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다하는 날
나는 길 모퉁이에서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을
떠나보내며
아름답게 죽어가리라
그런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고 담벼락 굵은 글씨로
써 내려가리라
빗물이 하염없이 내 마지막
숨결의 영상을 흘러갈지라도
나 빗물이 되어 사랑했었다고
소리치리라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사람도
오랜 침묵 뒤 저 금빛 머무는 산 한 그루 나무가 되리니
누구보다 먼저 아름다운 시절
사랑했었다고 목이 메는
갈매기도 세월은 늘
물결 부서지는 암초 더미에 걸려
가족을 잃고 사랑을 잃고
푸르게 푸르게 울고 있듯이
슬픔이 다하는 날
나 돌아보지 않으며
나,
이 아름다운 시절 사랑하며
이곳을 떠난다고 길모퉁이
지워내는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이여, 연인이여
빗물이 하염없이 내 마지막
숨결의 영상을 흘러간다
이런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고
이런 아름다운 시절이.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문학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 김태동
시너먼
추천 0
조회 15
23.09.20 00:09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