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일주일 동안 프랑스에 머물며, 파리 시내에 있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빵집을 찾아
직접 먹어 보면서, 맛을 비교 분석하면서 분주한 날을 보냈다. 현의 눈길을 끄는 것은
빵의 식감과 빵 모양이었다. 현은 파리 시내에 있는 빵집에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것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바쁜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샐러드를 넣은 빵과
밀가루와 채소를 믹스 해서, 영양이 골고루 균형잡힌 식단을 만들기 위한, 방안도 연구했다.
그들의 것을 똑같이 벤치마킹하기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빵과 쿠키를 찾기 위해
지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현의 머릿속은 오로지 사업에 대한 구상으로 가득 차 있다.
직접 빵의 모양 사진을 찍고 쿠키나 초코릿의 경우는 포장지 등 디자인을
살피면서, 사람들의 눈과 입이 즐거운 그러나, 호기심을 끄는 요소를 찾기 위해
파리 시내를 누비고 다녔다.
짧은 방학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가 쉬는 방학은 현에게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유학 다녀온 파티쉐가 하는 베이커를 찾고
전국의 유명한 디저트 카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강점을 파악하고자 했다.
초코렛의 경우에는 설탕 함량과 크림 함량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원가가 달라진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재료를 찾아서 직접 공부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은 다른 날에 비해 매우 바쁜 날이다.
주말을 보낸 매장은 재료 반입과, 한 주를 시작하는 동시에
신제품 출시 같은 기획 상품을 선보이는 날이라 직원들도 바빴지만, 오더를 내리는 사무실에서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간 절약을 위해 회의는, 영상 회의로 대체 하고 학교로 향했다.
수업이 없는 날은 매장에 출근하고 시제품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한편
SNS 홍보 문구를 만드는 일에도 현 자신이 직접 뛰어들었다.
새벽까지 학교 과제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면 새벽 1시가 넘는다.
부족한 잠은 집에서 학교에 이동하는 중에 쪽잠을 잔다.
며칠 동안 무리했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나른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가니탕이 차려져 있다.
입맛이 돌지 않아 우유에 토스트 한 조각으로, 아침 대신 하려던 차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거실에는 아빠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신문을 읽고 계신다.
현은 눈으로는 휴대폰으로 저녁에 들어온 뉴스를 보고 노트북으로는
어제 소식을 메일로 확인하고 있다.
“애 현아 식사할 때는 다른 것은 하지 말고 밥만 먹으렴.”
“알겠어요, 엄마,”
현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러지 말고 쉬엄쉬엄 일하렴.”
“인생은 아주 길단다.”
“공부도 소홀하지 않게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식사를 하는 중에도 현의 휴대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네, 알겠어요.”
짧게 전화를 끊자 오 여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본다.
“요즘 일은 잘되는 거니?”
“음… 엄마가 아시다시피 제가 바쁘잖아요, 그래서
지점장 체제로 가고 있어요, 책임감과 능력을 높이 사고 있는데
머리가 빠르고 요즘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인물로 앉혀 놓으니
아무래도 실적이 좋아 진 것 같아요.”
“우리 아들 제법인데…”
그렇지만 가뜩이나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그렇게 일만 하면 좋지 않아.
오 여사는 아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
매주 월요일 1교시 수업은 교수님의 칼같이 수업 시간을 지키는 편이라
현은 지각하지 않기 위해 서둘렀다.
더구나 이번 주는 조별 과제 하는 시간이었다.
발표 준비했지만 미흡한 것은 말로 설명하려 했다.
평상시처럼 강의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수업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더니
복도는 순식간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인원으로 꽉 찼다.
강의실은 3층이라서 걸을까 생각했지만, 왠지 피곤하다.
생각을 바꾸어 계단을 올랐다.
천천히 한 계단 두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오늘 발표할 수업에 대해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급하게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는 여학생과 부딪쳤다.
순간 “어머나 !!!!”
하는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바닥에는 여학생이 품에 안고 있던 노트북과
책이 와르르 떨어졌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피할 수 없었다.
현이 얼른 허리를 구부리고 바닥에 흩어진, 노트북과 책들을 집었다.
그리고 여학생과 눈이 마주 첬다.
“미안합니다. 내가 실수한 것 같은데, 노트북 수리비는 내가 해결할게요.”
지금은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네요
“바로 1교시 수업이 있어서 이만.”
현이 자신의 명함을 여학생에게 건넸다.
여학생은 명함을 한번 쓱 읽더니 그대로 현관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을 때였다.
