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의 중원을 노리는 세계 자동차 대전이 벌어졌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르 운트 슈포르트>(auto motor und sport)를 포함한 유럽 11개 매체가 정상급 미드사이즈 세단 11대를 불러 모았다. 신형 아우디 A4, 마쓰다 6, 크라이슬러 세브링 등 유럽, 일본, 미국차들이 시험대에 섰다. 11명의 드라이버가 몰고 나온 메이커 대표작을 8명의 국제심판이 평가했다. 글|아우토 모토르 운트 슈포르트(auto motor und sport) 사진|ams & 각 메이커 미디어
마스터-테스트의 정상에 오른 아우디 A4. 스포츠카처럼 믿음직하다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고의 토크, 돌파력과 경제성을 자랑한다
“아우디 TFSI는 힘차고 조절력이 뛰어나다” ―마르코 토마치, 크로아티아
테스트 코스나 도로에서나 경쾌하고 팽팽하며, 직접적이고 안전하다
6단 기어박스와 맞물린 직렬 4기통 2.0ℓ 143마력 엔진
직접적이고 분명한 핸들링은 맛깔스런 칵테일을 연상시킨다
마스터-테스트에서 혹독한 테스트를 받은 크라이슬러 세브링
파사트와 같은 발레오제 할로겐 램프를 썼다
가열 컵홀더는 괜찮은 아이디어
폭스바겐 파사트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포드몬데오의 밝은 색상 운전석 터치스크린
가변형 테일램프
터치스크린은 햇빛 때문에 시인성이 떨어지고 사용도 까다롭다
여유 있는 실내공간에 상당한 주행성능을 갖췄다
마쓰다 6의 스티어링 감각과 각종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만일 마쓰다가 스포티한 성격을 충분히 살린다면?” ―크리스토프 콩그레가, 프랑스
신형은 덩치가 커졌지만, 전보다 가볍고 역동적이다. 그러나 서스펜션 안락성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젖은 노면에서의 테스트에서 벤츠는 선두를 달렸다. 뛰어난 조향력으로 한계상황의 거동을 다스렸다
둥근 계기는 보기 쉽고, 모범적인 디지털 모니터를 갖추었다
시인성이 좋은 리어램프
경쟁차 중 배기량이 작은 1.8ℓ 엔진을 수퍼차저가 보완한다
헬라 조명 시험장에서 6개의 바이 제논 모델과 5개의 할로겐 모델이 맞붙었다
중위권에 그친 벡트라. 하지만 핸들링은 대체로 안정적이다
공간은 넉넉하지만 기본형은 좌석이 몸에 잘 맞지 않아 불편하다
비교모델 중 최대 배기량인 2.2ℓ 유닛. 저회전대에서 필요한 추진력을 낸다
열악한 페달감각과 제동속도 때문에 벡트라는 하위로 떨어졌다
푸조 407은 슬라럼 코스에서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빗길 이중 차로변경 시험에서는 크게 밀렸다
앞좌석은 안락한 편
멋을 부린 쿠페형 스타일 때문에 뒷좌석 거주성은 손해를 봤다
직렬 4기통 2.0ℓ 140마력 엔진
각종 버튼이 즐비한 센터페시아. 지나치게 복잡한 편
라구나는 실내가 비교적 넓고 제작품질도 좋다
테일이 매끈하게 내려간 독특한 스타일
일정한 범위 안에서 강력하면서도 중립적인 자세로 안전하게 달린다
얼굴을 치장한 9-3은 2005년 테스트 때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독특한 주차 브레이크 등 사브다운 실내 디자인이 돋보인다
언더스티어로 인해 테일이 밖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빗길 테스트에서는 불안한 거동을 보였다
파사트는 테일이 약간 성급하고 가볍게 흔들린다. 그러나 비교적 차분한 핸들링이 스피드와 안전성을 뒷받침한다
