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부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9. 에쿠스 VS380 프레스티지>
2012년 형입니다. 처음 타고 시동을 켰을 때 탄성이 나옵니다. 어떤 차종과 비교해도 그 정숙함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습니다. 시동이 걸렸는지 조차 알 수가 없네요. 발광도어스텝, 다양한 트립 컴퓨터 모드, 스마트 키, 렉시콘 오디오 등의 다양한 장치는 이 차가 충분한 럭셔리 차임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막상 실내는 380이어서 그런지 그냥저냥입니다. 국산차 중에는 고급스러울지 모르겠지만 BMW 740 이나 벤츠 S 350와 비교하기에는 아직까지는 어불성설입니다. Autohold 기능은 BMW랑 비슷하게 민감합니다. 벤츠의 경우는 브레이크를 세게 한번 꾹 눌러주는 방식이지만 에쿠스는 오토홀드 버튼을 누르면 살짝만 브레이크를 눌러도 기능이 작동됩니다. 주차 때는 불편하므로 그 기능을 해제해야겠죠. 통풍시트는 벤츠보다 시원합니다. 운전석 시트 조정법은 벤츠랑 비슷하지만 벤츠만큼 좌석이 여러 파트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내부의 기능이나 인테리어는 벤츠+BMW를 이리저리 짜깁기 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편의장치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주행면에서 보자면 시내주행시에는 너무 편합니다. 과거 구형 에쿠스보다 서스가 많이 하드해졌습니다. 저속에서는 어지간한 노면의 거칠기는 아주 부드럽게 흡수해버립니다. 고속주행에서나 안전턱을 넘어갈 때는 역시나 출렁거립니다. 무엇보다 저는 후륜차량 답지않은 핸들링의 이질감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핸들을 이만큼 돌리면 차가 이만큼 가줘야 한다는 생각인데 그렇지 못할 뿐더라 고속에서는 가벼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시속 160까지 주욱 잘 올라갑니다만 왠지 모르게 불안합니다. 이것도 핸들의 이질감과 단단하지 못한 서스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스포츠 모드로 하고 다녔는데 변속시점만 바뀌는 건지 서스에서는 미세한 차이만 느껴지지 확 와닿는 차이를 못느꼈네요. BMW처럼 달리는 재미를 선사해주지도, 벤츠처럼 고속주행의 안정성을 선사해주는 차도 아닌 무늬만 스포츠 모드인 것 같습니다. 브레이크는 초기 응답력은 너무 좋다못해 확 쏠리면서 출렁합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린다는거죠. 촤악 차가 전체적으로 가라앉는 맛이 없습니다. 제 CL 600을 뒤에서 박은 차도 바로 이 차와 같은 VS 380 이었습니다.
엑셀을 천천히 주욱 밟아주면 정말 부드럽게 시속 160까지 잘 올라갑니다. 좋네요. 통상적인 주행에서는 어떤 차보다 부드러움을 느끼지만 오르막에서 급가속을 해보았습니다. 기어비율이 안맞는 듯한 소음이랄까 그르르 소리가 들려옵니다. 힘이 남아돈다는 느낌 대신 오히려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평지에서 초반 가속도로 치면 0-10m 는 제일 빠를지도 모릅니다. 스마트 크루즈는 BMW 처럼 정지까지는 안되고 시속 10인가 이하로 떨어지면 저절로 해제됩니다. 렉시콘 오디오는 꽤 괜찮네요. 제가 막귀인데도 좋게 들립니다. 이런건 BMW 5시리즈나 벤츠 E 클보다 확실히 낫습니다. 쇼퍼드리븐 카에 어울리게 뒷좌석에서 앞좌석 조정가능합니다. 뒷좌석 착좌감은 BMW보다 딱딱하고 벤츠처럼 쏴악 감기는 맛은 없습니다. 그래도 착좌감은 나름 상당히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근데 문제는 뒷좌석이 앞좌석보다 높이가 높습니다. 뒷좌석 고객의 시야을 확보하려고 한걸까요? 다른 후륜차량에 비해 확실히 높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코너링에서 후륜임에도 뒷좌석이 편하지 않고 무게중심 높다보니 코너링시 뒷좌석이 쏠리는 현상이 생기고 심지어는 멀미가 납니다. 그냥 제 막연한 생각인데 제네시스도 뒷좌석이 높은게 아마 현대에서 후륜으로 회전축을 만들다 보니 좌석이 높아진게 아닐까 싶습니다. 에쿠스가 이 정도 인데 K9 을 7시리즈나 S 클래스랑 비교한다굽쇼? 한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미친거 아냐?” 같은 지역을 일주일간 다녀보니 연비는 6.3정도 나오네요.
