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의학Ⅰ』
-▣칼로-수술후고통▣모네-백내장▣달리-이비인후과적 머리▣다이앤 덴젤-코골이▣고흐-중심성망막염▣윤정미-어른의색갈론▣르누아르-류머티스관절염▣코닝-치매▣파킨슨병약물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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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 의학Ⅰ』 https://blog.naver.com/ohyh45/222719883826
▣프리다 칼로-『부서진 기둥』-수술후 고통, ▣모네-수련정운·일본식다리-백내장, ▣살바도르 달리-『이비인후과적 머리,
비너스』-귀가 코에 달린,비너스, ▣다이앤 덴젤-『스위트 홈』-코골이, ▣반 고흐-『자화상』-중심성 망막염, ▣사진작가
윤정미-『핑크 & 블루』-어른들이 심은 이분법적 색깔론,▣르누아르-목욕하는 여인들-류머티스 관절염, ▣빌럼 더 코닝-
여인·무제-치매, ▣파킨슨병 앓은 화가들-약물 치료 후 새로운 아름다움에 눈뜨다
⊙『명작 속 의학 Ⅱ』 https://blog.naver.com/ohyh45/222757698591
▣렘브란트-남다른 입체감,사시 덕분, ▣툴루즈 로트레크-근친혼으로 인한 장애, ▣자크 루이 다비드와 폴 들라로슈의
나폴레옹 초상화-탈모, ▣휘슬러-화가의 母像-어둡게 옆모습 묘사, ▣ 영화 『스틸 앨리스』·『더 파더』-치매,
▣뭉크-침대와 시계 사이에 서있는 자화상-우울증,
1.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
- 수술 후 고통 받던 프리다 칼로, 지금 같으면 전기신호로 통증 막았을텐데…
몸 한가운데 척추 선을 가로지르는 철탑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철제 보정기다. 그리스 신전 기둥 모양을 하고 있지만, 기둥에 조각조각 금이 가있다. 부서진 기둥을 암시한다. 몸통은 천 벨트 코르셋으로 둘러싸여 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고, 얼굴과 몸 곳곳에 못이 박혀 있다. 극심한 아픔과 커다란 통증 속에 있음을 암시한다.
몸 뒤로 보이는 배경은 황량하고 건조한 사막이다. 그래도 굵은 M자형 눈썹과 거뭇한 콧수염에서 고통을 견디는 여인의 인내가 느껴진다. 자세는 무너지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다.
Frida Kahlo, Mexico, The Broken Column, ⓒMuseo Dolores Olmedo
이 그림은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가 1944년 그린 ‘부서진 기둥’(The Broken Column)이다. 그가 척추 수술을 받은 직후에 그렸다. 칼로는 1925년 열여덟 나이에 버스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왼쪽 다리는 대퇴골 골절을 비롯해 열 군데 가까이 골절상을 입었다. 척추도 세 군데 부서졌다.
오른쪽 발은 으깨진 채 탈구됐다. 이후 칼로는 32번의 수술을 받으며, 통증이 그의 삶에 박혔다.
한성구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명예교수는 그림 속의 의학(일조각 펴냄) 책을 내면서
“그림 속 인물을 통해 칼로는 울고 있으며, 황량한 벌판을 배경 삼아 자신이 외로운 존재임을 나타냈다”며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운 곡선을 보여주지만, 육체의 고통과 무너진 여성성을 형상화한 그림”이라고 말했다.
칼로가 2022년 한국 병원의 진료실에 있다면 그의 통증은 어떻게 됐을까. 예전에는 심한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수술을 하거나 성난 신경을 가라앉히는 소염진통제를 썼다.
이제는 말초를 넘어 통증의 근원지인 뇌나 척수를 향한 중추적 대응을 한다.
난치성 통증 치료 전문가 이평복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신경이 압박 받아 3개월 이상 만성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마약성 약제를 척추관 안의 척수에 직접 주입하기도 한다”며 “약을 복용하는 것에 비해 300배 가까운 진통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약물을 척수 안에 조금씩 주입해주는 펌프도 나와있다.
