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혐의와 음주 운전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2024.5.21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할 때 조남관 변호사가 동행했다.
조 변호사는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됐을 때 대검 차장검사로 총장 직무 대행을 했던 사람이다.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했던 사람이 김호중을 마치 수행하듯 바로 뒤에서 함께 출석했다. 조 변호사는 며칠 전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올 때도 바로 뒤에서 동행했다.
검사장이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외부 시선을 의식해 잘 하지 않는 일이다. 변호사가 누구든 변호할 수 있지만, 검찰 2인자까지 지낸 사람은 몸가짐이 달라야 한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사람은 사건을 가려 수임하고, 갈 곳과 못 갈 곳을 분별하는 등 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검찰 조직 전체와 관련된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건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호중의 범행을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지시한 사건이다.
김씨 측은 사건 발생 이후 계획적 허위 진술, 운전자 바꿔치기, 증거인멸 등 ‘사법 방해 종합 세트’ 같은 일을 벌였다.
일반 변호사가 아니라 전직 검찰총장 직무 대행이라면 한 번쯤 수임을 고민했어야 할 사건이다. 후배 검사들과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나.
전직 검경 고위직들의 처신이 문제가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은 대검 형사부장 재직 때 자신이 보고받고 지휘한 금융 사기 사건의 일당 중 한 명을 변호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다단계 사기 수사의 전문성을 내세워 다단계 업체를 변호해 수임료 22억원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때 임명된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은 퇴직 후 국가수사본부 수사를 받고 있는 대형 입시 업체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논란이 일자 사퇴하기도 했다.
돈 앞에서 부끄러움을 잊은 전직 고관들의 모습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