심한 겁니다. 당신에게는 어떻든 마찬가지겠지요. 그렇지만 죽는자는데 대해서는 비록 당신일지라도 틀림없이 공포감을 느낄거요.
[도오른] 죽음에 대한 공포란- 곧 동물적인 공포입니다.--- 그런건 억눌러버려야. 의식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만 영생을 믿는 사람들 분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의 죄가 무서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우선 신자가 아니고, 둘째로는- 당신에게 대관절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당신은 이십오년 동안 법무부에 근무하셨습니다- 그것뿐이거든요.
[소오린] (웃는다) 이십팔년입니다. --- 뜨레에쁠레프, 등장하여 소오린의 발머리에 있는 조그만 벤치에 걸터 앉는다. 마아샤는 잠시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35)
[도오른] 우린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의 일에 방해가 되고 있군요.
[1] 아니요, 조금도, 방해가 되진 않습니다.
사이 (36)
[메드베젠꼬] 의사선생님, 소금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선생님께서는 외국의 어떤 도시가 제일 마음에 드셨습니까?
[도오른] 제오아입니다.
[뜨레예쁠례프] 어째서 그렇습니까?
[도오른] 그곳 통행인들은 볼만합니다. 저녁 때 호텔을 나서면 거리는 군중들로 그즉해집니다. 그래 그 군중들 틈에 끼어서 정처없이 이리저리 밀려다닐라치면 이윽고 군중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융합 하게되고 그리고 마침내는 언제가 당신의 가본에 의해서 니이나․자레예치나야가 추령한 바 있었던 하나의 우주혼이라 할수 있을 존재를 믿게끔 됩니다. 그건 그렇다하고 자례에치나야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뜨레예쁠례프] 잘 이겠지요.
[2] 제가 듣기로는 그녀가 좀 특별한 생활을 보내 왔다고 하더군요. 어떤 일을 했나요?
[뜨레예쁠례프] 그걸 말씀드리자면 이야기가 길어져요.
[2] 그럼 어디 간단하게 이야기나 해보시지요. (사이) (37)
[뜨레예쁠례프] 집을 뛰쳐나가서 뜨리고오린과 잘게 되었습니다. 그건 아시지요?
[도오른] 압니다.
[뜨레예쁠례프] 아이들 낳았어요. 근데 아이는 죽었습니다. 뜨리고오린은 그녀에게 실증을 느끼게 되자 짐작되었던 대로 예전 애인에게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예전 사람을 버린 일은 없었어요. 모가 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얼렁뚱땅 양쪽을 속이고 있었던거지요. 제가 들을 수 있었던 소식을 판단하건대 니이나의 개인적 생활은 전연 실패였던 것 같습니다. (38)
[도오른] 무대는 어떻습니까?
[뜨레예쁠례프] 한층 더 나빴던 모양입니다. (39) 우선 모스크바의 별장 지대의 무대에서 (39) 우선 모스크바의 별장 지대의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동안은 그녀의 뒤를 어디든지 따라다녔어요. 큰 역만을 맡았지만 연기는 조장하고 몰취미하고 커단 소리를 지르거나 죽어 가기도 했지만 이건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거지요.
[도오론] 그렇다면 역시 재능은 있는게로군? 뜨레예쁠례프 글쎄요. 아마 있었겠지요. (40) 저는 그녀를 봤지만 그편에서는 저를 만나기를 꺼려해서 하녀가 저를 방에 들여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기분을 알 수가 있었으므로 무리하게 만나려 하지는 않았지요. (사이) (41) 이상 무엇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그 후로는 제가 집에 돌아온 뒤에 그녀에게서 편지를 받았어요. 편지는 슬기롭고 온정이 깃들여지고 재미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는 자기의 신세타령같은건 하고 있지 않았지만 제 생각으로는 몹시 불행한 것 같았어요 편지의 줄줄이 병들고 긴장괸 신경이 느껴졌으니까요. 상상력도 상당히 얼어빠진 것 같았어요. 갈매기라고 서명했더군요. <물의 요정> (뿌쉬낀의 작품명-역자 주) 가운데 한 물방앗간 주인은 자기가 까마귀라고 말하고있지만 꼭 마찬가지로 그녀는 어쩐 편지에겐 자기는 갈매기라고 되풀이해 말하고 있습니다. (42) 지금 그 여자는 이 저방에 사고 있어요.
