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 간다는 백로!
이쯤되면 강원도 봉평은 메밀꽃으로 들썩인다
세월에 떠밀리고 연륜이 들수록 웬지 순수와 열정이 식어만 가는 것 같다
메밀꽃 하얀 웃음을 보면서 그동안 잠재운 감성을 깨워 보리라
일곱시 출발하여 열두시 쯤에야 도착되는 먼 거리를 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
하지만 산행을 겸한 테마여행은 정서 함량에 큰 몫을 하기에 놓치고 싶지 않다
가을이 오고 있음이야...!
문득 톨스토이의 세가지 질문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바로 지금이고
내가 필요한 사람은...?내가 만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내 옆에 있는 사람과 선<善>을 행하는 일이라고 했다
스쳐 지나가는 풍광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이 아니라 또다시 비움을 준비하는
자연의 불변 원칙 즉 윤회의 체바퀴를 생각케 한다
드높아진 청자빛 하늘을 따라 "양구 두미제"들머리에 들어선다
엊그제만해도 후덥지근 했던 산길이었는데
어느새 괘청한 날씨와 함께 바람마저 상괘하다
태기산으로 향한다
태기산!
삼한시대 말.태기왕이 이곳에서 성을 쌓고 신라군과 대적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곳.
그 흔적은 알수 없지만 모든것을 비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진초록 잎은 이미 윤기 잃은지 오래이고 갈잎으로 변하고 있다
여름 한 철 피웠던 동자꽃도 이제 한켠으로 돌아서고
이름모릉 야생초와 함께 보랏빛 용담,구절초가 자리매김한다
산에 오르면 쏜살배기하듯 달아났던 일행도 오늘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여유롭다
태기산 정상을 뒤로하고 산죽이 길을 놓는 소롯길을 따라 하산을 했다
봉평!
장돌뱅이 허생원이 당나귀를 타고 갔을 이 길을 따라간다
필묵<筆墨>의 달인을 연상케 하는 36세로 요절한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으로 고향을 아름다운 문학 기행의 명소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듯 주옥같은 소설의 무대는 인파로 부산하기만 하다
구릉지대로 하얗게 핀 메밀꽃이 지천이다
사람들은 그 사이로 꽃처럼 하얀 웃음을 피우며 한 컷 한다
향토적 서정적인 세계는 누가 뭐래도 살아있는 한편의 그림이다
이효석 문학관을 둘러보면서 다재다능했던 그분을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메밀꽃위로 어둠이 밀려 온다
아쉬움을 두고 돌아 서는 길!
각기 다른 표정의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마중하듯 나열해 있다
수수만년을 저렇게 서로 마주하면서도 단 한 번도 만날수 없음을...!
한시대를 이끌어 갔던 각 분야의 거봉<巨峰>들!
결국 역사의 흐름속에서나 만나 볼 뿐이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 진다고 했던가?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물레방앗간에서 정담을 나누는 시간이다
우리는 "톨스토이"의 이론을 따르고 성취했던 시간이다
모두가 메밀꽃처럼 환한 행복을 가슴에 담았던 즐거운 하루가 저물어 간다.
첫댓글 항상 행복하세요.. 즐감하고 갑니다.
그리움에 돌아 앉은 태기산을 많이어루만지어주었는지요. 좋은글 늘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