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가는 지리산종주 ★일 시 : 2006년 09월 23일(토) - 25일(월) 2박3일 ★기 상 : 아주 쾌청함 일교차 심하여 아침춥고 한낮은 덥고... ★위 치 :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다 아시죠? ★코 스 : 성삼재 - 노고단(1박) - 임걸령 - 노루목 - 삼도봉 -화개재 - 토끼봉 -연하천(점심) - 벽소령 - 세석(1박)-촛대봉-세석-연하봉 - 장터목 - 제석봉 -천왕봉(정상) - 장터목 - 망바위 - 하동바위 - 백무동 ★이동경로 : 동서울 - 함양 - 인월 - 달궁-성삼재 - 지리산 - 백무동 - 함양 - 서울 ★준비물 :코펠.버너. 침낭. 폴라상하의, 윈드재킷,스틱. 긴소매남방2 반팔셔츠1.반바지등..... ★부식: 라면2 칼국수1 누룽지 2-3끼니분, 씻은쌀1 쏘세지. 건빵 포도 사과등.... ★산행후기 : 남들보다 복이 많아서?? 고향이 지리산 아래 함양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몇차례 (당일치기로)지리산 천왕봉을 다녀 왔건만 정작 지리산 완전 종주는 안해본 터라.... 올여름 복잡한 휴가기간을 피하여 연가 남은것으로 한달 전부터 계획했던 지리산 종주! 2박3일 일정을 잡기에 적당하여 준비를 조금씩 해두었다. 9월 22일 금요일 저녁 용산발 구례행 열차 예약까지 완료 하였으나 갑작스럽게 수원 장례식장에 문상을 갔다 와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 9/23(토) 아침 동서울발 함양행 지리산 고속을 타고 가기로 하고 집사람이 준비해준 김치 과일 씻은쌀등, 부식들을 주섬주섬 넣고 이것저것 빠진 것이 없나 지난 설악산 산행기를 보면서 준비를 하였다. 일요일저녁에 돌아오기로 했던 계획은 어쩔 수 없이 하루씩 연기가 되고 내일 새벽 일찍 깨워달라고 집사람에게 부탁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3일 아침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났다. 정성껏 세수하고 머리도감고 콩나물국에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바지를 꿰고 그리고 반팔 티를 걸치고 그 위에 얇은 방풍의를 걸쳤다. 배낭을 매어보니 만만치가 않다. 최대한 무게를 줄인다고 했지만 홀로가는 산행이라 배낭의 무거움은 감수를 해야 했다. 서울의 아침공기가 벌써 제법 쌀쌀하다. 아침 7시 지하철을 타고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40분이다, 첫차가 8시 20분인데 이미 매진이 되고 좌석이 없다. 아뿔싸 이를 우짜노? 정녕 이러다간 지리산 종주를 못할것 같은 불길함이 섬뜩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함양까지는 서서 가야만 된다 아님 세시간후에 출발하는 버스 뿐인데...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표 검사하는 아저씨한테 사정을 했다 . 등산용 의자를 꺼집어내어 통로에서 앉아가기로 하였다. 12시정각에 함양에 도착한 나는 고향 부모님께 전화도 못드리고 곧장 인월로 가서 2-3일간 제대로 못먹을걸 대비하여 고기와 된장과함께 점심을 거나하게 ㅎㅎㅎ,,, 이어 반선 달궁계곡 그리고 성삼재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어차피 계획대로 전날 새벽에 구례에 도착 했더라면 화엄사에서부터 순조롭게 2박3일을 멋지게 갈 수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성삼재에서 출발 해야만 했다. 