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는데?"
"난 몰라. 난 몰라. 난 이제 죽을거야. 나중에 내 비석이나 좀 잘 새워주고. 바다에 뿌릴려
면 한강에다 뿌려줘."
"너 진짜 죽을 때 다 됐냐?"
"아마도 그런가봐. 나 어떡해."
있는 호들갑 없는 호들갑 다 떨어대며 집 안을 샅샅히 누비고 다닌다.
"아,아 맞다! 한이서!"
"왜."
"너 짐싸."
"뭐?! 이 집은 내가 주인인데 왜 내가 짐을..."
"구멍난 양말 한 짝도 빠뜨리지 말고 다 싸."
"야,야!"
서은이 막무가내로 이서와 여행가방을 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어디 보자. 이것도 챙기고...저것도.."
"야."
"왜."
"야 채서은."
"아 왜! 빨리 말해."
"왜 내 짐을 싸냐고."
"에이씨. 말하려면 긴데. 시간 없다구."
"얼른 말 안하냐?"
제압적인 이서의 눈빛에 서은이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게..."
"너 그것 때문에 그렇게 호들갑 떠는거냐?"
"그것 때문이라니. 그것 때문이라니이-! 난 지금 내 인생이 쫑날 수도 있는 벼랑 끝에 서 있
는건데 왜 니가 밀구 그래."
"생각해봐."
서은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두르며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댄다.
"이 집은 내 집이지."
"응."
"너 이 집에서 살고 있는거지? 그것도 공짜로."
"그렇지."
"근데 너의 어머니가 오신다고 해서 내가 나갈 이유는 없는거지."
"그,그렇네..."
"그리고 우린!"
"응."
"오늘 당당히 1일을 발한 연인이란 말야. 이렇게 된 이상 장모님께 우리의 뜨거운 사랑을 보
여줘도 된다구."
"어우. 언제부터 우리 엄마가 장모님이었냐? 그리고 뭔 뜨거운 사랑을 보여줘. 얼음 왕자님
이 이글이글 불타는 눈을 가지셨네."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콧방귀를 껴대는 서은을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그럼 니가 나가."
"뭣이?"
"여긴 내 집이야. 니가 나가. 얼른."
아까와는 태도가 돌변해 서은을 발로 차며 방 밖으로 내보낸다.
"어쭈! 감히 너의 여자친구인 귀한 몸을!"
"아깐 인정도 안했으면서."
"어쨌든 넌 내일 안으로 짐 다 싸놔. 알았지?"
이 말만을 남겨 놓은채 방으로 쏘옥 들어가 버린다.
"쿠쿡."
하지만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건지 이서의 눈꼬리가 기분 좋게 휘어진다.
딩동- 딩동-
"우으으음..."
딩동- 딩동 딩동-
아침부터 소란스레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
서은이 몸을 꿈틀대며 겨우 일어난다.
"칫. 한이서 지가 좀 열을 것이지."
투덜거리며 1층으로 내려가 현관문 앞으로 다가선다.
"하아아암- 아침부터 누구야."
찰칵-
"누구ㅅ...엄마?!"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침 9시쯤에 도착할 거라며 역에 서 있으라고 했던 엄마가 서은의 앞에 나타날 줄은.
"어,엄마..."
"짠! 나도 왔다."
그리고 제 2의 인물.
이제까지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만 왕주가 서은 앞에 짜잔하고 나타났다.
"허억..."
"글씨 가는데 왕주가 서은이 어머님 아니냐고 내 앞에 오는 것이 아니여? 글서 서은이 집에
가는 길이니께 같이 가자구혔지."
서은의 타들어가는 속은 대체 모르는건지 왕주와 서은의 엄마는 싱글벙글이었다.
"근디 이런 집은 또 어디서 구한겨? 뭐 좋은 아르바이트라도 있능겨?"
"그러게. 채서은 꽤 능력 좋네."
집을 훑어보며 못마땅하다는 듯 왕주가 서은을 약올린다.
'흥. 그럼 니가 나가든지 이년아. 그나저나 한이서 이건 진짜 나간거야? 신발도 없네.'
어제까지만 해도 장모님께 뜨거운 사랑을 보여줘야한다드니 어쩌느니 했던 이서가 신발까지
싸악 사라져 버리자 은근히 걱정이 되는 서은이다.
"뭐 주스라도 드릴까요?"
직접 손님을 대접하니 이 집의 주인이 된 것 같아 서은의 어깨가 으쓱댄다.
찰칵-
"채서은 너 아직도 자고 ㅇ... 에?"
맙소사.
오 신이시여.
자신의 부탁을 들어줬을거라고 생각했던 이서가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온 것이다.
"으윽..."
"이서..오빠..??"
'오오, 왜 저를 이 시험에 들게 하셨나이까.'
한동안 그들의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 이성소설01
[자작]
여우야 여우야, 양의 탈을 벗어라 Story.21
키위냥
추천 0
조회 40
06.04.02 20:5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