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였다. 항상 책상 위에 탄산음료 캔을 올려놓았던, 얼굴에 붉은 발진이 가득한 친구가 있었다. 매일 탄산음료를 두 캔씩 마시고 민감성 피부용 로션을 하루에도 몇 번씩 덧바르는 그녀의 유난스러운 습관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붉은 발진은 그녀의 얼굴뿐만 아니라 팔이나 목에서도 발견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겪은 피부 발진의 정체가 아토피는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들. 아기들 병으로 알려진 아토피를 어른들도 겪는 건지, 탄산음료 같은 식품이 아토피에 해롭지는 않은 건지, 그리고 아토피 피부에 민감성 화장품을 쓰는 게 괜찮은지 등등 이런저런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토피, 애들이나 걸리는 병이라고? 최근 아기들이나 걸리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아토피 때문에 가려움증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호소하는 어른이 늘고 있다. 아토피의 원인은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 세제나 플라스틱 용품, 첨가제나 방부제가 들어 있는 식품, 스트레스 등인데, 이 중에서 성인 아토피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스트레스다. 특히 아토피 환자들은 발진과 진물 때문에 사람 만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어 아토피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아토피를 겪은 사람만 성인 아토피에 걸리는 걸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어릴 때 겪은 아토피가 성인이 되어 재발 또는 악화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아토피를 겪지 않은 사람도 성인이 되어서 아토피 원인에 많이 노출되면 아토피에 걸릴 수 있다. 아토피는 유전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경에 따라 발현되기도, 억제되기도 한다. 최근 아토피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현대사회의 스트레스, 오염된 환경, 화학물질 등이 아토피 발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토피는 여러 가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하는 복잡한 질환이기 때문에 완치가 쉽지 않다고. 그러나 꾸준한 치료와 함께 포기하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관리를 잘하면 아토피를 다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잔뜩 뿔나 있는 아토피 피부는 도대체 어떻게 달래야 할까?
우선 보습과 청결 관리부터 건조는 가려움증을 더 심해지게 하므로 아토피 피부 최대의 적은 건조. 우선 피부의 수분을 외부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보습제를 꼭 발라야 하는데, 보습제는 세안이나 목욕 후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바로 바르는 게 중요하다. 과도한 냉방과 난방은 피부에서 수분을 앗아가므로 실내 온도를 18~22℃로 유지할 것. 물, 야채, 과일 등으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이뇨 작용이 있어 몸속 수분을 배출하는 술과 카페인 음료는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아토피 피부는 오염 물질이 피부로 침투하는 걸 막는 방어벽 기능이 약화되어 쉽게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청결도 중요하다. 몸에 남아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땀과 먼지 등의 노폐물을 없애기 위해 몸을 잘 씻어야 하지만, 깨끗한 게 중요하다고 해서 너무 자주, 혹은 너무 박박 씻어대다간 가뜩이나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를 더 건조하고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과욕을 버리고 하루에 한 번 정도 미지근한 물과 보습 성분이 들어 있는 비누를 이용해 가볍게 씻는 정도가 적당하다. 특히 때밀이 타월로 문지르거나 찜질방, 사우나처럼 자극이 될 만한 곳은 피한다. 절대 금물이다.
화장품 선택은 깐깐하게 우선 화장품 성분 중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피부 방어벽을 망가뜨리는 방부제, 인공 향료, 인공 색소 등의 성분. 이 중에서도 파라벤류의 방부제가 가장 문제가 되는데, 아토피 피부는 방어벽 기능에 이상이 있는 만큼 허용된 농도라도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파라벤류 방부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방부제나 다소 값이 비싸더라도 페녹시에탄올을 방부제로 사용한 화장품을 쓰면 자극이 적다. 화장품은 무색, 무취에 방부제 사용을 최소화한 제품을 고를 것. 아토피 피부에 해로운 이런 요소들을 최소화해 만든 아토피용이나 민감성용 화장품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유기농 화장품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때는 일부 원료만 유기농인 제품이 아니라 화학 살충제·제초제·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토양에서 기른 농작물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 인공 방부제·색소·향료를 최소화한 화장품이어야 한다. 일반 화장품이라도 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보습력이 우수하다면 사용 가능하다. 단, 일반 화장품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고기능성 화장품. 고기능성 화장품에 주로 쓰이는 합성 화학물질이나 호르몬 성분이 피부 자생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 한편 아토피 피부는 건조한 경우가 많아 피부 수분을 빼앗기지 않도록 밀폐력이 높은 크림을 애용하지만, 땀이 많이 나거나 지성 피부라면 밀폐력이 낮더라도 가벼운 로션 타입이 적당하다. 이제 깐깐한 조건을 바탕으로 고른 화장품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는 아토피 피부를 달래보자. | |
자료제공 : |앙앙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현지 사진 신생화·도움말 이은정(마리클리닉 원장), 임명진(미그린한의원 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