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어‘메리대구…’ 등
시청률 낮아도 강한 마력
‘국민드라마’ 시대 넘어
‘폐인드라마’ 새바람
시청률 5% 드라마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톡톡 튀는 감각으로 코믹한 캐릭터를 잘 구축한 MBC ‘메리대구공방전’은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온라인에서 화제다. 소위 인터넷 폐인이 활동한다는 디씨인사이드, 이곳의 드라마 갤러리에 이정재 최지우 두 톱스타를 내세운 MBC ‘에어시티’의 게시물은 2700여건에 불과하지만 ‘메리대구공방전’은 벌써 1만4000건을 넘어가고 있다. 네티즌은 ‘이렇게 재미있는 드라마가 시청률이 왜 낮은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메리대구공방전’은 또 하나의 마니아 드라마 탄생을 알렸고 이렇게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마니아 드라마는 이제 ‘국민 드라마 시대’를 넘어 ‘마니아 드라마 시대’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니아 드라마가 넘쳐난다=마니아 드라마는 초기에는 한두 편에 불과했지만 최근 2~3년 사이 마니아 드라마라는 이름을 단 작품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올해 들어서도 KBS2 ‘꽃찾으러 왔단다’는 3.3%라는 충격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따뜻하고 감동적인 내용으로 마니아 팬층을 형성하고 있고, KBS2 ‘마왕’ 역시 한편의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마니아 드라마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마니아 드라마 시대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 이후 퓨전사극 ‘다모’는 드라마 마니아 현상을 확대시키는 계기였고, MBC ‘네 멋대로 해라’를 거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지상파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다채널 시대에 전반적인 시청률 저하는 필연적이고 다시보기, 다운로드가 가능한 매체 환경의 변화는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SBS ‘내 남자의 여자’는 시청률 30%를 넘으며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시청률 70%도 넘었던 김수현의 예전 전력과 비교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지상파 정규방송은 중장년 시청자가 많기 때문에 일일.아침드라마가 젊은층이 열광하는 드라마의 시청률보다 높게 나온다. 다양한 외국 드라마까지 접하고 있는 젊은층의 취향은 시청률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대신 인터넷을 통한 다시보기, 글 올리기 등으로 이들은 드라마를 띄우고 있다.
▶마니아 드라마의 명암=마니아 드라마가 넘쳐나자 일각에서는 ‘시청률 낮으면 다 마니아 드라마냐’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마니아 드라마는 ‘실패작’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고소영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률은 물론 평가에서도 혹평을 면치 못했던 SBS ‘푸른물고기’를 두고 마니아 드라마라고 부르는 이는 없다.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에어시티’도 10% 정도의 시청률이지만 마니아 드라마의 비주류적 감성을 풍기지는 않는다. 마니아 드라마의 특성은 뭐니뭐니해도 독특한 매력이다. 이성주 KBS 드라마2팀장은 “마니아 드라마는 소재의 폭을 넓히고 완성도를 높이는 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모든 드라마를 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측면을 지상파가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마니아 드라마가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시청률과 직결되는 광고수입 때문에 낮은 시청률의 드라마는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 또한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봐 주는 것이 보람으로 마왕의 박찬홍 PD 역시 “마니아 드라마를 지향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마왕’ 역시 내용이 좀 어렵더라도 시청자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아래 추진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를 보완하는 것이 다시보기 등의 부가서비스를 통한 수익이다. 지난해 MBC 다시보기 서비스 상위 10위 프로그램 안에는 드라마가 무려 8개가 포함됐다. 마니아 드라마로 불렸던 양동근 출연의 ‘닥터깽’은 평균 시청률 12%였지만 8위를 차지해 그 진가를 확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