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목요일은 부처님 오신날 전전날, 각 사찰마다 큰 행사를 앞두고 아주 분주할 때이죠. 무엇보다 연등이 가장 빛나는 기간, 도시의 야경과 함께 잘 어울리는 연등을 보는 것은 또다른 기쁨이고 기회입니다. 그래서 연등 보러 조계사와 안국동 일대를 걸었습니다.
이날 달빛걷기에는 아주 반가운, 오케스트라에 매일 아침마다 신선한 시를 배달해 주시는 어느덧님이 함께 했습니다. 멀리 고창 여백의 길을 개척하고 가꾸시는 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벌써 두 번이나 걸으신 분인데 오는 29일 다시 세 번째 대장정에 오르신다고 하시네요. 산티아고 출발 전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인사도 나눌겸 참가하셨습니다.
어느덧님은 고창 여백의 길 개척자이면서 꾸준히 관리하시는 등 체력 및 몸 관리에 철저하신 분, 아직도 청춘이십니다. 이번에도 40여 일 일정으로 다녀 오신다고 합니다. 몸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계셔도 신선한 시는 매일 배달하시고, 지난번처럼 걸으시면서 현지 소식을 자주 전해주시겠다고 하시네요. 참가자 모두 어느덧님의 무탈과 건강한 걷기를 기원하고 축원했습니다.
안국역 1번출구에서 바로 옆 공예박물관을 지나 열린송현녹지광장을 거쳐 두가헌 옆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인 법륜사를 먼저 들릅니다. 여기 법륜사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총무원입니다. 태고종 본부와 같은 곳이죠. 한국인들은 불교하면 대부분 조계종만 생각하는데 태고종 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불교총본산 조계종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태고종 총무원이 있다니 좀 묘한 생각이 듭니다.
조계종과 태고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혼 유무입니다. 태고종 승려들은 이른바 대처승,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죠. 가수 이선희의 아버지가 대처승이었고 범패 전수자입니다. ‘태백산맥’의 저자 소설가 조정래의 부친은 순천 선암사 대처승이었죠. 전남 순천 조계산에는 조계종의 큰절인 송광사와 태고종의 수행총림이자 아름다운 절인 선암사가 마주보듯이 있습니다. 태고종 본원은 안산자락길, 연세대 위의 봉원사입니다.
산티아고 출발 전 어느덧님도 참가, 힘찬 응원을 함께 했습니다.
왼쪽부터 소연님 봄바람님 아이런님 어느덧님 오월이님 산타페님 바위님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조계종과 태고종이 갈등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일제강점기 일본불교의 침탈로 인한 것입니다. 일제는 한국불교를 일제식으로 대처승 위주로 재편합니다. 일반 수도승은 핍박받고 주지도 못되고 그런 상황에서 해방이 되자 이제는 거꾸로 대처승들이 절에서 쫒겨나가고 이승만 정권은 결혼하지 않은 비구승 중심으로 불교계를 재편하죠.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가장 난처한 분이 만해 한용운 선생이죠. 개혁불교를 부르짖고 3.1운동 항일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 한용운 선생은 승려로도 이름이 높았는데, 일본에게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실용불교가 되어야 하고 인구도 늘려야 한다면서 결혼을 하고 아들과 딸(한보국과 한영숙)을 얻습니다. 총독부에 대처승을 인정하라는 건의문을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죠.
조계종과 태고종은 종교의 본질, 일제 식민정책, 수행자의 사회적 역할 등이 맞물려 아주 복잡합니다.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단양 구인사 중심의 천태종은 결혼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걸으면서 설명중에 한용운 선생이 딸을 얻고 나서 ‘불필(不必)’이라고 했는데 낙화의 착각,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로 유명한 성철스님이 둘째 딸에게 내린 법명이죠. 불필은 “하필(何必)을 알면 불필(不必)의 뜻을 안다”는 뜻에서 불필이라는 법명을 준 것인데, 성철 스님이 대처승은 아니었고, 산청 지주의 아들로 일찍 장가를 갔다가 둘째 임신 중에 출가를 한 것이죠.
조계종과 태고종의 차이를 설명하다가 쓸데없이 재미없는 불교역사 얘기가 길었습니다. 조계사를 나오면서 어느덧님은 바쁘셔서 귀가하시고, 남은 우리는 인사동을 거쳐 순라길, 창덕궁 앞, 아라리오 뮤지엄을 지나 안국역 앞에서 멈췄습니다.
불교는 우리 생활과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하지만, 나이들면서 산속에 있는 절을 찾는 일이 많아지고 절에 가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불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많아지면, 나의 삶이 조금은 풍부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낙화는 무늬만 천주교 신자인데, 점점 성당과 절 같은 곳에서 평안을 기원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성당과 절이 아니더라도 어느덧님이 낭송하신 시 “이 순간 내가 /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처럼 지금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만족합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3차 산티아고 순례임에 임하는 어느덧님의 열정적인 모습
요즘 안전제일... 송현광장 전망대가 저녁 7시에 출입금지...
삼청동 가는 길 두가헌 뒤에 있는 법륜사... 태고종 총무원입니다.
태고종 본산은 금강산 유점사에 있고, 여기는 서울 포교원인데 '불이성'이라고 표현하네요.
이름도 비슷한 법련사, 조계종 송광사 서울분원입니다. 전남 순천에 있는 송광사 소속 절 중 서울에 있는 가장 큰 절은 성북동 길상사... 이 인연은 법정스님이 송광사 출신이어서죠.
