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부산.
모르는 길을 갈 때는 택시를 타는 게 최고!
택시에 타서 택시기사에게 묻는다.
나 : 범일동인가? 좌천동인가? 그 쪽에 동굴식당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세요?
택시기사 : 들어는 봤는데, 거기 아직도 하나? 일단 한번 가봅시다.
택시타고 슝~
택시 기사, 좌천동 즈음 와서 헤매다가,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봄.
택시기사 : 여기 동굴 식당 어딥니꺼~
길가던 사람 : 동굴식당요? 없어졌는데요.
택시기사 : (날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거기 없어진 거 맞아요.
택시에서 내린 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 동네에 오래 사신듯한 분을 붙들고,
나 : 저...여기 근처에 동굴식당 아세요?
주민 : 동굴식당? 거기 없어진지 꽤 됐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전화번호가 나오길래, 전화를 해봤더니 안 받는다.
그렇게 쓸쓸히 발길을 돌렸던 것이 지난 겨울.
그런데 믿을만한 소식통을 통해 동굴식당이 없어진 게 아니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래서 다시 도전~!
이번엔 지하철을 타고 좌천역에서 내려 차근 차근 찾아올라가기로 했다.
내가 이 집을 결국은 찾아낼 거라고 믿는 분들은
일단 꾸욱~^^
동굴식당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좌천역 7번 출구로 나와
이곳 범일 빈대떡집이 있는 곳까지 인내심을 갖고 쭉~ 올라오는 것이 관건이다.
사실, 이번에도 근처 가게에 들어가 물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이곳 동굴식당을 잘 모르고 있었다.
"동굴식당"이라고 하면 꽤 이색적인 식당인데도,
동네 사람들조차 잘 모르고 있음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
범일빈대떡 골목으로 약간만 올라가면 바로 눈에 띄는 이곳,
바로 동굴식당 <용꿈>이다.
용꿈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엥? 동굴식당이 뭐 이리 평범하게 생겼지?'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엔 휴일이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난 겨울에 왔을 때가 일요일이었는데,
둘째주나 넷째주였나보다.
전화해도 전화를 안 받는 이유가 있었음.
일반 가정집 같은 입구.
이 때까지도 한가닥 의심을 놓을 수 없었다.
과연 동굴이 있기는 한걸까?
그런데...
열려 있는 문 사이로 빼꼼 들여다보니,
저 안 쪽으로 어두운 공간이 보인다.
그런데, 손님들이 왜 방안에만 가득한지...
혹시 동굴은 그냥 구경만 하는 곳?
동굴 안으로 들어가보니, 10여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여기 앉아도 돼는지 물어보니,
종업원이 "당연히" 앉으시란다.
이 집의 메인요리는 "해물찜"과 "해물탕"!!!
들어올 때 입구에 놓여있던 수조는 존재의 이유가 있었던 것!
술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특별한 곳에 가면 늘 "막걸리"를 마시는 나!
이곳에서도 오늘의 반주는 "동동주"로 낙찰했다.
동굴 안에서는 마치 음악을 틀어놓은듯 규칙적인 멜로디가 들린다.
똑~ 똑~ 또독~ 똑~ 똑~ 또독~
바로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그래서인지 바닥이 촉촉히 젖어 있다.
특별히 미끄럼을 주의해야할 듯!
벽에도 물이 타고 내려오는데,
그 물에 살짝 손을 대보니, 벽도 물도 차갑다.
한여름임에도 이곳은 에어컨 바람을 능가하는 시원함이 있다.
테이블 쪽은 테이블에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해놔서 괜찮은데,
그렇제 않은 곳은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엔 이 집의 상징인 용 한마리가 우뚝!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 모퉁이를 돌아보니,
거기도 테이블이 쫙~ 놓여있는데...
이곳 동굴의 길이는 총 73m나 된다고...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이 동굴의 정체!
이곳 범일동은 산이 많은데,
일제강점기 때 방공호 기능으로 쓰기 위해 뚫어놓은 것이라고.
이곳 범일동엔 그런 동굴들이 몇 개 있는데,
아마 동굴식당을 하다가 문을 닫은 집도 있는 모양이다.
이 집을 찾아오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탓에,
혹시 생긴지 얼마 안 되어 사람들이 잘 모르나 싶어
문을 연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어봤더니 30년이 넘었단다.
30년 넘은 이런 독특한 식당을 이 동네 사람들도 잘 모르다니,
끝까지 미스테리~
암튼, 이 곳 동굴은 그 길이가 총 100m에 이르는데,
안 쪽 30m는 천장이 낮고, 바닥이 미끄러워, 사용이 불가능한 관계로,
70m만 식당으로 쓰고 있다고.
밑반찬이 먼저 나왔는데,
음식들이 깔끔하다.