척수 전기 자극기도 동원된다. 이 교수는
“약물 치료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척수 안에 전극선을 넣어서 전기를 흘려주면, 일종의 방해전파 역할을 하여 신경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때론 뇌 속에 이 같은 효과의 전극선을 심기도 한다. 진료실 밖 미술관 속 칼로의 부서진 기둥 그림은 고통과 인내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심리적 진통제 역할을 한다.
[출처] : 안영조선일보기자 : < 명작 속 의학> - 1.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 - 수술 후 고통 받던 프리다 칼로, 지금 같으면 전기신호로 통증 막았을텐데…/조선일보.2022. 1. 20.
2. 모네의 『수련 정원』 ‘일본식 다리’
- 백내장 앓은 모네, 풍경화를 추상화처럼 그려… 지금이면 30분 수술로 회복
프랑스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년). 그의 색감과 묘사, 붓 터치는 나이 들어 가며 바뀌었다. 시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모네는 양쪽 눈에 백내장을 앓았다. 빛이 통과하는 렌즈가 퇴행되어 혼탁해지는 병이다. 모네는 백내장으로 화가 업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됐어도 그림을 계속 그렸다.
클로드 모네는 1883년 43세에 저택을 구입해 그 안의 수련 연못과 일본식 다리,
건초 더미 등 정원 풍경을 줄곧 화폭에 담았다. 백내장을 앓기 전 59세에 그린〈수련 정원〉은 색깔이 다채롭고 묘사가 섬세하다. 백내장 후유증에 시달린 82세에 그린〈일본식 다리〉는 다리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고, 붓터치는 뭉개진 듯하고, 붉은색 위주로만 그렸다. 시력과 색감 상실의 결과다.
72세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고, 78세에는 더 이상 색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물을 정확하게 묘사하기도 힘들어졌다. 모네 그림에는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그린 시기가 다른 그림들이 꽤 있다.
백내장을 앓기 전 59세에 그린 <수련 정원>과 백내장 후유증에 시달린 82세에 그린 <일본식 다리>를 보면,
같은 사람이 동일 장소를 그린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다.
그림 속의 의학(일조각 펴냄)을 쓴 한성구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말년에 그린 <일본식 다리>는 어디가 다리이고 연못인지 구별이 안 되어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며 “백내장 증상으로 형태가 뭉개지고, 빨간색이나 노란색 위주로 강렬한 색조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모네는 밝은 곳에서 색을 구별하는 것을 더 어려워했다. 안재홍 아주대병원 안과 교수는
“실제로 백내장 환자 중에서는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서 시력이 더 좋은 경우를 볼 수 있다”며 “밝은 곳에서는 동공 크기가 줄어 백내장에 의해 빛이 차단당하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내장 환자 중에는 빛의 전달 폭이 바뀌어 작은 글씨가 잘 보이기 시작한다는 이도 있다.
모네는 막판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는 하얀 백내장 조각들을 파헤쳐 제거하는 수준이었다. 만약 모네가 요즘 한국 안과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 수정체 교체술을 받게 된다.
안구 옆을 2㎜ 정도 째고 백내장 수정체에 초음파를 쏘아 렌즈를 산산조각 낸 뒤 빨대로 빨아서 제거하고,
그 자리에 주사기 안에 돌돌 말린 인공 수정체를 찔러넣어 자리 잡게 한다. 수술 시간이 30분도 안 걸린다.
요즘은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해결하는 다초점 렌즈를 넣는 게 인기다. 안재홍 교수는
“한쪽 눈에는 원거리 중간거리 다초점 렌즈를 넣고, 다른 쪽에는 원거리 근거리용 렌즈를 넣으면 먼곳과 가까운 것, 둘 다 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네의 말년 그림은 나중에 후배 화가들에 의해 추상화를 낳았다는 평가가 있다. 백내장이 화풍 시류를 바꾼 아이러니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 명작 속 의학> - 2. 모네의 『수련 정원』 ‘일본식 다리’ - 백내장 앓은 모네, 풍경화를 추상화처럼 그려… 지금이면 30분 수술로 회복/조선일보.2022. 1. 27.
3.살바도르 달리의 『이비인후과적 머리, 비너스』
- 귀가 코에 달린 달리의 비너스… 만약 실제라면?
