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러 학교 오는 게 틀림없는 우리 반 아이들
우리 학교가 오래되다 보니 시설이 좀 낡고 좁습니다.
학생 수에 비해 급식실이 작아서 학년 간 시간차를 두고 급식을 시행하고
1학년도 여섯 반이다 보니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합니다.
오늘은 조금 늦게 출발해서 앞 건물과 뒷 건물을 잇는 중간 구름다리에서 목련도 구경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교실 밖만 나오면 해방구를 맞이하는 듯한 아이들이 장난도 하고 토끼마냥 점프점프도 하면서
줄서기 따위는 나는 가르쳤으나 자기들은 배운 적이 없는 것처럼 행동을 합니다.
자주 있던 일이라 이젠 놀랍지도 않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장난기가 생겨서 집중도 시킬 겸 밀당을 시작합니다.
‘얘들아. 오늘은 우리 밥 안 먹을 거야~’
이 말 한마디에 갑자기 초집중 모드가 되면서
“으악. 안돼요~” 일제히 학교가 떠나갈 정도로 비명을 질러댑니다.
국어 수학 시간에 절대 보지 못할 단결력입니다.
비명의 데시벨로 보아 투쟁력도 상당합니다.
“선생님. 그럼 저 집에 갈래요”
“저도 집에 가서 밥 먹고 올께요”
흠...
저의 어줍잖은 장난질에 어마어마한 협박으로 되돌려줍니다.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집에 간다고?
가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뭐가 제일 즐겁니~라고 물었을 때, 밥 먹는 거라고 답하던 아이들의 대답을 농담처럼 흘려들었는데 그야말로 진심이었던 것입니다.
이성적 공동체 생활과 학습의 장으로서 학교를 이해하기보다는
아직 본능에 충실한 참 솔직한 1학년다운 아이들입니다.
첫댓글 급식이 호텔 부럽지 않을 맛인가 봐요 여기저기 밥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구요👍 수아도 아침에 눈뜨면 얼른 급식 먹고 싶다고 해요😂 우리 아이들 잘 먹고 건강하길..!
어제도 너무 고생 많으셨고 오늘 하루도 잘 부탁드립니다😊
수아는 학교에 오면 놀이터 가는 것과 밥 먹는 게 제일 좋다고 하네요.
'공부시간은 재미없니?' 라고 물어보니,,,예의상의 답변을 해야 하나 솔직히 말해야 하나~ 잠시 갈등하더라구요..
'흠 이 녀석봐라~~다 재미있다고 해야지' 라고 말하니, 씨익 웃더니 끝내 대답 안해주고 자리로 쌩 가버리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