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제주도 제주의 길 올레와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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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2.31. 17:50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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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길 올레와 올래
제주도 어딜 가나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돌담과 묘지, 그리고 마을에 난 길이다. 모든 밭이나 농경지, 그리고 묘지에도 돌담이 빙 둘러 있다. 돌담을 쌓은 것은 밭의 보온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돌을 촘촘히 쌓은 것이 아니라 틈새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은 꽉 메워 버리면 오히려 바람에 넘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틈새로 바람이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해충도 쓸려나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돌담보다도 먼저 만들어진 것이 길이다. 이리저리 난 길,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길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한국의 길 중 가장 잘 알려진 길 중의 하나가 바로 ‘제주올레’가 되었다.
‘올레’의 원래 말은 ‘올래’다. 올래는 제주의 중산간 마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양편으로 좁고 길게 돌담을 쌓아 골목처럼 만든 길, 즉 한길에서 대문까지 들어오는 좁은 골목을 일컫는 말이다. 유독 드센 제주의 거친 바람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 집 주변으로 돌담을 쌓았다. 하지만 돌담 입구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좁은 골목을 만들었다.
올레 1코스 종달리 해변
시흥리에서 시작된 올레 1코스가 종달리 해안도로를 거쳐 성산항까지 이어진다. 종달리는 검은 갯바위가 인상적이다.
올래를 두는 것이 제주도 마을과 집의 정형이다. 올래 입구 양쪽에는 ‘정주목’이나 ‘정주석’이 있다. 정주석은 대문 대신 출입구 양옆에 세워둔 한 쌍의 돌기둥이다. 출입구를 가로지르는 긴 막대기인 세 개의 ‘정낭’을 정주석에 걸쳐 놓는 것으로 집주인의 외출 여부를 알 수 있다.
정낭이 모두 걸쳐져 있으면 집안사람이 모두 나가 아무도 없다는 표시고, 하나만 있으면 이웃집에 갔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장치를 ‘정’이라고 하는데, 이 장치는 사람의 출입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기르는 말이나 다른 가축들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공동의 올래를 끼고 여러 집이 들어서 있을 때 각각의 집을 부르는 이름이 재미있다.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녘집, 위쪽에 있다고 해서 웃녘집으로 부르기도 했다. 집의 특성에 따라 말코지집, 동산집이라고도 불렀다.
이 올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 집안에서는 제사가 끝난 뒤에 제물을 물에 말아서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안 올래에 뿌렸다. 이것은 조상의 영혼을 따라온 여러 잡신들을 대접하는 것이기도 하고, 올래를 지키는 ‘주목지신’을 대접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올래’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표현한 사람이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김홍식 교수이다. 『뿌리 깊은 나무』 제주도 편 「길이 곧지 않아서 생기는 변화」라는 글을 보자.
육지 마을은 거개가 뒤로 산을 끼고, 앞으로 내를 바라보며 냇가와 거리와 도로를 내고 마을 안으로 막힌 길을 넣는 올래 방식을 쓰고 드물게는 마을 안으로 순환 도로를 넣는 방식을 쓰지만, 이곳 마을의 길이 난 방법은 다양해서 여러 가지를 찾아볼 수가 있다.
크게는 큰길, 곧 큰 핏줄과 작은 길, 곧 실핏줄로 구분된다. 실핏줄은 올래 방식을, 큰 핏줄은 환상 도로 방식과 방사선 도로 방식의 두 가지가 합쳐진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서양의 방식과 비슷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더라도, 옛 마을의 경우에 마을 안쪽으로 거리와 도로를 두지 않았다는 것과 서로 곧게 엇갈리는 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행도로와 차도를 구분하자는 근대 도시 계획가의 이론을 앞지르는 것이다.
이런 제주도 마을의 마을 안길을 걸어 본 사람이면 아늑한 느낌과 계속되는 시각의 변화에서 공간 예술의 알짜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길가에 대문을 내지 않고 길과 집과의 사이에도 나무가 들어서 시선을 막기 때문에 마을 안길이지만 마을 바깥 길을 걷는 느낌을 받는다. 또 제주도 마을의 길은 곧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이 흘러가는 모양으로 부드럽게 휘어 있기 때문에 걸어가는 사람이 늘 새로운 대상과 만나게 되는데, 이런 공간의 변화는 마을 안의 공간을 음악이 있는 곳으로 승화시킨다.
‘마을 안의 공간을 음악이 있는 곳으로 승화시킨다.’ 이 얼마나 운치 있고 재미있는 표현인가. 이러한 올래가 ‘올레’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새로운 풍속도가 되었다.
제주올레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하는 제주올레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흥리 말머리오름은 제주올레를 걷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성지처럼 들리는 곳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주의 길 올레와 올래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7 : 제주도, 2012. 10. 5.,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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