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복스와 클레오 등 온갖 여성그룹들이 득시글(?)거리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S.E.S.와 핑클의 '라이벌전'은 희대의 관심사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S.E.S.는 이 여성그룹 열풍을 처음 불러온 장본인이었고, S.E.S.의 공백기동안 성장한 '제2의 여성그룹' 핑클은 또 하나의 탄탄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유력 그룹입니다.
이들의 '라이벌전'은 이상한(?) 양상으로 확대되어, S.E.S.와 핑클 멤버 본인들은 별로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S.E.S.의 팬' 대 '핑클의 팬'의 경쟁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은 더 나아가 S.E.S.의 팬은 H.O.T.와 신화를 지원하고 핑클의 팬은 젝스키스를 돕는, 'SM 엔터테인먼트의 팬' 대 '대성기획의 팬'의 경쟁 형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S.E.S.의 바다와 핑클의 옥주현 중 누가 노래를 잘하느냐의 논쟁은 이미 한물 건너간 일이고, 인기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 여부에는 관계 없이 무조건 상대방에게 지느냐 이기느냐만 문제삼는 희한한 양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른바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이용한 '부정 투표 논쟁'은 이들간의 전쟁에 있어 그 절정을 달렸습니다. 핑클 팬들이 조직적으로 1인당 100개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100표를 투표하고 있다는, S.E.S.의 팬이 터뜨린 이 '비리 의혹'(?)은 핑클 팬측의 반격으로 언론 기사감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사실 유무를 떠나 이 사건은 다시 한 번 현재 가요계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가수의 수상을 위해 이런 대립까지 보일정도로 가요계 스타에 대한 팬들의 열광이 위험수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사건도 최근 일어나는 팬들의 가수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팬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계에 있다. 현재 음악계에서 실시하는 연말 시상식의 대부분은 음악성이 아니라 대중성에 기초하고 있고, 거기서 수상하는 가수는 무조건 그 해 '최고'의 가수가 되어버린다. 물론 인기 많은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한국에서는 그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출처는 불명하지만 어느 언론에 실린 글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도입된 가요 순위프로그램에서의 'ARS 투표'와 '인터넷 투표'는 S.E.S.와 같은 10대 가수는 물론, 그 팬들과 방송사 등 '3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그러나 반드시 공정하지는 않은 투표 수단임이 분명합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로서, 팬클럽을 통한 놀라운 '군대식 조직적 투표'는 하나의 태풍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S.E.S.와 핑클과 같은 라이벌끼리의 투표에 있어서는 서로가 `우리가 쟤네들한테 지고 있어요`라고 하여 '단결'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가수의 입장에서 이 '탄탄한 지지기반'은 그와 같은 광적(?)인 팬을 보유하지 않은 가수에 비해 자신의 입지를 훨씬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런 '열기'를 바탕으로 ARS 수입을 늘림은 물론 인터넷 회원수까지 증가시킬 수 있고, 마지막 순간까지 1위를 결정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인해 이들 팬들의 시청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S.E.S.와 핑클은 제2집 활동때까지 정면 대결을 벌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S.E.S.의 제3집 앨범과 핑클의 제2.5집 앨범 발표로 양 팀의 정면 대결이 불붙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희한한 양상에 편승(?)하여, `S.E.S. 대 핑클` 관련 자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들의 노래 성향이 어떻고 가창력이 어떠하며 춤과 무대매너는 어떠한가에 관한 '주관적'인 평가는 여기에서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1999년 음반 판매량을 보면, 11월까지의 집계가 S.E.S.는 약 65만 장(5위), 핑클은 약 60만 장(6위)으로 집계되었습니다. 1998년 10월 이후 한국영상음반협회가 발표한 음반판매량에 따르면, S.E.S.는 1999년 6월까지 65만 1,330장의 2집 앨범과, 1999년 12월까지 72만 3,528장의 3집 앨범을 팔았습니다. 핑클은 1998년 10월까지 29만 1,925장의 1집 앨범, 1999년 9월까지 59만 3,816장의 2집 앨범, 1999년 10월까지 5만 7,275장의 라이브 앨범, 1999년 12월까지 27만 6,614장의 2.5집 앨범을 팔았습니다. 2000년 1월 이후의 각 3집과 2.5집의 판매량을 제외하고,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모두 137만 4,858장을 판매한 S.E.S.가 121만 9,630장을 판매한 핑클을 약간 앞서간 셈입니다.
영상집 판매량으로 볼 때, 인포샵에 따르면 S.E.S.의 'Dreams Come True'는 38만 여 권이 팔려 12만 여 권이 팔린 핑클의 'F.I.N.K.L.'을 앞섰습니다. 1999년 12월 현재 스포츠조선 집계 '인터넷 사이트 수'는 S.E.S.가 124개, 핑클이 94개를 기록했으며, 1999년 1월부터 6월까지 '야후 코리아'가 집계한 조회수는 S.E.S.가 57만 6,286회, 핑클이 38만 2,183회를 기록해 각각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에 실시된 '대상' 류의 제목을 가진 가요제에서 S.E.S.는 핑클에 사실상 판정패했습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SM 엔터테인먼트가 각 방송사와 대립한 사건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사정이 얽혀 있습니다. 그 사정은 '제3집 앨범: Love' 코너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몇 가지 통계 자료들인데, 실제로 S.E.S. 팬들과 핑클 팬들의 '경쟁'은 주로 순위 프로그램 같은 것에서 집중됩니다. 마치 옛날 축구 해설자가 `다른 나라에는 다 져도 일본만은 이겨야 합니다!`라고 역설한 것처럼, 각 팬들은 '기수적' 순위에는 관계 없이 서로에게 이기느냐 지느냐에 관심을 두는 것이 사실입니다. S.E.S.와 핑클의 '좋은' 관계가 계속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런 행태는 조금씩 자중의 분위기가 번지는 듯 하지만, 다음에 다시 경쟁을 시작하게 되면 어떻게 될 지 그 때 가 보아야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