초현실주의 대표적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년), 그는 콧수염을 돌돌 말아 길게 기르는 등 자신의 생활도 기존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달리는 비너스 얼굴 조각상에서 코 있는 자리에 귀를 놓고, 왼쪽 귀 자리에 코를 심어 넣은 <이비인후과적 머리, 비너스>라는 작품을 여러 형태로 남겼다.
이 작품의 얼굴을 보면 익숙하지 않은 기괴한 느낌이 든다. 콧등에 걸린 귀는 우측 귀모양이니 오른쪽 귀가 두 개다. 우측 귀가 우측 코를 바라보는 모양새다. 입은 그대로다. 코와 귀의 고정된 위치를 바꿔, 전통적인 미적 개념을 바꾸고자 한, 달리 특유의 해학이 담겨 있다.
이 얼굴 상태로는 귀에 속삭이는 말을 할 때 정면을 보고 해야 한다. 귀걸이도 앞에 걸린다.
달리는 평소에 귀에 관심이 많았고, 귀를 생명의 근원으로 봤다고 한다.
귀 모양이 아기를 품은 자궁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대이륜과 소이륜, 이중 귓바퀴 형태는 유전자 DNA의 이중 나선 구조와 흡사하다.
귀의 그런 형태는 다양한 영역대의 소리를 잘 수집하여 고막에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달리 작품을 이비인후과적으로 해석하면 기능상에 많은 문제를 낳는다. 이환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전문의는
“귀는 양측에 180도 좌우 대칭으로 있어야 평형 기능을 정확히 할 수 있다”며 “이 상태서는 소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발생학적으로 귀와 코는 다른 태생 기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귀가 콧등에 얹힐 수는 없다.
달리 작품은 현실서 불가능한 안면 기형이다. 하지만 귀와 코는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다. 귀의 고막 안쪽 중이(中耳)에서 나오는 이관(耳管)은 코 안쪽 깊숙한 비인강과 연결돼 있다.
중이의 분비물이 이관을 통해 배출된다. 비행기 탈 때 기압 변화로 귀가 먹먹해질 때가 있는데, 물을 삼키면 이관이 열리면서 중이 압력이 낮아져 먹먹함이 사라진다. 이관이 좁거나 닫혀서 잘 열리지 않으면, 중이염이 잘 생긴다.
반복적으로 귀에 물이 찰 수도 있다.
이환서 전문의는
“반복되는 중이염이 이관 협착증 때문이라고 진단되면, 최근에는 코 내시경으로 이관에 줄을 넣어 좁아진 이관을 넓히는 풍선 확장술을 시행한다”며 “시술 시간은 20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귀와 코가 바뀐 달리의 작품은 고정된 심미안을 바꿔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편으로는 본래 귀가 양쪽에 대칭적으로 달린 이유는 좌우를 같이 들어야 정확하다는 조물주의 뜻을 새삼 일깨운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 명작 속 의학> - 3.살바도르 달리의 『이비인후과적 머리, 비너스』 - 귀가 코에 달린 달리의 비너스… 만약 실제라면?/조선일보.2022. 2. 10.
4.다이앤 덴젤의 『스위트 홈』
-아이들이 곤히 자는 이유? 아빠가 옆으로 자면 코골이 없어서죠
웃음 짓게 하는 그림으로 유명한 미국 여성 화가 다이앤 덴젤(Dianne Dengel, 82).
그는 아버지가 목재 조각으로 지은 소박한 집에서 살았다. 물감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그곳에서 포근한 집과 화목한 가족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다. 화풍에 달콤함과 순수함이 묻어난다.
그가 가장 사랑했다는 작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도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아빠와 엄마, 아이들 여섯이 한 침대에 엉켜서 잠에 빠져 있다. 이불 위에 개도 자고, 침대 구석에는 고양이도 잔다. 집에서 키우는 닭이 이들을 쳐다보고 있다. 지붕에 빗물이 새서 아버지는 우산을 받쳐 들고 잔다.
집안 살림은 초라해 보이지만, 가정은 따뜻해 보인다.
아이들이 편하게 잠잘 수 있는 이유는 아빠가 코를 골지 않고 조용히 자고 있기 때문일 게다.
