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마검 3
제1장 칠현금의 기연(奇緣)
1
장천웅은 양피지에 쓰여 있는 글자를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들 천웅에게 어미가 남긴다.>
그것은 뜻밖에도 어머니인 무림지화(武林之花) 곽옥령(郭玉鈴)이 남
긴 글이었다. 어머니의 서신을 대하자 장천웅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서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네가 태어났을 때 나는 한눈에 네가 천염절맥(天艶絶脈)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천염절맥은 나로서도 치유할 수 없는 무서운 병이었다.
그래서 네 외할아버지를 찾아갔지만 끝내 외할아버지는 나를 용서해
주시지 않는구나.
천염절맥은 무공을 배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
는 무서운 병이다. 무술을 배울 수 없는 너에게 천룡신도와 만독단(
萬毒丹)을 남기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만은, 행여 외할아버지의 용서
를 얻어 자서보전을 얻게 되면 천염절맥을 치유할 수가 있을 것이다.
천염절맥을 치유하여 무공을 익히게 되면 만독단이 긴요하게 쓰일
것이다.
만독단은 묘강에서 서식하는 만 가지 독물로 이루어진 천하의 극독이
지만, 자서보전(子胥寶典)과 함께 있는 흑란영과를 복용한 사람에게
는 기사회생의 영약이 된다. 만독불침이어 너의 피 한 방울로 중독된
자를 치유할 수가 있을 것이다.
흑란영과를 복용하기 전에는 절대로 복용하지 마라.
장자(莊子)의 양생주(養生主)는 심오한 철리(哲理)가 있으니, 깨우치
면 신선이 된다. 나도 그 진정한 오의를 깨우치지 못하여 너에게 남
긴다. 천룡신도는 어장검과 함께 춘추시대의 명검이니, 호신병기로
사용하라.>
장천웅은 양피지에 남긴 곽옥령의 글을 읽고 목이 메어 왔다.
'아아……, 어머니는 내가 이러한 운명에 처하게 될 줄을 알고 계셨
다는 말인가?'
그는 얼굴조차 뚜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하자 비통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외할아버지의 용서를 얻어 자서보전을 얻게 되면…… 이라고 하셨는
데, 그럼 그분이 내 외할아버지?'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을 찾아와 머리에 손을 얹고 구결을 외우던 인자
한 노인의 얼굴을 떠올리고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그가 자신의 외할
아버지이자 백운장의 장주였던 곽무백이라고 생각하자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우리를 버린 것이 아니었어. 다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우리를 모른 체하고 계셨을 뿐이야.'
장천웅의 외가, 백운장에 무림에서 알 수 없는 음모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막연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옥합을 들여다보았다.
역겨운 비린내가 풍기는 만독단은 검은빛을 뿌리고 있었다.
장천웅은 만독단을 삼키려다가 멈칫했다. 만독단을 복용하면 운기조
식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의 이목이 번잡한 곳에서 운기조식을 할 수
없었다.
장천웅은 옥합을 품속에 갈무리하고 다시 양피지를 읽기 시작했다.
<하늘의 행하는 바를 알고 사람이 행하는 바를 아는 자는 지극하다.
하늘이 행하는 바를 터득한 자는 자연을 따라 산다.
포정( 丁)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하여 소를 잡는 데 칼을 놀리는 솜
씨가 가히 신들린 듯하였다.
문혜군이 포정의 소 잡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감탄하여 물었다.
"참으로 신묘하다. 어찌하여 너의 칼을 놀리는 솜씨가 그다지 신묘하
다는 말인가?"
포정이 칼을 놓고 엎드려 말하였다.
"제가 칼을 쓰는 것은 자연의 길(道)에 의한 것으로 그것은 기(技)나
교(巧)에 앞선 것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
는 것이 소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삼 년이 지나자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영(靈)으로 소를 대할 뿐,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
소를 잡을 때 저에게는 모든 감관(感官)이 사라지고 오로지 영감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칼을 소의 골절이 접한 틈새에 넣어서 거기를
쪼개는가 하면 거기 빈 골절 사이를 오가는 것이니, 굳이 말씀드리
자면 자연의 길을 따라 칼을 쓰는 것입니다.
