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가 <서울의 봄>을 많이 봤다 하더라도 올해 총선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걸요." 지난 학기 수업에서 만난 제자가 어제 만남에서 한 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내 질문에 제자의 의견은 이러했다.
"저희 세대는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가 끝나면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많이들 생각해요. 사실 학교에서 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요. 교과서에 내용은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현대사라는 이유로 내용이 다소 민감하니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제대로 설명하기보다 관련 자료들을 소개하면서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셨어요. 그러다보니 그때는 다들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넘어갔죠."
그는 국제고등학교를 다녔고 사회탐구영역에서 한국사를 포함해 6개나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함께 만난 또 한명의 제자는 외고를 다녔고 사탐 영역에서 한국사를 포함해 3개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사 수업에서 현대사 이전 내용까지만 수업 진도를 나갔고 현대사부터는 아예 수업을 하지 않은 채 학년이 끝났다고 했다.
두 명 모두 영화 <서울의 봄>과 실제 우리 삶과의 관련성은 크게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들은 12.12. 쿠데타가 전두환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고 당시 상황에서 군사 반란은 어쩔 수 없이 성공할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학기 강의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12.12. 쿠데타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들어보긴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솔직히 알지 못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시험을 보기 위해 외운 지식에 불과했음을 다들 인정했다.
어제 만난 제자들의 생각이 20대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본 수많은 20대들 중에서 제자들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제자들도 친구들과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기 때문에 영화와 총선은 별개라고 말한 것이리라.
제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가 된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사석에서 비판적인 사고로 타인과 대화를 하지 않으면 또하나의 재미있는 천만 영화에 그칠 뿐이다.
또한, 학교에서 현대사에 대해 학생들이 많은 고민과 토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오래된 과거 역사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딛고 살아가는 현실을 이해하려면 현대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가 왔다고 해서 저절로 새로운 세상이 된 것은 아니다. 전두환 시대가 끝나고 노태우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새로운 세상이 된 것도 결코 아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과거 잘못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과거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배워야 한다. 교과서에 실렸다고 해서 학생들이 당연히 배운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