파사트의 실내는 공간배열과 수납공간이 돋보인다
“파사트는 쓸모 있는 공간이 많고, 편안하고 힘차다” ―크리스티안 스테레라, 루마니아
중형세단은 자동차 시장의 핵이면서 왜건을 비롯한 다목적차, 콤팩트 SUV와 밴의 끈질긴 공략 앞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와중에서 여전히 시장의 중원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메이커들은 저마다 명예를 걸고 시장 확대를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아우디 A4, 마쓰다 6, 르노 라구나 신형이 나왔으며 전자 주행안정장치(ESP), 첨단 에어백 등 다양한 안전장비가 잇따라 채택되는 등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
이에 <아우토 모토르 운트 슈포르트>(ams)는 유럽의 15개 자매지와 손잡고 11가지 모델의 비교 시승에 들어갔다. 시승 거리는 아우토반과 지방도를 포함해 약 4천km. 여기에 더해 폭넓은 정밀 테스트를 거쳤다. 데크라, 헬라 램프 터널에서의 헤드램프 시험도 치렀다. 야간주행 시험에는 안전성의 취약점을 검증했다. 빗길과 고속코너 시험도 거쳤다. 유럽 전역에서 차값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비교시승에는 경제성 비교 카테고리를 제외했다. 가령 아우디 A4는 스위스에서 2만6천335유로(약 3천648만 원)지만 노르웨이에서는 4만3천78유로(약 5천968만 원)에 이른다.
AUDI A4 1.8 TFSI 1위 클러치와 프론트 액슬, 디퍼렌셜의 위치 변화가 없더라면 신형 A4가 마스터-테스트에서 정상에 올랐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프론트 액슬은 한층 앞으로 뻗어나갔고, 엔진은 약간 뒤로 물러났다. 따라서 프론트의 무게를 줄이면서 차체를 둥글리는 데 성공했다. 그에 따라 무게배분은 한층 합리적이고, 핸들링은 중립적이며, 스티어링은 정확하다. 구형도 빈약하지 않았지만, 신형은 단연 발전했다. 중립적 핸들링은 서스펜션 안락성과 조화를 이루었다. 따라서 아스팔트 노면이 나빠도 힘차고 매끈하게 달릴 수 있다.
A4는 긴 휠베이스가 달리기 성능을 크게 돕는다. 그와 함께 4.7m의 길이가 실내 공간을 넓혀 준다. 다만 공간감각은 차체가 짧은 라이벌들보다 좋지 않다. A4의 콕핏은 운전자에게 호의적이다. 운전석은 조절 범위가 아주 넓어 융통성이 있다. 시트는 옆받침과 더불어 신체지지 기능이 뛰어나다. 뒤로 넓게 뻗어나간 센터터널은 장거리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A4는 앞좌석에서도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뱅&올룹슨 사운드가 옵션으로 준비되어 있다. 청량한 덴마크 사운드가 505W의 파워를 타고 흐른다. 한편 칼칼한 브레이크가 아우디 A4를 휘어잡는다. 페달감각은 정확하고, 경주차처럼 행정이 짧다. 뒤이어 테스트한 제동력에서는 단연 동급 최고를 기록했다. 그와는 달리 분할 제동성능은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엘크 테스트(스웨덴에서 시작한 주행성능 시험. 북극사슴이 갑자기 뛰어든다고 가정한 방어운전)와 고속 회피동작에서 정상에 올랐다.
아울러 흠잡을 데 없는 서비스, (옵션인) 차선변경 보조장치 등 안전장비가 돋보인다. 탄탄한 품질, 힘차고 경쾌하고 경제적인 1.8ℓ 직분사 터보 엔진이 A4를 정상으로 밀어 올렸다. 새로 사용한 디퍼렌셜이 한몫 거들고 있다.
