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모놀로그(독백)에 그치거나 먼지에 묻혀 있다가 이내 사라지기 십상인 글들이 다이얼로그(대화)의 재료가 되어 대중 앞에 손쉽게 얼굴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그러한 과정을 통해 원활하게 정보(지식)를 교환한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인터넷에 글쓰기는 학술 전문 사이트가 아니라면 대개가 대중적인 글쓰기이다.
또한 쓰여지는 글은 박물관의 소장품처럼 일방적으로 전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을 여행하다 보면 현학적인 글쓰기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더러 보인다.
일반 대중을 향해 글을 쓰는 것이라면 신문이나 잡지에서 접하는 수준, 말하자면 대중매체가 갖고 있는 정도 이상의 난이도를 가지면 안된다.
쉽게 쓰여질 수 있는 글이 부질없이 어렵게 변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살펴보면
첫째는 무분별한 문헌의 발췌에 있다.
시대적으로 환경적으로 전혀 다른 외국의 학자나 사상가의 말을 빌어 자신의 말에 위엄과 권위를 부여하려는 자세다.
둘째는 수입된 지식이나 사상이라면 논증된 것이 아니더라도 과신을 하거나 절대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느 국소적인 부분을 확대 해석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접목을 하는 바람에 왜곡이 되어 혼돈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설령 그것이 객관성과 보편성을 갖는 것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정보로서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말면 될 일이다.
셋째는 굳이 전문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텍스트를 경직화 시키는 경우이다.
얼마든지 일상용어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인데도 불구하고 낯선 단어를 선택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이다.
넷째는 스스로 글의 흐름을, 즉 맥락을 잃어버리고 방황을 하는 경우이다.
가끔은 글을 읽으면서 쓰는 도중에 외출을 하고 오지 않았는지 의심이 갈만큼 문맥이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글을 쓴 장본인은 이해를 하면서 썼는지 모르겠다는 의아심을 갖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타인의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자세이다.
과연 이렇게 타자의 지식에 의존하는 글쓰기 방법이 올바른 것인가? 또한 인터넷이 정보를 주고 받는 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고 있다고 보는가? 인터넷 글쓰기가 추구하고 지향해야 할 목표점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이란 음식과 같아서 섭취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나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많이 섭렵한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건강해 지는 것이 아니다.
과식한다고 해서 건강으로 직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은 음식을 에너지화 시키고 그것을 통해서 몸을 단련해 가는 것이다.
제아무리 많은 지식도 창조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안타깝게도 지식 비만증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책장에 꽂혀있는 서적과 두뇌에 기억되어 있는 지식의 차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 세상에는 인간의 짧은 생명의 시한으로는 도무지 접할 수 없는 무한한 정보가 널려 있다.
사람은 그러기에 자신이 처한 환경에 가까운 정보와 조우를 하게 되는 것이고
각자가 자신의 주변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범주의 정보, 즉 지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의 기억인자는 한정이 되어 있고
누구라도 내가 아는 만큼 타자 또한 다른 범주의 지식을 그 만큼 갖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갖 지식이란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인터넷 상에 수집되거나 편집된 지식의 좌판을 펼쳐 놓은 것을 대단한 것인양
기고만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이 아니다.
겉을 포장하고 있는 수사보다는 글이 가지고 있는 내용과 핵심이 중요하겠지만
글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자세다.
우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을 건너다 보고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내다 보게 된다.
그것은 나무를 보고 토질(土質)을 알아내는 것처럼 글을 보고 인간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는 무한하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적인 건강이 그렇게 얻어지는 지식의 포만감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보람과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타인의 뒤를 좇아가는 것보다는 창조적인 삶을 영위해야 한다.
창조성의 출발은 자아(自我)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정보의 성격으로 받아들이는 지식이라는 것은
결국 음식처럼 필요한 것이지만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기초적인 질료에 지나지 않는다.
자아를 탐구하는 것은 외계를 탐험하는 것보다 더 신비롭고
소중한 경험이며 삼라만상이라는 것도 인식의 거울에 비쳐지는 허상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자아로부터 출발하고 또 자아에 귀결되면서 마감이 된다.