[도오른] 아니, 저 방이라니?
[뜨레예쁠례프] 시내 하숙집에 있어요. 벌서 닷새 동안이나 그곳에 방을 얻어서 묵고 있습니다. 저도 한번 찾아가 보려했지만, 마리야․일리이니치가 갔는데도 그녀는 만나주려 하지 않는답니다. 세묘은․세묘오노비치의 말에 의하면 어제 오정을 조금 지나 여기서 루베르스따 떨어진 들판에 나왔던 모양입니다.
[메드베젠꼬] (43) 녀, 제가 봤습니다. 그 여자는 그 쪽으로 해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저는 인사를 하고 어째 우리한테 놀러오지 않느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곧 가겠노라고 하더군요.
[뜨레예쁠례프] 오지 않을 겁니다. (사이) (44) 아버지도 계모도 그녀에게 대해서는 알고싶지도 않다는 걸요. 그래서 곳곳에 사람을 두어서 집근처엔 얼씬 하지도 못하게 하고 있어요. (45) (의사와 함께 책상 쪽으로 간다) ( 이 지시는 스타이슬라프스키에 의해서 삭제되어있다) 선생님, 종이 위에서 철학자가 되는 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일걸요--- (46)
[소오린] 좋은 애 였는데.
[도오른] (47) 뭐라고요?
[소오린] (48) 좋은 애였단 말이요. 사둥관인 소오린마저 한때는 반했을 정도니까.
[도오른] (49) 늙은 바람둥이 같으니. 샴라아예프의 목소리가 들린다. (50)
[뽈리아나] (51) 정거장에서 돌아온 모양입니다---
[뜨레예쁠례프] 아아, 어머니 발소리가 들리네. 아르까아디나, 뜨리고오린, 이어 샴라아예프, 등장
[샴라아예프] (들어오면서) 우리들은 모두 나이를 먹고 자면의 영향밑에 점점 위축되어 가지만, 마님, 마님께서는 여전히 젊으시군요--- (53) 훤한 그 웃옷이나 그 흰색이란--- 참 아름답습니다--- (54)
[아르가아디나] 당신은 또 저를 저주하려고 하는군요, ※ 밉상이세요! (55) (56)
[뜨리고오린] (57) (소오린에게) 안녕하세요. 쁘오뜨르․니꼴라예비치씨! 당신은 늘 앓기만 하시는군요? 좋지않은데요! (마아샤를 보고 반가운 듯) (58) (도오른과 메드베젠꼬에게 인사라고는 우물쭈물 뜨레예쁠례프에게로 간다)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의 말에 의하면 당신은 옛날 일을 잊어버리고 성을 내지는 않는다고 하던데요. (60) 뜨레예쁠례프, 그에게 손을 내민다.
[아르까아디나] (아들에게) 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시게서 네 최근 소설이 실려있는 잡지를 가져 오셨다.
[뜨레예쁠례프] (잡지를 받으면서 뜨리고오린에게 ) 감사합니다. 당신은 매우 친절하십니다.
모두 각기 앉는다.
[뜨리도오린] (61) 당신의 애독자들이 당신에게 문안을 드리고 있습니다--- (62) 페테르부르그에서도 모스크바에서도 다들 당신에게 흥미를 가지고 언제나 제게 당신에 관해서들 묻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라느니 나이는 몇이라느니 브류네트이냐 브론드냐 는거예요. 어째서 그런지 모두들 당신의 나이가 이제 지긋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늘 익명으로만 발표하시기 때문에 아무도 그 본명을 알지 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마치 「철가면」※ 모양 신비로운 인물로 되어 잇습니다. (63)
[뜨레예쁠례프] 오래 머무르시겠습니까?
[뜨리고오린] 아니요. 내일은 모스크바로 갈 생각입니다. 가야됩니다. 소설을 한편 발리 써야되고 그리고 어떤 전집 가운데 무엇을 하나 서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요컨데- 뻔한 이야기지요. 그들이 이야기하고있는 동안 아르까아디나와 뽈리이나는 방 한가운데 테이블을 좋고 탁보를 씌운다.l 샴라아예프, 양초를 켜고 의자를 놓는다.
