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어떻게 고르고 읽어주어야 할까?(펌)

[김종헌]

그림책, 어떻게 고르고 읽어주어야 할까?

아가들에게 있어 책이란 인지능력뿐 아니라 언어력, 음악적 감성, 기억력, 상상력을 갖게 해주는 것은 물론 부모, 가족과의 훈훈한 공감대를 이어가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사물과 사람, 환경에 대한 친밀감과 유대감을 갖게 하는 간접체험의 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쓸모 없는 종이 묶음에 불과하다. 아직도 어떤 책을 사줄까 고민만 크지 정작 어떻게 읽어줄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엄마들이 적지 않다.

그림만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_ 아기에게 좋은 그림책은 처음부터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로 방영된 인기 만화영화를 본따서 만든 것이나 아기가 이해하기 어려운 유명 동화 등은 어른의 눈높이에 맞춘 유아 그림책일 뿐이다. 그림책은 당연히 글보다는 그림이 비중이 높아야 한다. 한글떼기용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아기가 그림을 보고 나름대로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게 하는 책이 좋다. 그림책의 그림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그림이면 된다. 전문가가 제대로 그린 그림이라면 표현방식은 어떤 것도 무방하다.
최근에는 예쁘고 부드러운 그림 외에도 흑백 그림이나 펜화, 유화, 여러 가지 주제를 콜라주한 것 등 다양한 기법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림책에 그림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림책을 통해 언어를 배우기 때문에 그림책의 줄거리나 문장 역시 이 시기의 아기에게 맞아야 한다. 내용은 아가들의 인성을 기르는 데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여러 영역을 다루되,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주제가 있는 것이 좋다.

아기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읽는다_ 책을 선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문기관이나 어린이 전문 서점 등에서 제시하는 도서목록을 활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연구해 만든 리스트이기 때문에 대부분 믿을 만한 정보이다. 하지만 목록은 어디까지나 지침서일 뿐 해답서는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어 주어야’_ 책을 읽어줄 때 아기가 좋아한다면 대부분 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와 느낌에 반응하는 것이다. 어쩌면 아가는 지금 엄마가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엄마가 자신을 위해 혼자서 모노드라마를 엮어가고 있다는 느낌은 아기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그래서 책은 그저 읽어주기보다는 노래를 불러주거나 대화를 나누듯 들려주는 것이 좋다.

마음껏 가지고 놀게 한다_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책을 가까이 두어 직접 만져보게 한다. 이때 입으로 물거나 찢거나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기가 앉을 수 있게 되면 무릎 위에 앉혀놓고 책을 펼쳐 읽어준다. 이때 엄마는 성우나 배우가 되어야 한다. 조금은 과장된 음성과 몸짓으로 책의 내용도 적절히 바꿔가면서 아가의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 한 장 한 장 읽어갈 때마다 아이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책의 종류, 읽어주는 시간 등을 정해본다.
사물과 언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돌 이후의 아기들에게 책은 확실한 장난감이다. 이때부터는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 생기고 수없이 봐서 ''걸레''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는 ''왕따''도 생긴다.

흥미를 보일 땐 더욱 적극적으로_ 엄마에게 읽어주기를 조르다가도 큰 아이처럼 혼자서 쓱쓱 책장을 넘겨가며 몇 권씩 볼 때도 있다. 이 무렵에 아가들은 그림 이외에 문자라는 것을 인식한다. 말이 빠른 아기라면 더듬더듬 글자를 짚어가며 어눌한 소리로 책 읽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이것은 책 읽는 묘미를 알게 되는 첫 신호이기도 하다. 물론 엄마는 더 적극적으로 아가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 읽은 후에 격려를 해주고 관련 이야기를 만들거나 질문을 해 아가의 상상력이 확장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권하는 그림책 읽어주기 지침
1. 엄마가 먼저 읽어 본 다음 들려준다.
2. 글자를 짚어가며 읽지 않는다.
3. 지나치게 꾸미거나 과장해 읽지 않는다.
4. 과도한 질문과 느낌을 강요하지 않는다.
5.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보여준다.
6. 규칙적인 독서 습관을 들인다.
7. 포근히 안고 읽어준다.

