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사마천
* 커윈 후이 지음, 김윤진 역, 서해문집
* 제왕이 된다는 것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발휘할 곳이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과 그의 생명 그리고 그가 창조한 시대가 곧 지평선 너머로 떨어질 것이다. 남은 노을이 빛을 잃기 전 세상에 어떤 참혹한 극이 공연될 것인가? 시간과 대지 그리고 인간은 모두 전전긍긍하며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 사마천은 면적이 오십 무 쯤 되는 용문재에 살았다.
* 사람이 좋은 일을 할 때는 신이 되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나쁜 짓을 할 때는 귀신이 된단다. 신과 귀신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야.
* 사마천은 사촌 여동생 상관청과 혼인하고, 장건은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다. 신혼 방에서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신부가 승리를 거둔다.
* 사마천은 오솔길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가 낭중으로 선발된 후 아버지는 '교만은 손해를, 겸손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옛 교훈을 그에게 누누이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항상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였다. 심지어 입는 옷도 너무 새것이나 낡은 것은 피했고, 자존심을 지키고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지 않았다.
* 언제 어디서나 너는 기껏해야 말할 수 있는 죽간이나 백서에 불과하며, 글을 아는 노예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만약 그러지 않았다가는 지위도 명예도 잃고 패가망신할 것이다.
* 만사에 성공과 실패는 사실 허망할 뿐이야. 성공했으면 이를 우연이라고 생각해라. 실패했다면 필연이었다고 여겨라. 성공과 실패를 초월하여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이번에 다녀오시면 다시는 출정하지 마세요. 사관이 되어 딸아이를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 사마천은 붓을 들었다 하면 문장을 줄줄 써내더구나...... 상대를 기분 상하지 않게 하는 말재주도 뛰어나고......
* 내 삶에 낙이 없음을 슬퍼하노라.
산중에 홀로 숨어 지내노라.
속세를 좇으려 내 마음을 바꾸려 해도 바꾸어지지 않는구나.
우수와 고통 속에 평생을 궁벽하게 살아야 하나니!
(굴원 지음, 涉江)
* 그는 말에 올라서서는 흉노를 무찌르고 말에서 내려서서는 역사책을 쓰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결코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 때로 선을 위해 잔인한 대가를 치러햐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곽양은 이제 철없던 유년시절과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음을, 사마천 자신은 이제 청춘과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 무제는 곧 달력을 고치고 의복 빛깔을 바구었으며, 낡은 제도를 변혁하려 했다. 두 태후는 홀로 도가를 숭상했기에 이를 극구 말렸다. 무제는 사마천을 비롯한 열 명 정도를 선출하여 당도 선생의 지도를 받아 천체 관측과 기후를 관찰하도록 하였다.
** 기원전 104년, 태후가 세상을 떠나자 무제는 연호를 태초로 바꾸고 정월을 연초월로 하는 태초력을 반포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음력이다.
*** 24절기는 경작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농민들이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고 초하루와 보름을 알게 되었다.
* 서닌의 유지를 받들어 위로는 폐하를 섬기고 아래로는 아내와 자식을 부양하는 일을 기쁨으로 삼을 따름입니다.
* 사마천은 쉽게 감동을 받고 최선의 동기로 다른 사람의 언행을 이해하는 자신의 나약함이 부끄러웠다. 그는 곧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 과감하게 행동했으면 과감하게 감수하는 것이오!
*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두 종류의 인재가 필요하오. 사마상여처럼 일사천리로 문장을 쓰는 인재는 승상이 될 재목이지만 나라는 반드시 혼란에 빠질 것이오. 두 번째는 급암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데 뛰어난 인재지만 ㄱ는 글을 잘 쓰지 못하지. 사람을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오. 사마천을 중용하고 사마천을 죽이는 것, 모두 영원히 벌을 받는 행위요.
* "먼저 얻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먼저 주어라." 노자의 명언이 생각났다.
*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지.
* 열정이 넘치고, 감정이 풍부하고, 정의에 충실하고, 인재를 아끼고, 호기심이 많은 사말천이 황제를 믿어도 너무 믿었다.
* '여보! 서아야! 보고싶구나. 다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이제는 농사를 짓고 글을 가르치겠소. 아들이 생겨도 벼슬길로 내보내지 않을 거욧. 이제 불의를 보면 벙어리가 될 거요.'
* 이전에 사마천에게 화려한 궁전을 드나드는 것은 평범함 일이었다. 그는 오늘에야 평범함을 사랑하지 않았던 과거를 뼈저리게 후회했다.