<10. BMW 740Li>
2011년식입니다. 처음 차에 앉으면 버튼이 많아서 먼가 복잡하고 헛갈리지만 대신 사용설명서를 그때그때 모니터를 통해서 볼 수 있어 금방 사용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거의 컴퓨터 수준이네요. 대형화면이 돋보이지만 핸들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벤츠에 비해 덜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벤츠 S 클래스에 비해 마감이 좀 덜하다는 것 뿐이지 고급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수납공간은 벤츠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지네요. 문짝은 독일차답게 역시나 상당히 두껍고 문 손잡이 부분에 led 등이 들어옵니다. 네비게이션은 터치가 아니고 자모음이 헛갈려서 사용이 불편해서 그렇지 시동을 켬과 동시에 바로 작동하고 HUD 와 TPEG 연동되어서 벤츠의 네비보다 상당히 좋습니다. 주차할 때 버드아이뷰와 굴곡을 표시해주는 것은 참 좋은 기능인 것 같습니다. 탐나네요. 특이하게 좌측에 속도계가 있고 우측에 RPM 이 있어 달리기를 강조한 차량이라는게 엿보입니다. 뒷좌석은 양쪽 모두 모니터가 있고 뒷좌석의 등받이부터 세세하게 조절이 가능하고 뒷좌석에서도 앞좌석을 조절할 수 있고 벤츠에 비해서 착좌감은 단단한 느낌이며 뒷공간은 에쿠스보다 더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 압축도어는 벤츠보다 더 예민해서 좋습니다. 대신 파노라마 선루프는 없네요.
주행면에서는 스포츠 플러스, 스포츠, 컴포트, 컴포트 플러스로 나뉘는데 스포츠 플러스와 컴포트 플러스는 확연히 다르다는게 느껴집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서스펜션과 구동력을 따로따로 조절이 가능해서 기어변속의 타이밍과 서스펜션의 정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에쿠스는 스포츠 모드일 때도 티도 안나는데 BMW는 확실히 가속력은 물론 승차감이나 서스가 바뀌는걸 느낍니다. 컴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는 전형적인 세단의 느낌이라면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완전히 다른 차가 됩니다. 벤츠의 경우는 매뉴얼 모드를 제외하고 S와 C 모드만 있지만 역시나 확연히 다르다는걸 느끼죠. 그래도 그 격차는 BMW 가 더 심하게 느껴지네요. 특히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TCS 가 해제되므로 왠지 마구 밟았다가는 초짜인 저에게는 좀 겁이 납니다. 에쿠스와 마찬가지로 오르막에서 급가속을 해봅니다. 오오~ 전혀 힘이 딸리지 않고 주우욱 치고 올라갈 뿐만 아니라 엔진음도 듣기에 좋습니다. 320마력을 가진 차라고는 믿기지 않게 이 차 참 재미있습니다. 왜 BMW가 운전하는 재미를 내세웠는지 알 것 같네요. 능동주행(스마트 크루즈)은 에쿠스와 달리 멈추는 것까지 다 가능합니다. 근데 밟는대로 잘 달리는 이 BMW에 능동주행은 별로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차를 재미없는 능동주행에 맡기기에는 심심하잖아요.
벤츠와 많은 비교를 하는데요, BMW는 주욱주욱 잘나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벤츠는 일정하게 나가는 느낌이죠. 브레이크 역시 감동적입니다. 초기 응답력도 뛰어나지만 확 내려꽂는 느낌으로 가라앉으면서 제때 잘 멈추네요. 브레이크의 초기 응답력이나 초기 가속력은 bmw가 벤츠보다 느낌상으로는 나아보이지만 결국 전체적인 제동거리나 속력면에서는 벤츠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제로백이 4초대인 S600 만큼 잘나가는 느낌이 들지만 그렇다고 실제 제로백이 4초는 아닌거죠. 코너링은 대형 세단치고는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벤츠가 부드럽게 도는 느낌이라면 약간 파고드는 느낌이랄까? 어떤게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740Li 을 타보기 전에 제가 기대했던 것 보다 더 괜찮은 차입니다. 비슷한 거리와 시간을 달렸을 경우 연비는 4.5 정도 나오네요.(일반유이고 거의 스포츠 모드로만 다녔습니다.)