찬장에서 로또 (추첨과 비슷한일 종이화투놀음)을 끄집어 낸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프스키에 의해서 삭제되어있다) (64)
[뜨리고오린] 이번에는 날씨가 우리를 맞는 데 있어서 상냥하지 못했습니다. 바람이 몹씨 물었어요. 내일 아침 혹 바람이 잔잔해지면 호수에 낚시질 가겠습니다. 가는 길에 정원도 한 바퀴 돌고 거기- 기억하시지요? 당신의 희곡을 상연하던 곳도 돌아보고 싶습니다. 어릿속에 어떤 주제가 떠올랐기 때문에 그 사건의 무대가 된 곳의 기억도 새로이 할 필요가 절실한 것입니다.
[마아샤] (아버지에게) 아버지, 애 아버지에게 말을 내 주세요! 집에 가셔야해요.
[샴라아예프] (흉내를 낸다) 말- 집으로- (엄하게) 너도 눈 뜨고 보면 알 것아니냐, 금방 정거장에 다녀 왔지 않어. 그렇게 줄곧 부려 먹기만 해서야 되겠니.
[마아샤] 그렇지만 다른 말이 있지 않아요--- (아버지가 가만있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든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프스키에 의해서 삭제되어있다.) (62) 이게 상대하지 않을테야요--- (66)
[메드베젠꼬] 나는 마아샤, 걸어서 갈테야, 정말---
[뽈리아나] (한숨을 짓고 ) (67) 이런 날T에는 더러 걸어가면 어때요--- (계속해서 테이블에 앉는다) 자아, 여러분.
[메드베젠꼬] 육 베르스따나 되는 길 아닙니까--- 안녕--- (아내의 손에 키스한다) (68) 안녕히 계십쇼. 장모님. (장모, 성가신 듯 키스를 받기위해서 손을 내민다) 전 아무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지만 어린애가 있으니깐 하는 수 없군요--- (일동에게 인사한다) 안녕히 계십시오--- (퇴장, 송구스러운 듯한 걸음거리)
[샴라아예프] ?찬아, 갈거야. 장군도 아닌데.
[뽈리아나] (드리고오린에게 ) (70) 여기에서는 기나긴 가을 범이 되면 반드시 로또를 해요. 보세요- 꽤 오랜 로또예요. 제가 아직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하던거예요. 밤참때까지 어디 한판 해보지 않으시겠어요? (뜨리고오린과함께 테이블에 앉는다.) 따분한 노름이지만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예요. (일동에게 석장씩 나눠준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이프스키에 의해서 삭제되어있다)
[뜨레예쁠례프] (잡지를 들추면서) 자기의 소설은 읽히지만 내 것은 잘라두지도 않았소. (잡지를 책상위에 좋고 이윽고 왼쪽 문있는데로 간다. 어머니 곁을 지나치면서 머리에 키스한다) (71)
[뜨리고오린] (93) 만약 제가 이런 호숫가의 저택에 살았다면 소설따위를 썼겠어요? 저는 그런 정열일랑 뱃속에 정복해 버리고 그저 고기만을 낚고 있었을 거외다
[마아샤] (94) 스물여덟!
[뜨리고오린] 잉어다 농어라도 낚아 올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거니까요!
[도오른] 어쨌던 나는 꼰스딴찐․가브리일리치를 믿습니다. 그의 소설은 색채가 강렬해요. 전 그걸 절실히 느낍니다. 다만 애석한 것이 있다면 그가 일정한 문제를 기지지 않았다는 거겠지요. 인상은 끼쳐 줍니다만 그 이상 아무것도 없어요. 인상만으로는 멀리 나가지 못하니까요. (95)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 당신은 아들이 문인이 어서 퍽 좋으시겠어요?
[아르까아디나] 벌써 있나요, 전 아직도 읽지도 못했는데요. 읽을 시간이 있어야지요.
[마아샤] (96) 스물여섯 뜨레예쁠례프, 조용히 들어와서 제 책상 쪽으로 간다.
[샴라아예프] (뜨리고오린에게) 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씨, 당신 물건이 저희들 집에 있습니다.
