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오른쪽 이층 건물은 옛 슬라브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을 보여주는 박물관이었다. 그런 만큼 가이드도 설명하기가 약간 애매했는지 각자 감상해 보라고 했다. 이곳에서의 유물들은 생활과 연관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먼저 내 시선을 머문 것은 식탁으로 보이는 탁자였다. 노란색 나무탁자는 다리가 네 개인 방식이 아니었다. 정면에서 보면 H자형이었고, 측면에서 보면 工자형이었다. 세계의 여러 박물관의 고가구에서 가끔 보던 형식이었다.
이것저것 둘러보던 내시선이 이번에는 고전적인 창에 멈추었다. 이중창의 바깥은 기하학적 문양을 한 색유리였고, 안쪽문은 투명유리였다. 안쪽문의 장금장치는 외국의 오래된 호텔 창에서 가끔 봤던 것이다. 창의 가운데 상하로 움직이는 쇠막대기가 붙어 있고, 가운데 손잡이를 회전시키면 상하에 있는 쇠고리에 들어가게 만든 것이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싱긋 웃게 된다.
이어서 눈에 띈 것은 흑백의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 속에는 층층의 바위위에서 짧은 바지를 입은 남자들이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물가에서 수영을 하다가 쉬는 모습이 아닐까 짐작해 봤다.
다음으로 카메라에 담은 것은 욕조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어린아이의 요람이었다고 하니, 또 그런가 싶었다. 사실 욕조로 사용해도 무방한 것처럼 보였다.
작은 방들이 계속 이어져 있어서 여러 방을 돌며 감상을 하였는데, 도자기를 진열해 놓은 곳에 이르렀다. 거기서 나는 피카소의 도자기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멕시코인류학박물관에서 만났던 아즈텍문명의 그릇문양을 떠올리는 작품을 대하게 되었다. 상징적인 문양을 새긴 도자기는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
다음으로 만난 것은 도자기 같은 가구였다. 광택의 하늘색 물건은 다소 종교적 용도에 적합할 듯했다. 2m가 넘는 이것은 아래는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것인데, 성물(聖物)을 보관할 때 비슷한 가구를 활용하는 것을 보았던 것 같다.
이어지는 방에는 갑옷과 무기류가 보였다. 전신을 보호하는 갑옷은 그 무게만도 만만치 않을 듯했는데, 아마도 말을 타는 기사가 사용하던 것으로 보였다. 옆에 진열된 긴 창도 말을 타는 기사에게 어울릴 무기로 보였다. 하지만 설명을 들을 수 없으니 그저 혼자의 짐작으로 끝내야 했다.
수많은 물건들이 있었지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서 걸음을 서두르는데, 철판으로 뒤덮인 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 문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무장을 했을까? 상처투성이인 문을 보노라니, 누군가 두려움을 감추려고 했던 그 마음이 느껴졌다.
정말 강한 것은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물로서 대표적인 것이 다이아몬드이다. 얼핏 보기엔 다른 물건과 부딪치기만 하면 부서질 것 같지만 결코 부서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에 의해 부서진다. 우리의 참된 마음도 다른 것에 의해 부서지지 않는다. 오직 마음에서 일어난 망상이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사진 – (01) 예배당 입구 우측 아래로 있는 지하실 입구. (02) 지하실에는 대장간에서 만든 장식품 등이 진열되어 있다. (03) 옛날의 식탁-다리가 요즘 것과는 다르다. (04) 이중창의 바깥은 기하학적 문양을 한 색유리이고, 안쪽문은 투명유리다. 쇠막대가 상하로 움직이는 장금장치가 가운데에 있다. (05) 층층의 바위위에서 짧은 바지를 입은 남자들이 즐기고 있는 사진. (06) 욕조처럼 보이지만 어린아이의 요람이었다고 함. (07) 피카소의 도자기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멕시코인류학박물관에서 만났던 아즈텍문명의 그릇문양을 떠올리는 작품. (08) 도자기 같은 가구. 광택의 하늘색은 종교적 용도에 적합할 듯. (09) 전신을 감싸는 갑옷과 긴 창들. (10) 상처투성이 철판으로 뒤덮인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