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 종현입니다.
비틀즈 멤버 중에 악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
꿀은 수 천 년이 지나도 절대 썩지 않는다는 사실.
우리가 아는 히어로 중엔 아이언맨이 1000억 달러 재산으로 가장 부자라는 사실.
별 건 아니지만 세상엔 알아두면 좋을 흥미로운 사실이 꽤 있죠.
그리고 오늘에만 해당되는 흥미로운 사실도 있습니다.
바로 오늘이 MBC 라디오 FM 4U 개편 첫 날이라는 사실,
제가 오늘로 일흔 번째 푸른 밤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
오늘까지 하루도 안 빼먹고 푸른 밤을 찾아주셨다는 사실까지요.
제가 의외로 섬세합니다. 이런 거 다 체크하고 있어요.
언제 또 오프닝에 출석 체크할지 모르니까요, 이 시간에 못 들었으면 못 들었지.
다른 주파수로 채널 돌리지 않는 의리. 부탁드리겠습니다.
4월 14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면접관이 물었다. “학창시절에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뭔가?”
나는 대답했다. “여자관계입니다.”
면접관이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는 대답했다. “아무 일도 없어서요.”
이 짧은 유머에 피식 웃은 분들이라면 아마 이런 이유가 있었을걸요?
‘나도 그랬는데.’, ‘나도 그게 제일 후회되는데.’
각각 다른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지만.
공감이라는 건요, 원래 그렇게 무서운 법이죠.
이 시간에 들으면 좋은 노래들, 그리고 이 시간에 듣고 싶은 얘기들.
공감이란 테두리 안에 가득 펼쳐놨습니다.
그리고 전 오늘 특히 여러분과 웃긴데 슬픈 거, 외로운데 행복한 거.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정들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4월 15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엄마, 말 못 할까봐 문자 보내. 사랑해.”
진도 여객선에 타고 있던 한 학생이 엄마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라고 하는데요..
이 학생은 다행히 구조가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참 무겁습니다..
여객선 침몰 뉴스.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라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고 계신데요.
수학여행 길에 오른 학생들, 선생님들, 일반 승객, 승무원들까지.
확인 안 된 실종자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저 역시 안타까운 소식에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 소식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4월 16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2013년 5월 28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침몰된 배를 수습 중이었습니다.
이 배는 3일 전에 침몰해 뒤집혀 있는 상태였는데요.
한 잠수부가 수습 중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뒤집어진 배 안에 공기가 확보된 공간에서 물도 없이, 빛도 없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온도에 3일은 버텨 온 생존자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He is alive. 살아있다.’
잠수부가 생존자를 발견하고 내뱉은 이 말.
지금 우리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겠죠.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밤입니다.
4월 17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일 주일에 딱 한 번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아이가 있었다.
“엄마를 만나면 어떠냐?”는 질문에
‘좋아요’, ‘행복해요.’ 라는 대답을 예상했지만, 아이의 대답은 생각과는 달랐다.
“엄마를 만나면 달려가요.”
지금이라도 우리 품으로 달려올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도 당장 달려갈 텐데요.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는 밤,
4월 18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달팽이는 귀가 없기 때문에요.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하죠.
그래서 큰 소리로 겁을 줘도 달아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근데요, 며칠 그 달팽이가 좀 부럽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수 많은 잡음이 들립니다.
안 들어도 될 소리들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요.
힘 빠지는 소리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직은, 희망이 기적으로 바뀌는 소리만 듣고 싶습니다.
4월 19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누군가와 손을 잡고 있으면 3분 안에 심장 뛰는 속도가 같아진다고 하죠.
어쩌면 그래서 우린 힘들 때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잡아주곤 합니다.
같은 템포로 숨을 쉬고 싶어서요.
우리가 지금 서로의 손을 잡고 있진 않지만요,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은 호흡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은 날이네요.
4월 20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보다 더 애틋하고 슬픈 말은요.
“보고 싶다.”라는 말입니다.
보고 싶으니까 잠 못 이루는 거고요. 보고 싶으니까 기다리는 거고요,
보고 싶으니까 계속 눈물이 나는 거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데 왜 이렇게 그립고 보고 싶은 걸까요.
4월 21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어느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기억은 잊혀 지는 게 아니야.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아.
그 아픈 기억이 위에 또 다른 기억이 덮여서 묻히는 것 일 뿐.’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된 게 아니라, 지난날을 빨리 잊어버린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잊어감에 지나감에 반성을 하게 되는 하루였네요.
4월 22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수많은 심리학 박사들이 입을 모아 이런 얘기를 합니다.
“무언가를 잃었을 때, 충분한 애도 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 애도 기간이 있어야 상황을 충분히 이겨내고,
마음에 있는 슬픈 영상들을 다 몰아내야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충분한 애도 기간을 갖고, “나는 아파해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일.
지금은 아주 많이 아파해도 될 것 같습니다.
4월 23일, 오늘과 내일 사이. 여기는 푸른 밤입니다.
첫댓글 보고싶다 종현아 금빛 목소리가 너무 그리워 잘자요 오늘도 수고했어
보고싶다 종현이
충분한 애도 기간을 갖고, “나는 아파해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일.
지금은 아주 많이 아파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날도 오늘도 난 너에게 위로를 받고 있네
우리 종현이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자 사랑해
종현아 보고싶다
종현아 오늘 하루도 정말 많이 보고싶어
많은걸 남겨줘서 고마워
너무 보고싶어
한없이 따듯한 종현이 오늘따라 너무 보고싶고 그립다 종현아
종현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