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를 맞으며 봄날을 달려요
명품 드라이브 코스 여행형형색색 꽃비가 날리는 봄철은 드라이브 여행에 알맞은 계절이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기분을 전환하기에 좋은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소개한다.
글 문유선 여행작가
3.8km에 이르는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남해 벚꽃길
느리게 걷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도 즐겁다. 창문을 활짝 열고 봄날의 공기를 한껏 맛볼 수 있는 드라이브 여행의 최적기가 왔다. ‘기분 전환을 위하여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일’. 사전에서 찾은 드라이브의 정의다.
드라이브 여행의 성공 방정식은 첫째도 코스, 둘째도 코스다. 점이나 면이 아닌 선 형태의 여행이기 때문에 중간에 어떤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지 꼼꼼한 예습이 필요하다.
적당한 커브와 언덕, 풍경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코스가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중간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있고 예쁜 카페도 있으면 금상첨화다. 코스의 끝자락에는 맛집이 있어야 만족도가 크다.
집에서 이동거리가 멀다면 평소에 달리지 않았던 고속도로를 이용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KTX나 항공편으로 이동해서 현지에서 차량을 빌리는 방법은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체력 소모를 줄여준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광에 취해 안전을 소홀히 하는 것은 금물. 여행을 떠나기 전 차량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것은 필수다. 사진, 동영상을 찍으려면 일단 차를 세우는 것을 꼭 명심하자.
샛노란 유채꽃 물결, 제주 녹산로와 우도노란 카펫 같은 유채꽃의 물결이 끝없이 펼쳐지는 풍광을 원한다면 녹산로를 달려봐야 한다.
제주도 표선면 가시리에서 정석항공관을 지나 제주시 교래리까지 약 12㎞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2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경관이 뛰어난 길이다.
평소에는 평범한 도로에 불과하지만 봄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유채꽃 길로 인정받는 제주도 드라이브 여행의 핵심이다. 도로를 따라 핑크빛 벚꽃이 만개하면 그 아름다움은 두 배가 된다.
녹산로 주변에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사진가 서재철이 옛 가시초등학교 건물을 갤러리로 꾸민 ‘자연사랑 갤러리’와 조랑말의 모든 것을 모아놓은 ‘조랑말 박물관’, 제주도 내 유일한 항공박물관으로 세계의 항공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고 각종 항공기 모형, 실제 항공기 조종석과 객실 등이 전시돼 있는 정석 항공관 등이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분위기가 싫다면 우도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섬 속의 섬, 아름다운 우도는 제주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제주의 90개 부속도서 중 제일 큰 섬이다.
유채꽃이 피는 계절이면 우도 어디서나 화려한 꽃망울을 감상할 수 있다. 성산에서 카페리를 이용해 차량을 싣고 가서 섬 한바퀴를 둘러볼 수 있다. 우도 차량 반입은 노약자, 임산부, 7세 이하 아동을 동반하거나 우도내 숙박업소를 예약해야 가능하다.
제주도는 도심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이 빼어난 드라이브 코스다. 비자림로, 애월해안도로, 종달리해안도로, 사계해안도로 등이 유명하다.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 녹산로의 봄
찬란한 신록의 길, 정선 동강 물레재길정선 신동읍 예미리에서 물레재를 넘는 길은 동강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예미역에서 출발하면 유문동, 고성리재의 고성터널, 물레재 등을 차례로 지난다. 소사마을에 닿으면 동강의 상징인 뼝대(바위로 된 높고 큰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세월교를 건너면 동강이 휘감는 지점에 연포마을이 폭 안겨 있다.
연포분교는 연포분교캠핑장으로 바뀌었지만, 부드러운 동강과 웅장한 뼝대가 어우러진 기막힌 풍광을 보여준다. 연포분교는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 옛 분교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화에 오롯이 남았다. 연포분교는 1969년 개교해 졸업생 169명을 배출하고 1999년 폐교했다.
동강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자. 정선고성리산성(강원기념물)은 동강과 백운산 일대 산세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강전망자연휴양림은 이름은 휴양림이지만, 캠핑장만 운영한다.
널찍한 전망대에 서면 백운산 아래로 흐르는 동강이 장관이다. 휴양림에서 내려오면 가수리까지 동강을 끼고 달린다. 나리소전망대와 가탄마을을 지나면 가수리에 이른다. 수령 570년이 넘은 가수리 느티나무 아래서 내려다보는 동강 풍경이 그림 같다.
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동강을 즐길 수 있는 강원도 정선
명품 벚꽃길, 남해 물미·남면해안도로남해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해안도로가 있다. 물미해안도로는 국토부가 선정한 남해안 해안경관도로 15선에 속하는 검증된 코스다.
상동면 물건리와 미조면을 잇는 35.2km 길이 도로로 수려한 한려해상을 품고 달릴 수 있으며, 이 도로는 금산 남쪽의 두모마을, 상주은모래비치, 송정솔바람해변 등이 포함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 남면해안도로는 바다와 마을, 해안절벽, 다랑이논 등을 두루 볼 수 있는 서상항 ~ 평산항 ~ 사촌해변 ~ 가천마을다랑이논 ~ 신전삼거리까지의 약 34.7km의 구간이다.
벚꽃 시즌이라면 왕지벚꽃길을 찾아가자. 충렬사에서 왕지마을까지 약 3.8km에 이르는 이 도로를 따라 수십 년생 왕벚나무가 꽃 터널을 이룬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남해 물미해안도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길, 강릉 헌화로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진 헌화로는 강릉시 옥계면 금진해변에서 북으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까지 이어진다.
1998년 개통한 금진해변에서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이 헌화로의 하이라이트다. 파란 하늘과 웅장한 해안 절벽,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2km 남짓 짧은 거리가 아쉽다면 금진항이나 심곡항에 차를 세우고 걸어보자. 도로와 바다 사이에 길이 있어 걷기 편하다.
2001년에 연장된 심곡항 ~ 정동진 구간은 내륙도로다. 도로 이름은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의 배경이 이곳 풍경과 유사해 붙여졌다.
금진해변은 길이 900m에 백사장이 넓고 아늑하다. 경포해변이나 정동진해변처럼 북적이지 않아 한여름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적당하다. 몇 해 전부터는 서퍼들이 하나둘 모여 서핑 스쿨과 숙소, 카페 등이 즐비하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길, 강릉 헌화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진 강릉 헌화로의 풍경
S자 곡선의 미학, 보은 말티재충북 보은군에 위치한 말티재는 여러 기관에서 ‘아름다운 길’을 뽑을 때마다 항상 순위권에 들어가는 드라이브 코스다.
이 고개는 2003년 터널이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속리산과 법주사로 향하는 유일한 관문이었다. S자로 12번이나 굽이치는 험준한 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어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해발 430m 고갯길 정상에는 말티재의 독특한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말티재 너머에는 집라인, 모노레일 등 각종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휴양마을이 조성돼 있다.
S자로 굽이치는 보은 말티재
출처: 주택플러스 웹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