제 칼날은 결코 가로세로 얽혀진 힘줄을 다치지 않을 뿐 아니라 커다
란 뼈를 건드리는 일도 없습니다.
솜씨가 뛰어난 백정도 일 년에 한 번은 칼을 바꿉니다. 그것은 살(肉
)을 너무 많이 벤 탓입니다.
보통 백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꿉니다. 그것은 칼로 살을 베는
것이 아니라 뼈에 칼이 부딪쳐 날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쓰는 칼은 벌써 십구 년이나 써 오고 있지만 날이 금방 숫
돌에 갈아 온 듯 날카롭습니다. 이는 오로지 길을 따라 칼을 썼기 때
문입니다. >
장천웅은 양피지의 글자를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것은 어머니
곽옥령의 말대로 장자(莊子)의 양생주(養生主) 편에 나오는 이야기
였다.
그는 장자의 이야기가 쓰인 양피지가 무엇 때문에 천룡신도와 함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장천웅은 양피지의 글자를 읽다가 말고 품속에 갈무리했다. 나중에
한가할 때 묵상에 잠기며 읽어 볼 작정이었다.
'이제는 어디로 간다?'
객점을 나온 장천웅은 잠시 망설였다. 그가 소주에 온 것은 소주일현
공손학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우선 만독단을 복용하여 강효웅에게 중독된 독부터 해독하자.'
장천웅은 가볍게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한 줄기 바람
처럼 변해 객점 앞에서 사라졌다.
휘익!
장천웅이 환유무영보를 전개하여 내려선 곳은 객점 뒤의 숲이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숲은 거송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고 기암괴석이
즐비했다.
그는 졸졸거리고 흐르는 냇가를 찾아 바위 위에 앉았다. 그리고 품속
에서 옥합을 꺼내 역겨운 비린내가 풍기는 만독단을 삼켰다.
'이런!'
만독단을 삼킨 장천웅은 대경실색했다. 만독단을 삼키자마자 불덩어
리를 삼킨 듯이 뱃속이 뜨거워지면서 열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그는
온몸이 타 들어가는 듯한 통증 때문에 입을 딱 벌렸다.
"으으……, 으악!"
그는 이를 악물고 신음을 토하기 시작했다.
열기가 얼마나 맹렬하게 엄습하는지 이빨이 딱딱 부딪치고 머리에서
뜨거운 김이 솟아 나왔다. 살갗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대로 그냥 있으면 만독단의 열기에 타죽는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자서보전의 심공으로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서히 그의 자세가 안정되면서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의 육신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모공에서는 뜨거운 김이 솟고 있었으며, 벌겋게 달아올랐던 살갗은
까맣게 변해 갔다.
장천웅은 자신의 몸이 열기에 의해 완전히 타 들어가는데도 진기의
운용을 계속했다.
까맣게 변한 피부가 쩍쩍 갈라지고 갈라진 피부로부터 새로운 속살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속살도 순식간에 검게 타서 갈라지는 것을 반
복했다.
이어 그의 몸에서 으드득 으득, 소리가 나면서 뼈가 수축되고 이완되
어 갔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장천웅은 만독단에 의해 환골탈태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의 피부
는 백옥처럼 하얗게 변해 빙기옥골(氷肌玉骨)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운기를 계속했다.
그의 머리 위 모공에서 백무가 하얗게 뿜어져 나오고, 그의 몸이 한
자나 떠올랐다. 백무는 머리 위에서 세 개의 환을 만들더니 시간이
흐르자 장천웅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장천웅의 몸이 느리게 바닥으로 내려왔다.
번쩍!
장천웅이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안광이 불을 뿜을 듯이 형형했다.
