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風雲)은 이제 시작인가?
철목하(鐵木河) 가.
다른 곳과는 달리 갈대가 살아 있는 곳이었다.
세 겹의 기문진을 통과한 후에야 도달할 수 있는 곳, 백무엽은 그 곳에 서 있었다.
'이들이 바로… 인문의 십 인이다. 나는 정식제자가 되었기에… 이들과 함께 회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백무엽은 원탁(圓卓) 둘레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손바닥 위에 무화과(無花果) 하나를 올려놓고 있었다.
설향(雪香)은 그의 반대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손에는 두견화(杜鵑花)를 놓고 있었다.
그녀는 백무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백무엽이라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듯!
그녀는 원탁 위만 사나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그 외, 천진부 일대에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던 여덟 명이 모여 있었다.
어둠의 인간들!
지극한 원한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어둠과 죽음을 택한 인문제십좌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침묵(沈默), 그것을 깬 사람은 설향이었다.
"먼저 한 가지씩 좌하(座下)께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말한 후, 한 사람을 바라봤다.
제구좌(第九座) 묵죽령(墨竹令).
그는 설향의 시선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 의자 아래에서 커다란 철궤 하나를 쳐들어 올렸다.
쿵-!
철궤가 원탁 위에 놓여지며 놀랍게도 원탁이 땅 속으로 세 치나 박혀 들어갔다.
철궤의 무게는 오천 관(貫) 이상이었다.
묵죽령이 왼손 하나로 그것을 가볍게 쳐들어 원탁 위에 올려 놓았다는 것은 지극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인문제십좌 중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라는 것도…….
제구좌 묵죽령, 그는 인문 사람들을 위해 병장기(兵仗器)와 화탄(火彈)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과거의 마병지존(魔兵至尊), 그리고 현재에는 쾌활화림의 제노인(帝老人)이었다.
백무엽은 그가 입을 여는 순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노부는 마혼십가를 격파하기 위해 천하의 모든 화기보(火器譜)와 병기보(兵器譜)를 섭렵했소. 문주의 도움 아래 노부는 여러 가지 병장기를 만들 수 있었소. 그 중 이번 거사(擧事)에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여러분들께 드리겠소."
옷자락이 흘러내리며 그의 팔뚝이 나타났다. 놀랍게도 그의 오른팔은 의수였다.
'대단하다, 의수라니! 아아, 제노인의 병기와 도구를 만드는 재간이야말로 천의무봉하다.'
백무엽은 적이 감탄했다.
인문(忍門), 이 방파는 강호의 아홉 세력을 대표하고 있었다.
십화궁(十花宮),
소림사(少林寺),
무당파(武當派),
아미파(峨嵋派),
개방(蓋幇),
혈마방(血魔幇)
화타문(華陀門),
마병전(魔兵殿),
야유문(夜遊門)…….
출신이 없는 사람은 백무엽뿐이었다. 아니, 그는 인문의 모든 것을 한몸에 전수받은 사람이니 사문은 인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첫째는 인루(忍樓)요. 이것은 정확하게 시각을 재기 위해 만들었소. 이것을 만든 이유는 우리가 거사를 성사시킨 후, 꼭 있을 추적대를 따돌리기 위해 거사의 정확한 시각을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오."
인루!
그것은 세모난 병 두 개가 꼭지를 맞붙인 형상을 하고 있었다.
현재 두 개의 공간 중 아래의 공간에 고운 은사(銀沙)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것이 기울어지면 은사는 아래의 공간을 향해 이슬비처럼 가늘게 흘러든다.
"둘째는 굉화멸폭뢰(宏火滅瀑雷)라는 것이오. 크기는 오리알만하나, 위력은 화약(火藥) 만 근(斤)이 일거에 터지는 정도요. 이것을 만든 이유는, 잡혀 죽게 될 경우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말고 죽으라는 뜻이오!"
굉화멸폭뢰는 아홉 개였다. 사람의 수는 열인데, 굉화멸폭뢰는 아홉 개인 이유는 그것을 갖지 않아도 될 사람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백무엽.
그만은 화탄 소지를 면제받았다. 그것을 제안한 사람은 야유향(夜遊香)이었다.
