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일요일 아침, 영도 가가호호에 한진유인물을 뿌렸습니다.
10시에 만난 두 팀은 각각 봉래시장과 남항시장으로 갔고요.
11시가 넘어 한진으로 가니 거북님과 늘 같이 다니는 어르신 한 분 계시더군요.
저까지 포함 세 명이서 조를 짜서 한진에서 산복도로를 타고 올라가 청학시장까지 걸으며 유인물을 배포 했습니다.
이렇게 집집마다 꽂았습니다.
마음이 청춘인 분들 이십니다. 뵐 때마다 곧고 청아하다는 느낌이 드는 어르신들.
어르신이 산복도로를 걷다가, 지인 분을 만났습니다.
그 아저씨가 "아이구~ 어쩌다 이런 일을 또 하게 됐습니까"라고 하니,
어르신이 딱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내 새끼들 일인데"
그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전달이 되어서 순간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타인에 공감하는 태도와, '이타적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영도 곳곳에는 이렇게 다닥다닥 붙은 주거지가 많습니다.
어려운 삶 속에서 한진 조합원들의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의 말씀처럼 내 자식의 일로, 내 이웃의 일로 생각한다면..
그냥 쉽게 남 일처럼 생각해 버리진 않겠지요.
우리의 일이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사회적 연대의 밑바탕 아닐까요.
곳곳에 이런 전단도 있더군요. 보수이데올로기의 시대가 진정으로 도래한 것인가 싶어 씁쓸한 마음도 들고요.
청학시장으로 가는 길, 동네 꼬마들이 놀고 있습니다.
점점 동네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가 힘드네요.
그래서 더욱 정겨워 보였고,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니 답답한 마음도 뻥 뚫리는듯.
청학시장엘 가니 상인들이 반갑게 맞아 줬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여론이 별로 안 좋을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의외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한진 우찌 돼 갑니까? 얼른 해결돼야 될낀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라며 유인물을 주니,
"아이고~ 저희가 뭐 고생이랄게 있겠습니까."
점심 때가 되어 청학시장 안 분식집에서 잔치국수와 막걸리를 먹었습니다.
거북님은, 상인들에게 "우리가 즈 김진숙이 높은데 올라있을 때 여기 왔던 패거리들 입니다"라고 얘기 했습니다.
국수를 먹으며 어르신들은 정선아우라지에 관한 얘기를 했습니다.
젊을 적에 철도역장을 해서 전국 방방골골을 잘 아신다며..
어릴 적에 따뜻한 방에 이불 덮고 누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얘기 같은 그런 아련한 이야기 였습니다..
가난한 오누이가 시장에 물건을 내다팔러 갔는데
태백으로 흐르는 좁은 강줄기가 소낙비에 불어서 오누이가 강을 두고 서로 갈라졌다고 합니다.
그 때 오빠가 누이에게 물건 판 돈을 전해주겠다고 강을 건너다가 빠져 죽었다는 슬픈 민담.
문득 최강서 동지 생각이 나더군요.
여기는 3차 희망버스 때 밤을 지새웠던 수변공원 입니다.
주변에 작은 조선소에서는 일요일인데도 바쁜지 분주한 소리를 내고 있더군요.
뭐에 쓰는 돛단배인고.
수변공원에 오니 희망버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희망버스는 운동에서 잠시 떠나갔던 선배들도 다시 오게 했고,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시민들도 관심을 갖게 했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했지요.
거기서 맺어진 인연들이 참 많다, 남은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발대 윤대표님과 만나서 다시 유인물 작업 고고씽~
고난 같은 삶 속에 작은 휴식,
청학시장 일대를 돌다가 만난 동지들 ㅋㅋ
어느 집에 터 잡은 길냥이들. 무심한듯 정성스레 매일 밥을 챙겨주는 분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단 한가지 맘에 걸리는 것은, 이미 새끼가 새끼를 낳아서 3대가 같이 사는 것 같아 보이네요.
길고양이들을 거둘 때는 꼭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합니당! 'ㅁ'
한진으로 돌아와 공장앞 식당에서 맛난 저녁을 먹고~ 천막 안에서 전기장판에 누워 잠시 쉬다가
저녁 집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지만 평일보다 박수도 많이 치고 함성도 많이 지르고
더 좋은 분위기 였네요.. 두빛나래 몸짓공연!
연습할 시간도 많지 않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열정 가득한 공연을 해 주었어요.
제가 발언을.. 그 날 선전전 했던 것과 여러 느낌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자현 선배 공연! 본인이 삘 받아서 평소보다 더 잘 불렀고 그래서 박수를 많이 받았던 날.
집회 전에도 꺄르르 웃으며 뛰어 놀던 아이들. 집회가 끝난 후 달리기 시합을 한다며 준비중 입니다.
아이들이 오니 농성장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영도 곳곳을 산책도 하고, 기분 탓인지 여느 때와 다르게 집회도 분위기가 좋았고요.^^
알찬 하루였네요. 평소에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는데 걸으며 이것저것 많은 생각들도 했습니다.
쉴 때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에 TV만 보게 되고요.
삶에는 늘 휴식이 필요한 것 같네요.
언제 한번, 영도 골목투어 겸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인물 배포를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모두 수고 많았죠 ㅋ.. 전 다리가 풀려서 혼났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대규모로 했으면 합니다.^^
같이 했어야하는데 사진 보니까 억수로 미안하네요.... 다음에는 같이 합시다~~
다들 고생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