"만독단으로 강효웅의 독을 치료했다. 이제 나는 만독불침의 몸일 뿐
아니라 내 피 한 방울로 만독을 다스릴 수도 있다. 핫핫핫……."
장천웅은 앙천광소를 터트렸다. 몸이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그래, 일단 공손학 노인을 만나 보자.'
장천웅은 사자림(獅子林)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팟―!
그는 신형을 날려 한 줄기 유성처럼 사라졌다.
'이런!'
사자림에 도착한 장천웅은 아연실색했다. 사자림은 누군가의 습격으
로 폐허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지?'
장천웅은 폐허가 되어 버린 공손학의 장원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공손학은 소주 일대에서 학문으로 명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무림과
는 은원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그의 장원이 잿더미가 되어 버린 것
이다.
장천웅은 뭔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사자림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러나
공손학의 장원을 누가 폐허로 만들었는지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
다.
"클클클……."
그때 장천웅의 등뒤에서 폐부를 찢는 것 같은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
려왔다.
장천웅은 대경실색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웃음소리가 들린 곳
에는 아무도 없었다.
'음…….'
장천웅은 안색이 침중해졌다.
그의 이목을 숨기고 등뒤까지 접근한 상대방이 의외의 고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인은 누구시오?"
장천웅은 사자림의 넓은 숲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숲이 흔들리면
서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클클클……."
괴이하고 음산한 웃음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흥! 천리지청술(千里之聽術)이군.'
장천웅은 희미하게 웃었다. 천리지청술은 천 리 밖에서 보내는 소리
였다. 대개 무림인들이 전음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무공 신위가 높은
사람만이 가능했다.
"고인의 정체를 밝히시오!"
장천웅은 천리지청술이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본좌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다. 네놈이 자서보전을 가지고 있느냐
?"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니, 그대는 정파의 인물이라고 할 수
없겠구려."
"이놈아,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본인은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소! 그대가 사자림을 폐허로 만들었
소?"
"부인하지 않겠다."
"그대의 신분을 말해 보시오."
"그렇다면 자서보전이 너에게 있는지 밝히겠느냐?"
"그렇소."
장천웅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을 했다. 상대방을 사자림으로 끌어내
는 방법은 그 방법밖에 없었다.
"본좌는 혈련교의 교주 벽뇌신군(霹雷神君) 혁천광(赫天光)이시다.
클클클클……."
벽뇌신군 혁천광.
그는 전대의 마두로 대두괴인으로 더 유명한 자였다. 식인을 밥먹듯
이 할 정도로 잔인하고 사나울 뿐 아니라 많은 여자들을 납치하여 뇌
수를 파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여자들은 그의 흉측한 모습만 보아도 혼절을 하곤 했다. 그러나 오십
여 년 전에 돌연 무림에서 사라져 상당수의 무림인들은 그가 죽은 것
으로 알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벌써 이 갑자에 가까웠다.
'저 괴마가 아직도 살아 있었다는 말인가?'
장천웅은 대두괴인 혁천광에 대해서 소문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타나자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
'대두괴인이 괴마라고는 하지만 혈련교의 교주가 아닌가! 혈마기로
무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니, 이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 하겠다.'
장천웅은 암중으로 결심을 굳혔다.
휘익!
그때 한 줄기 파공성과 함께 산이 움직이는 듯한 음산한 바람이 일면
서 핏빛의 혈의를 입은 괴인이 나타났다. 괴인의 옷은 생긴 것처럼
괴상망측해서 상의는 반소매에 앞이 터져 있었고, 하의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였다.
게다가 괴인은 머리가 보통 사람의 두 배나 될 정도로 크고, 거대한
뱃가죽이 땅에 닿을 정도로 축 늘어져 있었다.
장천웅은 그가 대두괴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아니라 마물에 가깝군.'
장천웅은 심중으로 탄식을 했다. 그의 흉측한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
다.
스스스―!