잘 정비된길을 약 50분간 걸어서 노고단 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반이다, 이곳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 가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 그래, 여기서 자고 내일부터 1박2일만에 종주를 끝낸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가는거야" 다짐을 하고 취사장에서 저녁식사 대용으로 누룽지를 끓여 먹고 이내 방배정을 1등으로받았다. 이곳 노고단 산장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종주산행 초입인 관계로 비교적 한산하다. 마침 노고단 서쪽 하늘에는 붉게물든 저녁해가 너무나 아름답다. 지리산 산장중에 제일 시설이 잘되어 있는 이곳취사장에서는 젊은청년 대여섯명을 비롯하여 삼삼오오로 모여서 상추쌈과 삼겹살에다 소주파티를 벌이며 제법 시끄럽다. 일찍 자고 새벽일찍 출발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본다. 잠시 잠이 들려고 하는데 술취한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코고는사람. 이빨가는사람. 잠꼬대하는사람,방귀 뿡뿡끼는사람...??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이다. 시계를 보니 밤10시다.일단 밖으로 나가보자. 산장앞 모퉁이 구석구석에는 부부같기도 하고 연인 같기도한 남녀들 두쌍이 남포등불을 켜두고 도란도란 무어라 애기를 나누고 있다. 찬바람이 쉼없이 불어오고 나는 겨울용 고어텍스를 걸쳐입고 나무벤취에 누웠다. 까아만 밤하늘에 무슨 별들이 저렇게도 많은지??? 40년전, 여름날밤 고향집 앞마당에서 멍석을 깔고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흐르는 광경을 보며 웃고 즐기던 철없는 바로 그시절로 돌아가 본다. 뼈속 깊숙히 추위가 느껴지고 다시 산장으로 들어가니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도저히 잠을 잘 수 가 없어 아예 준비해온 침낭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별하나 별둘...너무나 아름답고 맑은 가을밤이다. 군대간 아들놈생각,부모님생각,향후 직장에서의 입지문제,,,,,,, 웬지모르게 허전하다.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을것 같다. 차라리 나도 소주를 준비해와서 마시고 술취한 상태로 잠이나 잘걸...괜히 후회도 해본다. 시계는 이미 새벽두시. 그래.두세시간만 버텨보자... 지리산 종주 첫날밤! 나는 온밤을 하얗게 총총한 별들과 함께 보내고 말았다. 드디어 새벽네시가 조금 넘으니 성삼재 쪽에서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대충 챙겨서 배낭을 꾸려 나오니 아침5시...밤새 잠 한숨 못잔 탓인지 목이 칼칼하다. 아침은 대충 칼국수 한봉지를 꺼내어 끓여먹으니 아침 5시 50분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종주 시작이다. 약 15분을 오르니 노고단 정상이다. 마침 아침해가 떠오르고 노고단 운해가 주위에 펼쳐있다. 아~!!!!! 그림에서만 봤던 노고단의 새벽 운해!!! 인간세상위에 구름바다가 펼쳐지고 그위에 산이 있고 또 그위에 내가 있으니... ,,,,,, 세차게 몰아치는 새벽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고단에서의 일출과 운해를 보고 다시 산행에 오른다. 오전 7:45분에 임걸령을 통과하고 노루목에 도착하니 8시20분이다. 반야봉을 거쳐서 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어차피 오늘 일정이 빡빡한관계로 그냥 가기로 했다. 일단 오늘중으로 장터목까지 가기로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8시50분경에 삼도봉에 이르러 사진한장을 찍고 9시15분, 반선으로 내려갈수 있는 화개재에 오니 젊은남여 대학생 6명이 비박을 하고 떠나기에 앞서 정리를 하고있다. 햐! 그참 젊음이 좋긴하구나. 