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그리움과 사랑학의 서정적 진실
--빈봉완 시집 『영원한 향기』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나의 꿈’과 시간성 혹은 세월의 정취
현대시에 나타나는 ‘나’는 나의 이상향을 꿈꾸는 영원한 방랑자인가. 마치 자신이 천선(天仙)이라도 될 것 같은 원대한 포부(抱負)를 실현하려는 꿈속에서 살아가는 시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시의 세계는 곧 ‘나’를 별천지로 안내하거나 스스로 방황의 길을 떠나는 자유의 경지를 흡인(吸引)할 수 있게 한다.
일찍이 우리의 문인 이광수는 그의 「문학평론」에서 ‘시는 그 시인의 고백이다. 신 앞에서 하는 속임 없는 고백이다. 구약에 시편만이 아니라 무릇 시는 시인의 심정 토로다. 시인은 시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아니된다. 그것은 신을 기만하는 것이다.’라는 언지로 시와 ‘나’와의 관계를 정립한 바가 있다.
이는 현대시에 그 시인의 고백적인 요소가 다분히 내포(內包)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시인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시적 발상을 하거나 이미지를 창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넋두리까지도 시적 형상화가 가능하다는 보편적인 사유(思惟)에 기초하여 참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빈봉완 시인이 상재하는 두 번째 시집 『영원한 향기』의 원고를 일별하면서 이러한 ‘나’에 관한 집념이 바로 그 자신이라는 위험한 단정을 하게 되면서 그의 시세계를 살펴보게 한다.
얼음 추위를 이겨낸 인고의 정성으로
봄에는 진달래가 겨울을 문 닫고
울긋불긋 화려한 연분홍 옷으로
찬란한 참꽃 세상을 열면
미소가 구름처럼 번진다.
정성어린 인고의 날들을 보내고
새날이 오고 새봄이 오고, 새해가 오가면
새 꽃이 피어나듯이
기쁜 미소가 입을 째고 귀에 매달릴
행복한 나의 참꽃도 피어나겠지
꽃 같은 마음으로
꽃 같은 그리움으로
긴긴 세월 기다림의 미학으로
가꾼 나의 참꽃은
봉우리 터뜨리고 장곡을 울리겠지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새봄 같은 내 꿈은
아름다운 꽃보다 아름다운
내 꿈은 언제 피어날꺼나
--「나의 꿈」전문
먼저 이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나’라는 화자(話者)가 빈봉완 시인 자신일 수도 있다는 단정이 가능한 것은 ‘나의 꿈’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결론으로 제시한 ‘기다려도 / 기다려도 오지 않는, / 새봄 같은 내 꿈은 / 아름다운 꽃보다 아름다운 / 내 꿈은 언제 피어날꺼나’까지 자신의 소망을 적시(摘示)한 그의 진실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봉완 시인은 다시 ‘새 꽃이 피어나듯이 / 기쁜 미소가 입을 째고 귀에 매달릴 / 행복한 나의 참꽃도 피어나겠지’라거나 ‘긴긴 세월 기다림의 미학으로 / 가꾼 나의 참꽃은 / 봉우리 터뜨리고 장곡을 울리겠지’라는 어조(語調)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겠지’라는 예감의 언어로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그가 시적으로 실현하려는 이상(理想) 세계의 진정한 여망(輿望)으로서 그가 구현하려는 자아의 인식이며 한생을 통해서 성취해야할 좌우명(座右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꿈도 시간성과 연계(連繫)해서 시적으로 형상화하는데 특히 계절 감각에 민감하다. 작품 「노란 가을」에서 ‘멀고 먼 세월 수레바퀴 타고 / 떠나가는 스산한 뒷모습을 본다. // 마음잡아 두지 못하는 아쉬움에 / 빨갛게 멍든 가슴만 탄다.’라거나 작품 「세월 1」에서 ‘저만큼 / 머얼리 있어도 / 가깝게 다가오는 / 소리 없는 총성 / 너를 두고 탄식하며 / 한숨짓는다.’는 어조로 ‘나’와 시간성을 불가피의 상황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가 탐색하는 ‘나’에 대한 집념은 이 시집 전체를 관류(灌流)하는 이미지의 흐름이 사랑이나 향수 혹은 시적 서정으로 적나라(赤裸裸)하게 현현되고 있어서 그의 시풍(詩風)을 통해서 그의 시적 주제의 접근과 동시에 그의 진실을 명징(明澄)하게 이해할 이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작품은 「나의 꽃」「인생 최종 목적지」 「고백」등에서 그의 인생관을 유추할 수 있는 주제가 그의 심저(心底)를 통해서 승화하는 시법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그가 갈구(渴求)하는 존재의 인식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적 원류로 발현되고 있다.