그때 안개가 움직이는 듯 미세한 파공성이 일면서 혈나녀들이 대두괴
인의 뒤로 소리 없이 날아 내렸다. 혈나녀들은 수백 명이나 되었다.
마치 사자림이 온통 혈나녀로 뒤덮인 듯한 기분이었다.
'음, 혈나녀까지 무리를 지어 나타났군.'
장천웅은 내심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2
장천웅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 혈나녀들을 보자 얼굴을 찌푸렸다.
흰자위만 가득한 그녀들의 눈은 소름끼치도록 두려웠다.
혈나녀들과는 두 번째의 만남이었다. 양옥설이 처음으로 혈나녀로 변
했었고, 귀곡장에서 귀곡오로들과 싸울 때도 혈나녀들을 보았었다.
장천웅은 귀곡장에서 혈나녀들을 나뭇가지 하나로 죽였기 때문에 그
녀들이 두렵지 않았다.
"클클……, 네놈이 풍영객이라는 젊은 놈이냐?"
대두괴인이 음산하게 웃으며 장천웅을 쏘아보았다. 그의 눈에서 살기
가 폭사되었다.
"그렇소. 교주의 언사가 심히 오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흥! 오십 년 전만 해도 본좌가 나타나면 무릎을 꿇지 않는 자가 없
었다. 본좌에게 공손히 굴어야 고통스럽지 않게 먹어 주마."
"흐흐……, 이제 봤더니 식인을 하는 마물이군. 오늘 마물을 제거하
여 무림의 후환을 제거해야 하겠다!"
장천웅은 천룡신도를 뽑아 들었다. 천룡신도를 처음으로 사용할 기회
가 생긴 것이다.
"자서보전은 어디에 있느냐?"
"후훗……, 그것은 본인에게 있소."
"네놈의 품속에 있느냐?"
혁천광의 흉폭한 눈빛이 장천웅의 가슴께를 쏘아보았다.
"본인의 머릿속에 있소."
장천웅은 빙글빙글 웃었다.
"뭣이? 네놈이 감히 본좌를 희롱할 셈이냐?"
"내가 어찌 대두괴인을 희롱하겠소? 마물을 희롱하면 했지."
장천웅의 빈정거리는 말에 혁천광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네놈이 내 물건에 손을 대더니, 이제는 본좌를 희롱해?"
"내가 양상군자인 줄 아시오, 대두괴인의 물건에 손을 대게?"
"네놈이 혈나녀들을 넷이나 살해하지 않았느냐?"
"호오, 이제 봤더니 그대는 혈나녀들을 물건으로 취급하는구려."
"이놈아, 자서보전을 내놓으면 본좌가 곱게 살려 보내 주마. 원하면
내 어여쁜 혈나녀도 덤으로 주마. 이 계집들은 부하로 써먹을 수도
있지만, 심심하면 옷을 벗기고 노리개로 사용할 수도 있다. 클클클…
…."
혁천광이 징그럽게 웃었다.
장천웅은 얼굴을 찌푸리고 혁천광의 뒤에 서 있는 혈나녀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혁천광의 말대로 혈나녀들은 혼을 제압당했기 때문에 수하로 거느릴
수도 있고, 잠자리에서는 욕망의 대상으로 써먹을 수도 있었다. 그녀
들은 철저하게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옷차림도 자극적이었다. 혈나녀들이 입고 있는 옷은 한결같이 속이
훤히 비치는 나삼(羅衫)이어서 여체의 아름다운 굴곡이 그대로 드러
나 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천 자락이 감싸고 있었으나 풍만한 가슴과 여자의
비밀스러운 곳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장천웅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자서보전이 필요하면 나를 제압해야 할 것이다. 너에게 그만한 실력
이 있는지 보아야 하겠다."
장천웅이 천룡신도를 뽑아 들고 공력을 주입했다.
우웅―!
그러자 마치 용이 우는 듯한 울음소리가 천룡신도에서 들려왔다. 혁
천광의 안색에 침중한 빛이 나타났다.
"클클……, 제법 좋은 도를 가졌구나."