아빠는 옆으로 돌아누워 곤히 자고 있는데, 의학적으로 그렇게 해야 조용한 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골이는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통로가 좁아져서 발생한다. 누워서 자면 중력 때문에 목 안의 연구개가 아래로 내려오고, 혀뿌리도 밀려 내려오고, 목젖도 밑으로 떨어져, 통로를 막는다.
특히 아래턱이 좁고 살이 쪄서 목 통로가 좁은 사람은 누워 잘 경우, 영락없이 코를 골게 된다.
주형로 두경부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병원에서 잠자며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를 할 때, 바로 누울 때, 옆으로 누울 때가 구분되어 결과가 기록되는데, 바로 누워 잘 때 코를 골다가 숨이 멎는 무호흡 지수가 평균 두 배, 심한 경우 10배 많다”며 “옆으로 자게 되면 중력에 의해 처지는 구조물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그 위쪽으로 공기 통로가 열리어 코골이가 호전된다”고 말했다.
옆으로 자도 코골이가 심할 경우, 약물 주사로 수면을 유도한 후 하는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볼 수 있다.
주형로 전문의는 “실제 수면과 같은 상황에서 자세에 따른 기도 협착을 찾아내 정확한 코골이와 무호흡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한 방에서 화목하게 자고 싶은가, 옆으로 누워야 ‘스위트 홈’이 된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 명작 속 의학> - 4.다이앤 덴젤 ‘스위트 홈’-아이들이 곤히 자는 이유? 아빠가 옆으로 자면 코골이 없어서죠 /조선일보.2022. 2. 17
5.반 고흐의 『자화상』
- 고흐 작품처럼 사물 노랗게 보이면 ‘중심성 망막염’을 의심해보세요
노란색·소용돌이 많은 고흐 그림 - 절망적 어둠도 몽환적으로 보여
고흐의 자화상. 얼굴부터 배경까지 모두 노랗게 그려져있다. /Van Gogh Museum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노란색과 소용돌이 형상이 많다.
인류가 사랑하는 작품 <별 헤는 밤>에서도 노란 회오리가 곳곳에 있다.
자신의 귀를 자른 후 요양원에 있으면서 병실 밖에서 본 밤의 모습을 그렸다는데,
절망의 어둠도 몽환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고흐는 자화상뿐만 아니라 많은 그림을 누렇게 그렸다. 의사들은 그것이 질병에서 기원했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한다. 시야가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黃視症)을 의심한다.
그 근거는 고흐가 디지털리스라는 약초를 복용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이 약초는 구토나 우울증 등 다양한 분야에 쓰였다. 고흐가 그린 자신의 주치의 ‘닥터 가셰 초상화’에도 의사 앞에 디지털리스 약초가 놓여 있다.
디지털리스는 ‘황색 시력’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초 성분은 훗날 심장박동을 세게 해주는 강심제 ‘디곡신’으로 개발돼 널리 쓰였다. 이 약이 과잉 투여된 심장병 환자 중에 눈앞에 노란 필터가 낀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약을 끊으면 대개 노란 시야가 사라진다.
망막에는 색을 구분하는 적색, 녹색, 청색 등 3가지 색각 세포가 있다. 디지털리스는 빨강과 초록 인지를 어렵게 하여 그 보상으로 시야를 노랗게 한다.
고흐 작품에는 본래 녹색이어야 할 초목도 노랗게 그려져 있곤 한다.
과다 복용 시 노란 시야를 일으키는 산토닌 성분이 들어간 ‘압생트’라는 술을 고흐가 즐겨 마셨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안과 의사들은 고흐의 노랑을 황시증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김안과병원 망막센터 유영주 전문의는
“약물 중독 형태로 황시증이 생기면, 흰색과 노란색을 구별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파란색과 보라색에 대한 지각이 없어진다”며 “고흐의 작품에는 파란색, 보라색, 흰색이 분명히 들어있기에 약물 중독에 의한 황시증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영주 안과전문의는
“현대 안과 질환 지식으로 보면, 고흐는 젊어서부터 건강이 안 좋고, 예민한 성격이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보아 중심성 망막염에 걸리기 쉬운 상태였다”며 “망막 중심부에 물이 고이는 중심성 망막염의 경우 사물이 누렇게 보인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고흐 그림처럼 사물에 노란색이 더해져 보인다거나, 빛 번짐 후광이 보이고, 회오리치듯 상이 왜곡되어 보이면 망막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여러 안과 논문에서 고흐는 진정으로 노랑을 사랑한 게 맞는다고 추정한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가? 그것도 안과 문제는 아니지 싶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 명작 속 의학> - 5.반 고흐의 『자화상』 - 고흐 작품처럼 사물 노랗게 보이면 ‘중심성 망막염’을 의심해보세요/조선일보.2022. 2. 24.
