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개똥이에게 어제 찍은 리코더 연주 영상을 보여주었다. 개똥이가 아예 연주를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개똥이가 보기 싫다고 눈을 가린다. 왜 냐고 물으니까 어렵단다. 아마 자기가 잘 못하는 모습이라서 보고 싶지 않나 보다.
"못해도 괜찮아 , 하지만 아예 안 하는 건 안 돼. 그럼 계속 제자리야."하고 말해주었다. 못하는 일도 해보겠다고 손가락을 걸었는데, 약속을 지킬지 두고봐야겠다.
말똥이는 글감을 쓴 다음 확인을 받으라고 이야기를 했다. 말똥이의 글감을 읽다 보면 말이 되지 않는 말도 많고 틀린 글자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충' 쓴다는 것이다. 글씨도 정확하지 않고 문장 연결도 어색하다. 생각을 딱 세글자만 쓸 때도 있다. 그래서 고칠 것, 더 써야 할것을 적어주는데 다시 고치지 않아 직접 확인을 하는 것이다. 오늘도 말똥이에게 고쳐오라고 했는데 다시 오지 않는다. 집에 가기 전에 고쳤냐고 물으니 "고치고 또 검사받아요? 내일 할려고 했는데."한다.
말똥이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온도차가 분명하다. 손걸레 청소를 맡겼는데 휘리릭 끝내길래 확인했더니 어느 책상은 물바다고 어느 책상은 하나도 닦여있지 않았다. 그래서 손거레를 접어서 손바닥으로 눌러 닦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말똥이가 다했다고 해서 돌려보냈는데, 하나도 닦이지 않은 책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대신 닦았다. 말똥이의 대충병을 어찌 해야 하나 고민이다.
3월에 읽어준 그림책 <배운다는 건 뭘까?>에 나오는 구절이다.
반칙해서는 잘할 수 없다. 잘하려면 대충 말고 제대로 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진다. 배우고 자란다는 걸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