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를 위한 중매 작전
김 영 록
수필가 (월간 순수문학)
수필집 「그리운 외갓집」
나는 군대 생활과 사회생활을 합쳐서 근 40여년을 직장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단체 생활을 해 오는 동안 나의 행로를 되돌아보면 나는 특별히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지 않았고 또한 다른 사람과 딱히 엮이길 싫어하는 편이고 성격 자체도 붙임성이 있다거나 남과 쉽게 친해지지도 않는 편이다.
그러니 흔히들 남자세계에서 곧 잘하는 농담도 별로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전방에서 연대장 시절에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인접 지휘관 들이 자기들 끼리 히히덕거리고 웃고 떠들고 있으면 그때서야 나는 무슨 얘기가 재미있어서 그런지 궁금해서 뭔데? 하고 물어보면 그들 중에 한 명이 엉뚱한 대답을 하는데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어?” 라고 다시 흥미롭게 정색을 하고 끼어들면, 농담으로 한 얘기를 진짜로 알아듣고 덤비는 나를 보고 그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김 대령에게는 농담도 못 하겠네“라고 했었다.
왜냐 하면 나는 그들이 하는 농담을 진담으로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곧이곧대로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숫기라고 전혀 없는 내가 몇 년 전에 내 평생 처음으로 중매를 섰던 것이다. 군에서 전역을 한 후 근무했던 일반 직장에서 부하 직원으로 함께 근무했던 여직원 송희 이다.
그 당시 나와함께 근무했던 직원은 남 여 합해서 30명 쯤 되었다. 대부분은 기혼자였고 미혼자는 남자 직원 2명이었고 여직원은 송희 하나 뿐 이였다. 송희는 나와 거의10여년을 같이 근무하는 동안 내가 참 예뻐했었다. 왜냐하면 얼굴도 예쁘지만 성실하고 착하고 여성스러우며 특히 착하고 순종하며 마음이 너무 여린 편이여서 아무에게서나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그러한 사람이다.
항상 다른 직원들 보다 먼저 출근하여 청소를 한다거나 일머리도 좋아서 업무처리 능력도 띄어나 어디 하나 흠 잡을 곳이 없었다. 거기에다 동물을 사랑해서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나 사무실 천정위에서 새끼를 낳고 먹을 것이 없어 울고 있는 고양이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구해주고 돌보아주는 모습은 인접 직원에게 까지 감동을 주어 눈물이 나게 할 정도였다.
그런데 송희(당시44세)는 한번 결혼을 했던 여자다. 몇 년 전에 중매로 결혼을 했었는데 막상 결혼을 해 보니 남편은 특별한 직장도 없었고 게다가 돈 을 벌 생각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P. C방에서 게임에만 빠져있는 그러한 사람이여서 결국 결혼 1년 만에 애기도 없이 이혼을 하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불쌍해서 신혼집으로 살 고 있던 빌라를 송희 앞으로 등기 이전을 해 주며 자기 아들로부터 자유롭게 송희를 놓아주었다.
나는 이러한 송희를 꼭 좋은 사람에게 결혼을 시켜 주어야 하겠다고 송희를 볼 때 마다 생각 하곤 했다.
우리직장 에는 내가 속해 있는 부서의 직원 말고도 친목단체인 합창단이 있다. 지휘자는 우리나라에서 내 노라고 하는 학교에서 지휘를 전공한 분이였고 대원은 대학생부터 일흔 살 까지 이르는 남녀노소로 약 150여명의 많은 인원으로 구성 되어있다. 나도 이 합창단의 일원이다. 그래서 해마다 결혼 축의금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내고 있다.
그래서 젊은 청년들의 결혼 문제는 우리 합창단에 있어서 주목적인 노래 못지않게 많은 비중을 치지하고 있는 실정이 이었다. 따라서 부지불식간에 결혼 적령기에 있는 젊은이나 또한 이들의 연령대의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나 친척 들은 상당한 관심 거리였다.
어느 날 우리 합창단에 남성 신규 단원이 입단 했다. 그것도 젊고 잘 생긴 총각 이며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공무원 신분인 직업 군인이라고 했다. 요즈음 은 남녀를 막론하고 공무원은 결혼 대상자로서 대단히 인기가 있는 신분이다. 나는 그 사람이 군인이라고 하는 말에 송희 생각이 금방 생겼다. 그래서 이 사람이 몇 살인지, 어디근무 하는지, 그리고 정말 군인이 맞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단번에 접근하여 나는 예비역 육군 대령이라고 인사를 하고 좀 더 세부적인 인적사항을 파악해 보니 그는 해군 상사(당시46세)이며, 근무처는 계룡대 육군 본부라는 것 까지 알게 되었다. 가까이서 말도 해보니 인상도 퍽이나 좋았다. 군대에서 연대장 이면 일반 조직의 관리자 보다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분야에서는 상당히 많은 감각을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 지금부터 세밀하게 김상사에 대해 연구 해 보기로 했다.