혁천광이 장천웅을 향해 우수를 쫙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강한 흡인력이 장천웅의 천룡신도를 향해 뻗쳐 왔다.
'앗! 능공섭물지기!'
장천웅은 대경실색했다. 혁천광의 능공섭물지기에 의해 천룡신도를
빼앗길 뻔했던 것이다. 그는 신속하게 공력을 끌어올려 혁천광의 능
공섭물지기를 차단했다.
'놈의 공력이 이토록 심후하다니…….'
혁천광은 안색이 대변했다. 장천웅의 공력이 그와 대동소이하다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놈을 죽여라!'
혁천광은 능공섭물지기를 펼치면서 석상처럼 서 있는 혈나녀들에게
전음으로 지시했다.
"카카카카!"
혈나녀들이 마소를 음산하게 날리며 일제히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휘리리릭!
혈나녀들이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허공으로 날아오르자 붉은빛이 허공
에 가득했다.
장천웅은 빙그레 웃었다. 혁천광은 전대의 마두답게 교활한 공격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어디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한 번 보자.'
장천웅은 허공으로 날아오른 혈나녀들이 그를 에워싸는 것을 지켜보
았다.
'진세를 만들고 있군.'
혈나녀들은 순식간에 일정한 진식을 갖추었다.
팟!
순간, 장천웅의 몸이 허공으로 도약하면서 혁천광은 뒤로 기우뚱했다
. 장천웅이 순간적으로 그의 능공섭물지기에 빨려가는 듯하다가 뿌리
치고 허공으로 도약했기 때문이었다.
"카카카카……!"
혈나녀들이 그를 향해 일제히 손바닥을 펼치고 장풍을 쏘아댔다.
쇄애액―!
혈나녀들의 산악 같은 장풍이 장천웅의 등을 노리고 날아왔다.
장천웅은 환유무영보를 펼쳐 혈나녀들의 장풍을 피했다.
쾅!
혈나녀들의 장풍이 사자림의 거송을 때리자 벽력이 치는 듯한 굉음이
일어나며 우지끈, 하고 거송이 부러졌다. 놀라운 장풍의 위력이었다
.
'실혼인이 되어 평소보다 몇 배나 공력이 강해졌어!'
장천웅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카카카카!"
혈나녀들이 다시 괴소를 날리며 그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는 환유
무영보를 펼쳐 그녀들을 가볍게 피해냈다. 실혼인이 되어 있는 그녀
들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분명히 양옥설도 있을 거야.'
그러나 수십 명이나 되는 혈나녀들 중에 누가 양옥설인지 알 수 없었
다.
"받아랏!"
그때 벽뇌신군 혁천광이 그를 향해 장풍을 쏘았다.
휘이잉!
혁천광의 장풍이 가공할 위력으로 쇄도해 왔다. 장천웅은 황급히 좌
장을 들어올려 백파장을 펼쳤다.
콰쾅!
장풍과 장풍이 부딪치자 천지를 가를 듯한 굉음이 터지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날아올랐다.
"윽!"
"읍!"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두 마디의 묵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장천웅은 손바닥이 저려 왔다.
혁천광은 육중한 신형을 비틀거렸다. 그의 눈은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 불과 약관의 청년이 자신의 장풍을 받아 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카카카카!"
혈나녀들이 장천웅을 향해 일제히 덮쳐 왔다. 장천웅은 그녀들을 피
하기 위해 빛살처럼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혈나녀들은 그가 허
공으로 도약하는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일제히 허공으로 솟구
쳐 그를 공격했다.
퍼엉!
혈나녀들의 공격 사이 사이에 벽뇌신군 혁천광도 육중한 몸을 날리면
서 장풍으로 공격해 왔다.
'안 되겠군.'
장천웅은 혈나녀들의 공격을 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멸혼도(滅魂刀)―!"
장천웅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혈나녀들을 향해 천룡신도를 펼쳤다.
번쩍!
