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유적을 걷다
오월인권길 중 횃불길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오늘의 광주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1980년 5월 18일, 전국적으로 확산된 민주화의 열망을 잠재우기 위해 계엄령이 선포되자 이에 항거해 전남대 정문 앞에서 터져 나온 민주의 함성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시작이다. 몇몇 영웅들의 업적이 아닌 각성한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낸 민주의 역사는 광주의 눈물이자 긍지이다. 20여 년 전, 광주의 5월을 걸어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적비를 보고 있는 학생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시발지, 전남대 정문에서 5·18 최초 발포지까지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 아침에 시작돼 27일에 종지부를 찍은 열흘 동안의 역사다. ‘오월길’은 그 역사의 현장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오월인권길, 오월민중길, 오월의향길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오월인권길 중 횃불길은 민주화운동의 시발지인 전남대 정문에서 계엄군의 무력 진압으로 총성이 난무했던 옛 전남도청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왼쪽/오른쪽]전남대 정문 안쪽에 세워진 사적비/시민을 향해 최초의 총격이 가해진 광주역 앞 도로변
활기찬 대학생들이 오가는 전남대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시발지임을 증명하는 사적비가 서 있다. 군부 세력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대학 휴교령을 내리자 광주의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은 전남대에 모였다. 이때 도서관으로 들어가려는 학생들을 군인들이 무차별 구타하며 강제 연행한 장소다. 전남대는 봉쇄되고 만행을 전해들은 학생과 시민들은 광주역 광장에 모여들었다. 광주역 광장은 5월 20일 공수부대가 시민들에게 총을 발포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곳으로 사적 제2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에서 수습한 2구의 시신이 전남도청으로 옮겨지고, 이 소식을 들은 수십만 광주 시민들이 도청이 있는 금남로로 향했다.
금남로를 향해 가는 길
[왼쪽/오른쪽]광주MBC 터에 세워진 사적비/항쟁 소식을 전하는 ‘투사회보’를 제작한 항쟁의 산실, 녹두서점 옛터
이제 금남로를 향해 발길을 옮겨보자. 항쟁의 물결이 전라남도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었던 시외버스공용터미널 옛터와 5·18 최초 발포지인 통일회관 앞 도로를 지나면 김재규경찰학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광주MBC 터다. 계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언론의 왜곡 보도에 항의하는 의미로 MBC와 KBS 건물이 불태워졌다. 당시 언론이 시민군을 ‘폭도’, ‘간첩의 조정을 받는 무리’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문을 닫은 녹두서점은 들불야학 사람들과 노동자들이 항쟁의 소식을 전하는 ‘투사회보’를 만든 곳이다. ‘투사회보’는 광주 전역에 배포되었고, 이를 접한 시민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녹두서점 옛터 앞에는 당시의 활동을 전하는 사적비가 서 있다. 1970년대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자 항쟁 당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던 광주YWCA 옛터도 이 길에서 만나게 된다.
피와 함성이 번져나갔던 금남로
역사의 현장, 금남로에서 옛 전남도청까지
광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충장로와 나란히 이어진 금남로에서부터는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역사의 현장이다. 5·18 당시 촬영된 사진 속에 계엄군에 맞서는 수십만 광주시민들이 모여들었던 바로 그 거리다. 이 길 끄트머리에 있는 광주YMCA 건물은 1960년대 이후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반독재, 반유신 운동이 펼쳐졌던 역사적 장소다. 5·18 당시에는 시민군 지도부가 집회를 열고 계엄군에 대항하기 위해 총기훈련을 실시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오른쪽]항쟁 당시 수많은 주검들이 모셔졌던 옛 상무관/지금은 공사 중인 옛 전남도청
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분수대 앞은 옛 전남도청이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들이 최후를 맞았던 곳이다. 이곳은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설 예정이라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항쟁 당시 도청을 향해 수십만 시민들이 금남로로 모여들자 계엄군은 도청을 봉쇄했다. 그러나 시민군의 힘에 밀려 퇴각을 결정하고 도청 뒤편 담장을 넘어 도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쟁 지도부는 도청을 본부로 삼아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미리 알고 있었던 계엄군은 이곳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왼편으로는 계엄군에 희생된 수많은 주검들이 모셔졌던 옛 상무관이 있어 당시의 통곡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아시아문화마루 쿤스트할레의 2층 휴게공간에 서면 옛 상무관과 옛 전남도청을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왼쪽/오른쪽]5·18민주광장/오월길 방문자센터
오월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안내지도를 얻을 수 있는 방문자센터는 금남로 예술의 거리 중앙초등학교 정문 맞은편에 있다.
여행정보
오월길방문자센터
주소 : 광주시 동구 서석로85번길 24(중앙초등학교 정문 앞)
문의 : 062-225-0518, http://518road.518.org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용봉IC에서 용봉, 비엔날레관 출구로 나간다. 북구청, 중외공원 방향으로 우회전한 후 약 1.5km 진행.
전남대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전남대 정문이다.
* 대중교통
광주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전남대학교 정문이 있다.
2.주변 음식점
민속촌 : 돼지갈비, 광주시 동구 중앙로160번길 16-10, 062-222-4815
장독대 : 쌈밥정식, 광주시 동구 서석로 41-1, 062-223-5630
3.숙소
파레스관광호텔 : 광주시 동구 중앙로160번길 13, 062-222-2525
히딩크관광호텔 : 광주시 동구 서석로10번길 5, 062-227-8500
4.기타 여행정보
광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utour.gwangju.go.kr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