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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Unchained Melody
2012년 9월 11일 화요일인 오늘 저녁 일기다.
오전 11시쯤에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 사무실을 나섰다.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과 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을 들려 신청사건 몇 건을 접수해야 할 일거리가 있어서였다.
첫 번째 목적지인 수원지방법원을 들르기 전에 경기 기흥구청을 먼저 들러야 할 일이 있었다.
그곳 세무과에서 등록세 관련 고지서를 발급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수원지방법원을 들르고 두 번째 목적지인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을 거쳐 마지막 세 번째 목적지인 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까지 들렀다가 다시 서초동 사무실로 돌아오려면, 줄잡아 300여 리 길은 달려야 했고, 소요시간도 4시간 정도는 잡아야 했다.
점심시간은 따로 잡지 않았고, 사건 접수가 순리적으로 이루어졌을 때가 그렇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먼저 들린 기흥구청 세무과에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등록세 고지를 받기 위해 첨부해야 할 서류가 미비하다 해서, 서류가 반려되고 만 것이다.
우리 사무소 직원이 당연히 완벽하게 서류를 꾸몄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검토해보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또 다른 일로 가뜩이나 바쁜 그 직원을 탓할 수가 없었다.
그 미비한 서류를 보완하는데, 30여 분의 시간이 흘러갔고, 그 바람에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수원지방법원에 접수할 작정이었던 신청사건은 대책 없이 오후로 미뤄지고야 말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법원직원들이 오후 업무를 시작할 때까지, 1시간여를 기다려야 했다.
천금 같은 그 시간 내내 속이 상해버렸고, 그 속상한 기분에 입맛이 있을 리가 없어, 점심은 그냥 건너 띄고 말았다.
두 번째 목적지인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에서의 일은 쉽게 끝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마지막 세 번째 목적지인 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을 가기 위해 안양에서 서초동 우리 사무소 옆을 스쳐 지나 올림픽대로로 막 접어들었을 즈음에, 문득 한 생각이 일었다.
신청사건을 접수시킬 때 꼭 필요한 예납금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평소 신청 사건들을 넣고 다니는 서류가방을 들춰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영수증이 그 가방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었다.
거기를 다녀오다 보면 의정부법원고양지원에서의 마지막 일거리를 처리하지 못할 위험성이 다분해서였다.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에서의 일거리 보정을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 내쳐 의정부법원고양지원으로 달렸다.
“여기 신청인 도장을 찍지 않으셨네요. 찍어가지고 다시 오세요.”
나로부터 신청서류를 넘겨받아 검토하던 의정부법원고양지원의 직원의 말이 그랬다.
그리고 이미 신청서 표지에 찍어놓은 접수인에 가위 표시를 해서, 그 신청서류를 내게 되돌려주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법무사라는 신분으로 신청인의 날인이 없는 신청서류를 제출한 것이 너무나 부끄러워서였다.
결국 오늘 내가 들고 다닌 신청사건 3건 모두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 중 2건은 끝내 허탕이 되고 말았다.
되돌아오는 그 길이 참으로 서글펐다.
어느새 내 두 눈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그 젖은 눈으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흐릿하기만 했다.
문득 노래 한 곡이 생각났다.
내 젊은 시절에 애절한 분위기에 젖어 참으로 많이도 듣고 불렀던 라이쳐스 브라더스의 ‘Unchained Melody’라는 팝송이었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주연해서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던 20여 년 전의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의 주제가이기도 했던 노래다.
CD를 틀어 그 팝송을 들었다.
그리고 따라 불렀다.
그러면서 생각에 또 생각을 거듭했다.
과연 누구를 위해, 내 이렇게 끊임없이 지친 일상들을 겪어야 하느냐 하는 회한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상을 접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현실적으로도 접기에는 너무 깊이 빠져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회한에만 빠져 있을 수도 없었다.
늘 그랬듯, 그렇게 회한을 했다가 곧 털어내고 말았다.
그리고 내일이면 더 나아지겠지 하는 꿈과 희망으로 다시금 내 마음을 다잡았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아내도 그렇고 우리 사무소 직원도 그렇고, 그런 내 마음을 읽어줄 줄 알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또 문득 생각해보니, 9월 11일 오늘이, 11년 전으로 거슬러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소위 ‘9.11테러’가 있었던 바로 그 날이다.
한 순간에 영혼이 되어버린 그 숱한 사람들을 추모하며, 내 오늘 지친 하루 일정의 위안으로 삼는다.
첫댓글 우리집 컴에는 노래만 들리는데 우째지요???"사랑과 영혼"가슴 가득 여운이 가득하네요.
참 고단하고 허무한 하루를 보내시고도...
9.11 사고에 희생 된 영령들을 추모하시는 마음이
고맙습니다.
영혼을 깨우는 노래에 취해서 잠시 명상에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