-천하에서 고문(拷聞)을 제일 잘하는 노부도 그 놈을 고문해 입을 열지 못했는데… 큿큿, 누가 그 놈을 고문해 입을 열게 하겠는가? 그 놈은 죽어도 입을 열지 않을 독종(毒種)이네. 선천(先天)적인 독종! 그리고 그 놈은 잡히지도 않을 것이네. 바람(風) 같은 놈이니까!
세 번째 물건, 그것은 아홉 개의 화장갑이었다.
그 안에는 남녀노소로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는 면구가 들어 있고, 변성환과 역용환이 들어 있었다.
백무엽은 그것의 소지도 면제받았다. 그는 인법오결을 익혔다. 그는 구결만으로 근골을 자유자재로 변화시켜 천 가지 얼굴로 변화할 수가 있다.
"이 일은 인문의 창건 이후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 일로 인해, 마혼십가는 강호의 기반 중 삼분지 일을 잃을 것이고……!"
말을 하는 사람은 연자령(燕子令)이었다.
그는 지극히 장대한 체구를 갖고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묵직한 강철 도끼 하나가 걸려 있었다.
쾌활화림에도 자주 출입을 했던 철부(鐵斧), 그가 바로 인문제오좌인 연자령이었던 것이다. 그는 현재 하나의 방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었다.
철부방(鐵斧幇).
강호의 신흥조직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조직이다.
철부가 그 조직을 만든 이유는 마혼십가 무리와 연락하기 쉬운 길을 찾기 위함이었다.
즉, 철부는 많은 강호고수들을 만나는 가운데 마혼첩들을 가려 냈다. 그리고 그들의 처치는 세상에서 가장 능숙한 자객이 맡아 했다.
그의 이름은 백무엽.
그는 지금 묵묵히 회의를 지켜 보고 있었다.
철부의 말은 쉬임없이 이어졌다.
"곧 마화삼(魔花衫)이 출관할 것이고, 올해 안에 옥화삼(玉花衫)의 세력이 합칠 것이오!"
마화삼, 그는 마도소총사(魔道少總師)이다.
그리고 옥화삼은 마화삼의 여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힘을 하나로 뭉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혈화삼은 마화삼과 옥화삼이 부부가 되어 마공수련을 게을리할까 두려워 둘을 떼어 놓고 길렀다.
다시 말해, 마화삼은 옥화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옥화삼은 마화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마화삼이 이끄는 힘은 마혼십가의 전 세력 중 칠 할이고, 옥화삼이 이끄는 세력은 삼 할이다. 둘이 합쳐진다면 구파일방이 모두 나선다 해도 그들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아직 뭉치지 않은 이유는… 세력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다고는 하나 저력이 거대한 백도의 눈이 무섭기 때문이고, 서로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외다. 그리고 그들은 변황의 세력 하나를 두려워하고 있소. 그들은 바로 사천황궁(死天皇宮)이오!"
사천황궁!
그들은 중원을 유린하고 있는 마혼십가를 전부 합한 힘과 맞먹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중원보다도 드넓은 사막(沙漠)과 초원(草原), 그리고 천축(天竺) 일대와 설산(雪山)을 장악한 무리들.
그들 휘하에는 천오백 문파가 있다.
사천황궁이 중원으로 나선다면 중원은 그 순간, 혈겁(血劫)에 휘말린다.
"마혼십가는 모든 것이 다져지기 이전, 자신들의 힘이 드러나는 것을 지극히 우려하고 있소!"
철부는 강호정세에 해박한 사람이었다.
과거, 그는 개방을 이끌었었다. 그가 정체를 드러낸다면 개방은 당장 들썩거릴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불행히도 개방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처지였다.
개방에는 문하제자가 많다. 그 중 소수는 절세고수이나, 다수는 무공이 약하다.
철부, 과거의 풍진취개는 그것을 겁내고 있었다. 그가 나서서 개방을 새로 장악할 경우, 마혼십가는 무공이 약한 제자를 무자비하게 죽여 보복할 것이다. 그는 그것이 두려워 늘 역용하고 다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강룡사태(降龍師太)도, 벽진자(碧眞子)도 철목성승(鐵木聖僧)도 마혼십가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조심할 것은… 놈들이 사막(死幕)에서 고수를 넷 불러 왔다는 것이오. 추풍사호(追風四號)라는 자들을! 그들의 무공은 무섭지 않으나, 그들의 추종술(追踪術)은 지극히 두렵소!"