[뜨레예쁠례프] (창문을 활짝 열고 귀를 기울인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프스키에 의해서 삭제되어있다.) (99) 깜깜절벽이다! 내 마음은 왜 이리 불안할까. (100)
[아르까아디나] 꼬오스쨔야, 문을 닫아라. 바람이 부니까. 뜨레예쁠례프, 문을 닫는다. (101)
[마아샤] 여든여덟!
[뜨리고오린] 자아 됐습니다. 여러분.
[아르까아디나] (쾌활하게) (102) 브라아보! 브라아보!
[샴라아예프] 브라아보!
[아르까아디나] (103) 이 분은 늘 운수가 좋아요. (일어난다.) (104) 이젠 이정도로 하고저기서 뭘 좀 먹읍시다. 손님들은 오늘 점심들을 드시지 않았으니까요. 식사를 하고 또 계속사시지요. (아들에게) (105) 꼬오스쨔야, 있다가 쓰기로하고 지금은 시사를 하자.
[뜨레예쁠례프] 전 먹지않겠어요. 어머니. 배가 불러요.
[아르까아디나] 그럼 좋도록 해. (소오린을 깨운다) 빼뜨루우샤, 식사해요. (샴라아예프와 팔장을 낀다) 제가 하르꼬프에서 얼마나 환영을 받았는지 이야기 해드리겠어요. 뽈리아나․안드레에프나, 테이블 위의 양초를 끄고 도오른과 함께 의자차를 민다. 일동 왼쪽 문으로 퇴장. 무대에는 뜨레예쁠례프 혼다 책상앞에 남는다. (이 지시는 스타니슬라프스키에 의해서 삭제되어 있다.)
[뜨레예쁠례프] (집필을 시작하려고 먼저 쓴 부분을 퍮어본다.) (106) 나는 새로운 형식에 대해서 꽤 많이 지껄여 냈지만 지금은 나자신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 간다는 것을 느끼군 해. (읽는다) ≪ 담장에 붙은 삐라는 말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에 초록색을 띈 창백한 얼굴≫--- 말하고 있었다. 초록색을 띈--- 이건 졸렬하다. (107) (지워버린다) 주인공이 빗소리에 눈을 뜨는데서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삭세해 버리자. 달밤의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蕁 식은 죽 먹기지--- 그의 표현에 외하면 담장 위에 깨어진 병조각이 반짝반짝 빛나고 물방울의 그림자가 거무름하게 되어 있지- 이것으로써 훌륭히 달밤의 정경이 묘사되는거야. 그렇지만 나는 부르르 쩌는 광선이라거니 조용히 속삭이는 별들이니 조용한 향기로운 공기속에 펴져가는 피아노 소리의 멀리 퍼지느 여운이라거니 고작 이따위거든- 괴로운 일이로다. (사이) 아아. 점점 그게 뚜렷해진는군. 문제는 낡았다거나 새롭다거나 하는 형식에 있는게 아니라 형식같은건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쓰는데 있는거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마음 밑바닥에서 자유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테이블에서 가장 가까운 창문을 두들긴다.) (108) 뭣일까? (창문으로 내다본다) 누군가가 계단을 쥐어내려간 모양이다. (소리지른다) 거누구요? (109) (퇴장. 테라스의 위를 바른 걸음으로 걷는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삼십초 뒤 나이나․자레에치나야와 함께 돌아온다. (110) 나이나! 나이나! 나이나,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겨 운다.
[뜨레예쁠례프] (흥분한여) (111) 니이나! 니이나! 당신이었군요--- 당신--- 전 예감이라도 있었던 듯 온종일 기분이 무척 울적했습니다. (그녀의 모자와 외투를 벗긴다) 오오, 나의 소중한 귀여운 그대가 돌아왔구려! 울지마세요, 울지마세요, (112)
[니이나] 여기 누가 있는 것 같애요.
[뜨레예쁠례프] 아무도 없습니다.
[니이나] 전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가 여기 와 있는 걸 알고 있어요. 문을 잠거 주세요---(113)
[뜨레예쁠례프] (오른편 문을 잠그고 왼쪽으로 간다) 여기는 (114) 잠겨지지 않습니다. 이 의자를 받쳐 둡시다. (115) (문곁에 안락의자를 놓는다.) 걱정마십시오. 아무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116)
[니이나]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얼굴을 좀 보게 해 주세요. (주위를 돌아다보면서) 따뜻한게 기분이 좋군요--- 예전에 여기 응접실이었지요. 전 무척 변했지요
[뜨레예쁠례프] 네--- 당신은 여위었어요. 눈이 더 커졌어요. 니이나, 이렇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저를 왜 만나주지 않으셨어요? 왜 여태 찾아 주시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하루에도 몇차례씩 당신 숙소로 가서 마치 거지처럼 당신의 창문 밑에 서 있었습니다.