장교는 소위로 임관해서부터 진급해 가면서 계급에 따른 부하들을 지휘통솔 하며 대원들을 관리 해 오면서 만약 병사를 잘못 관리해서 사고가 발생하면 본인의 군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병사 개인의 면담을 통해 애로사항을 파악 조치를 잘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고를 미리 예방하므로 본인의 개인 진출은 물론 사병들이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그들의 부모형제 품으로 돌아가게 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송희의 결혼 대상자로 점 찍어두고 김상사에 대해 좀 더 확실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바로 그 다음날 그가 근무하고 있다는 계룡대 육군본부에 예고 없이 급습했다. 어제는 민간 복장을 하고 왔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이 사람의 군복 을 입은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락이 되어 면회실에 나타난 그는 군복 착용에 상사계급장과 이름이 정확이 새겨진 명찰을 부착 하고 있었다. 이제 신상 파악은 정확히 했으니 지금부터는 작전에 들어가는 거다. 이 사람을 우리 합창단 대원중 어느 누가 먼저 채 가기 전에 송희를 결혼시키기 위한 나의 중매 작전을 말이다.
우선 세부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로 했다. 고향과 부모형제근황에 대해 확인해 보니 고향은 경상도 어디이며 6남매 중 막내라는 것 과 부모님은 어머니만 서울에서 혼자 살고 계신다는 것 까지 알아냈다. 그래서 나는 우리 합창단의 실태와 미혼이라고 하면 이사람 저사람 할 것 없이 여러 사람들이 결혼 관계로 접근을 할 우려가 있으니 나 이외는 일체 그들과 접촉을 하지 말 것을 미리 차단막을 처 두었다.
그리고 그 다음 부터는 송희와 김상사의 결혼의 승리를 위한 작전을 하나씩 진행 해 나갔다. 먼저 김상사에게 우리 사무실을 방문토록 해서 커피를 한잔 마시게 하여 그 두 사람이 얼굴만 옆에서 보도록 함으로 서로간의 첫인상을 확인토록 했다, 다행히 둘 다 호감을 보여서 그 다음은 두 사람의 정식적인 만남을 주선 했다. 또한 데이트할 때 두 남녀가 해야 할 시나리오를 구상 하여 각각 두 사람에 사전에 일러주어서 그 시나리오대로 데이트를 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식당과 메뉴를 정 할 때 김상사에겐 송희에게 먼저 물어보라고 하였고, 송희에게는 자기가 싫어하는 메뉴라도 김상사가 좋아하는 메뉴라면 무조건 나도 좋아한다고 말 하라고 하였다. 식사와 티타임을 마치고 다음 은 극장을 가게 하였으며 영화 관람 도중 김상사에겐 슬며시 손을 잡아 보라고 했고 송희 에게는 초면에 왜 이러느냐고 손을 빼지 말고 그냥 잡혀 주라고 했다. 물론 이것은 서로가 싫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하는 말이다.
다음 날 확인 해 보니 다행히 첫 데이트는 성공 이었다. 거의 백프로에 가깝게 각본대로 진 행 되었다. 그 뒤부터는 자기들 끼리 다음 만날 약속을 하였고, 서로가 호감을 가지고 늦은 나이에 만나서 그런지 거의 매일 만나다 시피 했다. 그래서 선을 본 지 3개월 뒤에 결혼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데이트 기간 중에 특별히 송희에게 부탁 한 것은 데이트 비용을 김상사에게만 부담 시키지 말고 자기 가 절반은 꼭 부담 하라고 했다. 데이트 할 때 비용을 남자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아무리 좋은 조건일 지라도 얌채같은 면이 있기 때문에 그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 되지 않는 것을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나의 중매 작전은 성공했다. 이제 이들은 양가 부모님의 허락 하에 결혼식 날짜까지 잡게 되었다. 그래서 그 몇 달간 같은 사무실 직원에 게 까지 숨겨 왔던 송희의 결혼을 발표했다. 같은 사무실 직원 중 나와 비슷한 또래의 절친했던 직원에게 까지 비밀로 했던 일이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호사다마」라고 혹시 진행 도중 소문이 나서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는 상황이 발생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 가운데 결혼을 했으며 지금까지 6년이 넘게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서로가 사랑하며 잘 살고 있다. 나의 일평생 가운데 딱 한 번의 중매로 맺어진 이 부부의 가정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 결혼 후 지금은 김상사가 전방으로 전속되어 직장 관계로 주중에는 대전과 전방에서 살다가 주말에 만나는 주말 부부이다.
어제는 전방에 있는 김상사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도 송희가 그렇게 좋으냐? 라는 나의 물음에 김상사는 “네~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라고 했고, 대전에서 직장에 다니는 송희에게도 전화 했더니 “네~ 너무너무 잘 대해주고 너무 좋아요”라고 했다. 나는 늦은 나이에 만난 이들 부부에게 아기가 없음에 늘 빚진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보니 그동안의 염려는 사라지고 오히려 내 삶에도 큰 기쁨으로 승화되었다.
나는 이들 부부가 앞으로도 변함없는 애정과 사랑으로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첫댓글 김영록 수필가를 환영합니다.
좋은 작품입니다,
많은 작품의 발표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노력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