"……!"
"으음, 사막까지!"
"그 곳은 진짜 청부자객으로만 이루어졌지!"
"그들 무리는 창해 속에서 바늘마저 찾아 내는 추종술을 갖고 있다!"
모두 사막이라는 말에 흠칫 놀라워했다.
-사막(死幕)과 원한을 사지 마라! 지옥 안까지 와서 너를 죽일 테니까!
사막은 동영제일류(東瀛第一流)이다. 그들에게 무너진 방파 중에는 백무엽에게 진전이 정해진 장광류(長光流)도 있다.
장광류가 사막에게 진 이유는 무공이 약해서가 아니다. 장광류가 진 이유는 사막의 인술(忍術)이 위력적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이 성공하면 마혼십가는 아마 마각(馬脚)을 드러낼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백도계도 자연히 뭉칠 것이고, 백도에 잠입한 마혼첩들은 놀라 모습을 드러낼 것이오!"
"건투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오!"
* * *
진회하(秦淮河).
항주(杭州)와 소주(蘇州)를 능가하는 중원제일의 경승지(景勝地)이다.
늘 불야하(不夜河)를 이루는 이 곳은 벌써 봄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강 위로 뭇별들의 그림자가 떨어지고 있고, 약속 한 마디만 던져 놓고 떠나버린 낭군을 기다리는 여인의 눈물이 진회하 위로 떨어져 내린다.
하늘은 물빛에 울렁이는 남색이었고, 밤이 되면 진회하를 따라 수만 개의 별이 떠돈다.
화방(花舫)이라 불리는 놀잇배들, 그 안에는 인간 중 사내라고 불리는 족속들을 위한 환락이 있다.
"호호… 제 나이 이제 열다섯이에요. 아직 머리도 얹지 않았어요!"
"흐응! 고년은 나이 스물아홉에 벌써 아기집이 늘어진 할망구니, 가까이 가지도 마십시오! 저야말로 숫처녀입니다!"
"호호… 다들 거짓말이에요. 여기 있는 월류(月流)야말로 제일기녀이지요."
"피이, 처녀 좋아하는 정랑(情郞)이 있소? 사내를 잘 아는 계집이야말로 사내를 즐겁게 해 줄 수 있지 않습니까?"
호객하는 기녀들, 그네들의 얼굴은 언제 봐도 비슷하다.
흰 분을 너무도 짙게 발라 얼굴의 개성이 감추어진 것일까?
아니면 나비들은 이미 진회하에 이르기 이전, 술에 취해 꽃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화방의 선실 위에 걸린 궁등(宮燈)의 빛이 어둡기 때문인가?
노랫소리가 흐르고, 색정이 흐르는 곳.
이월 칠 일(二月七日), 자시(子時).
"제기랄! 일만 급하지 않다면 저기 들렸다 가는 것인데……!"
"어서들 가세! 거의 다 왔지 않는가?"
"내일 인시(寅時) 이전에 물건을 전해야만 한다. 이것은… 마화일령(魔花一令)에 따른 명령이다!"
스슷- 슷-!
진회하가 내려다보이는 구릉 위를 낮게 스치고 지나가는 일단의 야행인(夜行人)들이 있었다.
검은 파도처럼 능선을 스치고 지나가는 자들!
수는 이십팔(二十八), 하나같이 적포(赤袍)로 몸을 휘감고 있고 붉은 두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스물여덟은 사 인 칠 조(四人七組)로 이루어 전후좌우를 살피며 야음을 뚫고 나아갔다.
휘익- 휙-!
어둠을 헤치며 치달려 가는 이십팔 인.
그들은 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가?
인시(寅時), 아직 밤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십팔 인의 적포인들은 쉬지 않고 달려 회남(淮南)에서 칠십 리 떨어진 곳에 이르렀다.
달(月)이 두 개 더 있는 곳이다.
본시 달은 하나인데, 이 곳에서는 세 개였다.
하나는 회남 일대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일월호(一月湖) 가운데, 하나는 하늘 가운데, 마지막 하나는 그의 눈망울에…….
그는 바위 위에 서 있었다. 손에 패(牌)를 하나 들고 죽립을 썼는데, 얼굴을 위쪽으로 쳐들고 있는지라 이마 부분까지 모두 다 드러난 채였다.