[니이나] 당신이 절 미워하는 줄 알고 두려웠어요. 저는 당신이 절 뚫어지게 바라보시면서 누군지 알아보시지 못하는 꿈을 매일밤 꿔요.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을텐데! 여기에 도착했던 바로 그날부터 줄곧 저는 이 근방--- 호숫가를 산책했습니다. 당신 댁 근처에도 몇번이나 왔지만 들어올 용기가 없었어요. 자아, 앉읍시다. (두 사람 앉는다) (117) 앉아서 터놓고 이야기하기로 해요. 여긴 좋군요. 따뜻하고 기분이 상쾌해요 저게 뭐예요- ≪이러한 밤, 지붕 밑에 있는 이는 행복스럽다. 따뜻한 집을 가지는 이는 행복스럽다.≫ 저는- 갈매기에요--- 아니 이런게 아니예요. (자기의 이마를 분지를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까? 그렇지--- 뚜르께네프--- ≪그리고 아마 하나님께서는 집없이 떠돌아 다니는 모든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아무것도 아니예요. (흐느껴운다) (118)
[뜨레예쁠례프] 니이나, 당신은 또다시--- 니이나!
[니이나] 괜찮아요, 전 이게 더 편해요--- 전 벌써 두 해 동안을 울지않았어요. 전 어젯밤 늦게도 이 뜰에 그 당시의 그 무대가 그대로 있는지 보러 왔어요. 아직 그대로 있던데요. 전 두 해만에 처음으로 울어 봤어요. 그랬더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머릿속이 한결 깨끗해진 것 같아요. 이것 보세요. 저 울고있지 않아요. (그의 손을 잡는다.) 당신은 벌써 작가가 되셨내요--- 당신은 문인이고 저는- 여배우에요--- 당신과 저는 마침내 같은 순환에 몸을 던지게 됐어요-- 저는 그 때 어린애 같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곧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기도하고 명예를 꿈꾸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내일은 일찌기 삼등열차를 타고--- 농군들 틈에 끼어 엘리이쯔에로 가야해요. 엘리이쯔에서는 교육있는 장사치들이 또 비단결 같은 소리를 하면서 따라붙이겠어요. 거치른 생활이예요!
[뜨레예쁠례프] 엘리이쯔에는 뭣하러 가세요?
[니이나] 겨울 동안 계약을 했어요 이젠 떠나가야 해요.
[뜨레예쁠례프] 니이나, 나는 당신을 저주하고 증오해서 당신의 편지와 사진은 모두 찢어버렸어요. 그렇지만 내마음이 영원히 당신에게 맺어져 있다는 것은 늘 의식하곤 있었습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을 끊는다는 것은 되지 않을 일입니다. 니이나, 내가 당신을 잃어버리고 창작을 발표하기 시작하고서부터 생활은 견딜 수 없게 돼버렸어요- 나는 고민하고 있어요--- 내 청춘은 난데없이 무엇인가 빼앗겨버리고 나는 벌써 구십년이나 이 세상에 살아온 것같이 느껴져요. 나는 당신을 부르고 당신이 딛는 땅위 곳곳에 키스하겠습니다. 어디를 보거나 어디에서나 나는 당신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나의 생애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나의 생애의 몇 년동안을 나를 위해서 빛나준 상냥한 미소인 것입니다---
[나이나] (얼떨떨한 듯) 이 분이 왜 이러실까. 이 분이 왜 이러시는 걸까?
[뜨레예쁠례프] (119)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누구의 사랑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마치 땅 밑에라도 있는 것 같이 서늘한 기분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쓰건 모두가 메마르고 바삭바삭하고 침울한 게되어버려요. 니이나, 당신은 여기 계십시오. 니이나, 소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와 함께 가시도록 해요!