내심부러웠다. 어젯밤 잠 한숨 못잔걸 생각하니 더욱 부럽다. 그들은 바로 뱀사골 쪽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화개재를 지나 토끼봉 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지리산 종주코스중에서 처음만나는 깔딱?이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젖어버렸고 토끼봉까지 쉬지않고 오르니 10시05분이다. 아침을 칼국수 한봉으로 때워서일까? 벌써부터 뱃속에선 밥달라고 아우성 친다. 수통에서 물을 꺼내마시니 벌써 바닥이다, 일단 연화천 대피소까지 빨리가서 수통도 채우고 점심을 먹기로 다짐하고 곧장 출발이다.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오른쪽 무릎 연골부분에 통증이 온다. 지난 9월2일 춘천 삼악산에 오르다 바위에 찍힌곳인데 완전치 못하고 애를 먹인다. 이럴때를 대비하여 지난번 불애님한테 테이핑요법 특별교육을 받길 참 잘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행에서 테이프.파스.가위 압박붕대는 필수적이다. 퍼뜩 배낭을 풀고 테이핑을 하면서 왼쪽 발까지 테이핑을 했다.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연화천대피소까지 왔다. 시간을 보니 11시40분이다.비교적 오전산행은 빠른편이다, 평소 늘 붐비던 취사장엔 의외로 한산하다. 구석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배낭을 풀었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무조건 빨리먹을수 있는것으로..당연히 라면이다. 3분도 안되어 코펠에 물이 끓고 내가 좋아하는 짬뽕라면을 넣고 채 익기도 전에 냠냠쪽쪽.. 한그릇 뚝딱하고나니 아직도 뱃속은 불만족이다. 다시 물을 끓이고 햇반을 한봉사서 더 먹기로 했다. 연화천 주인은 예전의 그분이 아니고 바뀌엇나보다. 하얀 턱수염까지 길게(마치 도인처럼)길러 멋져보이는 노인이다. 이젠 여유있게.. 끓는물에 햇반을 10분간 데우고 다시 위아래를 교대하여 10분을 더 데우니 꼭 새로지은 밥처럼 맛있다. 산행에서 깨우친 노하우이다 ㅎㅎ 12시40분 배는 부르고 산장의 햇살은 따뜻하고 간밤에 잠도 못자고..당연히 졸린다. 안돼...오늘 갈 길이 너무 많이 남았어. 다시 벽소령을 향해서 출발이다. 오른쪽 무릎(도가니)가 자꾸만 욱신거린다. 겨우겨우 벽소령에 도착하니 14시15분이다. 발바닥도 아프고 무릎은 욱신거리고 자꾸만 쉬고싶다는 생각만 들고 아무리 서둘러도 장터목까지 가는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이든다. 배낭에서 집사람이 챙겨준 사과를 한개먹고 또 출발이다. 약 1시간반쯤 갔을까? 오른쪽 도가니가 본격적으로 아프고 다리에는 힘이 빠져서 흐느적거리기 시작이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세석까지도 어려울것 같다 마음은 앞서고 몸은 안따라주고, 겨우겨우 양쪽스틱에 최대한 의지를 하고 걷고 또 걷는다. 시간은 벌써 오후5시! 세석산장을 약0.7키로 앞두고 철계단이 앞을 막는다. 거의 기어오르다시피 하여 겨우겨우 오르다 보니 내또래의 아저씨3명이 아예 퍼질르고 앉아있다. 사연인즉 여수에 있는 롯데그룹의 회사동료들7명이 같이 왔는데 오다가 막걸리를 한잔 했다나? 좌우간 일행에서 낙오된사람들(일명,폭탄)같다. 쉬었다 같이 가자고 하는데 쉬고싶은맘이야 오죽하랴! 그러나 가야했다. 먼제 간다고 인사를 하고 다시 출발하니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혼자서 이 힘든 산행을 왜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도 해본다. 군대에 가서 고생하는 아들놈 생각에 다시 힘을 얻어 걷는다. 가자, 가자, 가야만 한다. 도중하차를 하더라도 가는데까지는 가보자 하는 오기가 불이 붙는다. 