* 신하 된 자는 직언을 할 때는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모두 직언이라는 미명 아래 짐의 환심ㅇㄹ 사려 들 것이니 이 또한 천하를 어지럽히는 행위가 아니겠느냐! 그러므로 말해야 할 것을 말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 신하 된 자의 덕이다.
* 너무 생각이 많구나.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다는 표현 같군 그래.
* 거짓으로 총명한 척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보다 천 배는 더 위험하다.
* 해로운 것은 적게, 이로운 것은 많이, 이것이 선택이 기본 원리다. 왜 수많은 슬기로운 사람들도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일까?
** 매번 붓을 쥘 때마다 그는 선택하는 자의 기쁨을 즐기는 동시에 선택되는 불행을 기다렸다. 판결을 내리는 자의 위대함이나 땅강아지 혹은 개미 같은 미물의 보잘것없음이 역사 앞에서는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비춰진다.
* 길고 긴 시간이 지루해지면 그는 면벽하고 굴원의 <이소離騷>를 암송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운 이상에 부합한다면, 설령 아홉 번 고쳐 죽어도 원망하지 않으리."(亦余心之所善, 雖九死其猶未悔)
* 사마천은 모처럼 투명한 밤을 느끼고 있었다. 아름다운 일상의 풍경, 이런 ㄴ낌을 평생 몇 번이나 맛볼 수 있을까?
* 아침을 먹은 후 두 부녀는 바둑을 두었다. .... 지면 지는 대로 즐거움이 있고, 이기면 이기는 대로 맛이 있단다. 사마천은 스물여덟에 아버지를 잃고 사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화산에서 한중자와 엿새 동안 바둑 둔 이야기를 꺼냈다. 두 사람은 엿새 동안 바둑을 딱 한 판 두었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사마천은 한중자 생각이 간절했다.
* 그는 남아있는 <맹자>를 옷소매로 훔치고 나서 첫 줄을 읽었다.
** 하늘이 장차 큰일을 맡기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 몸을 지치게 하고,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곤궁하게 한다. 이는 마음을 움직여 인내할 수 있도록 하여 일찍이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서아는 아버지이 환히 빛나는 새로운 출발을 찬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붓이 무뎌졌으면 어떤가! 먹이 없다고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문인은 먹으로 문장을 쓰지만 뜻있는 선비는 피로 문장을 쓰지 않던가!
* 정말 자장이 죽으면 안돼.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도 많지. 이를 기록해야 하니 않겠나?
* 사마천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별 뜻 없이 내뱉는 사람들의 유치한 이야기와 둣공론이 그에게 매번 똑같은 상처를 입혔다.
* 무능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생존방식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지. 관료사회가 능력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얼마나 냉정하게 구는지 그는 잘 이해하지 못해.
* 임안의 소식에 사마천은 기뻤다. 흐르는 세월의 강물은 오해를 그리움으로 정화해주었다.
* 그는 황제의 뜻에 영합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한 자신이 교활한 아첨꾼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자신을 경멸했다. 다름 사람을 속이기는 쉽지만 자신을 속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 임 형은 참 좋은 사람이지만 위험한 사람이기도 하오.
* "아니오. 내 저술을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함이오."
* 고금의 인간사는 비슷하다. 두려워서 진상을 회피하거나 넌지시 암시하지 마라.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다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더 나빠지는 법이다.
* 죽음은 바로 끝맺음이 없는 종결이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이 아니고, 고칠 수 있는 것은 운명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 <太史公自序>는 길단다. <태사공서>의 백삼십여 편ㅇㄹ ㄱㄴ거로 하여 우리 가문의 선조들에 대해서 일일이 기록하여 이를 책의 말미에 붙일 것이다.
* 책을 백번 읽으면 그 맛을 알고, 천번 읽으면 그 혼을 알고, 만 번 읽으면 기가 통한다고 합니다. 숨을 거두는 날까지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 마차가 큰 길로 들어서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폐허 위에 남아 있는 것은 사당의 잔영, 가을의 운치가 아니라 자신의 애수였다.
* <사기>는 무척이나 기이하고 자유분방한 청춘의 기백을 지니고 있으며, 음울한 감정과 날카로운 풍자가 깃들어 있는 소리없는 서사시다.
* 비뚤어진 오이와 찌그러진 대추도 농부가 흘린 땀의 결실인 것처럼, 부족하지만 <소설 사마천>은 내가 낳은 자식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