"오는군!"
죽립을 쓴 사람은 이십팔 인이 다가서는 것을 보고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먹이를 발견한 야수(野獸)처럼 그는 웃고 있었다.
그 가운데, 스물여덟 명의 야행인은 일월호 일대를 뒤덮으며 죽립 쓴 사람을 향해 물밀듯이 들이닥쳤다.
거리는 십 장(丈)에서 칠 장으로 가까워졌고, 곧 삼 장으로 좁혀졌다.
이십팔 인의 우두머리는 손을 들어 이마에 댔다. 땀이 이마에 맺히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춥다. 저 자의 몸에서 냉기(冷氣)가 인다. 여기 나와 있는 사람은 제이외단주(第二外壇主)의 직전제자인 음살마랑(陰煞魔郞)이라고 하는데… 저 자가 음살마랑일 것이다.'
일행의 우두머리는 천천히 걷는 속도를 줄였다.
"나는 철화삼(鐵花衫) 중 일백칠 호(一百七號)요."
"흠……!"
"그대는 화정신수궁(花精神手宮)의 사자일 것이오."
"흠……!"
"그리고 나의 윗분일 것이오. 그러나 나는 지금 암호(暗號)로써 그대의 신분을 확인해야 하오. 무례를 용서해 주시오. 이 일은 마화삼 어르신네의 친령(親令)에 의해 벌어지는 일인지라……!"
철화삼(鐵花衫), 이들의 수는 모두 일천(一千)이다. 그리고 이들은 마혼십가 세력 중 허리에 해당한다.
이들은 잔화삼(殘花衫)이라 불리는 최하의 살수들을 수십 명씩 거느리고 다니며 비밀스러운 일을 수행한다.
어둠을 뚫고 나타난 자는 철화삼 중의 하나였다.
귀기(鬼氣), 그것은 어디에서 흐르는 것일까?
스으으… 스으으…….
야무(夜霧)가 짙게 퍼지고 있었다. 바람은 죽립인의 황삼자락을 가볍게 나부끼게 했다.
"사실, 자네들은 사람을 잘못 봤네."
흰 이가 드러났다.
"잘, 잘못 보다니? 무, 무슨 소리요?"
일백칠 호 철화삼이 크게 놀라워할 때였다.
"저기 보게, 호수 위를. 통나무가 있을 걸세! 그 위에 무엇인가가 걸쳐져 있을 걸세!"
손이 쳐들려진다. 희고 아름다운 손이다. 소맷자락 사이에서 백옥같이 흰 팔뚝이 나타났고, 그 이전에 칠현금(七弦琴)을 퉁기기 좋은 긴 손가락이 나타났다.
손가락 끝은 일월호 가운데를 가리켰다.
잔잔한 파문이 번지고 귀무(鬼霧)에 짓눌리는 호수, 그 가운데 통나무 하나가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그 위 화복을 걸친 청년 하나가 반듯이 누운 자세로 누워 있었다.
입을 가볍게 벌리고, 벌어진 입 사이에서 핏줄기를 주룩주룩 흘리며…….
음살마랑(陰煞魔郞), 그는 그런 이름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훗훗… 귀찮아서 비밀암호를 물어 보지 않았네. 왜냐하면… 이 일은 사기가 아니라, 싸움이거든."
죽립은 번쩍 쳐들렸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얼굴이 환히 나타났다.
죽음의 아름다움.
죽은 꽃(死花)보다 차갑고, 어둠보다 깊은 아름다움을 지닌 채 전신에서 공허한 기운을 흘리고 있는 절세미남.
그는 손을 세 치 비스듬히 움직이고 있었다.
파아아- 앗-!
둔팍한 소리가 나며, 철화삼의 몸이 왼쪽 어깨 위에서 오른쪽 허리까지 비스듬히 갈라졌다.
"자, 자객이다!"
그가 누런 창자를 쏟아 내며 뒤로 나뒹구는 순간이었다.
"자객이라니? 입이 거친 자로군. 훗훗……!"
흰 손은 또다시 가볍게 흔들리며, 검집이 피에 물든 철검(鐵劍) 하나를 거머쥐고 있었다.
"나더러 자객이라니, 예의가 없구나! 이래봬도 너희들을 기다리기 위해 이 근처에서 사흘이나 숙식하며 행려를 축낸 사람이다!"
