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라는 걸 뭘로 정의할 지는 사람마다 다를 건데..
지금의 저한테는 그저 하나의 술입니다.
저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고..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술을 좋아한다'는 의미는.. 자주 많이 마신다 라는 의미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저에게 술을 '좋아한다'는 의미는 술의 맛을 즐긴다(알고 마신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저 술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주로 많이 마시고 독한 술도 잘 마신다는 얘기죠.
우리의 젊은 날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당시엔 그게 젊음의 특권이고 의례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최루탄 향기 자욱했던 80년대말.. 민주주의를 외치며 포장마차를 피난처 삼았던 우리들..
시내에서 열린 투쟁에 참여했다가 들어선 포장마차에서 학생들 수고한다고 넥타이 맨 회사원이 대신 내준 술값..
생각해보면 당시엔 돈이 없어서.. 그저 주머니사정에 맞는 술을 찾아 마실 뿐이었죠.
그저 싸구려 안주에 저렴한 술들.. 삼겹살에 소주 조차도 사치였던 시절..
90년대엔 그나마 우리나라 경제가 본격적으로 꽃필 때여서 호프집이 주 무대로 바뀌었습니다.
그렇지 와인.. 지금 와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
와일을 처음 마셔본 건 레지던트 때, 개원한 선배가 술 한번 사주겠다고 우리 동기들을 단체로 부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우리과엔 여자 수련의들도 꽤 있었기에.. 호기롭게 몇 병 주문해서였습니다.
폭탄주를 최고로 치던 나는 뭘 이런 시큼한 걸 마시나 했죠.
게다가 그 메뉴에 적인 가격이란..!! 놀라워라..!! ㅎㅎ
어쩌다 친구 녀석이 지가 사는 밥자리에서 와인을 사기도 했었지만.. 사실 당시 내 돈 주고 먹은 적은 없어요.
미쳤나..? 저거 한병이면 둘이 근사하게 한끼 먹겠는데..
당시 고급이라고 돈 깨나 벌던 이들이나 마시던 양주(위스키)에 비해서도 가성비가 떨어지는 게 와인이었잖아요. ^^
한 십수년 전부터 백화점 지하나 주류전문점이 생겨서 와인을 팔더니만.. 점점 다양해졌고..
코스트코나 이마트.. 이젠 동네 마트에서도 와인을 팝니다.
그 덕에 저 같은 사람도 와인을 즐겨 마십니다.
까베르네소비뇽, 시라, 피노누아, 말벡, 메를로, 뗌쁘라니뇨, 네비올로, 따나.. 하는 레드와인 품종에서..
소비뇽블랑, 샤도네이, 리슬링.. 뭐 이런 화이트 품종도 술술 외웁니다.
고기라도 구워먹는 날엔 어김없이 레드와인 한병 쯤은 따는 게 관례가 되고..
제법 마리아주를 맞춰가며 와인냉장고를 뒤집니다.
그러다 요즘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 우리가 와인이라는 걸 참 잘 모르는구나.. 싶네요.
비싸다고.. 유명하다고.. 그게 좋은 게 아닌데.. 사실 남들이 유명하다고 마시는 와인 중엔 맛 없는 것도 있던데..
유명한 와이너리인 몬테스나 콘차이토로 같은 데서 나오는 것도 이상한 게 꽤 있어요. 프랑스산은 말할 것도 없고. ^^
특히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그 묵직한 맛의 정체가.. 아무래도 인공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땐 정말이지.. ㅠㅠ
요즘은 저렴한 데일리 와인에서 맛을 느끼려 노력합니다.
여기서 맛을 알지 못한다면 비싼 와인 사먹는 건 아무 의미없는 짓 같아요.
맥주 맛을 구별하기 시작했을 때.. 그 때도 그랬었죠.
더 나은 맛을 알고 싶어서 내가 직접 맥주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쌉싸름한 페일에일, 강렬한 IPA, 밀키하고 진한 스타우트, 농밀한 질감의 복, 독특한 별미인 포터..
