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67)이 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주중 대사에 내정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영세 현 대사의 후임으로 부임하게 될 김 주중대사 내정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군 출신으로 중국 대사를 맡게 됐다.
정부 소식통들은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중국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량급 인사를 배치할 필요성, 국방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중국내에서 영향력이 큰 군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 등이 감안돼 김 전 실장이 주중 대사로 발탁됐다고 전했다. 최근 한·미·중 3국간에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THAAD) 고고도 요격미사일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측의 오해를 푸는 역할이 우선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역점사업중 하나인 통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중국 군부의 이해와 지원이 중요한데 이런 점들도 김장수 전 실장을 발탁한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수 주중 중국대사 내정자/조선DB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외교안보 사령탑 역할을 맡았던 김 내정자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센터의 초동대처 문제를 둘러싼 논란 끝에 작년 5월 전격적으로 물러난 뒤 1년도 안돼 우리 외교의 핵심 포스트인 중국대사로 복귀하게 됐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 그는 국방 분야는 물론 외교, 통일, 대북정보 등을 모두 관장하는 명실상부한 최고 컨트롤 타워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장수 내정자는 광주, 광주일고, 육사 27기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으로 정치권에 진출하기 전에는 군에만 있었다. 사관학교 등 군 출신들은 보통 동창회에도 잘 나가지 않고 전역하기 전까지 폐쇄된 생활을 계속하기 때문에 인적 네크워크가 좁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 실장은 군 출신으로는 보기 드물게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여기엔 김 내정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엔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 이명박 정부 시절엔 국회의원을 지낸 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와대 핵심 고위 관계자로 3대 정권에 걸쳐 중책을 맡았다는 점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군 출신이 3대 정권에 걸쳐 요직을 맡은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군내에선 “이름(김장수)그대로 권력에서도 장수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내정자는 이런 ‘장수’ 비결에 대해 측근들에게 사석에서 “진정성과 도덕성 때문이 아닐까. 나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왔다. 도덕적으로도 흠 잡힐 일 안했다”고 종종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좌우명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군 시절부터 지금까지 좌우명으로 새겨온 손자병법 구절이 있는데 ‘進不求名(진불구명) 退不避罪(퇴불피죄) 唯民是保而利於主(유민시보이리어주)’다. ‘명예를 구하기 위해 진격하는 것이 아니고 퇴각한다고 해서 죄를 피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백성을 보호하고 나라를 이롭게 할 뿐이다’라는 의미다.
김 내정자의 인맥 핵심요소를 학맥, 지역, 직업으로 나눠보면 ①광주일고-육사 ②광주 ③공무원-정치인-청와대이다. 우선 조선일보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그의 인맥요소를 교차검색한 결과를 보자. 검색한 인물들이 실제로 모두 김 실장과 가깝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맥 점수가 높을수록 김 내정자와 가까울 확률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 )은 출생연도.
<학맥> 1. 광주일고+육사=1명. 문두식 전 기무사령관(1947)
<학맥+직업>
1. 광주일고+정치인=58명.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의원(1963), 김효석 전 민주당의원(1949), 임채정 전 국회의장(1941), 이낙연 전라남도지사(1952),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의원(1952),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총재(1939), 배기선 전 통합민주당 의원(1950), 채일병 전 통합민주당 의원(1947), 배기운 새정치민주연합의원(1950),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의원(1952), 윤원중 전 국회 사무총장(1944), 김찬진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1941), 조홍규 성균관 이사회 이사장(전 한국관광공사 사장)(1943),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의원(1955), 임복진 전 국회의원(1937),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1958), 김태홍 전 민주당 의원(1942),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의원(1955),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의원(1952), 정현채 전 로케트전지 사장(1940), 정상용 전 민주당의원(1950) 등.