6.사진 작가 윤정미의 『핑크 & 블루』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어른들이 심은 이분법적 색깔론
무의식적으로 부모 선호 따르다 스스로도 좋아한다고 여기게 돼
“유아기에 형성된 색깔 선호 경향, 성인된 후 性 선택 압박될 수도”
<핑크 & 블루 프로젝트>윤정미 작가 제공
분홍색에 둘러싸인 여자아이, 파란색에 갇힌 남자아이. 사진 작가 윤정미의 <핑크 & 블루 프로젝트>다.
핑크=여자, 블루=남자라는 이분법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은 작품이다. 세계 주요 도시서 이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유명 미술관들이 소장하는 등 윤 작가의 핑크와 블루는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어느 날 분홍색만 고집하던 딸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며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여자아이는 모두 핑크 일색이라는 것을 알고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핑크와 블루 공식은 어디서 온 것일까. 어른들의 설정이 아이에게 이입됐다는 게 정신의학계의 의견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본능적으로 알고 주어진 색깔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사회가 정해놓은 색깔 지침론을 따르게 된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색깔 선호 경향은 4~5세가 되면 마치 아이 스스로가 좋아하는 색깔로 여기게 된다.
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공감연구소의 나 소장은
“그 나이 때 아이들은 사회적 모방 행동을 자기가 한 선택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며 “그러다 초등학교를 지나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알기 시작하고 좋아하는 자기만의 색이 구체화된다”고 말했다.
블루와 핑크 남녀 이분법은 아이가 어른 때문에 치러야 할 ‘색깔 홍역’인 셈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여자아이들은 인형이나 소꿉놀이를 좋아하고,
남자아이들은 공룡이나 자동차를 갖고 놀기를 좋아한다.
인류진화론적으로 사냥 수렵을 했던 남자는 싸움 대상을 선호하고, 집단 안을 지켰던 여자는 인형에 관심을 더 가진다는 것이다. 사회가 규정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성 정체성을 반영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대다수 정신의학자들은 핑크 블루 차이는 타고난 성(性)의 형질 차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성(젠더)과 관습에 따른 차이에 가깝다고 말한다.
지금도 아기 옷 가게 가보면, 여자 옷은 핑크, 남자 옷은 죄다 블루다. 나해란 소장은
“유아기 핑크 블루 이분법은 성인이 되어서 ‘여성성’ 혹은 ‘남성성’에 대한 선택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뇌는 좋든 나쁘든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남성 것, 여성 것’ 같은 습관화된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젠더 이슈가 사회 중심 사안이 된 요즘, 고정된 색깔론에 벗어날 필요가 있기에 윤정미의 핑크 & 블루가 크게 관심을 끌지 싶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 명작 속 의학> - 6.사진 작가 윤정미의 『핑크 & 블루』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어른들이 심은 이분법적 색깔론 /조선일보.2022. 3. 3
7.르누아르의 『목욕하는 여인들』
- 섬세했던 르누아르의 붓 터치를 바꾼 ‘류머티스 관절염’
프랑스의 대표적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여성의 자태와 누드를 묘사하는 데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지녔다. 따스한 색채로 포근함을 표현했다. 그는 “그림이란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1884년作 목욕하는 여인들(왼쪽), 1918년作 목욕하는 여인들(오른쪽).
1884년에 3년에 걸쳐 그린 ‘목욕하는 여인들’에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풍만한 육체, 윤기 나는 머릿결 등을 표현한 섬세한 붓 터치가 눈길을 잡는다.
