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터벅...
내 발길이 이렇게나 무거울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적어도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쉴수 있어.
시간은 많아.
"후우."
남들 할때 조금 할껄 그랬나...
이런걸 바로 후회막급이라고 하겠지?
"...벌써 왔네."
천천히 온다고 왔건만 벌써 다 오다니...
"내 걸음이 이렇게 빨랐나?"
"어이 켄지."
앗...하루카씨!
내가 곧죽어도 고모할머님같은 호칭으로 부르려고 해도 젊게 보이고 싶다며 하루카씨라는 호칭을 내게 선사했다.
"왜그러세요?"
그녀의 검은 머릿결에 간혹 흰머리가 보이긴해도...여전히 그녀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어보인다...약이라도 먹는건가?
"엄마가 찾는데 너 여기 왜왔냐?"
"뻔하죠."
쳇,또 들어가면 한소리 듣게 생겼군.
"...그래그래.그나이엔 다 고민이 많은거지."
"그럼 하루만 재워주세요."
지금 투로 봐선 재워주시겠지?
"좋아.주방에가서 안주거리나 좀 놔둬라."
"...같이 한잔하시게요?"
"그럼 니 손에 들린술이 날 먹어달라고 애원하는데 어쩌겠냐.같이 한잔하자.그리고 고민상담도 겸해주마."
"퍽도 생각해주시네요."
"맞겠다?"
탁탁 주먹을 포개는 그녀.
"아뇨."
이럴땐 재빨리 기는법도 알아야한다.
"그럼 가봐."
"예."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녀.
"달이 밝네."
나의 우중충한 기분과는 달리 저 밝은달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혼날때 혼나더라도 일단 오늘은 마시고 외박하자.하핫!"
불효자 하나 난셈 치세요.어머니.
그리고 난 하루카씨와 함께 새벽 1시경까지 고민상담인지 술판을 벌이는건지 구분이 않가게 놀면서 잠이 들었다.
[켄지!]
갈색머리의 소녀가 어떤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
그러나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다만 몇가지 단어만 통할뿐.
[음...음...]
소년은 어렸지만 그녀가 팔로 나타내는 문양이 무엇인지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아.음...]
소년도 소녀와 같은 문양을 그려주었다.
[헤헷.]
소녀가 소년에게 안겼다.
[하하하]
소년도 소녀를 안았다.
그리고 둘은 웃으면서 모래성을 지었다.
"아이고 머리야...이 꿈 정말 오랜만이야."
역시 지나친 숙취는 건강에 해롭다.
"음...8시?"
미치겠군.1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8시 정각에 일어나는 내몸은 도대체 뭐냐?
"나 철인인가봐..."
나 자신의 믿을수 없는 자생력에 나는 감탄했다.
"하핫."
음...웃고는 있지만 집에가면 난 시달림에 미칠지도 모른다.
띠르르르릉!
그때 내 주머니에 잠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쳇 소리좀 바꿀까?"
별 상관없지만...느낌상 영 않좋아서리.
"여보세요?"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야!너 왜 끊었어?!"
케이트...
그녀다.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그렇지!이 누님이 다정다감하게...!"
"끊을까?"
나이 많은거 티내냐?
난 노친네여자랑 사귈생각 따윈 없다구.
"어어.너 죽어!"
"끊어?"
살살 약올리는것도 재미있네.
"어...어..."
말을 못 이어나가는 그녀.
요염한것을 제외하면 정말 귀여운 그녀인데...
"하핫.그만하자."
"그렇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밝은 목소리.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달라붙냐?"
"시꺼.니가 싫어도 내가 좋으면 좋은거야."
"잘났다."
그렇다.
미국인인 그녀는 나와 고등학교 1학년때 우연찮게 만났다.
본래 아버지의 사업차로 1년후 다시 미국으로 갈 계획이였으나 나를 위해
(어딜봐서?) 곁에 남겠다는 명목상으로 지금 고3이 되도록 여기에 있다.
게다가 내가 어렸을때 갈색머리의 말이 안통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이야길 아버지께 듣고는 자기의 긴 금발을 짧은 단발로 자르고 갈색으로
염색까지 한 그녀다.
'정말...'
지극정성이라고...나도 좋지.
하지만 난 그녀를 내 친구이상으로 생각해본적은 전혀 없다.전혀!
"음 어쨌든 나와라.일요일인데 오늘만큼은 시험잊고 놀아줄께."
"음...내가 놀아줘?아니면 네가 나와 놀아줘?"
말은 바로하자구.
"아무거나 해.대충 시간은...12시로 잡자."
"네가 사겠지?"
"나아쁜~!"
뭐라고 꽥꽥 거려댔지만 난 핸드폰을 멀찍이 떨어뜨려놓고 잠잠해질 때까
지 기다렸다.
잠시후 폰에서 소리가 멈췄다.
"끝났냐?"
"헉헉..."
색색대는 그녀의 숨소리...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대충 있는돈이...4만엔 정도 있다."
"헉헉...너 그거 다내!"
싫다면?
"그래.알았어."
"어?왠일로 순순히?"
"끊는다."
"어?야 잠깐....!"
탁.
"후후훗."
내가 어쩌자고 돈을 내겠다고 했단말이더냐!
하지만 어쩌랴.
나를 위해 그렇게 신경써주는 친구를 위해 그정도는 해줘야겠지?
"하핫.그래야 나중에 더 얻어먹지!"
역시 난 약간...아주 약간 사악한 놈이다.
"해장국이나 얻어먹고 가볼까?"
그렇게 난 하루카씨를 찾아 내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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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꽤 매끄럽게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도 하면 되는군요 ㅡㅡ;;
그럼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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