하늘에서 가공할 도기가 백광을 뿜었다.
슈아악―!
천룡신도는 무시무시한 파공성을 일으키며 혈나녀들을 휩쓸어 갔다.
"크아악……!"
혈나녀들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어서 앞에서 신
형을 날려 오던 혈나녀 넷이 허리가 동강이 나서 떨어져 굴렀다.
선혈이 사자림의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며 흘러내렸다.
'무, 무서운 놈!'
혁천광은 경악했다. 그는 장천웅의 일 검에 혈나녀들이 피를 뿌리고
죽어가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허리가 동강이 난 시체는 처참했다
.
"카카카카!"
혈나녀들은 동료들이 죽었는데도 멈추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그녀
들의 옷자락이 펄럭거리며 허공에 혈영이 난무했다. 그들은 긴 손톱
으로 장천웅을 공격하고 있었다.
"삭혼도(朔魂刀)―!"
장천웅의 천룡신도가 또다시 허공에서 백광을 그렸다.
"크아악!"
이번에는 혈나녀들 여섯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그녀들
의 전신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
혁천광은 장천웅이 전개하는 자서보전의 검법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
다.
장천웅의 천룡신도가 번쩍일 때마다 혈나녀들은 붉은 꽃잎처럼 피를
뿌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혈나녀들은 얼마나 많이 양성했기에 끝도 없이 밀려오는 것
일까?'
장천웅의 백의는 어느새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그의 발 밑에는
혈나녀의 시체들이 무수히 뒹굴었다.
'마물을 해치워야지, 안 되겠어.'
장천웅은 혈나녀들을 공격하다가 암암리에 진기를 좌장으로 끌어올렸
다. 그의 좌장으로 얼음장 같은 냉기가 짙게 서렸다.
"현― 빙― 장(玄氷掌)―!"
장천웅의 입에서 벽력을 치는 것 같은 대갈일성이 터졌다.
순간, 세찬 음풍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혁천광을 향해 쇄도해 갔다.
'앗!'
혁천광은 대경실색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쌍장을 들어올려 장천웅의
음풍을 맞받아 쳤다.
펑!
요란한 굉음과 함께 음풍과 장풍이 자욱하게 회오리를 쳤다.
"윽!"
대두괴인 혁천광은 두 걸음이나 뒤로 퉁겨졌다.
'저놈의 공격이 이토록 심후하다니……, 두고 보자!'
혁천광은 이 갑자에 이르는 자신의 내력이 장천웅에게 미치지 못한다
고 판단하자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그가 신형을 날려 사자림을 떠나
자 혈나녀들도 붉은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사라져 갔다.
3
장천웅은 사자림에 가득 뒹구는 혈나녀들의 시체를 보고 쓸쓸함을 금
할 수 없었다. 그녀들은 모두 그의 천룡신도에 의해 고혼이 된 시체
들이었다.
여기저기서 뒹굴고 있는 시체들을 보자 장천웅은 일말의 가책을 느끼
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자들이 모두 악인은 아닐 텐데…….'
장천웅은 구덩이를 파고 여인들의 시체를 묻어 주었다. 비록 자신이
죽이기는 하였으나 젊은 여인들이 허무하게 죽었다는 생각을 하자 안
타까웠다.
혈나녀들을 모두 묻은 뒤에 장천웅은 사자림에서 나와 관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는 월영객이 출현한다는 용화궁으로 갈 작정이었다. 용화궁에서 누
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으나 십오야에 월영객이 방문하
기로 되어 있으므로 찾아가 보아야 했다.
날이 저물자 장천웅은 객점을 찾아들었다.
그는 점소이에게 부탁하여 아늑하고 깨끗한 방을 마련한 뒤에 주청으
로 나와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려
고 하는데, 밖이 왁자했다.
장천웅이 주청으로 나오자 객점의 주인과 나이 어린 소녀가 옥신각신
하고 있었다.
"글쎄, 우리 집에서는 노래하는 여자들을 받지 않는다니까 그러네.