<총 평>
우리나라 차는 정말 10년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에쿠스만 봐도 그렇습니다. 반면 벤츠나 BMW 는 이미 10년전에 거의 모든걸 이뤄놨네요. 국산차만 탈 때는 정말 잘 모릅니다. 그리고 한두번 외제차를 타봤다고 해서 차를 잘 이해한다고 하기도 그렇구요. 현기차에 대해 실망하는 것은 자국민을 캐쉬카우로만 본다는 점이죠. 일례로 K9 이 짝퉁 BMW 로 쪽은 쪽대로 다 팔고 가격은 무리수를 두고 옵션으로 장난치는 방식이라면 더 이상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해서 될일이 아닙니다. 아마 현기차 덕분에 외제차가 더 잘 팔렸을 지도 모릅니다. 이거 살 바에 이번 기회에 나도 외제차 한 대 뽑아본다는 생각을 한 번씩들은 하니깐요. 많은 면에서 좋아진 것은 맞습니다만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얌전한 운전 스타일, 고만고만한 우리나라 도로에서의 운전이라면 아직도 현기차는 가격대비 좋은 평을 받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200 넘게 달릴 일이 머 있다고 외제차를 타냐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벤츠나 BMW 나 되니깐 200을 밟고 다니는 걸지도 모릅니다.
BMW와 벤츠를 비교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둘 다 최고의 차니깐요.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1) 가족들과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2) 애인이랑, 혹은 혼자서 1-2시간정도 드라이브 좀 하려고 합니다.
1)이라면 전 어김없이 벤츠를 선택할겁니다. 최고의 선택이니깐요 하지만 2)이라면 BMW 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운전하는 재미” VS “고속에서의 주행안전성” 이렇게 두 차의 특성을 많이 비교하지만 이번에 타보면서 개인적으로 확실히 느낀 점은 벤츠는 너무 편합니다. 장시간 운전에도 편하고 막 밟고 다녀도 긴장할 일이 없을만큼 편합니다. 반면 BMW 는 재미있기 때문에 막 밟아봅니다. 치고 나가는 맛이 있으니깐요. 그리고 속도감이 다릅니다. 벤츠는 160 이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만 BMW 는 160 이면 속도감이 느껴져서 잘 나가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게 시속 200이 넘어가면 벤츠가 훨씬 안정적이고 편합니다. BMW 도 훌륭하지만 벤츠에 비해 착 가라앉는 맛이 덜할 뿐이죠. 저속에서는 둘 다 너무나 매끄럽습니다. 100-180사이에서는 편안한 운전을 좋아하면 벤츠가, 중간중간에 밟는걸 좋아하면 BMW 가 좋겠죠. 200을 넘으면 벤츠가 좀 더 좋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고 왠지 벤츠는 200정도는 한번씩 밟아주고 싶습니다. 안무섭고 편하니깐요. 반면 BMW 는 재미있으니깐 200정도는 한번씩 밟아주지 않을까요?
제동능력은 초기 응답력이 BMW가 꽂히는 느낌이라 막 밟았다가 멈추고가 가능하니깐 위기상황에서도 차량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의식이 벤츠에서보다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러고 보면 벤츠는 제동도 부드럽고 가속도 부드럽고 고속주행에서 마저도 안정적이네요. 이러다보니 긴장감을 즐기는 사람들이 젊은층이 많을테고, 편안함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중장년층이 많을겁니다. 그래서 자꾸 젊은 사람은 BMW, 나이든 사람은 벤츠 이렇게 편가르기가 생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BMW 는 여러 가지 전자장비나 버튼이 꽤나 많아서 이것저것 눌러보는 재미가 있다면 벤츠는 간결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움으로 승부합니다. 저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가족이 생겨서 그런지 이젠 벤츠가 너무 좋습니다. 심지어 신형 BMW 740 Li 보다 이제 8년된 제 CL 600 이 더 좋거든요. 만약 미혼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죠. 마지막으로 욕심이지만 아우디 A8, A6, BMW 760, 에쿠스 500 정도를 더 타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하게 아우디랑은 인연이 잘 안닿네요.
부끄러운 졸필이지만 이걸로 시승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전문가의 주관적인 허접 시승기이니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량을 타보지 않았어도 글만으로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내시는 훌륭한 글필의 소유자 이십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그저그런 글인데 칭찬말씀 감사합니다.
긴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이 길어서 다소 지루했을텐데 제가 더 고맙습니다.
늦었지만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일지매 님 못지않게 차를 아끼고 좋아하는데 경제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네요^^
저도 일지매님 글 예전부터 보고 600에 긍정적인(?) 마음을 마니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꼭 Used 라도 CL / S 중 하나라도 600 을 소유해보고 싶네요~
좋은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_._)
참고로 Audi는 A4/6/7/8 다 타봤는데 S나 7 대비 해서 약간 차가 뜬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부분이 좀 있고..
주행질감이 BM , Benz에 비해서 많이 달랐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는 정말... 너무너무 럭셔리하고 만족스럽더군요 (3.0TDI기준)
전부 다 제 차는 아닙니다. 아버지 차도 있고 남동생 차도 있고....600 시리즈를 중고로 구매할 때는 구매비용보다 유지비용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아우디에 대한 시승기라도 좀 굽신굽신....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 에쿠스 좋은차네요 ~
좋네요
너무 재밌어요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