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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혁명, 장미전쟁,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등 들어도 봤고 알 것 같지만 막상 그 사건들을 내가 설명하려 하면 정리가 되지
않고 막막하기만 했다. Q&A 세계사는 이해만 하고 있던 세계사를 설명할 수 있게 끌어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세계사를 쭉 늘어놓지 않아서 중도 포기가 어려웠다. 고등학교 세계사 책처럼 사건들이 시간 순으로 쭉 나열되어 있다면
벌써 지루해서 놓아버렸을지도 모르지만 Q&A 세계사는 책 제목처럼 질문과 대답으로 세계사 중 100개의 주요사건을 콕 찍어서 물어
보고 질문에 대답을 설명한 뒤 끝에는 답이 나와 있었다. 질문을 먼저 제시하고 답이 뒤에 있으니 질문을 보고 혼자서 답을 맞추려고
용을 쓰면서 책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한다.
시대 순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주요사건을 질문으로 물어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전체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헷갈릴 듯 했다. 하지만
고대사회, 중세사회, 근대사회 그리고 그 이후 시대도 흐름에 따라 시대별로 챕터를 나누어 뒀고 챕터가 시작될 때 그 시대에 대한 전
반적인 설명을 하고 끝날 때는 전체의 역사적 사건을 연도와 함께 쭉 나열해 놓았다. 그러니까 전반적인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으로 주요 사건들을 확인한 뒤 그 챕터가 끝날 때는 두 페이지에 정리된 주요 사건들을 보면서 전체 흐름이 잡히는 거다.
구성도 지루하지 않지만 책의 내용면에서도 세계사를 꿰뚫고 있는 설명 잘 하는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듣듯이 재미가 있다. 재미있는
질문제목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필리핀의 나라이름이 왜 필리핀인지, 초콜렛이 환각제로도 쓰이기도 했다는 사실과 왜 12월 25일이
예수가 태어난 날이 아닌지 등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처음 책을 봤을 때 표지나 책 속의 삽화를 보고 중학생을 위한 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부담 없이 접근했는데 책속에서
사용되는 어휘나 내용의 깊이는 생각 이상이었다. 솔직히 이념이나 종교와 관련된 부분이 나오면 말이 어려워 읽은 부분이 이해가 되
지 않아 몇 번씩 다시 읽은 부분도 있었다. 내용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만만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잠시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걸 노
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계의 역사를 책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작가에게도 부담이 되는 일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도 큰 맘
먹고 읽어내는 대사 일수도 있는데 이렇게 만만한 외모를 가진 책이기 때문에 ‘그냥 한 번 읽어볼까’하는 마음을 가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이 어렵게 생겼다면 접근하고 싶어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쉽게 도전해서 재밌게 읽었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세계사를 확실히 이해시켜준 속이 시원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