그는 말에 앞서 검을 끌어냈다.
정말 놀랍게도 검은 소리조차 내지 않고 뽑혔다.
스으으… 으……!
푸른빛이 허공으로 폭사되었다. 한 줄기 섬전(閃電)이 검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이윽고 그것은 흰빛으로 화하며 더욱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무려 칠 장(丈), 그것은 절세고수만이 시전할 수 있다는 검강(劍剛)이었다. 또한 그것은 공포이기 이전에 아름다움이었다.
검을 쥔 자로 이런 광경은 평생 단 한 번 뿐일 것이다.
바로 죽음(死)의 순간.
"으으, 피, 피하라!"
"물, 물건은 파괴하고 피하라!"
"저, 저런 솜씨는 인문 무리에게만 있다!"
이십칠 인은 검기가 충천하자 자지러지며 뒤로 물러나는데, 순간 그의 손은 둥그렇게 회전을 했고 검강도 따라 큰 원을 그렸다. 수만 마리의 흰 나비가 떨어져 내리듯, 눈보라가 오 장 안을 휘감아 버리는 듯했다.
쩌어어… 억……!
거의 찰나적으로 스물일곱 군데에서 혈화(血花)가 피어났다.
허리가 끊어져 쓰러지는 자들, 그들은 고통을 느낄 시간적 여유도 갖지 못한 채 쓰러져 죽었다.
정반칠식(正反七式).
칠칠사십구검(七七四十九劍)이 거의 순간적으로 시전되며 허공에 팔만사천 개의 검영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스물일곱을 즉사시킨 것이다.
"달밤에 피를 본다는 것은… 슬픈 일이야!"
손은 죽립을 벗어 던진다.
죽립은 느릿느릿 날아가 일월호 속으로 떨어졌다.
"아아, 나의 손은 무섭다. 나는 전에 비해 다섯 배 강해졌다. 이전이었다면, 단 일검에 스물일곱을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개를 가로젓는 청년, 그는 백무엽이었다.
-무화령(無花令), 너는 가장 중대한 일을 맡아야만 한다! 너는 제사단(第四壇)을 단독으로 맡아 격파해야 한다. 그 날 그 곳에는 만 명의 무림고수들이 모일 것이다. 마혼십가는 그들에게 어떠한 술수를 써서 그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려 할 것이다. 너는 단독으로 그것을 격파해야만 한다! 장소는 회남(淮南)! 이월 칠일부터 시작한다!
이월 칠 일(二月七日).
북방은 아직도 겨울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강남지방인지라 늘 따뜻했다.
백무엽은 어지러이 널린 시체들 사이를 뒤지고 다녔다.
피비린내를 맡고 몰려온 승냥이마냥, 그는 시체들의 옷 속이며 허리춤을 뒤졌다.
새벽이 될 때, 그는 제일 먼저 죽은 자의 상투 가운데에서 찾고자 했던 물건을 찾아 낼 수가 있었다.
그것은 밀랍을 두껍게 감은 하나의 철구(鐵球)였다.
백무엽은 그것과 함께 작은 쪽지를 찾을 수 있었다.
<마화일령(魔花一令)에 따라 이것을 전한다. 연회에 모이는 사람들을 모두 독에 중독시켜라!
그것이 연회의 목적이다. 그들은 독에 당한 후, 잔화삼(殘花衫)에 합류할 것이다.
이번 일로 우리는 오만(五萬) 이상의 신입제자를 얻을 것이다.
이 일이 성공하면 우리는 정식으로 나설 수 있다.>
백무엽은 쪽지를 읽으며 손을 가늘게 떨었다.
'그들은… 바로 인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를 만들었다. 마혼십가, 그들이 무자비하지 않았더라면 인문도 이처럼 무자비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무엽은 밀랍을 손에 쥐고 깨뜨리자, 그 안에서 고운 가루가 흘러 나왔다.
"독(毒)이다."
백무엽은 눈살을 찌푸리며 호숫가로 갔다.
이상한 것은 그리도 고기가 많던 일월호가 죽음의 연못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나, 수만 마리의 잉어가 모두 죽어 흰 배를 드러내고 물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건져 먹은 초부(樵夫) 하나는 심한 설사를 했고, 설사를 받아 먹은 초부의 애견(愛犬)은 앓기 시작했으며, 애견이 병들었다며 잡아 구워 먹은 초부의 늙은 어머니는 장님이 되었고, 그 노파를 진맥하던 의원은 손이 마비되어 열흘 이상 앓아야만 했다.