송현동 맞은 편, 조계사 가는 좁은 길목은 예전 도화서가 있던 곳. 도화서는 조선시대에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하기 위하여 설치되었던 관청.
어느덧님이 옥파 이종일 선생 공원에서 멋진 시 낭송을 해주셨습니다.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손이 썩어가는 그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하얀 연등은 망자들을 위한 연등이라고 아이런님이 알려주셨네요.
특정종교를 너무 강조할 일도 없죠. 가르침만 잘 따르면 될 일. 일반 시민들의 가장 큰 덕목은 포용정신 아닐까요~~
조계종 소속 합창단이 찬불가를 부르는 등 음악회가 열리고 있네요.
바위님과 어느덧님... 언제가 바위님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하시겠죠~~
아기부처
도심 안에 큰 절은 아주 좋은 휴식공간이기도 하죠.,
아기부처와 함께
어느덧님과 낙화도 오랜 인연., 어느덧님의 건강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기원했습니다. (바위님이 찍어주셨습니다)
정문 앞에 연등이 화려. 이번에 낙화는 도화서길을 통해 후문으로 조계사에 입장해서...
소연님이 자주 참가하시고 잘 걸으시고 건강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 기쁩니다.
순라길에서 잠시 휴식 중.... 생각하보니 조계사 인사동 순라길 가는 길 중 휴식을 안해서...
최근 복원된 종묘-창덕궁 길을 통해 돈화문 앞에서... 현재 경복궁 앞에 복원공사가 바로 이 월대를 복원하는 일이죠...
예전 김수근의 공간사옥, 지금은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표지판만
달빛걷기를 마치고... 감사합니다.
첫댓글 세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여전하신 어드덧님의 강건함과 도전에 경의를 표합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낙화님 덕분에 오늘도 공부합니다.^^
조계종과 태고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혼 유무
이 부분은 확실하게 입력되었네요~ㅎ
밤늦게까지 수고많으셨습니다.^^
달빛걷기를 리당하시고 모두들 잠든 시간에 후기를 작성하여 올렸네요.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어느덧님 만나뵈서 반가웠고 멋진 산티아고 도보여행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아름다운 밤 함께하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조계사의 화려한 연등 첨 보았네요~~~
덕분에 대웅전 들어가 기도도 하공~뜻깊은 밤 산책이었어요~ㅎ
오늘 첨 뵈었지만..먼길 떠나시는 어느덧님~건강하게 대장정을 마치시고 무탈하게 돌아오시길 빕니다~
아름다운 밤 산책 함께 해주신 분들 넘 감사하고
낙화님~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떠나기전 오케스트라 회원들께
인사드리려 나갔다가 오히려 앞풀이 대접도 받았으며 감사드립니다
머나먼 길 잘 다녀오겠습니다
회원님들 모두 힘차게 걸으시어 건강히 계십시오
뵌 적은 없지만, 인사드립니다.
가야산입니다 ^^
산티아고 순례길! 무척이나 걷고 싶은 길인데
어느덧님은 벌써 세 번째라고 하시니..
우문인 줄은 알지만 왜? 무슨 이유로? 세번 씩이나?
순례길은 마치 끊을 수 없는 중독? 같은 건가요? ^^;;
무엇보다 건강 잘 돌보시고
행복한 여정 되시기 바랍니다. ^^
@가야산 저도 뵙지는 읺했지만 글로 감사드립니다
첫번째는 얖만 바라보며 빠르게
두번째는 좌우 살펴보며 천천히
이번엔 뒷모습을 생각하며 참 자아 찾으렵니다
제 자신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힘차게 걸으시어 건강한 나날 보내십시오
@어느덧
네 잘새겨보겠습니다
바쁘실텐데 답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느덧 뒷모습을 생각하며 참 자아를 찾으러 떠나신다는 어느덧님의 글에 겸허한 마음이 듭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선 어떤 시를 배달해 주실지 몹시 기다려지는군요~^^
어느덧님의 아름다운 내면과 조우하며 걸으시는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어느덧님의 네번째 순례길은 어떤 의미일지도 벌써 궁금해지는군요~^^
@이프 이프님! 반갑습니다. 그동안 귀한 댓글 고맙구요
이젠 나이들어 주변분들 걱정이 많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즐기며 여유롭게 걸을 생각입니다
격려와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안국동 주변을 차타고 지나 다니고
걸어서 다녀도 ...수박 겉핧기 였어요
구석구석 걸으며 문화해설사 이**님의
해박한 지식에 다 기억할진 몰라도 3개월은
울겨먹을수 있다는 얘기는 기억할듯
밤 마실 나온듯 같이 동행한 단원님 즐거웠고
산티아고 다녀오실 어느덧님 화이팅 입니다
열독했어요.조계종.태고종.천태종.
감사합니다 ~^^
어느덧님.서울오셨는데 뵙지도 못하고~먼길
평안히 다녀오세요 ~^^
곰이네님! 응원에 고맙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달빛 온몸으로 받으며 시원한 밤공기 마시며
골목골목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긴 길을
이 해설사님 ㅋ 덕분에
마음의양식도 넓이고 건강도 챙기고
즐거운 밤 산책했습니다
함께 걸으신 모든 분들
부처님의 자비로 늘 건강하시고
항상 마음의 평화가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
수고하셨어요 낙화님~~^^
어느덧님의
열정에 박수를
한 걸음 한 걸음이
행복한 걸음이시길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