그런 게 진짜 기가 막혔는데.. 지금은 귀찮아서 안하지만요. ^^
와인을 직접 담을 일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양조용 포도를 구하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와인은 이것저것 사서 맛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와인 애호가들에겐 참 좋은 일인데.. 요즘은 국내 업체들이 직접 계약을 해서 와인을 싸게 들여오는군요.
최근에 샀던 건데..
롯데마트에서 수입하는 트리벤토(까베르네소비뇽,말벡)가 있었고.. 10,900원.
CU에서 수입해다 파는 mmm(블렌디드)도 있습니다. 6,900원. 가성비는 좋은 거 같습니다.
저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뱅 따블'인데.. 수만원대 와인을 맛도 모르면서 마실 건 아니죠.
언젠가는 나도 음.. 이건 무슨 품종으로 만든거고.. 숙성이 잘 되서 맛이 좋네.. 이럴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데일리 와인으로 만족하기로. ㅎㅎ
최근에 마신 것 중 만족스러웠던 건.. 킴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2만원이었는데.. 깔끔했음.
CU에서 파는 앙시앙 땅 카베르네소비뇽+시라, 12천원이었는데.. 꽤 괜찮았음.
칠레 국민와인이라는 120 시리즈들.. 만원대 초반이니 뭐 쓸만 함.^^
1865 까베르네소비뇽(까쇼).. 괜찮지만 4만원 가까이 올라간다면 별로.. 2만원대로 샀을 때는 괜찮음.
코스트코에서 파는 프릭쇼(까쇼), 쁘띠쁘띠(시라?).. 이런 애들.. 이건 좀 가격 대비 아님. 이 정도가 2만원대라는 건 좀..
코스트코는 차라리 커클랜드 붙은 게 나을 때가 많음.
카르멘 리제르바 까쇼.. 만원대로는 괜찮음. 프리다 칼로 버전도 마실만 함. 급구로 백화점에서 2만원이나 주고 샀었음.
캔달잭슨 빈트너스리저브 까쇼.. 이것도 2만원대로 샀을 때는 좋음. 3만원대 이상이라면 그닥.
벤마르코 말벡.. 얘는 아주 좋음. 공구로 산 5병 중 하나였는데.. 2만원대였으니 굳..!
가르손 따나 우루과이.. 이것도 5병 중 하나였으니 2만원대로 마찬가지로 훌륭.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서 유명하고 많이 팔리는 와인들 생각보다 가성비로는 안좋았습니다.
비싸게 준 거로는 피오체사레 바롤로와 바르바레스꼬.. 8만원 정도였는데.. 물론 좋은 맛이었습니다만 가성비는 아니죠.
투핸즈.. 무슨 가든 이러는 건데.. 특이하게 와인 캡이 없고 코르크만 있음. 이것도 비싼 걸로는 좋음. 가성비는 당근 별로.
한 10년전쯤 8.5만원 주고 산 티냐렐로가 한병 있는 데 이건 새집 들어가는 날 따기로. '수퍼투스칸' 중 하나라니까 기대됨. ^^
멋모르고 비싼 와인 산 건 실수..
첫댓글 주종을 안가리는 저로써 너무도
좋은 정보입니다~^^;
제가 와인은 아직 초보 단계라서요~
저도 초급입니다. 이제 겨우 내 입에 맞는 걸 찾아가는 정도에요.
처음 시작하는 분께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우리나라의 와인문화가 지나치게 까베르네소비뇽 위주라..
탄닌감을 강조하다보니.. 생각보다 사기성 와인을 좋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거에요. 저도 그랬고. ^^
화이트와인을 먼저 시작하시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로제나 샴페인으로 대표되는 발포성 와인은 처음 접하기에 부담이 없는 편이죠.
전 사실 마주앙 모젤 좋아해요. ^^ 마트 가면 만4천원쯤 하는데.. 와인으로는 좀 무식해보이나요..? ^^
소비뇽 블랑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질주본능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저는 포도주?(콩코드급)달달한 스타일에 초보입니다...
미쿡산을 제일 설호할 정도 입니다...