회남성(淮南城) 근교, 수 년 전부터 강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신흥방파가 하나 있다.
화정신수궁(花精神手宮).
이들은 당세에 드물게 타파에 대해 호의적인 방파였다.
화정옥녀(花精玉女) 녹수운(綠水雲), 그녀는 이제 나이 스물일곱이라고 했다.
그녀는 휘하에 삼천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부유했으며 각 파의 절예에 능통했다.
화정신수궁 제자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주머니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신패(信牌)만 쓰면 근처 일천 리(里)의 어디에서든 간에 외상으로 만사를 처리할 수 있으니까.
객잔(客棧)에 들 때에도, 심지어 기녀의 화대를 지불할 때에도, 아내가 꾼 빚의 이자를 지불할 때에도 신패는 통용되었다.
화정옥녀는 당세에 드물게 화려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거처를 근처에서 가장 아름답게 세웠다.
대리현(大理縣) 특산인 대리석(大理石)을 천 수레 실어 왔고, 청해(靑海)에서 옥석(玉石)을 무수히 사들였다.
해외에서 기화이초(奇花異草)를 사들여 정원을 꾸몄으며, 당세에 이름난 장인(匠人)들을 불러 고루거각(高樓巨閣)을 짓게 했다.
화정신수궁은 이십만 묘(二十萬畝)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그 규모는 강호의 전통적인 대파를 능가한다.
화정신수궁이 세워질 때에만 하더라도 타파의 저항이 많았었다.
그러나 화정옥녀는 훌륭한 처세술과 능숙한 화법, 그리고 경쟁자들에 대한 치밀한 배려로 자신의 아성(牙城)을 지켜 나갔다.
결국 근처 일천 리 일대에는 그의 친구들밖에 없게 되었다.
잠산일사(潛山逸士) 곡창해(曲蒼海).
고집스럽기로 이름난 잠산 태극파(太極派)의 제일검사(第一劍士), 그도 지금 화정신수궁에 있다.
그가 화정옥녀를 상좌(上座)로 섬기게 된 이유는 화정옥녀가 그의 생일을 집요하게 알아 내어, 그가 꿈 속에서도 갖고 싶어하던 보검(寶劍) 용천(龍天)을 생일 예물로 선사했기 때문이다.
그 날 이후 잠산일사의 허리에는 용천신검(龍天神劍)이 매달렸고, 화정옥녀가 색녀(色女)이고 요녀(妖女)라고 말하던 그의 조강지처는 용천신검에 제일 먼저 피를 발라야 했다.
그리고 잠산일사는 사흘이 멀다하고 불원천리 신수궁을 찾았고, 그 다음 날 새벽에는 체중이 꽤 줄고 진기가 탈진한 상태가 되어 돌아왔다.
온몸에서 지분 내음을 풍기며 입가에는 매캐한 마약 내음을 풍기면서, 옷섶에는 매우 길고 가는 여인의 모발을 매달고…….
황산괴옹(黃山怪翁) 혁련고(赫練孤).
잠산일사보다도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강호노현(江湖老賢)이다.
그는 인간을 지극히 싫어하여 단정학(丹頂鶴)과 매화(梅花)만 그리며 자신의 거처 일대에 기문진을 치고 살았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하산(下山)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운기행공하는 사이 자신의 뜨락에 희대의 영약이라는 회춘의 성약 구엽자지초(九葉紫芝草) 한 뿌리를 심은 은공(恩公)을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그 후 그는 화정신수궁의 귀빈이 되었으며, 이상하게도 수 달 전부터는 허름한 베옷을 버리고 화려한 홍색장의를 걸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재간을 모두 화정옥녀에게 바쳤다던가?
사흘에 한 번 잠자리를 같이 해 주는 대가로 그는 자신의 화수진학(花樹陣學)을 화정신수궁에 기증했다.
장강어부(長江漁夫) 마복(馬福).
완력이 강하고 죽간칠십이로파천황(竹竿七十二路破天荒)이라는 절기로 장강 일대를 휩쓸고 다니던 자이다.