그랬던 그가 질병으로 그림 스타일이 바뀐다. 50대부터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기 시작했다.
손가락 마디 관절 활막이 염증으로 두꺼워지고 뒤틀렸다. 나중에는 붓을 손에 쥘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창작열은 식지 않았다.
비틀어진 손가락 사이에 붓을 넣고 끈으로 묶어 맨 채 통증을 이겨내며 캔버스에 붓을 찍듯이 그림을 그렸다.
‘목욕하는 여인’을 77세인 1918년에도 그렸는데, 그전 그림과 완전히 다르다.
선이 거칠고, 배에도 지방이 고여서 주름이 잡혀 있다. 여인들보다 황혼 같은 붉은 배경이 더 두드러진다.
손가락 마디가 염주 알처럼 굵고 손가락이 뒤틀린 류머티스 관절염 후유증 탓일 게다.
화가 르누아르는 의과대학 류머티스 관절염 강의 시간에 대표적 환자 사례로 등장한다.
자기 면역세포가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4대1 정도로 여자에게 많다. 주로 30대에 생긴다.
드물게는 르누아르처럼 50~60대에 진단받는 남성도 있다.
배상철 한양대 류머티스병원 교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좌우 대칭으로 손발이 뻣뻣하고 아프다가 낮이 되면서 증세가 조금 나아지는 듯한 게 류머티스의 전형적 증상”이라며 “이런 상태가 한두 달 지속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에 관절이 붉어지는 조조 발적도 특징적 류머티스 증상이다. 배 교수는
“염증 매개 물질에 대한 생물학적 작용을 하는 주사제가 치료에 큰 진보를 가져다 줬고, 최근에는 먹는 약으로 중증 상태를 조절한다”며 “르누아르가 요즘 환자였다면 관절 변형이 생기기 전에 관리받아 섬세한 그림을 더 많이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누아르의 말년 그림을 더 좋아하는 애호가도 많으니, 인생은 고단해도 예술은길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 명작 속 의학> - 7.르누아르의 『목욕하는 여인들』 - 섬세했던 르누아르의 붓 터치를 바꾼 ‘류머티스 관절염’ /조선일보.2022. 3. 17
8.빌럼 더 코닝의 『여인』과 『무제』
- 치매 앓던 화가, 단순해진 색과 선으로 영감 표현
빌럼 더 코닝(1904~1997)은 20세기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작가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과격하고 복잡한 붓 터치 화법으로 여성을 악마적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여인·그림1〉 연작이 유명하다.
그러다 70대가 되며 인지 기능이 감소하면서 화풍이 점차 바뀐다. 1980년대 그린 〈무제·그림2〉 시리즈는 단순하면서 간결한 형태의 그림이다. 그는 그 당시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그 당시 그림에서 치매에서 보이는 특징들이 나타나는데, 몇 개의 단순한 선과 한 가지 색으로 칠한 부분으로 그림이 이뤄졌다”며 “색깔도 전반적으로 파랑과 초록 비율은 줄고 빨간색과 노란색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인지 기능 손상으로 그림이 점차 단순해졌고, 추상표현주의 화가답게 자신의 상태를 그대로 그림에 드러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코닝은 치매를 앓았음에도 말년까지 붓을 놓지 않았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해했다고 한다.
치매 진단‘시계 그리기’테스트
- 주어진 시각은 11시 10분. 완벽한 시계 모양이면 가장 높은 5점. 전혀 시계 같지 않거나 시도조차 못 하면 가장 낮은 0점. 숫자가 빠지거나, 11시 10분을 표시하지 못하는 정도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그림은 치매 진단 도구이자 치유 수단이다. 시계 그리기는 손쉬운 치매 진단법이다.
어르신에게 시계가 없는 방에서 시계를 그리게 해보면, 시계 모양이 인지 기능 정도에 따라 다르게 그려진다.
숫자 1부터 12가 제대로 표기됐는지, 숫자 간격은 일정한지, 긴 침과 짧은 침으로 주어진 시각을 정확히 그렸는지 등을 보고 점수를 매긴다.
이 점수는 뇌 영상이나 신경 인지 검사 등으로 한 치매 검사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
단순히 시계를 그릴 수 있다와 없다로 구분하여 치매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도 있다.