낯선 번호로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노트북 수리비와 그동안 사용하지 못하게 된
노트북에 대한 피해 보상에 필요한 금액 보내니 송금 요함-
현은 식사하면서 여학생에게 돈을 송금했다.
며칠 뒤 매장을 둘러보며 한창 일에 빠져 있을 때였다.
한 통의 메시지에는 아무런 인사도 없이 대뜸
-언제 시간 되시면 차 한 잔해요-
현은 문자 메시지를 깡그리 무시하고 다음 오후 수업에 들어갔다.
1주일이 흘렀다
늘 하던 대로 학교에서 학우들과 어울리는 시간 보다
직원들과 영상 통화하면서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다.
점심시간 도서관에 들러 과제를 위한, 도서 목록을 살피고 있었다.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발소리를 내지 않고 걷고 있었다.
현은 자신이 찾는 책을 찾고 있었다.
한참 동안 뒤적이며 자신이 찾는 부분을 찾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그때 몇 명의 여학생들이 현의 앞을 지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다, 어디서 본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들 중에서 짧은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는 여학생은, 어깨에는 큰 가방을 메고 있었고
스포티한 스웨터에, 빈티지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익숙했다.
어디서 자주 보았던 차림인데 기억나지 않는다.
캠퍼스에서 자주 보던 스타일인데, 오늘따라 새롭게 보인다.
현은 궁금증이 일었다.
어떤 얼굴인지 궁금해서 앞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그들은 깔깔거리며 먼지가 폴폴 풍기는 운동장을 걷는데
웃음소리가 여간 싱그럽게 여겨지는 게 아니었다.
무엇이 이토록 그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까.
늘 심각한 얼굴을 하는 자신에게 없는 그들의 신선함이 부럽게 느껴졌다.
조금 전부터 신경 쓰이는 여학생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 너는 지난 월요일 복도에서 부딪친…”
스웨터를 입은 여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학생들도 묘한 호기심에 눈을 반짝거리고 있다.
“둘이 서로 아는 거야?”
스웨터를 입은 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 이름은 강한나.”
먼저 악수를 청하는 한나의 적극성에 현은 잠시 침묵했다.
“나는 알다시피 차 현이야.”
“경영학과 2학년.”
“아이 따분한 경영학과라고?”
한나가 생글거리며 묻자 현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나는 네가 조금 더 멋진 학과인 줄 알았지.”
두 사람은 한바탕 얼굴을 보며 웃었다.
한나와 헤어진 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나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알았다.
형인 준은 오롯이 일만 하는 현에게 돌부처라고 놀리고 있었다.
준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여자친구가 생겼다.
1학년 때는 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쇼핑과 놀이에 빠져 살았다.
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나 가수들이 착용해서 유명해진 신발이나
옷에 관심이 많았다.
주말이면, 홍콩에서 쇼핑했다.
현은 제주에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P의 베이커리 카페가 제주시에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시제품을 오픈하기에 앞서 인플루언서와
일부 메니아들에게 선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비행기표를 구입, 제주에서 나는 감귤로 만든 초코릿과
케이크를 맛보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가방을 꾸렸다.
P 파티쉐는 프랑스 제과 학교를 졸업하고 그의 고향인
제주에서 사업을 시작한 젊은이였다.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하늘을 나는 동안 현은 부족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단잠에 빠져 있던 현의 귀에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비행기는 곧 제주 공항에 도착한다는 멘트는,
현의 의식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비행기 트랙에서 내린 현은 가방을 챙겨서 택시 승강장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제주의 공기는 서울의 공기와 다르게 비릿한 바다 내음이 섞여 있었다.
택시 기사에게 도착지를 말하고 거리를 눈으로 살폈다.
제주의 귤로 만든 초코릿과, 쿠키의 만남은
현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듯 흥분된다.
P의 베이커리 카페는 생각보다 넓었다.
넓은 주차장에는 주차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주차요원의 안내에 차량을 주차하고 모두 매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넓은 매장 안에는 베이커리와 케이크, 쿠키류와 초코릿,
음료와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손님들은 마치 뷔페식당처럼, 커다란 쟁반에
빵과 케이크 쿠키를 담아서 계산대에서
지불하고 있었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벽에는 이국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편안하게 담소하며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보였다.
현은 쟁반을 준비하고 자신이 평소에 궁금했던 새로운 종류
이미 정착되어, 흔히 맛볼 수 있는 빵이 아닌 새로운 메뉴에 관심을 쏟으며 제품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접시에 가득 담은 빵을 조각조각 잘라 맛을 음미한 후 나머지는 포장했다.