2. 향수와 추억 그 그리움의 진원지
빈봉완 시인은 다시 우리 인간들의 영원한 그리움인 향수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구나 고향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선 그는 고향에서 어머니의 사랑과 그리움에서 창출하는 이미지는 보편적으로 현현하는 현상이지만 그의 그리움의 진원지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눈에 밟혀오는 그리운 사람
옥녀봉 약수는 풍풍 변함없건만
약수암 빈자리에 쌓이는 그리움
밀물져 눈시울을 적시고
코끝에서 가슴까지 찡한
전율은 목이 멥니다
못 다한 우리들의 사랑과
갚을 수 없는 애처로운 희생은
서리서리 맺힌 눈물 되고
알뜰살뜰 꾸미고 가꾼 터전은
자자손손 이어갈 유산입니다
당신과 함께할 사랑과 소통은
아름다운 희망 ‘공수 메시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영원한 사랑 노래 불러봅니다.
이 작품 「어머니」전문에서 알 수 있듯이 그에게서 어머니는 ‘눈에 밟혀오는 그리운 사람’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보편적으로 사랑이며 사후(死後)에는 그리움의 보고로 변한다.
빈봉완 시인도 그의 ‘어머니’는 ‘약수암 빈자리에 쌓이는 그리움’으로 형상화하면서 그가 ‘영원한 사랑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그의 지극한 효심(孝心)이 관류하는 진실을 읽을 수가 있다.
그는 당시 어머니가 자주 다녔던 ‘약수암’에서는 ‘옥여봉 가슴에서 / 내리는 청정약수 / 약으로 보시하고 / 중생의 건강한 / 심신을 위로하는 / 안식처 약수암’이라는 어조로 어머니를 회상하고 있다.
또한 그의 그리움의 메시지는 작품 「향수 1」에서 ‘옥녀봉 약수 물소리 고요와 적막의 고향집을 지키고 / 붉은 고추 가을을 익히시던 어머님은 보이지 않고 / 마당 가득 그리움만 쌓이는구나!’라는 어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향집’과 ‘어머니’에대한 그리움이 한 폭의 풍경화로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그리움은 향수와 추억이 동반(同伴)하는 보편성에서 그의 시법은 형상화하고 있는데 작품 「추억 1」과 「추억 2」「향수 2」등과 ‘진안’에 관한 몇 편의 작품에서 진솔하게 현현되고 있는데 이는 그가 오매불망(寤寐不忘)하는 고향의 옛 체험이 지금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웃고 지내던 다정한 얼굴이 하나 둘씩
필름 위를 맴돌면 상념에 젖고 코끝이 찡해온다
술래잡기놀이, 이름 불러 찾고
소리 지르고 즐겁게 노래 부르던 그리운 목소리
쟁쟁하고 간지럽게 귓전을 울리면
눈시울은 어느새 촉촉이 젖어 들고
정든 고향이 아른아른 눈에 밟혀온다.