독보강호(獨步江湖)의 자유로움을 즐기던 그도 화정신수궁의 호법이 되었다.
그는 호법이 되겠다고 맹세한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늪에 빠졌다. 헤어날 수도 없고, 헤어나지도 못할 여체의 늪에!
위의 여러 가지 소문은 화정옥녀의 신비로운 미색(美色)을 하늘 밖에서 내려온 것으로 소문이 나게 했다.
그녀는 천하오색(天下五色)이라고 자신을 칭했다.
-자금성(紫禁城)의 화영군주(華影君主)는 금색(金色), 정법회(正法會)의 단리음회주(段里音會主)는 백색, 동영(東瀛)의 제일고수 화접미인(火蝶美人)은 선홍색(鮮紅色), 변황일미인 사천황녀(邪天皇女)는 환색(幻色), 그리고 중원의 나는 바로 천색(天色)이다!
황금(黃金)과 미색으로 자신을 천하에 소문낸 일대 우물, 화정옥녀 녹수운!
그녀가 자신을 군중에 소개하는 연회가 오늘 벌어지는 것이다.
정오(正午), 화정신수궁으로 통하는 열여섯 개의 문이 모두 열렸다.
본시 일만여 명이 연회에 오리라 예정했는데, 실상 온 사람의 수는 이만이 넘었다.
하지만 화정신수궁 쪽에서는 배포 좋게 그들 모두를 반갑게 맞이했다.
발바닥에 진흙을 묻히지 않고 십오 리(里) 내내 걸을 수 있다는 화정신수궁이다.
그 안의 고루거각은 하나같이 예술적인 미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봉황(鳳凰)과 기린(麒麟)과 옥룡(玉龍)과 사자(獅子)의 조각이 연무장 주위를 포진해 있었다.
정오의 개회 이전 비무(比武)가 벌어졌고, 승자에게는 이긴 기념으로 보검이 주어지고 패자에게는 격려하는 의미에서 영단이 한 알 주어졌다.
삼삼오오 모여 화정신수궁을 구경하며 경탄하는 사람들.
그들 대부분은 강호라는 세계에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이었다.
"대단하다. 이 정도 규모라면 소림사(少林寺) 이상이다."
"와아! 모두가 보석같이 영롱하지 않는가? 화정옥녀야말로 당세제일의 거부(巨富)이다!"
"호위무사들이 차고 있는 장검은 모두 보검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입문해야겠는데?"
구경하고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특이한 눈빛이 하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허름한 옷을 걸친 청년, 그는 머리카락을 흩트려 얼굴을 뒤덮게 했다.
"기다린다는 것은… 꽤나 지겨운 일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 제 일만 하고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은 매우 기이했다. 그는 기묘하게 생긴 수정병(水晶甁) 하나를 땅에 놓은 채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 아래의 모양이 대칭인 수정병.
사륵… 사륵……!
모래가 위쪽 공간에서 아래쪽 공간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의 다 떨어진다. 이제… 내가 갈 때가 되었다. 수로(水路)의 길이는 총 칠 리(里)이니, 일각(刻)은 여유를 두어야 한다.'
황의인의 눈빛은 아주 무심했다. 그는 백치에 가까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무공에 대해 약간이나마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흐릿한 눈빛을 보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혈전 가운데 육십 년 이상 자신의 목숨을 보존해 온 노련한 무사라면 당장 등을 돌릴 것이다.
-저 눈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눈이다. 도망가야 한다. 저 눈이 나를 보기 이전에!
양광(陽光)이 아름답다.
그가 있던 곳은 텅 비어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면 깨어진 수정병 조각과 그 안에서 흘러 나온 흰 모래뿐이었다.
땅 속으로 십오 장 아래이다.
모든 부분이 청강석(靑剛石)으로 된 대전 안.
언제부터인가 일백 명(名)의 흑의인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체격이 건장하고 얼굴이 흉측한 자들, 나이는 거의 다 서른에서 마흔 사이였다. 이들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릴 정도로 침묵을 유지했다. 아니, 이들은 숨조차 쉬지 않는 듯했다. 그들의 옷자락에는 한 송이 핏빛 꽃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마화문(魔花紋).
그것은 전율스러운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옷자락에 그러한 무늬를 수놓고 있다는 것은 휘하에 적어도 일천 명은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무정위사(無情衛士)!