특히 이 동굴과 정말 잘 어울렸던 건 바로 이 얼음동동주! 크~~
그렇지 않아도 동굴 안이라 시원한데,
얼음까지 동동 띄워져 있는 술을 한잔 마시니,
온 몸이 오싹~ 춥다 추워~~!!
곁반찬으로 나온 두부김치!
역시, 동동주 안주로 딱이다!!
기본 반찬들도 짜지 않고 맛있다.
드디어 메인 요리인 해물찜이 등장했는데,
해물의 비주얼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작은 걸로 시켰는데 양도 둘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가운데에 살포시 얹어져 있는 건
독특하게도 땅콩가루!!
해물찜의 양념에 잘 섞어서 먹으니,
해물찜에서 고소한 맛이 난다.
해물찜이 생명은 해물인만큼,
해물의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기 해산물들은 탱탱하고 살도 꽉 차 있는 것이 재료면에서는 확실히 흡족함이 느껴진다.
분명 해물찜을 먹으러 갔는데,
콩나물찜을 먹고 온 기분이 들 때가 간혹 있는데,
여기는 콩나물보다 해산물의 비율이 확실히 많다.
개인 접시에 젓가락으로 덜어오다보면 잡히는게 모조리 해산물~ㅋ
동굴 안에서 먹는다는 분위기도 한 몫 하지만,
해물찜 맛도 일품이다.
맛있어서 계속 먹다보니 기어이 바닥을 보고야 말았다는...
하지만 이 양념조차 그대로 버리는 것이 아까워 내리게 된 특단의 조치!
"여기 감자사리 1인분요!!"
감자면의 부드러움이 해물찜의 양념과 만나니,
또 하나의 멀쩡한 요리가 탄생된다.
해물찜 비빔 감자면!
시원한 동굴 안에서 먹는
뜨끈한 해물찜 요리.
둘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찾아오기까지는 고난이 많았지만,
그 수고로움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집!
70m 넘는 길이의
70년 넘은 동굴,
그 안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들으며 즐기는 식사 분위기.
거기다 제일 중요한 음식의 맛까지.
이 날 우리에게 서빙을 해줬던 종업원도 상당히 친절했다.
이 정도면 부산의 명소로 자랑할만 한 듯!
앞으로 누군가 부산에 가면 어딜 가봐야 돼?
하고 물어온다면,
태종대 해운대 보다 이곳 "동굴식당"을 더 먼저 추천하게 될 듯 하다.
<<이 글이 Daum 블로그이슈에 떴네요. ^^>>
첫댓글 이런...허생은 추워서 외투 입고 가야겠네요...^^
살이 없는 허생님은 그래야 할지도...ㅎㅎㅎ
ㅎㅎ 저 이번 여름휴가 부산가는데.. 꼭 먹고 말거예요^^ 이번에도 김작가님 빽으로..?ㅎㅎ
내 빽?? 나 이 집 사장님은 잘 모르는뎅? ㅎㅎㅎ
@김작가 언니 포스팅을 들이내밀면서.. 이거 작성하신 분이 우리 언니라구ㅋㅋ
@한나예요^^ 하하하~ 한번 그래보세요.
대신 김작가 동생이니만큼 한나님의 이름은 그 순간만큼은 김한나인 걸로.ㅋㅋ
어머..신기하네요 부산가면 동굴에서 용도 보구 해물찜도 묵고..ㅎㅎ 부산을 가게되면 필쑤코쑤 ㅎㅎ
필수 필수!!
험난했던 일제강점기의 단상이기도 하지요. ^^
님의 우월하고도 탁월한 맛집 탐지능력...
그래서 님을 "부산 개코"로 임명합니다...ㅎ
부산에 살고 계신 해리슨로드님은 이 집을 알고 계시려나??
만약 모르시면 "코막힌 부산분"으로 임명합니다. ^^
현지사람보다 멀리 사는 사람이 더 잘 안다는..^^
동굴에서는 냉장고가 필요없것넹
용,리얼함, 언제 울동네 동굴로 안내하리,,동굴안 예술의 전당.^^
동굴있는 동네? 멋져라~
그것도 동굴안이 예술의 전당? 꼭 꼭 안내해줘용!
해물찜을 먹고 싶어지는 날이네요......이런집이 있을쭐 몰랐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저도 이런 집이 있을 줄은 몰랐답니다. ^^
다음에 부산에 가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저는 동굴집에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이 식당인가는 분명하지 않지만
1978년~79년에 '동굴집'에서
ROTC 1년차 후보생들은 2년차 선배들로부터
혹독한 벌을 받으며 술 먹은 기억이...
단복 하복 흰색 다버리고...
꼭 다시 가야겠습니다.
그당시 같이 교육 받았던 동기들과 함께...
다시 가보세요.
이번엔 "좋은 추억" 만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