--「추억 2」중에서
햇살가득 보듬어 피어난
꽃들의 황홀한 향연은
향기로운 미소로 빛나고
산태극수태극을 휘돌면
지수화풍 자연이 빚어낸
신비의 풍광은 아련한
추억의 파노라마
진안은 명당明堂.
--「진안은 명당」중에서
이처럼 빈봉완 시인의 추억에는 ‘돌팔매질, 힘자랑, 수제비 뜨기, 때기 치기 / 딱지치기, 자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를 비롯해서 ‘웃고 지내던 다정한 얼굴이 하나 둘씩’ 회상의 물결로 되비쳐 ‘눈시울은 어느새 촉촉이 젖어 들고 / 정든 고향이 아른아른 눈에 밟혀’오고 있어서 그의 향수는 절정에 이른다.
또한 그는 ‘진안’에 관해서 상당한 그리움의 표상으로 발현되고 있는데 ‘신비의 풍광은 아련한 / 추억의 파노라마 / 진안은 명당明堂’이라는 지리적인 호소와 함께 ‘삶의 무게 느끼지 못하는 / 지상의 파라다이스 진안鎭安 /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 진안의 명당明堂’이라는 향수를 제고(提高)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이 ‘진안’에 관한 이미지나 소재로 작품「진안 아리랑」「진안으로 가는 길」「진안이 부른다」에서 그가 간절하게 그리는 향수와 추억이 아련한 상상력으로 창조되고 있다.
빈봉완 시인의 그리움은 ‘달빛속의 세레나데 되어, 애잔한 그 목소리, 가슴을 파고들고, / 생생한 삶의 역정이, 파노라마 같이 떠올라, 시린 가슴 아파오고 / 밤꽃사랑, 어머님 냄새, 흙냄새, 추억의 냄새, 다함께 솔바람에 실려 / 솔~솔 고향 냄새로 승화되어 콧등을 찡-하게 만들고 / 인자하고 포근하고 어머님 품속 같은 마음의 안식처가 손짓하며 부른다.’는 작품 「고향이 부른다」에서 최상의 절정으로 설정해서 심취(深醉)하고 있다.
3. ‘사랑 계약서’와 시인의 사랑학
빈봉완 시인에게서 다시 시적으로 부각(浮刻)되는 테마는 사랑에 관한 집념이다. 그는 그의 삶의 궤적(軌跡)에서나 지금 현실적인 삶의 실상에서 심도(深度)있게 사유하는 사랑의 의미와 그 행로를 명민(明敏)하게 탐색하거나 구명(究明)하고 있어서 그의 사랑학은 절묘한 경지로 흡인해서 우리들의 공감을 유로(流路)하고 있다.
우리 님의 동그란 꽃밭에는
순수하고 감미로운 사랑이 피어나고
송이송이 정다운 사랑이 피어나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나고
사랑은 마음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꽃
우리 님의 널따란 꽃밭에는
진실한 사랑이 피어나고
향기로운 사랑이 피어나고
기적 같은 천사의 사랑이 피어나고
무지갯빛 황홀한 사랑이 피어나고
사랑은 마음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꽃
우리 둘이 하나 되고
나눌 수 없는 한 몸 되고
나눌 수 없는 한마음 되고
천생연분, 영혼의 동반자
두리두리 단둘이서
희망을 노래할 청춘계약서
청춘을 꽃피울 행복계약서
희로애락 엮어갈 인생계약서
이 세상 함께할 사랑의 계약서.
이 작품은 「사랑의 계약서 1」전문이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우리 둘이 하나 되고 / 나눌 수 없는 한 몸 되고 / 나눌 수 없는 한마음 되고 / 천생연분, 영혼의 동반자’이다. 시적 화자 ‘영혼의 동반자’는 그가 사랑하는 ‘천생연분’임을 직감할 수 있는데 이처럼 ‘두리두리 단둘이서 / 희망을 노래할 청춘계약서 / 청춘을 꽃피울 행복계약서 / 희로애락 엮어갈 인생계약서 / 이 세상 함께할 사랑의 계약서.’를 작성해서 사랑학을 정립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랑의 계약서’는 세 편의 작품을 통해서 그가 평소에 간직한 심중의 사랑 메시지를 ‘달콤한 행복이 샘솟는 당신’에게 바치는 맹세의 언어로 작품을 승화하고 있어서 우리들을 감동케 하고 있다.