이번에는 끝까지 가고 다리가 완전 고장이 나면 산하고는 담쌓는다는 오기가... 허무맹랑하고 같잖은 오기지만..... 아침6시 출발부터 약 11시간30분간이 지나고 오후 5시 30분! 드디어 세석산장이다. 너무 힘드니깐 배고픔도 모르겠다. 몸조차 가눌길 없어 물만 벌컥벌컥마시고 한참을 앉았다가 정신을 차린후 집사람이 챙겨준 한끼분 (두그릇분량)의 쌀로 밥을 해 먹을려고 물을 얹고 버너에 불을 붙이고 있는데 여수에서 왔다는 롯데 직장동료7명중 폭탄3명이 도착하여 나를 부르고 있다. 그들중 일찍 도착한 일행 4명이 이미 밥과 찌게까지 다 준비하고 전라도 쐬주인 잎새주까지 준비해 두고 같이 먹자고 한다.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염체불구하고 고맙다는 인사도 채 못하고 밥 한그릇에 찌게에 쏘주까지 세잔을 얻어 마시고나니 정신이 팽~~더이상 아무런 생각을 하기가 싫었다. 저녁8시 그분들중 나이가 나와 비슷한 두명에게 나의 명함을 전해주고 서울에 오시면 은혜를 갚게 꼭 연락주시라고 부탁을 드리고 대피소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여 특별히 거실같은곳을 배정 받았다. 아무생각이 없다. 전날 잠을 못자고 웬종일 걸어서일까? 그대로 엎어져서..아침에 눈을 뜨니 새벽4시반이다. 정말 꿈같은 지리산에서의 둘쨋날밤을 나는 정신없이 잘 수 밖에 없었다. 새벽 네시반, 제일 걱정이던 오른발 도가니를 구부렸다 폈다를 해 보고 손으로 만져 봤다. 천만다행스럽게도 통증이 심하지 않았다. 살금살금 기어서 신발을 신고 산장에서 약 30미터 아래의 물이 나오는데로 가서 대충 눈가에 눈꼽 떼어내고 얼굴에 물만 묻히고 코펠에 물을 담아 다시 숙소로 왔다. 언제 또다시 올지 모르는데 이왕 이까지 왔는데 지리산 일출을 안보고 갈수 있으랴! 약 20분간을 올라 촛대봉에 오르니 이미 약 10여명이 미리와서 일출맞이를 준비 하고 있었다. 세찬바람이 마치 한겨울날씨와 다를바가 없다 .너무나 추워서 눈만 내놓고 겨울용 고어텍스와 모자로 중무장을 하고 아침해를 기다린다. 아침 6시15분 드디어 아름답고 웅장한 아침해가 솟아오른다. 순간 나도 몰래 고개숙이고 두손모아 기도를 한다. 제일먼저 노부모님의 건강과 군대간 아들 그리고 대학다니는 딸.........등등등 차갑고 세찬 바람때문에 바위에 엎드려 몇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세석산장으로 내려오니 6시45분이다 배낭을 챙기고 아침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내옆에 잠자던 아저씨가 못일어나고 끙끙 앓고있는게 아닌가. 그옆에 같이동행한 친구라는분 왈 어제 산행중 돌뿌리에 걸려 엎어지면서 무릎을 찧어서 제대로 걸음을 못걷는다는 것이다. 아픈 부위가 나와 똑 같은 오른쪽 도가니였다. 나는 그분을 앉혀놓고 내가 해왔던 테이핑요법으로 두번을 둘러 테이핑을 한 후 압박붕대로 오른무릎을 감아 주고 일단 함께 천왕봉까지 가기로 했다. 이미 다른 산우들은 다들 산장을 떠나고 나와 부상당한 일행 세명이서 아침밥 준비를 한다. 나는 엇저녁에 미리 해둔 밥이 있어 그위에 물만붓고 끓여서 흰죽처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부상당한 그분은 청주에서 K-2 코리아 등산용품판매 대리점을 운영하시는 분이란다.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굽신굽신 하며 준비해온 밑반찬들을 나에게 먹으라며 자꾸만 권한다. 아침8시20분! 꾸물대다가 제일늦게 출발이다. 어제는 약간 무리를 했지만 오늘은 거리가 많이 가깝다. 지리산정상인 천왕봉이 가깝다는 생각에 몸도 덩달아 가볍네. 세석에서 청주의 다치신두분께 양해를 구하고 나중 정상에서 보기로 한뒤 먼저출발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눈부신 하늘에 눈이 시려왔다. 더넓은 세석평전을 뒤로 하고 촛대봉을 지나 장터목으로 가는길은 과히 환상적이다. 지리산 종주코스중에 이구간이 제일 멋있는것 같다. 