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면 병만 남는다.
지은/송태선
매사에 신경 쓰는 데로 풀린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마른 논에 벼를 심지 말고 물부터 대라는 말이 있듯이 근본부터 맞지 않는 일에 무리하게 뜻을 밀어붙이는 것은 서로가 피곤하며 능률이 오르지 않고 상처만 남게 된다.
그냥 순리대로 살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질 때도 있으며 서로 어긋난 만남에도 꽃은 피고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 보일 듯 안 보이며 안 보일 듯 보이는 것이 현실의 삶이며 인생이다. 그 길에 노력과 정성, 인내와 사랑이 거름 되어 자란 새싹은 또 다른 꽃과 열매를 키워나갈 것이다. 그것이 인연의 윤회인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을 며칠 앞둔 잘 생기고 똑똑하며 나이 맞지 않게 철이 든 손주(진우)를 돌보고 있다. 난청으로 태어나 1년 후 삼성의료원에서 “와우” 수술을 받았기에 듣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10년이 되도록 언어치료를 일주일에 세 번씩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글씨와 핸드폰, 또는 컴퓨터로 표현을 잘하지만, 아직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에 가슴에는 항상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이다. 어른들의 아픔을 씻어주는 듯, 아무 구김살 없이 명랑하며 학교. 태권도. 컴퓨터. 돌봄. 언어치료 선생님 세분 등 이렇게 많은 곳을 다니면서 모두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이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그 이면에는 여러 선생님의 사랑과 애끓는 노력의 덕분으로 알고 있다.
잘 생기고 똑똑한 손주(진우)는 맑고 밝은 성격으로 매사에 눈치도 빠르게 적응하며 잘 자라고 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족은 자나 깨나 꿈에라도 걱정하는 것은 학교생활은 어떠한지? 교우관계는 어떠한지? 항상 마음 졸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고생한다고들 하지만, 손주(진우)를 가까이서 귀염을 부리며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로또 복권 탔다고 웃고 넘어가곤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지나온 시간의 아픔과 외로움에 지워지지 않는 숱한 날을 마음속 깊이 묻어둔 채 살아온 세월에, 지금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 포개어졌다. 황혼 길에 적색 신호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노년 병, 기본 무릎관절. 허리. 목 디스크. 당뇨. 고혈압. 콜레스테롤 이것들은 기본 이웃들이다. 하나 더 보태어 약 9년 전부터 눈 떨림이 왔다. 며칠 전 3차 병원 MRI 검사 결과/ 신경성+신경성, 귀 뒤쪽 시술과 보톡스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허전하며 심란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다.
참고 사는 것만이 최선책이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가족과 지인의 의논 결과 보톡스를 맡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신경을 많이 쓰면 병만 남는다”는 것을 이 나이 되어서야 알았다. 또 일찍 알았으면 어쩌겠는가? 피하지 못할 현실 앞에! 그냥 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도움이 됐을까?
이번 보톡스를 맡고서 마음을 내려놓고 신경을 쓰지 않도록 지혜롭게 살면서 두 번의 보톡스를 맡지 않도록 다짐해 본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
나이가 들면 찾는 곳은 병원이요. 과자처럼 먹는 것은 건강식품과 약봉지다. 가리는 것도 많으며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다반사다.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고 산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황혼 길에 들어서면 모두가 의학박사가 된다. 나이에 맞게 조용히 세상을 안아줄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진솔함을 가진 사람을 가까이하고 이 세상에 신경 쓴다고 될 것이라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부정을 긍정적으로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리는 것이 제일 큰 기술이며 지혜다. 그리고 마음을 내리는 데는 어떠한 종교이든 신앙의 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병은 신경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새기며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자…
첫댓글 선생님의 정다운 반달 눈웃음속에 아픈 마음, 아픈 육신이 노년의 복병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군요. 부디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