@이뿌니[최명진] 모건데이비드 콩코드요? 그건 좀 너무하신데요.. ^^ 걘 포도주스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건 마트에서 파는 진로 포도주가 가장 비슷하더라고요.
빌라M 같은 거 함 드셔보세요. 달달하니 괜찮던데요.. 모젤도 단 맛이 납니다.
@질주본능 뜨헛! 맞습니다.모건데이비드요~^^;
이거 먹다가 한방에 훅가요...ㅋㅋ
진로도 좋은데 병이 작구요~
빌라m도 마트에 가면 와이파이님이 종종 사오더라구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그래서 이번 정부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강압적인 군부독재도 싫어하고 이런 포퓰리즘식의 민중독재도 싫어해요. 뭐든 독재는 나쁨.
자유민주주의를 가장 좋아합니다. 진보적 리버럴함을 사랑합니다. 우리나라엔 그런 정당이 없죠. ^^
자유를 사랑하는 것처럼.. 와인과 먹걸리를 사랑합니다.
저녁에 반주로 매일 1잔씩 1865 하다보니 꽤나 지출이 돼서 싼맛에 이젠 이걸로 먹습니다
좋은 생각이신데.. 근데 이거 맛이 괜찮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1865하고 비할 건 아닐 거 같은데..
저도 저거 한번 사볼까 했는데.. 양이 너무 많더군요. 까베르네소비뇽이랑 시라 블렌딩한 건 웬만하면 맛은 좋더라고요. ^^
@질주본능 싼맛에 먹습니다ㅋㅋ
코크 돌려 와인잔에 받아서 마시면 왠지 엄청 가진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ㅋㅋ 가끔 병에 받아 에어레이터 끼우고 따라 마십니다
@박지은이아빠 2.5리터면 세병도 넘는 양인데.. 언제 다 드세요? 같이 마시는 가족이 많으신가 봐요.. 시어지기 전에 마시려면 장난 아닐 거 같은데요.^^
전 와인은 주로 저만 마시고.. 집사람이 한잔 정도.. 애들은 반잔 정도라.. 저만 마시려면 보통 병 하나 따기도 벅찹니다.
혹시 보관하는 비법이라도요..? 전 와인도구는 코르크따개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서.. 2-3일 안에 처리를 해야.. ^^
@질주본능 남는건 조리용으로
와인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주류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고가/저가, 구대륙/신대륙, 보르도/버건디, 생산자/네고시앙 등등의 소위 "있어보이는" 기준으로 와인을 고르고 평가하는 경향이 좀 강합니다.
사실 와인은 국민 주류라고 할만큼 저렴하고 다양하게 시작할 수 있는데, 본고장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보통 와인을 시작할 때에는 본인 입맛에 맞는 품종을 먼저 고르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식당에 가면 저렴한 하우스 와인이나 글래스로 한잔을 시켜도 "피노 한잔 주세요" "말벡 중에서 추천해 주세요" 라고 하기 있어보이게 어디 샤또의 뭐~ 주세요, 누구 생산자의 어디 밭꺼 주세요 안합니다.
그냥 편하게 소주나 막걸리 같이 즐겨도 되는 술이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마트 가격 기준 2~3만원부터 5만원정도만 되어도 맛있는 와인들이 참 많아요.
넵.. 감사합니다. 저도 허세를 줄이고.. 좀 더 맛에 집중해보려합니다.
레이블이나 와이너리는 최대한 베제하고.. 품종이 주는 고유의 맛을 느껴봐야겠어요.
가성비는 칠레 스페인이 좋은 거 같습니다
미국꺼는 아마추어가 반하는 맛이구요
진짜는 역시 프랑스나 이탈리아
장터같은 기회 되시면 보르도 그랑 크뤼급 드셔보세요
너무 싼 와인부터 올라가야 비싼 와인 맛을 알 수 있다...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투뿔 한우부터 먹는다고 맛 모르는 거 아니고 수입 냉동부터 차근차근 급을 올려가며 먹어야 진정한 투뿔한우 맛을 아는 것도 아니죠
누구나 투뿔 한우는 맛있고 사람 입은 고급 되기가 쉽죠
저는 맛을 알고는 데일리 다섯병 줄여서 괜찬은 중급 와인 한병으로 마시는 게 나은거 같습니다
그렇다고들 하시더군요.