삶이란 참다운 자아(自我)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아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 인생이고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경영하는가는 자신이 선택할 문제다.
그러나 인간은 살면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했던 모든 것이 자신에게 기록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몇십조에 해당하는 인간의 세포 하나하나에도 이미 자아의 기록이 존재하기에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수명은 엎어 놓은 모래시계와 같고 우리가 산다는 것 자체가 죽음에 접근하는 것이며
물질에 해당하는 육신은 언젠가 분해되어 자연으로 복귀한다.
영혼은 열매의 종자(種子)처럼 핵심기억소자로 축약되어 어디론가 가게 될 것이다.
딱딱하게 매마른 씨앗을 보면 그것이 생명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땅에 묻히고 적당한 수분과 광선이 있으면 발아를 해서 거대한 수목으로 자라난다. 그 씨앗에는 모든 정보가 기록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살면서 얻었던 모든 것을 되돌려 줘야 하지만 당신의 살아왔던 삶은 종자(種子)처럼 기록이 되어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
동종(同種)의 나무는 있으되 똑 같은 형상으로 자라는 나무는 없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각자 다른 모습을 담고 떠난다.
우리의 삶은 재물을 축적하고 지식을 안치시키는 데 있지 않다.
짐승의 일생은 본능과 욕구에 충실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능을 조절하고 이성과 감성을 가꾸어 나가야 하며 언젠가는 우리가 살았던 다큐멘타리를 영혼이라는 칲에 넣어서 떠나가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교환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통신망을 통해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서로에게 배워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삶은 결코 살아 본 자들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결코 길지 않은 것이다.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버린 오물은 결국 우리가 치워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면서 만들어 낸 오류는
결국 내게 들러 붙어서 떠나지 않는 짐이 되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 마음에 공간이 있어서 타인이 머무를 수 있는 포근한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끼리 가르침을 주고 받으며 살아야 한다.
아름다운 글이란 천지에 떠도는 지식을 수집하여 펼쳐 놓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면서 고뇌하고 자아를 성찰하고 인생을 통해서 겪어온 주변의 깊이 있는 삶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그런 글이다.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과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찌 행복이지 않겠는가.
첫댓글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과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찌 행복이지 않겠는가!..
긴글이라면 질색하는데도..심히 느껴지는것이 많은 말씀이라 옮겨 봅니다.
옮긴글이 간만에 좋는데 필자가 뉘신가요?
@시조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 마음에 공간이 있어서 타인이 머무를 수 있는 포근하고 재미있는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다..쿡
나는 윈드님 글인 줄로 읽어가다
넘흐 논리정연하고 정색이라
중간에 펌글인 줄 눈치챔...ㅎㅎ
이방까지 들어 와 볼시간이 솔직히 없었는데~~
걍 한번 열어 봤더니~
장문이라서 내눈이 빠지려 해도 끝까지 정독 했네요. ㅎ ㅎ
나에게 주어진 할당량 커피맛이 깊은 여운을 남기며 목넘김이 왠지 부드럽고 좋은 기분으로 읽고 갑니다.
좋은글에 감사 하며~~
오조 홍인대사가 신수대사의 선시를 평가할 때 썼던 말이 절로 생각날만큼
선한 영향을 미치는 좋은 글입니다.
게다가 논리 정연하기도하고.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는 않는 바가 큰데
너무 죄었다. 선함으로 틀을 씌우는구나
세상에 한 획만 긋고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네요.
끈금없이 지금에사 답글달아서는..ㅋ
동의 안해도 그만이지만 선함으로 틀을 쒸운다거나
세상에 한획하고는 아무~~상관도 없는 내용인즉 아뢰오
@윈드마리 글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자세다.
우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을 건너다 보고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내다 보게 된다...
@윈드마리 댓글이 부동산도 아니니
상한선도 없어
내달 단다해도 이상할 게 없고,
바로 그 말이 틀이라오.
나는 어떤 형식으로든
그 틀에 동의 않는거고.
@잭은 댓슈~.뭔 이런 말장난성 댓꾸리를..ㅋ
태클은 아니라오..글타는거지
@윈드마리 내 인생에 태클은 무슨.건다고 걸리겠수ㅋ알은 세월이 얼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