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제주도 제주도민들이 가고자 했던 환상의 섬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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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2.31. 17:58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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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들이 가고자 했던 환상의 섬 이어도
여덟 고을은 모두 지역이 아주 멀고 남해와 가까워서 겨울철에도 초목이 시들지 아니하고 벌레가 움츠리지 아니한다. 산 아지랑이와 바다 기운이 끼는 듯하며 나쁜 기운이 있고, 또 일본과 아주 가까워서 땅은 비록 기름지나 살기 좋은 지역은 아니다.
이중환이 『택리지』에 기록한 글이다. 그의 말처럼 기후가 따뜻하여 겨울 작물들이 잘 자라고, 이국적인 자연경관이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제주도는 뭍(육지)에 사는 사람들이 가끔씩 가고 싶어 하는 환상의 섬이자 신비의 섬이다. 그중 마라도는 한국의 가장 남단에 자리 잡은 섬이다.
해녀와 감귤이 인상적인 제주도에는 오랜 옛날부터 환상의 섬이자 ‘유토피아’로 알려진 이어도1)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다.
소설가 이청준은 『이어도』라는 빼어난 소설을 남겼다.
긴긴 세월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의 첫 부분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인간 그 본연의 모습, 즉 아무 가진 것 없이 발을 디딘 곳이 바로 제주도였다. 책만 읽으며 무위도식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군대에 갔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제대하였을 무렵, 우리 집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서울에서 며칠 방황하던 중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바로 ‘유토피아’인 이어도였다. 어째서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가 떠올랐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때 나는 절박했고, 달리 돌파구도 없었다.
어쩌면 내가 그 ‘환상의 섬’인 이어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얼마 되지 않는 노자(路資)를 갖고서 목포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포에서 ‘가야호’라는 밤배를 타고 도착한 제주의 새벽은 낯설었다. “나는 아무 가진 것 없이 이국의 어느 도시에 도착하기를 꿈꾸었다” 프랑스의 산문작가인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에 실린 그 낭만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찾아가 살고자 했던 섬인 이어도가 소설 속에서는 다음과 같이 실려 있었다.
이어도는 오랜 세월 동안 이 제주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 전설의 섬이었다. 천 리 남쪽 바다 밖에 파도를 뚫고 꿈처럼 하얗게 솟아 있다는 제주도 사람들의 피안의 섬이었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지만, 제주도 사람들의 상상의 눈에서는 언제나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수수께끼의 섬이었다. 그리고 제주도 사람들의 구원의 섬이었다. 더러는 그 섬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그 섬을 본 사람은 이내 그 섬으로 가서 영영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섬이었다.
거문오름 전경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제주 거문오름 전경. 거문오름은 한라산의 화산활동을 잘 보여주는 오름이다.
그러나 세상은 냉혹했다. 돈이 다 떨어진 나를 반기는 곳은 일을 한 만큼만 일당을 받을 수 있는 공사판뿐이었다. 2년 반 동안 수많은 공사판을 전전하고서야 뭍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도 이어도도 내 기억 속에서 까마득히 잊혀졌다.
이어 이어 이어도 사나
이어도가 어디에 사니 수평선 넘어
꿈길을 가자 이승길과 저승길 사이
아침 햇덩이 이마에 떠올리고
저녁 햇덩이 품 안에 품어
노을 길에 돛단배 한 척
이어 이어 이어도 가자 (······)
한라산을 등에 지고 제주
바다와 마주 서 보라 (······)
수평선 넘어 꿈길을 열라, 썰물 나건 돛단배 한 척
이어 사나 이어도 사나
별빛 밝혀 노 저어 가자
별빛 속으로 배 저어 가자
제주가 고향인 문충성 시인의 이어도라는 시 구절만 가끔씩 떠올리며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이어도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낙원과 같은 곳이었다. “이어도 이어도여, 요내 노야 부러진들요, 내 손목이야 부러질 소냐, 한라산에는 곧은 나무가 없을쏜가, 이어도요 이어도요.” 제주 해녀들이 불렀던 이어도의 노랫말이다. 한라산의 나무를 모두 배 젖는 노로 부러뜨려 없애는 일이 있더라도 노 저어 찾아가겠다는 이어도는 제주도의 서쪽 어딘가에 있는 제주도 부녀자들의 이상향이다. 방아를 찧으면서도 이어도를 불렀고, 말똥을 주우면서도 이어도를 불렀다.
제주도 사람들이 그토록 가고자 했던 이어도. 그 이어도에 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체가 없는 유토피아이고 무릉도원이고 낙원의 섬이다. 다만 그 섬에 가면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점이 그렇게 제주도 사람들에게 가고 싶은 낙원으로 인식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도는 과연 어디에 있는 섬일까?
환상의 섬이자 유토피아의 섬 이어도(離於島)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加波里) 마라도(馬羅島) 남서쪽 149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수중 섬이다. 파랑도(波浪島)라고도 부르는 이 섬은 동중국해(東中國海)에 있다. 중국의 서산다오(余山島)에서 287킬로미터,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도리시마(鳥島)에서 276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위치하고 있다.
수중 암초(暗礁)로 해저광구 제4광구에 있는 우리나라 대륙붕의 일부이다. 암초의 정상이 바다 표면에서 4.6미터 아래에 잠겨 있어 파도가 심할 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제주도에서는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나 남편이 살고 있다는 전설 속 환성의 섬 또는 피안의 섬으로 일컬어졌다.
정상부를 기준으로 동쪽과 남쪽은 급경사를 이루고, 서쪽과 북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면적은 50미터 등수심선을 기준으로 약 2제곱킬로미터이다. 동서 약 1.4킬로미터, 남북 약 1.8킬로미터의 섬이다.
이 섬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Socotra)호에 의해서였다. 그런 연유로 선박의 이름을 따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라고 붙였다. 1910년 영국 해군에 의해 수심 5.4미터의 암초로 측량된 적이 있었다. 1938년에는 일본이 인공구조물 설치를 계획했지만 태평양 전쟁으로 무산되었다.
1951년 국토규명사업의 일환으로 이어도 탐사를 시작하여 암초를 확인한 뒤에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쓴 동판 표지를 바닷속에 가라앉히고 돌아왔다. 1987년에는 해운항만청에서 이어도 등부표를 설치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표하였다. 이는 이어도 최초의 구조물이다.
그러나 정작 제주도 사람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이어도’에 대해 전해 오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바람난 남편이 첩을 데리고 건너가 살았다’는 이야기와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불귀(不歸)의 섬이라는 것, 그 정도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제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섬이 이어도이다.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엿말 하면 나 눈물 난다. 이엿말은 말앙은 가라. 강남을 가건 해남을 보라. 이어도가 반이엥 한다.
이어도를 노래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민요 속의 진짜 이어도는 과연 어디 있는가?
제주 우도 풍경
성산항에서 지척에 있는 우도는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의 서쪽은 높고, 동쪽은 평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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