요즘은 한 카페에서 공동구매로 여러가지 품종의 여러 나라 와인들을 맛보고 있는 중입니다. ^^
중급이라는 와인들도(7-10만원 정도하는) 와인냉장고에 여러병 있긴 한데.. 아직은 좀 더 묵혀두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바롤로나 투핸즈 같은 것도 아마 그런 와인일텐데.. 상당히 좋긴 하더군요. 아니 정말 좋았어요. ㅎㅎ
중급와인들은 대개 5-10년 정도.. 고급와인들은 10년이상 뒀다 먹어도 된다고 하던데.. 근데 그 말이 맞습니까..? ^^
빈티지를 봐야겠죠 ㅎㅎ 장기숙성 와인이라 해도 생산년도 부터 15~20년 이니까요 구입한 날로부터 5~10년을 계산하시면 안되구요
비비노 같은 앱 이용하시면 시음적기같은 정보도 알 수 있습니다
근데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거지 와인업체가 병입해서 파는 건 마셔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ㅎㅎ 뭐 이미 어느정도 오크통이던 병입 해서건 숙성을 해서 판매하니까요
그렇군요.. 에티켓으로 보면..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오랜 건 2006년 빈티지.. 그 다음이 2009년..
13년,14년이 두어개.. 나머지는 최근 빈티지입니다. 18이나 19.
하긴 중급와인들 파는 곳에서도.. 똑같은 말을 하더군요.
5-10년 버틸 순 있지만.. 이게 라피트나 DRC도 아니고..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요. ^^
이것도 역시 허세인 거 같습니다. ㅎㅎ 그렇다면 역시 와인냉장고를 없애버려야.. ㅋㅋ
근데요.. 2020빈티지라는 건 숙성은 안한 와인이라는 얘긴가요?
최근 마신 킴크로포드(소블)가 하나는 19 하나는 20이었는데.. 빈티지 20이라는 건 그냥 담았다는 얘기잖아요..
보졸레누보도 아니고..
@질주본능 뭐 몇개월단위도 숙성으로 보니 보졸레 누보 이후엔 기간의 차이는 있어도 숙성와인이긴 하겠죠? ㅎㅎ
개취의 끝인게 와인이기에 드셔 보셔야 내 취향도 압니다 물론 많이 오래 겪어보면 취향도 변할수 있지만요
올빈 또한 호불호가 있습니다 약간 흙향 가죽향 숲향? 과실향과 꽃향 등 화려함이 좋다면 올빈은 안맞으실거구요
아항.. 흙향 가죽향이란 게 올빈에서 많이 나타나는 거군요. 전 아직 그런향은 못느낍니다. ㅠ
바롤로는 아주 화려한 향이 나더군요. 굉장히 오래까지 남는 그런 향..
전에 마셨던 칠레산(아마 콘차이토로로 알고 있는데) 알마비바는 카쇼인데도 그런 풍성한 향이 놀랍더군요.
혹시 티냐렐로도 그럴까요? ^^ 그래야 하는데.. ^^
@질주본능 위에 어떤 님이 댓글 다셨듯이 품종별 스타일을 아는 것도 재미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티냐넬로면 아주 훌륭하지요~
단일품종 혹은 두가지정도 이런건 품종의 스타일을 담고 있지만 보르도 블렌딩은 확실히 다릅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유행한 네추럴와인
이거 또 재밌습니다
그리고 샴페인 이거 또 매력과 재미가 좋습니다
화이트는 아직 비싼거 못먹고 회와 마리아주로 마셔본 거 외에는 경험이 없어서 아직 잘 모르네요 ㅎㅎ
같은 취미로 이렇게 대화? 나누게 되어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있네요 ^^
불금 되시고 주말 잘 보내십시오~
저도 즐거웠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
전 내일도 일해야해서 불금은 못하고.. 만두나 사서 어머니댁에 가려고 합니다. 막걸리나 한잔 해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