요즘 그림책 구경해 보았더니…

분량이 많고 그만큼 가격이 비싸 선뜻 손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전집이나 세트류일 것이다. 전문서점이나 대형서점을 중심으로 요즘엔 올챙이 그림책(60권, 웅진출판사), 오르다의 첫 발견 시리즈(30권, 꼬마샘터), 알콩달콩 유아교육 동화(60권, 두산동아), 달팽이 과학동화(50권, 웅진출판사), 브루노와 함께 하는 바른 생활(1권, 시공주니어), 차일드 미니 북스(50권, 예림당), 위대한 탄생(30권, 보림), 등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단행본 시장은 신간보다는 스테디셀러가 압도하는 분위기다. 사과가 쿵(보림), 달님 안녕(한림),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 그림책(12권, 보리), 곰돌이 아기그림책(12권, 웅진출판사) 등은 대형서점, 어린이 전문서점 어디나 할 것 없이 최근 2～-3년간 꾸줂; 팔리는 책들이다.
이들 책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첫째는 아가들이 실제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또 그림이 아름답고 내용 역시 긍정적이며, 단순해서 아기가 보기 쉬우면서도 나름의 주관을 갖고 전개된다는 특징이 있다. 아직은 창작물보다는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 많지만 전문 출판사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약간의 수정을 해 내놓아 별 무리가 없다. 최근에는 엄마들의 고민을 겨냥해 만든 이른바 ''모듬용''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연령(한 살바기 아기그림책, 돌베개), 상황(잠들 때 하나씩 들려주는 이야기, 웅진출판), 능력(우리 아이 말 배울 때 들려주는 동시, 삼성출판) 등이 그것이다.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기획자의 의도가 분명한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인지, 언어, 정서, 신체 등 발달 분야로 나누어 기획된 그림책이 가장 많은데, 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겨냥한 게 있고 발달 부분 전체를 다루되 영역별로 나누어 권수를 늘린 책들도 있다(종알종알 말놀이 그림책과 손바닥 그림책 시리즈, 웅진출판/ 쑥쑥 몸놀이 시리즈, 다섯수레/ 뽀삐 시리즈와 왕눈이 그림책, 한국프뢰벨/ 보아요 시리즈, 사계절). 또 바른 생활 습관을 유도하기 위한 그림책(꾸러기곰돌이 시리즈, 세상의 모든 책들/ 아기놀이책 시리즈, 웅진출판/ 만약 내가 시리즈, 현암사)들도 많이 나와 있다.

아기에게 책 읽어주기, 이것이 궁금해요

Q> 18개월된 여자아이인데요, 그림책을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찢거나 낙서를 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무릎에 앉히고 읽어주면 제멋대로 책장을 넘기거나 던져버려 책을 제대로 읽어줄 수가 없습니다.
A> 엄마들은 아기가 얌전히 앉아 읽기를 바라지만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윽박지르거나 혼을 내면 책에 대한 두려움을 갖거나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둬서는 안됩니다. 이 시기의 아가들은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듣고 특히 모든 사물에 생명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책을 찢거나 구기면 책이 얼마나 아프겠니?", "책 얼굴에 볼펜으로 그으면 책이 속상해한다"고 하면서 살살 달래면 나아집니다.
또 책장을 마구 넘긴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림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기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자기 방식대로 책을 이해하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기가 관심을 보이는 부분을 엄마가 따라가 주는 게 좋습니다. 만약 그래도 주의가 산만하면 다른 책으로 바꾸어보거나 책 읽어주는 시간이나 환경을 조금씩 달리해보세요.

Q> 글자 없는 그림책과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혔을 때 어떤 다른 점이 있나요?
A> 아이들은 활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그림으로 읽습니다. 다만 글 없는 그림책은 어른도 아이처럼 그림으로만 내용을 읽게 되지요. 글 없는 그림책은 그림을 충실하게 읽어주고 아이의 물음에 열심히 대답해주세요. 아이들은 그림 중심으로 읽는데, 어떤 책은 실제로 읽어보면 글과 그림이 맞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엄마가 먼저 그림을 중심으로 읽어보고 내용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읽어주는 게 좋습니다.