2. 광주일고+공무원=192명. 김황식 전 국무총리(1948), 신광옥 전 법무차관(1943),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1957), 김동신 전 국방장관(1941), 백형조 전 전남도지사(1936), 이재훈 전 지경부 2차관(1955),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1951),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노동복지특보(1945), 이재원 전 법제처장(1958), 김태현 전 정통부 차관(1949),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의원(1955), 허성관 전 행자부장관(1947), 민형종 전 조달청장(1958) 등.
3. 광주일고+청와대=3명,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1959),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1956) 등.
4. 육사+정치인=1명.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1947)
5. 육사+공무원=5명. 박승춘 국가보훈처장(1947), 문충실 전 서울 동작구청장(1950) 등.
6. 육사+청와대=1명.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1949)
<학맥+지역>
1. 광주일고+광주=368명. 선동열 전 기아 타이거스 감독(196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1945), 윤재걸 시사신문 사장(1947), 신광옥 법무법인 다물 대표변호사(1943),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이재훈 전 지경부 2차관,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1948), 문성우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1956) 등.
2. 육사+광주=이효진 전 한국산업공단 이사장(1946).
<지역+직업>
1. 광주+공무원=224명. 장재식 전 산자부장관(1935), 김대환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1949),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1943), 정래혁 전 국회의장(1925), 정동채 전 문광부장관(1950), 최성 경기 고양시장(1963) 등.
2. 광주+정치인=121명. 장재식 전 산자부 장관, 김찬진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 고승덕 전 새누리당 의원(1957), 양형일 전 민주당 의원(1951), 조홍규 전 성균관 이사회 이사장, 조성준 전 열린우리당 의원(1948),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의원, 정래혁 전 국회의장, 이윤수 전 헌정회 사무총장(1938),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박혁규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1954), 문학진 전 민주당의원(1954), 문희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1936) 등.
3. 광주+청와대=2명. 김재춘 교육부 차관(1963),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학맥+직업+지역>
1. 광주일고+공무원+광주=총 41명. 신광옥 전 법무차관, 김동신 전 국방장관, 이재훈 전 지경부 2차관,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노동복지특보
2. 광주일고+정치인+광주=총 15명. 김찬진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 조홍규 전 성균관 이사회 이사장,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의원, 임복진 전 국회의원,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김태홍 전 민주당 의원(1942)
3. 광주일고+청와대+광주=총 1명.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이같은 데이터베이스 검색에서 나타나지 않은 김 내정자의 숨어있는 인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특히 18대 국회 국방위 의원과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정치권에 여야를 아우르는 탄탄한 인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정치인과 육사(25기)가 겹치는 경우다.
새누리당쪽에선 정몽준 최고위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유승민 원내대표, 이인제 의원, 심재철 의원, 한기호 의원, 김학송 전 국회 국방위원장 등이 가깝다고 한다. 한기호 의원(육사 31기)은 김 실장이 육군참모총장 시절 육군본부에서 소장급 참모로 함께 일한 인연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쪽에선 김효석 전 민주당 원내대표, 이낙연 전남도지사, 신학용 의원, 안규백 의원, 김동철 의원, 김성곤 의원, 백군기 의원 등과 가깝다. 백군기 의원(육사 29기)은 군에서 김 실장이 부하로 데리고 있었던 인연이 있다.
관계와 청와대에선 남재준 전 국정원장(육사 25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육사 28기),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육사 28기), 윤병세 외교부장관,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김 내정자와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재계에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기옥 금호터미널 사장, 안준태 중앙건설 상임고문, 오명 동부그룹 전자 반도체 분야 회장(전 부총리겸 과기부 장관·육사 18기) 등이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옥 사장과 안준태 상임고문은 김 실장과 중고교 동창이어서 가깝다. 오명 회장은 육사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종교계에선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홍순영 목사 등이, 학계에선 박근혜 정부의 씽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끄는 김광두 서강대교수, 김희수 전 건양대 총장 등이 가깝다.
군에선 박선우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이영만 전 공사교장, 이계훈 전 공군참모총장 등이 광주일고 후배다. 예비역 가운데엔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한국국방안보포럼 공동대표), 조영길 전 국방장관, 김종환 전 합참의장 등이 김 실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