귀찮게 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
오순의 객점 주인이 청의를 입은 어린 소녀와 젊은 여자를 강제로 밀
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저희는 제남으로 가는 길이에요. 여기서는 노래를 하지 않을 테니,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방을 주세요."
소녀가 애원을 했다.
"허허허……, 왜 이렇게 귀찮게 해? 우리 집은 점잖은 손님들만 있는
객점이란 말이야. 노래를 팔고 몸을 파는 일 따위는 허락할 수 없어
!"
객점 주인은 왕방울 같은 눈알을 굴리며 소녀를 위협했다.
"저희는 노래도 팔지 않고 몸도 팔지 않아요. 제남을 가다가 하룻밤
묵어 가려는 것뿐이에요."
"그럼 그건 뭐야?"
"비파예요."
"그래, 비파를 갖고 있으면서도 노래를 팔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할
셈이야."
장천웅은 이층에서 주청으로 내려왔다. 주청에는 소주의 객점에서 만
난, 노래하는 소녀가 언니인 듯한 젊은 여자와 함께 주인에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소녀의 언니인 듯한 여인은 취의경장에 죽립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공자님!"
장천웅을 알아본 소녀가 황망한 기색으로 얼굴을 숙였다.
"무슨 일이냐?"
장천웅은 소녀에게 물었다.
"공자님, 소녀는 언니와 함께 제남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남의 의성
화설룡을 찾아가 언니의 병을 치료하려는 것입니다. 날이 저물어 객
점에 들려고 하는데, 주인이 방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소녀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주인장, 내 체면을 봐서 이들에게 방을 주는 것이 어떻겠소?"
장천웅이 객점 주인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그의 눈에서 살기
가 줄기줄기 폭사되고 있었다.
"손, 손님께서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오나……, 방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상관이 없어요."
소녀가 재빨리 대답했다.
"하나라도 상관이 없다고 하지 않소?"
장천웅은 빙그레 웃었다.
"그럼 이리 오시오."
객점 주인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젊은 여인이 장천웅을 향해 고개를 다소곳이 수그리고 객점 주인을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
장천웅은 소녀와 여인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만족했다. 취
의경장 여인은 아름다웠다.
"주인장, 그들이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맛있는 요리를 갖
다가 주시오."
"예?"
"이만하면 될 것이오."
장천웅은 객점 주인에게 은자 한 덩어리를 꺼내 주었다.
객점 주인은 그때서야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 주방으로 들어갔다.
장천웅이 방에서 혼자서 술을 마시며 쉬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천웅이 문을 열자, 노래하는 소녀와 젊은 여인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지?"
장천웅은 소녀를 향해 물었다.
"언니가 공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해서 왔어요."
소녀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장천웅은 소녀의 언니로부터 인사를 받고 싶지 않았다.
"공자님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병이 쾌차하면 반드시 보답할 것이
니, 존함이라도 알려 주세요."
취의여인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호의 이름 없는 사람에 지나지 않소."
"하나, 은공의 성함을 모르고 어찌……."
"잠시 들어오십시오."
장천웅은 그들 자매를 방으로 안내했다.
두 자매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장천웅은 그들을 탁자에게 앉게 한 뒤에 차를 따라 주었다.
"언니 되시는 분은 병을 앓는다고 하였는데, 무슨 병입니까?"
"실은 병이 아니라 독에 중독되었어요."
여인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독이라면 어떤 독입니까?"
장천웅은 자신의 피에 만독불침의 영약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
고 그렇게 물었다.
"천녀는 무림인으로 팔황전의 수석장로 강효웅을 만나 싸우다가 독에
중독이 되었어요. 독의 화기가 눈까지 엄습하여 이런 꼴이 되고 말
았어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장천웅이 놀라서 물었다.
"네."
"독에 중독되었다면 본인이 약간의 의술을 알고 있으니, 치유해 볼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천녀를 치유해 주신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 목숨이라도 바쳐 은
혜를 갚겠어요."