Q> 한 살짜리 남자아이에게 백과사전을 사주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을까요?
A> 요즘 백과사전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이 늘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아이가 습득해야 할 지식을 좀더 일찍 받아들이게 하고 싶은 마음일 거라고 미루어 짐작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살된 아이를 위해 미리 백과사전을 준비해 둘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백과사전이든 또 다른 어떤 책이든 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할 때, 필요할 때 사주면 됩니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가 들려주는 풍부한 이야기입니다. 풍부한 우리말이 살아 있는 그림책이나 옛이야기를 엄마의 목소리와 엄마의 말로 따뜻하고 친절하게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Q> 전집보다는 단행본이 좋다는 얘기들을 합니다만, 아기가 아직 어리다 보니 서점에 자주 갈 수도 없고 또 전집에만 있는 교구도 좋아 보여 갈등중입니다. 단행본과 전집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아동도서의 단행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전집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해서 전집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전집은 대량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출판물의 질을 믿기 어렵습니다. 좋은 책도 있지만 나쁜 책도 섞여 있어서 선별해서 구입할 수가 없지요.
또 대부분의 전집은 구입에 많은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부담이 큽니다. 비싸게 책을 산 만큼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해서 오히려 독서의 흥미를 잃게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전집 가운데에는 좋은 출판사들이 고심해서 만든 양질의 것도 있습니다. 따라서 훌륭한 교재이지만 엄마들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능하면 아가에게 한 권 두 권씩 단행본을 사주는 것이 좋으며, 전집을 구입할 경우 충분히 비교검토해서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단행본이든 전집이든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Q> 책 읽어주기는 언제까지 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나이를 정하지 말고 읽어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책 읽어주기의 전 단계는 이야기 들려주기입니다. 책이 귀하던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야기 들려주기를 통해서 아이들을 교육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이야기로 대신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자를 사용하면서 아이들은 이야기를 잃어버렸습니다.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엄마가 함께 읽어주는 게 좋고 이야기로 들려주면 더 좋습니다.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 아기 그림책

어린이 도서연구회, 어린이 전문서점은 물론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등 PC통신 주부동호회 등에서부터 선배 엄마들 입소문까지 그 진가가 생생하게 증명된 아기 책들이 있다. 대부분 대형서점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책들로 초보 엄마는 물론 예비 엄마들이 구입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들이다.

주목받는 전집 & 미니 전집
베베 아기 그림책(베아트리스 미에트로 지음/꼬마샘터/세트별 1만원)_ 단순한 도형 구성으로 된 두뇌 자극 그림책. 연령별 3세트로 되어 있다.

첫 두뇌개발 초점 맞추기(삼성출판사/4권 1세트 1만원)_ 시각 자극 위주로 만든 두뇌 자극 그림책. 흑백 그림책과 컬러 그림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꾸러기 곰돌이 시리즈(남미영 글, 오명훈 그림/세상의 모든 책/전 15권, 각권 4천원)_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주제로 해서 곰돌이와 동물친구들의 일상생활을 엮은 책.

오르다의 첫 발견 시리즈(꼬마샘터/전 30권, 낱권 판매 안됨)_ 낱권 판매가 안 되고 권당 1만원으로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최근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있는 전집. 프랑스 갈리마르사가 만든 "First Discovery" 중 임의로 30권을 뽑아 우리말로 옮겨놓았다.

요즘 볼 만한 단행본
코를 킁킁(루스 루스 클라우스 글, 마크 사이먼트 그림/비룡소/6천원)_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눈 속에 핀 노란 꽃을 발견하기까지 호기심과 상상력을 재미있게 그린 이야기.

!(피토와 제르베 글?그림/웅진출판/4천5백원)_똥을 너무 많이 싸는 토끼가 따돌림을 당하다가 결국 좋은 친구가 된다는 내용.

똥 푸직_ 똥을 소재로 한 책 중에 비교적 어린 아기들을 위한 책.

심심해서 그랬어(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보리/6천8백원)_ 좀처럼 볼 수 없는 세밀한 펜 터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사실적인 아름다움을 주는 그림책.

스테디셀러 단행본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이태수 외/보리/각권 3천원)_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곡식, 곤충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과 단순한 문장으로 구성했다.

하늘이랑 바다랑 도리도리 짝짝꿍(김세희글, 유애로 그림/보림/8천5백원)_ 전래놀이를 그림과 노랫말로 엮은 책. 그림이 사실적이면서 매우 부드럽고 예쁘다.

달님 안녕(하야시 아키코 글?그림/한림/4천원)_ 밤 풍경이 아름답게 표현된 그림책. 글자가 적고 이야기도 반복적인데다가 달 표정이 다양하다.

사과가 쿵!(다다히로시 글?그림/보림/6천5백원)_ 숲속에 커다란 사과가 떨어진 다음 벌어지는 이야기. 동물들의 표정과 의성어, 의태어가 재미있다.

내용출처 : [직접 서술] 블로그 집필 - 로타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