사랑의 크기는
웃음의 크기에 비례한다.
적게 웃으면 작은사랑이고
많이 웃으면 큰사랑이다.
웃음의 크기는
건강의 크기에 비례한다.
건강을 잃으면 적게 웃고
건강하면 많이 웃는다.
웃음은 행복을 낳는다.
적게 웃으면 작은 행복을 낳고
많이 웃으면 큰 행복을 낳는다.
행복은 아주 큰사랑이다.
이렇게 작품「사랑의 크기」중에서 읽을 수 있는 바와 같이 ‘사랑의 크기는 / 마음의 거리에 비례 한다’는 그의 사랑학은 이 마음에서 발현해서 ‘정성’과 ‘감동’과 더불어 ‘웃음’이라는 특이한 논법(論法)을 전개하고 있다.
이것이 빈봉완 시인이 주창(主唱)하는 ‘사랑의 크기=웃음의 크기=건강의 크기’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면서 ‘행복’을 구현하려는 그의 인생관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기분 좋은 웃음은 / 집안을 환하게 비추는 햇빛 같고 / 기분 좋은 웃음은 / 목마른 대지를 적시는 단비 같고 / 기분 좋은 웃음은 비단 바람처럼 / 살랑살랑 가슴 스며드는 청량제 같다.(「웃음」중에서)’는 웃음의 미학을 대입해서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의 꽃’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다시 작품「사랑의 길」중에서 ‘그리움 따라 가는 길은 기다림의 길 / 누가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는 길 / 간장을 녹여 내는듯한 슬픔도 함께 / 장미꽃 같은 빨간 울분도 함께 / 찔레꽃 같은 한숨소리도 함께 / 피 맺힌 절규도 함께’라는 사랑과의 동행을 천명(闡明)하고 있어서 그의 정감(情感)의 지향점이 바로 사랑학에서 발원(發源)하는 시적 진실을 공감하게 한다.
이러한 시법은 작품 「진달래 사랑」과「촛불」「울림」「인생」「지푸라기」 등에서 그의 진정한 사랑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4. 명승지에서 감응하는 서정성의 승화
빈봉완 시인의 시적 특성은 그의 내면에 잠재한 서정성에서 그의 잔잔한 사물의식과 함께 친 자연의 시적 전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우선 그가 착목(着目)한 사물의 정점에는 ‘무주구천동’이라든지 ‘칠연계곡’과 ‘명곡산장’ 등 다양하게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은 그가 평소에 대자연의 친근감이 시적으로 발현하는 원류로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솔내음 진동하는 칠연계곡에
수탉같이 목을 빼들고 눈 맞춘
칠연폭포는 녹슨 인생에
음악처럼 행복한 청량제로 나타나는구나
칠연 폭포수 굴러내려
발등을 간지르며 돌돌돌
시원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감각 없는 바위처럼 세월을 망각하는구나
수려한 경관과 명경 같은 물
신선이 별빛타고 노니는 곳
영혼의 동반자와 청정한
에너지로 충전한 발걸음
가뿐가뿐 가볍구나.
