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묘하게 신경 거슬리는 자식이 있었다.
온몸에 명품을 휘감고 다니며, 손목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로렉스가, 반짝이는 것이
돈 좀 굴리는, 있는 집 아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부잣집 도련님 특유의 당당함과 풍기는 포스는 누구든 다 덤벼가 느껴졌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풍기는 기운에서 서로 동질감을 느끼기에는
뭔가 불편한 감정이 스멀거렸다.
그리고, 입학 후 약 한 달 만에 사건이 터졌다.
수업 후 매장에 출근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겨울 추위가 사라진 교정에는, 파릇한 이파리가
쏙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봄 신제품 출시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작년 본 점을 오픈하고 이번에는 제2호점 개점, 신제품 출시라는,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매장에 가서 손님들의 반응과 직원들의
호응도를 살피는 일로 바빴다.
베이커리 카페에서 출발, 앞으로는 디저트 카페로 영역을 넓히고 싶은 현이었다.
디저트는 천천히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유학파들이 자주 다니는 홍대나 신촌 등, 고급스러운 수제 초코렛 만드는
공방도 찾아야 했다. 생각이 복잡했다.
매출 추세에 따라 지역 방송이나 지역 신문에 오픈을 알리는 박스 광고를 낼까 생각 중이었지만, 그것 보다는 sns를 십분 활용해서 광고하는 게, 비용 절감 면에서 효과가 극대화되었다.
현에게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인, 작은 열쇠를 쥐고
어느 쪽으로 돌릴까 궁리 중이었다.
시선은 자연스레, 친구처럼 다정한, 어느새 분신처럼
편안해진 자동차로 옮겨 갔다.
그런데 눈에 익숙한 녀석이, 나의 자동차 앞에서
발로 격하게 타이어를 발로 차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지, 녀석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씩씩거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녀석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야?… 네가 이 장난감 차 주인이냐?”
“그래 이차 내 차야.” 녀석은 인상을 구겼다.
인상을 구기는 녀석 앞에서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
"뭔 소리야 장난감이라니?"
"알아듣게 말해?"
내가 녀석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물었다.
"내가 먼저 너에게 질문했잖아.”
녀석의 재수 없는 말투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특유의 시건방진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진짜 구린 차를 끌고 다니는 놈이 누군가 했더니 역시 너였어."
"뭐라고 구리다고?"
"그래… 그것도 아주, 구려..."
“이 자식이 말이면 다야?"
정말 화가 났다. 소형 스포츠카는 좁은 골목을 주행하기 편했다. 그런데
재수 없는 녀석이 나를 비하했다.
녀석은 학교 소문에 의하면, 재벌 3세에 망나니 기질이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 피해 당사자가 내가 될 줄은 몰랐다.
군에 입대한 형 대신에 끌고 나온 애마를, 구리다는 녀석의 말에
너무 화가 났다.
"야 너 이 돈으로 차 수리해."
녀석의 말을 듣고 내 차를 살폈다.
소중한 내 자동차 앞쪽 운전사 쪽 문짝에는 분명 아침 학교에 오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스크래치가 보였다. "이거… 네 짓이냐?"
"응..." 내가 그랬다 어쩔래, 그래서 내가 너를 만난 거고
잘못했으면 사과를 먼저 하는 게 예의야."
내가 약간 불쾌해서 녀석에게 보상하라는 듯이 말했다.
녀석은 거만하게 자신의 자동차 문을 열더니
5만 원권 지폐 한 묶음을 내 눈앞에 던진다.
"됐냐 됐어."
"돈밖에 모르는 놈." 누가 할 소린데…”
"나 이런 놈이야, 이 정도면 수리비 하고 남을 거다."
그러더니 쌩하고 내 앞을 달려간다.
녀석의 이름은, 유재하 이름처럼 재수 없는 자식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사사건건 부딪쳐온 사이다.
운전하는 내내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고 재수 옴 붙은 자식이다.
언젠가는, 유재하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다고 다짐하며 자동차를 몰랐다.
자동차는 어느덧 분당을 지나 강남으로 들어서는데 담장에는 노란 개나리가 낭창하게 늘어서서 지나는 나그네에게 웃음으로 화답한다.
개나리를 보니 차가웠던 기분이 다소 풀리는 느낌이다.
직원들과 간단한 미팅을 끝내고 이번에는 본점이 있는 신촌으로 향했다.
봄 신제품은 청소년들의 입맛과 2030의 취향에 맞는, 채소를 사용해서
칼로리 균형과 한 끼 식사와 커피와 궁합이 맞는, 빵 배합에 중점을 두었다.
신제품 출시에 앞서, 작업실에서 만든 빵을 가족들에게 먼저 선을 보이고 나서
특히 엄마의 호텔 식음료 팀에게 우선, 시식의 기회를 주었다.
빵과 제과 배합표는 나만의 자료실에 보관하고, 혼자 꺼내어 썼다.
수업이 없는 날은 출근해서 직접 손님들을 맞이하며, 동향 파악에
힘을 쏟았다.
가족들은 사업에 매진하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지만
학교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매장에 앉아 있는 게 행복했다.
과 동기들은 동아리 활동과 미팅에 적극 참여 했다. 현은
사업을 안정시키기 위해 새벽까지 공부하며 시간을 절약했다.
사업은 승승장구하며 궤도에 올랐다.
시간 절약과 비용 절감을 위해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서 그래프를 보면서
상품 분석과 손님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은 공부보다 재미있었다.
현에게 있어 공부는 과거의 반성이며 미래의 자산이다.
거대한 시장에 내 던져진 욕망 덩이로 변해,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한다.
유재하와는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도 서로 외면했다.
자동차 스크래치 사건 이후 우리는, 서로를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며
무시했다. 유재하는 그런 나를 딱하다는 듯이 대했지만
그가 희철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더 이상 미움의 대상이 아닌
인생의 경쟁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되었다.
유재하는 여전히 재벌 집 망나니로, 뻔뻔하고 야비하게 굴었지만, 나는 사업가로서
사회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에만 체인점을 열 때와 지방으로, 체인점을 확장하면서,
모든 일들을 처리 함에 있어, 조력자가 필요했다.
비서 겸 운전을 대신할 사람을 찾는 일은, 의외로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현에게 있어, 신중함을 사람을 보는 관점의 눈을 깊고 그윽하게 했다.
베이커리 사업의 성공은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되었다.
또한 사업에 있어 지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성공한 자의 경험담이 나에게는
최고의 스승이 되었다.
엄마는 일에 빠져 사는 나에게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희철은 여전히 재계에서 재력을 과시하며
정. 재계에 보폭을 넓히고 있었다. 할아버지 덕에 재하는 돈으로 군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여기서 잠시도 쉴 수 없었다. 방학을 맞아 프랑스로 긴 휴가를 떠났다. 이번에는
엄마도 동행했다.
엄마 오 여사는 프랑스의 호텔을 방문하면서 한국에도 프랑스 파리 못지않은
최고급 호텔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좁은 국내보다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벤치마킹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은 힐링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회가 되었다.
첫댓글 귀한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