니이나, 부리나케 모사르 쓰고 외투를 입는다. (120)
[뜨레예쁠례프] 니이나, 왜 그러세요? 제발, 니이나--- (그녀가 옷을 입는 모양을 바라본다. 사이) (121)
[니이나] 제 마차가 사립문 곁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전송나오지 마세요. 저 혼자 가겠어요--- (눈물을 지으면서) (122) 물 좀 주세요- (123)
[뜨레예쁠례프] (물을 준다)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요?
[니이나] 거리로 가는 거예요. (사이) (124)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는 어디 계셔요? (125)
[뜨레예쁠례프] 네- (126) 목요일에 외숙께서 위독했었기 때문에 곧 와달라고 전보를 했어요. (127)
[니이나] 제가 디딘 땅에 키스하겠노라니 왜 그런 말씀을 하게요? 나 같은건 때려죽어도 시원치 않으실건대. (테이블위에 엎어진다) 피고해 못견디겠어요! 쉬어야 겠어요! (머리를 처든다) (128) 나는- 갈매기예요--- 아니, 나는 여배우예요. 그럼 그렇지! (별안간 아르까아디나와 뜨리고오린이 웃는 소리를 듣고 기울인다. 그리고 왼쪽문으로 달려가서 자물쇠 구멍으로 내다본다) 그이도 여기 계시는군요--- (뜨레예쁠례프에게 돌아가면서) 그럼 그렇지--- 아무것도 아니예요---(129) 그럼은요--- 그이는 연극을 불신하고 늘 공상을 비웃고만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차차로 그것을 믿지 않게 되어서 홀랑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게다가 사랑의 쓰라림이라든가 질투, 그리고 갓난아이 때문에 당하는 끊임없는 공포의 감정---등 이런 것 저런 것으로 인해서--- 저는 보잘 것 없는 범녀가 되어 무대에 대해서도 일의가 없었어요--- 손은 어떻데 했으면 좋은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알지 못했고 목소리도 제대로 쓰지 못했어요. 당신은 아마 배우가 자기 스스로 졸렬한 연기를 하고 있음을 의식할 때의 기분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겁니다. (130) 나는 갈매기예요. 아니, 그게 아니지- 당신은 갈매기를 쏘았던걸 기억하세요? 우연히 한 사나이가 아타나 심심풀이로 몸을 망쳐줘요- 빨막한 소설을 쓰기 위한 재료입니다. 이것도 아니지--- (이마를 문지른다) (131) 이게 무슨 사설일까?--- 저 무대 애기를 하는거예요. 지금은 저 그런 식이 아니예요- 인제 저는 진짜 여배우가 되었어요. 저는 기분이 좋고 환희에 차서 연기를 하고 있어요. 무대위에는 취한 사람모양이 되어 스스로 아름다운 여자라고 느껴요. 그렇지만 지금, 이 지방에 있는 동안은 줄곧 걸어다니면서 자꾸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의 힘이 매일같이 성장해감을 느껴요--- 전 이제야 알았어요. 이해하게 되었어요. 꼬오스쨔 저희들이 하는 일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거나 창작을 하는거나 마찬가지지만- 중요한 것은 명예도 아닐뿐 아니라 성공도 아니며 또 제가 꿈꾸고 있던것도 아니고 다만 한가지 찾는다는 것 뿐이예요. 사람들은 자신의 십자가를 질머지고 신앙을 가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인제 저는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괴롭지 않아요. 그리고 자신의 사명을 생각하면 인생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져요.
[뜨레예쁠례프] (슬픈듯) (132) 당신은 자신의 길을 발견했소. 그래서 자신의 나아가는 길을 알고 있소.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것이 누구에게 뭣때문에 필요한건지 알지 못하고 몽상과 환상의 혼돈속에 방황하고 있습니다. 내겐 신념이 없고 자신의 사명이 어디 있는지 그것 마져 모를는 형편입니다. (133)
[니이나] (귀를 기울이면서) 쉿! 저 가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제가 흘륭한 배우가 되거든 그 때 찾아 봐 주세요. 약속해 주시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 (그의 손을 잡는다) 너무 늦었어요. 전 간신히 일어서 있어요---아주 골았어요. 뭘 먹고 싶었어요--- 일어서 있어요--- 아주 골았어요. 뭘먹고 싶어요-
[뜨레예쁠례프] (134) 잠깐 기다리세요. 먹을 것 갔다 드릴테니---
[니이나] 아니예요. 아니예요--- 어머니께서 그이를 데려 오셨군요? 좋아요, 마찬가지지요.
