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호미
-한국인의 밥상 '그대 없이는 못 살아!'를 보고
- 고영섭
삼십 도 사십 도쯤 휘어져 버린
호미를 닯은 어머니의 손가락
일찍 떠난 남편 대신 아들 대신해
호미를 닮아가는 어머니 허리
한 점 혈육 막내 향한 자식바라기
텅 빈 허공 휑한 주변 일로 채우며
손이 되고 발이 되는 어미의 몸체
봄바람 갈라 여는 고랑과 이랑
아으, 나쁜 것들 모두 솎아 버리고
좋은 것들 깊이 심는 어머니의 손.
<해설> 김영자
5월에 '즐거운 시 읽기'원고를 쓰면서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가슴에 초대
하고 싶어진다. '한국인의 밥상' TV프로를 보다가 어머니를 만나는 시인
의 작품을 다시 읽는다. 봄날의 호미를 불러와 가슴에 차곡차곡 새기며 어
머니의 손가락을, 어머니의 허리를, 손이 되고 발이 되는 어머니의 몸체를
그리워한다. 삼십도, 사십도쯤 휘어져 버린 호미 닮은 어머니는 누구인가.
봄바람 갈라 여는 고랑과 이랑에서 나쁜 것을 모두 솎아내는 어머니, 좋은
것만 골라 깊이 심는 우리들의 머머니는 지금 어디에서 자식 바라기를 하
고 계시는지, 텅 빈 허공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에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