이미 해발 1500-1700미터 이곳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단풍이 붉게 물들고 있다. 시야에 잡히는 저 산아래 마을이 함양 마천면인데 동네이름은 모르겠다. 먼거리부터 가까운 단풍까지 너무너무 아름답다. 이렇게 눈 호강을 시켜본지가 얼마만인지??? 아픈 무릎도 기분이 가벼운만큼 많이 아프질 않다. 휘파람을 불며 오르락 내리락..벌써 연하봉을 지나(09시50분) 장터목까지 왔다.(10시05분) 이제 천왕봉이 코앞에 이른것이다. 내심 즐거운 마음에 장터목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을 넘어서니 제석봉의 고사목들이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10시30분) 멋진 배경을 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또다시 정상을 향해서.... 단풍이 너무 고와서 몇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또 뒤를 돌아본다. 8-9부능선엔 온통단풍이니 추석연휴가 끝나면 절정일것 같다.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통천문을 지나(11시05분) 또다시 마지막 가파른길을 올라서니 저기 정상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이제 1백미터도 안남았구나. 2박3일간 힘들게 오르는 나를보고 천왕봉은 반갑게 어서오라고 손짓을 하는것 같다. 어제 밤에 정성을 들인 보람인지 스틱으로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오늘은 컨디션 만점이다. 통증도 많이 없고 .... 드디어 정상이다.(11시25분) 천왕봉의 표지석을 쓰다듬어보기도 하고 입도 맞추어 본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 되다" (지리산 천왕봉 1915m) 순간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말없이 발아래 펼쳐지는 경관들을 본다. 약10여명의 산꾼들이 기념사진도 찍고, 정상아래 바람막이가 되는 바위밑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있다. 기념으로 동영상촬영도 하고 또 그냥 사진도 정신없이 찍고.... 사방을 둘러봐도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하기만 하다. 그동안의 피로는 언제 그랬냐는듯 너무나 감동적이다. 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배도 고프지 않다. 약20여분이 지나니 세찬바람이 점점 추위를 느낀다.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에 땀벅벅이었던 옷들이 추위앞에 뻐득쁘득해졌다. 약간 내려와서 바람 막이가 되는곳에 앉아서 배낭안에 있는먹거리를 다 꺼집어 냈다. 사과1개.포도1송이. 건방반봉지.막대쏘세지3개.라면1봉.김치통조림1 깻잎통조림1개가 남았다. 때마침 아침에 같이 출발한 청주의 부상자 일행이 도착했다. 덕분에 이렇게 정상까지 오게되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고 하신다. 그들은 청주이고 나는 서울까지 갈 몸이라 마지막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우린 헤어졌다. 과일과 쏘세지. 건빵두주먹과 물을 마시니 제법 배가 부르다. 배낭도 이제 많이 가벼워 졌다. 빨리 고향땅 백무동에 가서 실컷먹기로 했다. 제일먼저 생각나는건 흑돼지 삼겹에 쐬주생각이 제일 간절하다. 지금부터 하산이다.(11시45분) 장터목쯤 하산하니 또다시 오른쪽 도가니가 욱신거린다.(12시25분) 지금부터 백무동까지남은거리 5.8 키로미터! 그래! 이까이꺼정도는 굴러서라도 가겠지....다시금 용기를 내어 하산길을 가는데 월요일이라서 올라오는 산행인이 아무도 없다 가끔씩 다람쥐들과 죽순을 스치는 바람소리 뿐이다. 하산길이 고향땅이라서 그런지? 