여기 작품 「칠연계곡」전문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서정은 먼저 자연 사물의 정경(情景)에서 탐색하고 있다. 그에게 착목된 ‘칠연계곡’은 그 풍광(風光)에서 우선 감동의 경탄을 보내면서 우리들의 ‘녹슨 인생에’ 새로운 가치관을 부여하는 그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진동하는 솔내음과 폭포수의 속삭임과 ‘수려한 경관과 명경 같은 물 / 신선이 별빛타고 노니는 곳’에서 음미하는 진실은 ‘영혼의 동반자와 청정한 / 에너지로 충전한 발걸음’이 가벼운 인생행로를 인식하게 하는 매체가 바로 서정시의 마력(魔力)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음악처럼 행복한 청량제’로 발현하는 작품은「무주구천동」에서 ‘물의 청량함에 삶의 무게 줄이는 곳 / 물의 진리에 삶의 진실을 찾는 곳 / 바위처럼 인자한 삶을 배우는 곳 / 아름다운 안식처 세계인의 힐링공원 / 꿈속에도 떠오르는 무주구천동’이라거나 작품은「명곡산장」에서도 ‘솔향기 꽃그늘 속에 / 한 잔, 한 잔, 다시 또 한 잔 / 넘치는 정은 풍류에 젖어 / 해가는 줄 모르고 / 달 토끼는 불그스레 / 미소 지으며 나타나는구나’라는 어조와 같이 그의 시각에는 별천지의 낙원을 연상케 하는 서정의 심저를 흡인시키고 있다.
또한 그는 만유(萬有)의 자연 현상에서 발현하는 식물들의 변화가 시간성과 융합하면서 향기를 내뿜는 시적 장관(壯觀)을 간과하지 못하는데 이는 지천으로 널린 자연 변화의 산물인 꽃이나 잎 등 무수한 자연물이 그에게 정감적 언어로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은 「봉숭아꽃」전문에서 ‘장독대 옆에서 / 아침햇살 머금고 / 방긋이 웃어주는 / 해맑은 여인네 얼굴 // 연약한 몸매로 / 장독대 지켜주는 / 슬픈 민족의 가련한 신세 / 예뻐지고 싶은 여인네 얼굴 // 가슴을 물들여 주는 / 아련한 추억을 만들고 / 손톱 위에 피어나는 날 / 첫사랑 가슴속에 백설처럼 / 닮아올 여인네 얼굴.’이라는 꽃과의 서정성은 언제나 닮아 있어서 많은 시인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시법이다.
그렇다. 빈봉완 시인은 서정시인이다. 그의 인생관이나 자연관은 순수한 우리들 인간의 본성이 인본주의(humanism)의 근원에서 이탈하지 않고 순박하면서도 지성미를 상실하지 않는 서정시학을 정립하고 있다.
그는 이 시집 『영원한 향기』에서 탐색하는 그의 의식은 우선 존재의 문제에서 야기되는 사랑과 서정의 그리움이 복합적으로 화해하는 안온한 시정(詩情)을 음미할 수 있는 순수 서정의 향기에 심취하게 한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듯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납니다.
흰 눈이 내리듯 예쁜 언어가 착륙 하고
찬란하고 황홀한 꽃들이 피어나듯
곱고 향기로운 언어가 피어나고
샘물처럼 지혜로운 생각과 소중한 마음이
아름답게 솟아납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언어가 주룩주룩
단비처럼 내려와 세상을 밝게 웃음 짓고
어여쁘고 상큼한 언어는 새 비단 폭에서
금 구슬 옥구슬처럼 생동감 있게 구르고
인생의 희로애락이 감성의 언어 예술로
빛나게 태어납니다.
식칼을 들고 고기를 자르는 레스토랑 같고
에메랄드 수정 같은 청순한 결정체입니다.
인간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예술로
마법 같은 감동을 주는 영혼입니다.
빈봉완 시학의 정점은 바로 작품 「詩」전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인간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예술로 / 마법 같은 감동을 주는 영혼’을 확인하고 그것이 지향하는 영원한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서 그는 이처럼 서정시에 몰두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찍이 프랑스의 상징주의의 비조이며 근대에 탁월한 시인 보들레르가 말했듯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시는 항상 그 자체 속에서 이상을 좇는 신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과 시정신에는 괴리(乖離)의 현상이 있을 수 없다는 시적 진리를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빈봉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