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호호. 이서 오빠. 우리 춤 추러 나가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왕주가 이서의 손목을 마구 잡아 끈다.
"야아..."
이서는 서은에게 구해달라는 눈빛 뿐이다.
"휴우.."
하지만 왕주의 성격을 제대로 아는 서은이었기에, 쉽사리 대들 수는 없었다.
만약 왕주에게 한소리 했다간 지금 이 순간뿐만 아니라 영원히 이서를 빼앗겨 버릴 수도 있
었다.
하지만, 정말 만약.
왕주가 이서에게 찝적거리는 한계에 다다르는 만약을 대비하면서 술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속이 타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이를 바득바득 갈며 서은은 참고 있었다.
"아하하하."
이서가 서은에게 계속 구원의 눈길을 보내왔지만, 애써 그 애절한 눈빛을 외면해 본다.
"오빠- 좀 마셔 봐요-!!"
그리고 스테이지 위에서도 이서에게 병으로 술을 권한다.
"윽-"
그리고 왕주의 등살에 병으로 술을 들이키는 이서.
점점 이서도 취기가 돌기 시작한다.
원래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이서라, 서은과 마찬가지로 옆에서 안주만 집어 먹고 있었는데
렇게 이서를 무너뜨려 버리다니.
"크큭."
그리고 잠시 즐거운듯 웃더니만 왕주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다.
"허걱!"
이제까지도 겨우겨우 참고 있었을 판인데, 술까지 먹여 버리고 여우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
들고 있으니 서은의 인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야!"
어느새 들이키고 있던 술병을 쾅 내려놓으며 성큼성큼 다가간다.
마치 뺨이라도 한대 칠 기세인 둘.
서은이 씨익 씨익 거리며 왕주를 죽어라 째려본다.
"...?"
하지만 풀린 눈으로 왜 그러느냐는 듯 고개를 까닥 해 보이는 왕주.
'이런 이름도 촌시러운 년이!'
더욱 눈을 부릅뜨며 이서와 왕주를 번갈아 빠르게 훑어보더니,
"에이씨."
우리가 상상했던 뺨을 지나치는 효과음과는 달리 같이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서은의 막춤에 사람들의 시선이 서은에게 모인다.
그러다 왕주도 질수 없다는 듯이 이서의 앞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란.
남들이 보기엔 꽤 껄끄러운 장면이었다.
마치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춤으로 유혹하듯 리듬을 타는 왕주와 그에 반대되는 청순함과 발
랄함의 대명사인 막춤으로 밀고나가는 서은.
"야,야..."
이서는 아직 술의 기운이 알딸딸하게 남아있는 상태라 어쩔 줄을 모르고 가만히 서 있는다.
"아주 황왕주 너 죽었어!"
짜악-
그리고.
왕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돌아갔다.
"채서은..?"
"씨이이. 너 내꺼 건들지마. 알았어?! 오-래전에 내가 도장 찍었단 말이야-!!"
"읍-?"
기습적으로 당해버린 서은의 키스.
이서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뭐, 서은에겐 이서와 하는 두번째 키스가 되겠다.
뭐 별다른 것 없이 말 그대로 꾹 다문 입술만 가져다 붙이고 서 있는 서은.
"푸하- 한이서 너 내꺼다?"
털썩-
그말과 함께 이서의 어깨로 서은의 얼굴이 내려앉았다.
"이이씨- 야, 한이서. 너 내가 찍었으니깐 도망가면 안된다? 나쁜 짜식."
"좀 조용히 좀 해."
이서의 등에 업힌 서은이 이서의 머리를 부비부비댄다.
"이잉. 왜에. 너도 알잖어. 분명 황왕주 그년이! 너한테 꼬리쳤단 말야아."
"......"
"응? 맞잖아아. 맞지?! 안 그러냐구우우우-!!!"
"아, 알았다고! 제발 좀!"
"으흐흐..."
풀썩-
기분 좋게 웃으며 이서의 등으로 얼굴을 묻는다.
"흐음...따뜻하다. 냄새 좋아."
"변녀냐?"
"그럼 너는 변녀 남편이냐? 크크큭. ...야,근데."
"뭐."
"...우리 사귈래?"
"뭐?"
"사귈래? 너도 나 좋아하는거 아니였어?"
"풋. 너 그 말 후회하기 없기다?"
"그러엄."
"다시 말해봐."
"채서은하구 한이서하구 사귄다아-!"
"녹음 완료."
미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서은을 업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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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소설01
[자작]
여우야 여우야, 양의 탈을 벗어라 Story.16
키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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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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