뜨리고오린을 만나셔도 저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리지 말아 주세요--- 저는 그이를 사랑하고 있어요. 예전보다도 더 사랑할 정도예요. 짤막한 소설의 재료- 저는 사랑해요. 무척 사랑해요. 정신없이 사랑하고 있어요. (135) 예전엔 좋았지요. 꼬오스쨔! 기억하세요? 얼마나 밝고 따뜻한 환희에 찬 깨끗한 생활이였을까요 또 그런 감정이었겠어요= 마침 부드럽고 우아한 꽃과 같은 감정이었어요--- 기억하세요?--- (암송한다) (136) 사람도 사자도 독수리도 황새요, 뿔달린 사슴도 거위도 거미도 물속에 사는 말없는 물고기도 바닷별도 눈으로 볼 수도 없었던 것까지라도- 한 마디로 말하면 모든 생물, 생명을 지닌 그 모든 것들은 슬픈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리고 말았노라- 벌써 수십만년 이래 지구 위에는 생명을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가련한 달은 할 일없이 그 등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미 풀밭속에서 학이 눈을 뜨면서 응얼대는 일도없어지고 보리수 숲에 우는 오월의 소똥벌에 날개 소리도 들리지 않노라--- 와락 뜨레예쁠례프를 껴안고 유리문 밖으로 뛰어나간다. (137)
[뜨레예쁠례프] (사이를 두고) 정원에서 누가 여자를 보고는 나중에 어머니에게 일르면 곤란할텐데. 틀림없이 어머니는 좋지않게 생각하실거야--- 이분 씀이나 말없이 있다가 자기의 원고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그것을 책상 위에 내동댕이 치고는 오른 쪽 문을 열고 퇴장.
[도오른] (왼쪽 문을 열려그 애쓰면서 ) 이상한 걸, 쇠가 잠겨이는 모양이야--- (들어와서 안락 의자를 제 자리에 갖다 놓는다) 장애물경주로군. 아르까아디나,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 뒤따라 술병을 든 야아꼬프와 마아샤, 그 뒤오 샴라아예프와 뜨리고오린 등장.
[아르까아디나] (138) 포도주와 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가 마실 맥주도 여기 테이블위에 놔주세요. 같이 내기를 하면서 마십시다. 자아, 여러분 위에 놔주세요. 같이 내기를 하면서 마십시다. 자아, 여러분 자리에 앉으시지요.
[뽈리아나] (야아꼬프에게) 차도 빨리 가져와요. (촛불을 켜고 테이블앞에 앉는다.)
[샴라아예프] (뜨리도오린을 책장곁으로 데리고 간다) 이게 먼저 말씀드렸던 물건입니다---(책장에서 박제한 갈매기를 끄집어낸다) 당신이 주문하신 겁니다. (139)
[뜨리고오린] (갈매기를 바라보면서) 거억이 나지 않는 걸요! 오른쪽 무대 뒤에서 총소리 모두들 깜짝 놀란다.
[아르까아디나] (놀라서) 뭘까요?
[도오른] 아무것도 아니요. 저건 아마 내 약가방 속에서 뭣이 터지는 소릴겁니다. (오른쪽 문으로 퇴장. 삼십초 뒤에 돌아온다) 역시 그렇습니다. 에테르의 유리병이 깨졌어요. (노래한다) 나는 도 너의 미모에 넋을 빼앗겨 우두커니--- (141)
[아르까아디나] (테이블의자에 앉는다) (142) 피이, 깜짝 놀랐네. 그 소리가 생각났거든요. 이전에 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눈앞이 아득해 졌어요---
[도오른] (잡지의 페이지를 들추면서 뜨리고오린에게) (143) 두어 달전에 이 잡지에 한 기사가 실렸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소식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선생에 좀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뜨리고오린의 허리를 껴안고 푸트라이트 쪽으로 데리고 온다) (144)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대단히 흥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목소리를 낮추어서 속삭이듯) 이리이나․이꼴라예프나를 어디엔가 데려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45) 다름이 아니라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가 잘살했읍니다---(146)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