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동권순회투쟁④] 인천광역시
부평역~인천시청, 비장애인 15분 거리 ‘휠체어 이용자’는 1시간 걸려
시내버스 노선 210개 중 92개에 ‘저상버스 도입 불가’ 선정
장콜, 내년까지 법정대수 채우겠지만 ‘운전원 확충은 어렵다’
비장애인 걸음으로 15분 거리는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1시간 거리가 됐다.
비장애인이라면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역에서 인천시청역까지 10분, 승강장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오는 데 5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휠체어 탄 사람이 30명 가까이 되자, 시간은 비현실적으로 늘어났다.
휠체어 이용자가 이동하기 위해선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좁은 엘리베이터 공간에 휠체어 이용자는 두 명까지만 탈 수 있다. 이동 시간을 단축하고자 ‘환승역’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이들은 인천시청역 1호선, 2호선 두 군데로 나눠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승강장이 있는 지하 4층에서 지상까지 1호선은 엘리베이터 하나로 매끄럽게 한 번에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2호선은 엘리베이터만 네 번 갈아타야 했다.
부평역에서 2시 46분에 출발한 열차를 탄 이들이 인천시청역에 도착한 시간은 2시 54분, 인천시청 앞 은행나무데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그로부터 50분이 지난 3시 40분에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인천시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420인천공투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오후 2시,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역(인천시청 방향 8-1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전장연
- 인천시, 시내버스 노선 210개 중 92개에 ‘저상버스 도입 불가’ 선정
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천공동투쟁단(아래 420인천공투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오후 2시,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역(인천시청 방향 8-1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하철을 타고 인천시청 앞으로 이동해 투쟁대회를 열고 인천시와 면담했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21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인천시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26.3%다. 전국 평균 보급률 30.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모든 시내버스 노선에 저상버스가 다니는 것은 아니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노선 209개 중 저상버스를 운행하는 노선은 40개(19.1%)에 불과하다.
2021년 12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버스 연한이 다 되어 대·폐차하는 시내버스는 반드시 저상버스로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인천시는 올해 시내버스 노선 210개 중 92개 노선(44%)을 ‘저상버스 도입 예외 노선’으로 선정했다. 절반에 가까운 노선에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420인천공투단은 “인천시가 장애인단체 등 교통약자 당사자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저상버스 예외 노선을 일방적으로 선정했다”면서 “예외 노선에 대한 개선계획 수립도 전무하고 420인천공투단의 문제제기에도 인천시는 당사자 단체들과의 협의 없이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 중”이라고 분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에겐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이 대중교통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021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천시는 하루 24시간 운행하고 있긴 하나 법정대수 254대 중 169대(66.5%)만 도입했다. 운행지역은 인천시 인접지역(서울 강서구, 경기 시흥, 김포, 부천)까지로 제한된다.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시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 활동가들. 사진 전장연
- 장콜, 내년까지 법정대수는 채우겠지만 ‘운전원 확충은 어렵다’
420인천공투단은 지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인천시에 장애인 이동권 관련해 다섯 가지 요구안을 전달했다.
① 특별교통수단 1대당 하루 운행률 75%를 위한 운전원 인건비 지원
② 특별교통수단 수도권 광역이동 지원
③ 저상버스 도입 불가 노선 관련 심의기구 설치와 개선 계획 수립·이행
④ 발달장애인 바우처 택시 이용 확대
⑤ 장애인 단체 이동 지원을 위한 장애인버스 도입
오는 7월 19일부터 지자체는 개정된 교통약자법에 따라, 특별교통수단을 24시간 운행하고 관할 경계를 접하는 시·군까지 광역운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이날 420인천공투단은 결의대회 후 두 시간 동안 인천시 버스정책과, 택시운수과와 면담을 했다. 면담에 참여한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인천시 입장은 지난 5월과 변함이 없다”며 갑갑함을 표했다.
지난 5월 26일 인천시가 420인천공투단에 밝힌 검토의견을 보면, 인천시는 예산이 드는 요구안에 대해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가 실시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천시 특별교통수단 평균 대기시간은 23.6분(최대 39분)이다. 7월부터 운행지역이 광역으로 넓어지면 그만큼 광역이동 수요가 늘어나 대기시간은 더욱 길어질 예정이다. 따라서 운전원을 확충해 운행률을 높여야 한다. 현재 인천시 차량 1대당 운전원 수는 1.14명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증차 계획은 있어도 운전원을 늘릴 계획은 없다. 특별교통수단과 관련해 올해 인천시는 22대를 증차해 도입률을 84.6%까지 끌어 올리고, 내년까지는 법정대수 100%를 채울 계획이다(차량 254대 도입, 운전원 255명 고용). 그러나 ‘차량 1대당 운전원 1명’ 비율을 계속 유지한다면, 현재 운행률 65.5%를 벗어나기 어렵다. 420인천공투단은 운행률을 75%(하루 18시간)까지 올리기 위해 차량 1대당 운전원 2명의 인건비를 요구했으나, 인천시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단, 저상버스 도입 불가 노선에 대해선 백지화하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장종인 사무국장은 “인천시가 잘못된 내용임을 인정했다. 올해 초 시행규칙이 신설되기 전인 지난해에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면서 “6월 말까지 교통약자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통약자법 14조 7항에 따르면, 도로의 구조·시설 등이 저상버스 운행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해당 노선의 버스운송사업자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교통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아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을 수 있다.
해당 시행규칙(4조의2 저상버스 예외 승인 신청 및 결과 통보 등)은 올해 1월 19일 신설됐다. 이에 따르면 교통행정기관은 저상버스 예외 승인을 하려면 미리 교통약자 관련 법인 또는 단체, 교통분야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교통행정기관은 저상버스 예외 승인을 한 노선에 대해서는 매년 1월 31일까지 저상버스 예외 승인 노선과 사유, 이에 대한 개선 계획 또는 교통약자 이동지원 대책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담당 교통행정기관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저상버스 도입 불가 노선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장애계 등 교통약자 단체와 어떠한 논의도 없었으며, 향후 개선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한편, 발달장애인을 바우처택시 이용 대상자에 포함하라는 요구에 인천시는 ‘다른 장애인 이용자들의 저항이 예상되어 어렵다. 다른 지자체도 발달장애인을 바우처택시 이용자에 포함하지 않는다’며 지난 5월 답변과 동일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장애인버스 확보와 관련해선 관련 부서와 협의해 조례 개정, 운영 방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