여인의 목소리는 낭랑했다.
"그렇다면 치료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죽립을 벗고 제 침상에 누우십시오."
"예."
여인이 죽립을 벗었다. 순간, 장천웅은 소스라쳐 놀랐다. 그녀는 뜻
밖에 옥수신투(玉手神偸) 포숙정(浦淑靜)이었던 것이다.
'포 낭자가 어떻게 하다가 이런 꼴을 당했지?'
장천웅은 가슴이 싸하게 저려 왔다.
노래하는 소녀의 부축을 받아 포숙정이 침상에 누웠다.
"준비가 되었소?"
장천웅이 포숙정을 향해 물었다.
"예."
"그럼 입을 벌리시오."
포숙정이 얼굴을 붉히며 입을 벌리자 박속 같은 치아가 드러났다.
장천웅은 약지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서 깨문 뒤에 포숙정의 입에 피
를 흘려넣었다.
노래하는 소녀의 눈이 화등잔만해졌으나 이내 입을 다물었다.
한 방울, 두 방울…….
포숙정의 입으로 장천웅의 선혈이 흘러 들어갔다.
"아……."
그러자 포숙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
기 시작했다.
장천웅은 포숙정을 일으켜 앉은 뒤에 등에 손바닥을 대고 장심을 통
해 명문혈(明門穴)로 진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장천웅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만독단
의 효력으로 포숙정의 체내에 내재되어 있는 독을 태우느라고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포숙정의 전신에서도 뜨거운 열기와 함께 땀방울이 비오듯이 흘러내
렸다. 그녀의 취의경장이 땀방울에 흥건하게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
'이왕이면 임독이맥을 뚫어 주어야 하겠군.'
포숙정은 옥수신투라는 별호로 불리며 강호를 종횡으로 누벼 오기는
했으나 무공이 이류급에 지나지 않았다. 내력이 약한 탓이었다.
자서보전에 의한 진기가 포숙정을 향해 물 흐르듯이 흐르기 시작했다
. 포숙정은 내심 소스라쳐 놀랐다.
그녀는 입 안에 비릿한 것이 고이기 시작했을 때 그것을 재빨리 입
안으로 삼켰다. 그러자 뜨거운 열기가 휘몰아치고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해 왔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진기를 끌어올렸다. 자신의 체내에 있는
독을 태워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중독되어 있었기 때
문에 마음대로 진기를 운용할 수 없었다.
그때 등뒤로부터 장강대하처럼 진기가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체 이 공자는 누구인데, 이처럼 막강한 진기를 내 몸으로 흘려 보
내고 있는 것일까?'
포숙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그런 생각에 골몰해 있을 수가 없었
다. 그녀는 외부의 진기를 자신의 체내로 끌어들어 독을 태웠다. 그
러나 외부의 진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혈맥을 따라 전신을 일주하
고 있었다.
'맙소사!'
포숙정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전신의 혈맥을 따라
일주하던 원양진기가 갑자기 임독이맥(任督二脈)을 향해 내달리기 시
작한 것이다.
그녀가 제어할 수 없는 강력한 진기였다. 아니, 제어할 필요가 없었
다. 임독이맥을 뚫고 생사현관(生死玄關)을 타통하는 것은 무림인이
라면 누구나 꿈속에도 원하는 일이었다.
'이 분이 대체 누구인데…….'
포숙정은 의아했다. 그때 전신을 일주하던 진기가 임독이맥을 때렸다
.
쾅!
벼락을 치는 듯한 충격 속에서 전신이 세차게 떨리고 그녀의 몸이 두
치 가량 떠올랐다. 그녀의 머리 위로 백무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생사현관까지……!'
포숙정은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런 기연을 얻는다는 것은 평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기
회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포숙정은 전신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진
것을 느끼며 눈을 번쩍 떴다.
"장 공자님!"
그녀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침상 앞에 단정하게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장천웅이었
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잼 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