쿠키와 초코릿을 상자에 담아 보니, 무게가 상당하다.
캐리어에 쇼핑한 빵과 쿠키, 초코릿을 챙겨서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중에, 한나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모해-
한나의 메시지는 이모티콘도 없이 너무나 간결하다.
현은 피식 웃고 나서 답장을 날렸다.
-나…제주-
-뭐라 제주에 갔어-
답장을 보낸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답이 왔다.
-나도 함께 갈걸-
-일하러 간 거야-
한나의 메시지는 짧지만 유쾌하게 했다.
서울로 돌아온 현은 과제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책을 읽다 자신도 모르게 졸고 있다.
현과 한나가 홍대에 있는 디저트 카페에 앉아 있다
“뭐 마실래?”
현이 한나에게 물었다
“나는 키위주스.”
“마실 것은 되었고, 디저트로 뭐 먹을래?”
현이 메뉴판을 살피며 물었다.
“글쎄 뭐가 좋을까?
“살찌지 않으면서 포만감이 드는 것은 뭐가 있을까?”
“이 집은 수제 초코릿이 아주 맛있어.”
“그럼… 이 화이트 초코릿은 어때?
“이것은 프랑스산, 생 초코릿인데, 설탕 대신에 건강에 좋은 재료를 넣었어.
그래서, 덜 달고 담백하지, 단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고야.”
현은 눈을 반짝이며 디저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와, 너는 모르는 게 없는 천재인가 봐?”
“말도 안 돼, 내 진짜 직업이 뭔 줄 알아?”
“나는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파티쉐야.”
“아하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카페를 자주 가는구나.”
한나가 신기한 듯이 현을 바라본다.
“당연하지, 그게 내 직업이기도 하고 내가 꿈꾸는 세상이거든.”
“정말 너는 앞으로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과,
케이크를 선보이고 싶은 거구나?”
파티셰가 된 재벌집 막내아들 9화
현은 난생처음으로 여자에게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상큼한 미소를 짓는 강한나를 만난 후
묘한 끌림에 그 둉안 관심이 1도없는
카톡과 친구 맺기를 했다.
그동안 사업과 학교생활을 이어 가기에
하루가 바빴던 현은 이제야 자신을 찾은 듯 세상이 한가지씩 다르게 보인다.
휴대전화를 열어
강한나의 연락처를 찾아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대뜸 언제 시간 되느냐 물었다.
강한나는 1시간이 흘러도 답이 없다.
학교 과제를 하다 말고
자신의 휴대폰을 바라보았지만
답장이 없다.
순간 자제력을 잃은 현은
이번에는 짧게
‘연락 바람’이라고 보냈다.
한편 한 나는 영어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평상시 눈여겨보던 옷이 있어 이옷 저옷을 구경하고 있다.
빠듯한 용돈으로 학원비 끊고 교통비와
점심 식비 제하면 늘 호주머니는
비어 있다.
수업이 없는 날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부모님은 공부에 신경 쓰라 하지만
예쁜 옷과 신발에 관심이 쏠리는데
아빠의 수입을 알기에 용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
그녀는 꿈이 있다.
대학생 때 열심히 스펙을 쌓아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 할 수 있기에
늦은 시간까지 열공 중이다.
수업 중이라
휴대폰을 무음 처리했더니
그때마다 친구들의 원성이 있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열었다.
한나는 휴대폰 메시지를 보고
깜놀했다.
아직 사귀는 남친은 없지만
이성교재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바쁘다.
그런데
얼마 전 강의실 복도에서 부딪치고
나서 자신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이
노트북 수리 비용을 송금한 후 답장도 없이
쌩 까더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신에게 자꾸 톡을 보낸다.
한 나는 어이없었지만
문자 씹기는 그래서 답장을 보냈다.
‘나 지금 바쁨’
그리고 요즘은 현의 집요함에 함께 카페를 찾아다니면서
공부 중이다.
한나는 차창 밖으로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를 지났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는 다음 정차 안내
방송에 화들짝 눈을 떴다.
다행히 집을 지나치지는 않았다.
휴우
한숨을 쉰 한나는
집으로 터벅 터벅 걸어왔다.
그 시간 현은 무성의한 한나의 메시지에 실망했다.
자신의 문자에
관심 없는 한나의 태도에
한 편으로는 화도 난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한나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만나 주지도 않는다.
다음에 마주치면
꿈에 대해서, 물어보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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