치매 환자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미술 치료는 치매 진행을 늦추고 심리적 안정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붓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집중력이 높아져 자신감도 되찾는다.
강성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손과 눈의 동작이 조화로워지고 소근육 운동이 활발히 이뤄진다”며 “색채와 형체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리는 대상이나 주제를 대해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담아 자발적인 이야기를 꺼내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 명작 속 의학> - 8.빌럼 더 코닝의 『여인』과 『무제』 - 치매 앓던 화가, 단순해진 색과 선으로 영감 표현/조선일보.2022. 3. 24
9.파킨슨병 앓은 화가들 - 파킨슨병 약물 치료 받고 새로운 아름다움에 눈뜨다
도파민 늘며 감성적으로 변화… 사실주의 화풍서 인상주의로
저명한 국제학술지 신경학 저널에 파킨슨병을 앓는 화가 이야기가 여러 차례 실렸다.
파킨슨병을 앓고 나서 그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한 논문들이다.
파킨슨병은 뇌 속에서 신경호르몬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도파민 부족으로 몸이 경직되고, 손이 떨리고, 보행이 느려진다.
파킨슨병이 일찍 찾아온 47세 남자 화가 스토리가 신경학 저널에 소개됐다.
화가 이름은 환자 정보이기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 화가는 진단 8개월 전부터 그림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고 한다.
쉬는 동안에 손이 떨렸고, 보행 속도가 느려졌다.
도파민 약물 치료를 받았고, 나중에는 도파민 생성 신경 조직에 전극을 꽂아 전기를 흘리는 치료, 뇌심부 자극술을 받았다. 적절히 치료를 잘 받은 셈이다.
파킨슨병을 앓은 47세 남자 화가의 작품.
병이 나기 전에는 사실주의 화풍(위 그림)이었으나, 치료 후에는 도파민 분비가 늘면서 인상주의 화풍(아래 그림)으로 바뀌었다. /국제학술지 신경학 저널
그러고 나서 그림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왔다. 그는 본래 사실적 묘사를 추구하는 현실주의 화풍 화가였다<위 그림>. 치료 후에는 그림이 인상주의풍으로 바뀌었다<아래 그림>. 같은 화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화가는 자신이 좀 더 감성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논문을 쓴 신경학자는
“도파민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킨다”며 “감소된 도파민이 치료로 다시 늘면서 창조 과정에 감정적인 느낌이 높아져 인상주의 그림을 그리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실은 다소 미화되어야 더 아름답게 느끼는 법인가, 아무튼 도파민이 있어 행복한 셈이다.
68세 일본인 화가도 파킨슨병으로 도파민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그림을 계속 그렸다.
나중에는 병의 증세로 얼굴에 표정이 사라지는 가면안이 됐다. 신체는 느려졌지만, 정신은 뚜렷해졌다.
그는 애초 추상화 작가로, 눈으로 본 것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여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파킨슨병 후유증으로 재구성 능력이 사라져, 보이는 대로 그리는 화풍으로 바뀌었다.
고령사회를 맞아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1만여 명으로 늘었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다.
초기 증상들로는 글씨 크기가 전에 비해 작아졌거나, 걸을 때 발이 땅에서 잘 안 떨어지고 끌리거나, 손으로 단추를 잠그는 것이 힘든 것 등이 있다.
허영은 분당차병원 신경과 교수는
“초기에는 운동 장애 외에 수면장애, 후각장애, 변비, 우울증상 등 다양하게 나온다”며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이뤄지면 병의 진행을 늦추면서 일상은 물론 사회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과 화가. 질병은 그들을 또 다른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 명작 속 의학> -9.파킨슨병 앓은 화가들 -파킨슨병 약물 치료 받고 새로운 아름다움에 눈뜨다 /조선일보.2022. 4. 7.
[출처] 『명작 속 의학Ⅰ』-▣칼로-수술후고통▣모네-백내장▣달리-이비인후과적 머리▣다이앤 덴젤-코골이▣고흐-중심성망막염▣윤정미-어른의색갈론▣르누아르-류머티스관절염▣코닝-치매▣파킨슨병약물영향|작성자 ohyh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