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를 사랑해야 할 이유가 있다
-원유순의 『바닷속 아수라 병원 』
정혜원
1.
푸른 하늘, 푸른 바다는 우리에게 청량감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한없는 위로와 길 떠났던 감성을 일깨워 준다. 그런데 이 청량함을 자랑하는 바다가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병들어 가고 있다.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바다 생명체도 마찬가지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 1933-2021)은 한 지질학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홀로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세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가 절체절명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의 생물들은 15분마다 한 종이 멸종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가까운 미래, 즉 50년 안에 50퍼센트의 생물종이 사멸한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발달한 문명이 그렇게는 살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종말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입장에서 뭐라도 중단 없이 해야 한다.
이제 살펴볼 작품은 원유순의 『바닷속 아수라병원』이다. 이 작품은 환경오염 중 바다오염을 소재로 하였다. 그는 바다오염의 심각성과 그 안에 생명체에 대한 걱정과 연민을 가지고 시작했다. 바다 오염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니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문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아무리 의미 있는 서사라도 독자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외면하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적절한 서사란 문학적인 가공이 필요하고 그 속에 주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그는 이미 현실에서 이슈가 된 소재를 가지고 쓴 작품이 여럿 있을 만큼 남보다 순발력이 뛰어난 작가다.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들어가 보자.
2.
우리는 근대라는 통로를 통과하면서 아주 많은 것이 변했다. 전근대에도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이 존재했지만 근대에는 신을 배제하고 인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것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미되었다. 그리고 자아와 타자에 대한 개념을 다시 찾았고 자유의식이 배가되었다. 개인이 중요하고 자유의지가 강해졌지만 자본주의식이 팽배하면서 더 많은 인간들이 더 강력한 부와 권력을 욕망하게 되었다. 자연히 나라간의 부와 권력이 문제로 대두되었고,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그들 나름대로 세계 속에서 어떻게든 부와 권력을 거머쥐려고 쟁탈전을 벌렸다.
예술에서 ‘생명’, ‘생태’, ‘환경’, ‘오염’ 이란 주제로 작품화 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끄트머리에 자리하던 것이 중심으로 들어온 셈이다. 인간 누구도 자신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문학도 마찬가지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이런 주제, 이런 소재로 동화, 동시가 쏟아지고 있다. 동화작가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들이니 당연히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일 것이다.
바다오염은 다양한 경로로 발현되는데 가깝게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건, 유조선 전복 사고로 대량의 기름이 유출된 사건들이 떠오른다. 이것은 단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현재도 계속 국가 간의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는 예민한 문제이다. 이 작품은 바다 오염 문제뿐만 아니라 바다 속 생명체가 인간 때문에 겪어야 하는 문제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란 큰 물음도 던져준다
연구자들은 바다 생태계를 망치는 주원인을 어업도구와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41종의 허가어업이 있고 이 중 자망어업(연안과 근해)의 허가된 자망 그물의 길이만 지구를 4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투명한 그물을 마구 바다에 투기하는 바람에 이 그물이 떠다니면서 바다 생명체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으며, 실제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 플라스틱과 낚시 장비를 포함한 10종류의 플라스틱 제품이 해양 쓰레기의 3/4를 차지하며, 버려지는 바다 쓰레기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한다. 플라스틱은 우리 삶 전반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명목으로 사용되었지만 그 결과는 매우 참혹하다. 형형색색의 빨대를 꽂은 커피 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도시 숲을 활보하는 뉴요커 같은 착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 대가로 바다 생명체는 생명을 위협 당하고 있다. 또 무한히 많은 양의 빨대가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이것은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와 또 다른 질병을 일으킨다. 이 악순환은 그 시작도 끝도 인간이 자처한 것이며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한참 만에 상어의 배 속이 눈에 들어왔어. 상어의 배 속에는 그야말로 각종 잡동사니가 그득했어. 페트병을 비롯해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빨대, 찌그러진 알루미늄 캔, 비닐봉지 같은 생활 쓰레기들이 가득했어. 정말 끔찍했지.(66쪽)
위 글은 그동안 방송에서 보았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상어나 고래, 그리고 다른 물고기 배 속에 각종 잡동사니가 그득한 걸 볼 수 있다. 연간 플라스틱 빨대 때문에 죽는 거북이가 일천 마리, 그물에 걸려죽는 거북이가 연간 이십오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이것은 작은 예이지만 다른 물고기와 다른 바다 생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인간의 편리함 때문에 쓰고 무분별하게 버린 쓰레기가 바다 생명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수의사인 승리 엄마가 수술을 통해 상어를 살리는 장면은 꼭 휴먼드라마 같다.
