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식당*/차회분-
정미네 집에 정미는 없었다
수제비, 칼제비, 동동주, 미나리전, 감자전, 돼지불고기는 있어도
내 친구는 없었다
아홉 살 코딱지 같은 나이에 설거지하고 밥하고 물 길어 나르던 정미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읍내 약국집에 아기 봐주러 간다고 훌쩍 떠나버렸던 정미 내 어린
자취방에 뾰족구두 신고 얇은 입술에 붉은 베니 듬뿍 바르고 왔던 열여덟 살 비
린,
소경인 엄마와 정미를 외갓댁에 버리고 간 아버지
왜관 어디서 새 각시 얻어 아들 낳고 산다는 소문이 맞냐고 내게 묻던
정미는 없고
정미 아닌 사람들만 북적이는 정미식당에는
수제비가 맛있다 눈물 나게 맛있다
*정미식당은 대구 가창 정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