약간씩 통증은 있어도 마음이 더 즐거우니...^^* 양쪽스틱을 길게뽑아 최대한 의지를 하며 한참을 가다보니 참샘옆에 수녀님 두분이 앉아있다. 하행길에 처음보는 사람이라 엄청 반갑다. 배낭을풀고 참샘에서 물을받아 마시고 인사를 건넸다. 수녀님 한분은 나이가 50대이고 또한분은 20대의 젊은 수녀님이 백무동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아마도 젊은 수녀님의 마음이 불안하여 이곳 지리산을 오신 모양이다. 기념으로 함께 촬영을 하고 인사를 하고 백무동을 향했다. 하동바위 능청다리를 지나니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나를 유혹한다. 무려 3일간 땀으로 찌들리고 세수도 제대로 못했으니...?잠시 손을 넣어보니 어찌나 차운지..?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부군"에서 "남녀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모두들 발가벗고 목욕을 하는???" 그 대목이 퍼뜩 스쳐간다. 오가는 사람들은 없지만 그래도 귀한것? 보일까봐 큰바위밑에 옷을 벗고 ㅎㅎㅎㅎㅎ 오매 차가운것! 3분도 못견디고.....정말 간사한건 인간이여 오후3시20분! 산행마지막날 아침부터 약 7시간만에 모든산행은 종료되고 백무동야영장이 나타나고 주차장에 들러니 동서울행 막차가 오후6시에 출발하여 함양에서 오후7시에 간다고 한다. 일단 마천면소재지로 나와서 면사무소 건너편의 마천흑돼지집에 들러 삼겹살3인분을 시켰다. 처음 쐬주1병은 목구멍에 넘어가다가 다른데로 새었는지? 다시 1병을 추가해서 먹고마시고나니 .... 천지가 내세상이네 ....... 어차피 내려온것 오도재를 구경하고 함양오니 동서울행 지리산고속이 기다리고 있다. 괜히 걱정 끼쳐드릴까봐 이곳까지 와서 부모님께 전화도 못드리고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차에오르자마자 잠이 들었는지 기사님의 깨우는소리에 눈을뜨니 밤10시 동서울 터미널이다. 손님이 몇 안되어서 다행이지...차안에서 코를 많이 골았나 보다??? 이번주에는 좀 쉬어야겠다. 육체적 고통은 잠시일뿐, 마음속의 희열은 오래오래 가는법! 일백리길에 약18시간30분만에(휴식및 사진촬영시간포함) 이르는 지리산종주길이 또다시 눈에 선하다. 2박3일간 핸드폰끄고 신문,방송이 없는 이상한 세상을 홀로 헤매다가 다시 원위치 하는 순간이다. 어리석은자 지혜를 얻고 간다는데.... 올겨울 눈이 내리고 하얀세상이 펼쳐지면 나는 또다시 (이번엔 역방향으로) 이곳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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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후기보며![~](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지금제가 지리에 가있습니다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추석연휴 ![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겁게 보내시구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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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즐거운 추석명절 되시구여 추석후에 또 함께 멋진산행 기대합니다
저두요~ 종주 축하 드립니다. 언젠가는 저두 선배님 처럼 나홀로 지리산에 갈 날이 있겠지요~~~
혼자는 위험해요 가실땐 연락 주세여^^*
나눔의 정으로 무리가 되신 지리산종주... 말려도 강행하셨으니 좀더 고생?!을 하셨어야...ㅎㅎㅎ 겨울종주도 혼자가세요?^^*
ㅎㅎ 이거 질투하시옵나이까??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