어업도구인 그물, 떡밥, 작살, 저인망, 루어, 통발, 투망이 바다나 근교 해안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고, 그 중 더 위험한 쓰레기는 단연 어업 쓰레기로 양식에 쓰이는 대형 스티로폼, 폐그물, 폐밧줄, 폐어망 등이 있다. 대형 스티로폼과 같은 폐기물은 현행 폐기물 관리법상 사업장 폐기물로 간주되어 전문 업체에 위탁해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영세한 어업인이 톤당 40만원이나 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즉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업인의 10%도 제대로 처리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폐기물이 바다에 투기되는 것이다.
“엄마, 내가 도울게요.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엄마 손을 꼭 쥐고 힘차게 말했어.(중략)
등지느러미에 날카로운 쇳조각이 박힌 물고기, 이빨 사이에 철사가 낀 대형 물고기들은 그래도 내가 구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하지만 그 외 원인을 알 수 없는 생물들이 눈에 밟혀 자꾸 걸음이 더뎌졌어.(76-77쪽)
주인공 승리가 다른 바다 생명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엄마를 대신해서 발 벗고 나선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작품에 등장하는 쇳조각이나 철사 같은 쓰레기는 작은 부분이고 실상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폐기물이 바다 속에 침식되어 있거나 부유하고 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든 발명품이 바다 생명체를 위협하는 살상무기가 되고 있다니 얼마나 개탄할 일인가. 거기다 그것이 돌아서 다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니 또 자업자득이라고 통탄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도 이제 그만 돌아가십시오.”
용왕이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
“아니, 그게 무슨?”
엄마가 입을 벌린 채 용왕을 바라보았어.
“이제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 그동안 고생하신 것에 대한 답례입니다.”
용왕은 소맷자락에서 콩알만 한 진주를 꺼냈어. 진주는 용왕의 손바닥에서 오색영롱한 빛을 뿜어냈어.
“이제 앞으로는 치료비를 드리지 못합니다. 진주조개들은 모두 폐사했고, 각종 보석을 만들어 내던 산호들도 다 죽고 말았습니다.”
“아, 아니, 아닙니다. 저는 보물을 바라고 여기 오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어.
“이제 바다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니 선생님도 돌아가십시오. 정류장에서 돌고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희망이 없다니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봐야지요.”
용왕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80-82쪽)
작가는 한국인의 정신문화사에 남아있는 융성한 용궁의 이미지를 재현하지 않고 생명체도, 보석도 사라져 가는 폐망한 용궁과 거지 용왕을 그려내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바다 오염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바다에서 떠나라는 용왕의 말은 인간인 승리 엄마 양심의 폐부를 찌른다. 산호초는 물고기의 배설물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물고기가 사라지면 산호초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바다오염의 주범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문학작품을 다큐멘터리처럼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승리 엄마는 치료비보다 바다 생명체를 살려야 겠다는 책임과 신념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그러나 다른 의사와 간호사는 더 이상 치료비를 줄 수 없다는 용왕의 말에 아수라 같은 바다를 두고 모두 떠난다.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는 자본논리에 사로잡힌 무책임한 인간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반면 승리나 승리 엄마는 끝까지 바다를 살리려고 노력 하는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더러운 강물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을 해.”
그제야 ‘한강 세탁소’라는 의미를 알 것 같았어.
“나도 이제 늙어 가는데 할 일이 산더미처럼 점점 쌓여서 큰일이야. 젊은 남생이들은 이런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거든.”
남생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어. 나는 왠지 남생이에게 미안했어. 내가 해야 할 일을 남생이가 대신 해준다는 느낌이 들었거든.(90-91쪽)
늙은 남생이가 바다를 살려보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승리가 그것을 보고 반성하는 모습은 작가가 독자를 향해 외치는 메시지일 것이다. 인간이면 당연히 이러한 마음이 들어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
승리가 힘겹게 동물병원(지상)의 약을 가지고 아수라 병원(바다)에 왔다갔다 하지만 많은 생명체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엄마처럼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느껴서 그동안 비밀로 했던 엄마 안부를 아빠에게 알리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의견을 모으는 등 몸소 앞장선다. 작품은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극단의 메시지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하며 끝을 맺는다.
3.
인간이 건강을 잃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바다 오염은 바다 속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다시 인간에게 미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을 알면서도 무지와 자본논리로 간과한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우리 자손만대가 살아가야 할 푸른 별 지구를 살려야 한다. 우리 후손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인간의 욕심을 좀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후속타가 될 재앙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작품 제목만 보아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문학적 재미와 믿음을 가지고 볼 수 있게 승리 엄마의 행방불명으로 시작한 점과 엄마를 찾는 과정을 추리기법으로 한 점이 돋보인다. 강한 메시지가 좀 불편할 수도 있으나 지구 살리기, 즉 바다 살리기가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만큼 독자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지구의 안녕을 바란다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작은 행동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인간에게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바다가 오염되고 바다 생명체가 죽으면 인간도 멸망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생명체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빈 독에 물 붓기일망정 작은 행동이라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들만 하거나 관련된 활동가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
<생명문학> 제12집, 2023.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