열두 가지 지옥의 훈련을 거쳤다는 초살수들, 이들은 대를 이어 가며 천하에 악의 세력을 퍼뜨렸다.
천하의 모든 살인 기술을 익힌 자들, 이들은 오직 한 사람의 명예만 움직인다.
바로 마화삼(魔花衫).
무정시위는 마화삼의 명에 죽고 마화삼의 명에 산다. 무정시위의 수는 마혼십가들 중 최고의 비밀이고, 그들은 당주(堂主)나 향주(香主)를 마음대로 명령할 수 있는 특권을 갖는다. 그리고 그들은 일백팔마왕(一百八魔王)이라 불리는 하나의 조직과 구대장로회(九大長老會)를 제외한 모든 조직을 감시하는 자격을 지닌다.
보라! 죽어 있는 눈들을.
핏물이 고인 듯한 벌건 눈빛들. 이들이야말로 천 년에 걸쳐 마계(魔界)를 이룩한 마도의 일등공신들이었다.
이들 중 우두머리는 문 하나를 보고 있었다.
문 앞에는 홍색궁장을 걸친 시녀 넷이 서 있었다.
춘매(春梅),
하란(夏蘭),
추국(秋菊),
동죽(冬竹).
넷은 화정옥녀 녹수운의 몸종들이다. 그리고 지난밤 무정위사단의 제사영반(第四領班)이 되는 자와 더불어 정말 뜨거운 밤을 지낸 바 있다.
눈을 흘기는 자는 계집들의 속살이 어찌 생겼는지 다 알고 있다. 그가 바로 무정위사단의 제사영반이니까!
'흠, 화정옥녀는 외단주(外壇主) 휘하에서 제일이다. 그리고 외단주는 옥화삼(玉花衫)을 처치하고 자신이 옥화삼이 되려 하는 여인이고, 그녀의 사매(師妹)인 혈발미랑(血髮美娘)은 마화삼 어르신네가 연공하는 동안에 수발을 들고 있다.'
그는 아직도 지난밤의 욕정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여인들의 허리 아래 부분을 유심히 바라봤다.
아래 부분 옷은 거의 투명했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옷을 입을 때가 옷을 벗을 때보다 유혹스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사람에게는 감춰진 것을 들추어 봐야만 풀리는 호기심이 꼭 있는 것일까?
'한데, 그 오만한 화정옥녀가 제 몸종들을 내게 바쳤다. 그 이유는… 내게 눈감아 달라는 일이 하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사영반, 그는 화정옥녀를 돕기 위해 마화밀원(魔花密院)에서 나온 자였다.
마화밀원(魔花密院)이라는 장소!
그 곳은 십대마가에 있어서는 꿈의 장소였다.
마화밀원은 바로 마화삼이 연공을 하는 장소였다.
그 장소는 절대마가(絶代魔家)와 더불어 십대마가에 군림한다.
그 이외.
철혈뇌옥(鐵血牢獄),
옥화밀원(玉花密院),
제이외단(第二外壇),
변황대단(邊荒大壇)…….
십대마가의 상부조직은 이러하고, 그 아래 구백오십여 하부조직이 있다.
화정신수궁은 하부조직 중의 하나로, 백개향(百個香)을 관장하는 하부사단(下部四壇) 중 하나였다.
무정위사들은 외단을 모두 관장하는 제이외단의 청에 따라 마화밀원에서 나섰다.
제이외단.
그 곳은 전 백도(全白道)의 숨통을 조이는 장소이다. 그 곳의 우두머리는 가공할 무공과 지략을 겸비한 절세의 여마두였다. 그녀는 외단주 이상의 자리를 바라고 있는 여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옥화삼의 권위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현재의 마화삼은 제이외단주에게 옥화삼을 제거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던가?
마가에는 비밀이 많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그것은 강자(强者)는 능히 상좌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마화삼을 죽이는 자 마화삼이 되고, 옥화삼을 죽이는 자 옥화삼이 되며, 혈화삼을 죽이는 사람은 바로 혈화삼이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보통 일은 아니다. 흠, 목욕을 한다는 구실로 연회장에 나서는 것을 늦추나… 진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을 것이다.'
제사영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정옥녀는 목욕을 하고 지분을 바른다는 구실로 침소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골치 아픈 계집!'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