BMW 318i 5위 흔히 318i는 좋은 친구에게 권하는 차로 통한다. 인체공학적인 좌석위치와 함께 직접적 주행감각이 돋보인다. 외형적인 효과보다는 차분하게 품위 있는 분위기가 깔끔한 마무리와 어우러졌다. 한편 상당 기간 화제에 오른 i-드라이브는 숙달될 때까지 얼마쯤 시간이 걸린다.
패밀리카의 절대적인 틀에서 벗어났고, 서양의 장신 승객이 뒷좌석에 타고 다닐 일은 별로 없다. 그리고 산악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언덕을 오를 때 뒷바퀴가 밀어 주는 뒷바퀴굴림 BMW를 선호한다. 따라서 아무 걱정 없이 318i를 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수송업자, 달걀 소매상과 부업으로 택시를 몰고자 하는 사람들은 좀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동급차로 눈을 돌리면 힘이 더 뛰어난 엔진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143마력을 내는 2.0ℓ 엔진(최대토크 19.0kg·m/4천250rpm)은 운전이 즐거운 정밀한 6단 기어박스를 곁들여 가장 높은 달리기 성능을 낸다. 그러나 출력과 토크가 말해 주는 돌파력은 중위권에 머문다. 2.0ℓ 직분사 엔진은 경제적이다. 콤팩트한 중형세단의 연비는 7.0ℓ로 100km를 달려 14.0km/ℓ. 자동식 기통정지 기능과 경제형 기본장비가 도움을 주고 있다. 분리형 램프 시스템과 냉각공기 흡입구의 공력적 블라인드가 힘을 합친다. 3시리즈는 필요할 때 빨리 달릴 수 있다. 직접적이고 의사전달이 분명한 스티어링은 구동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균형 잡힌 무게배분과 뒷바퀴굴림이 손잡고 맛깔스런 운전 칵테일을 빚어냈다. 이 칵테일은 뒤끝 없이 상쾌하다. 게다가 전자 주행안정장치가 필요할 때 도와준다. 따라서 후륜구동 BMW는 흔들리지 않고 장거리 코너를 잘 빠져 나간다.
콤팩트한 3시리즈는 고전적인 4.50m 중형 세단의 레이아웃에 직렬 엔진의 파워트레인 컨셉트를 담았다. 앞뒤 무게 균형이 잘 잡혔지만, 덩치가 더 큰 라이벌에는 뒤진다. 하지만 친구에게 보낸 추천사를 뒤집을 만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CHRYSLER SEBRING 2.0 크라이슬러 세브링은 포드 몬데오와 함께 경쟁차 중 큰 덩치를 지녔다. 길이 4.85m로 마스터-테스트 시승차 11대 중 가장 길지만 테스트 결과는 길이와 비례하지 않았다. 세브링의 값은 르노 라구나 다음으로 싸지만 경쟁차 중 크게 돋보이는 장점은 많지 않다. 역시 가장 큰 장점은 차체 크기. 비교시승한 C클래스 윗급의 E클래스와 맞먹는다. 그러나 실내의 공간감각은 차체 크기만 못하다.
세브링의 156마력 4기통 2.0ℓ 심장은 19.4kg·m/5100rpm의 최대토크를 내지만 큰 덩치로 인해 돌파력은 다소 떨어진다. 특히 덩치에 비해 작은 심장으로 주행안전성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슬라럼, ISO 지그재그 시험 또는 빗길 트랙 주행, 물을 흘려 놓은 원형 코스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할로겐 방식의 헤드램프 또한 제논 램프를 쓴 상위권 경쟁차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SPOTLIGHT 안전장비는 각양각색 중형세단에 안전장비를 완전히 갖춘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는 거의 완벽한 장비를 갖추었다. 벤츠의 예방안전장비인 프리세이프 시스템은 영국에서 기본장비다. 사브 9-3은 ESP를 옵션으로 돌렸다. 폭스바겐은 영국과 프랑스 수출형에 지능형 에어백을 달지 않았다. 반면 폴란드와 스위스에서는 조수석 에어백 해제장치를 무상으로 달아 준다. 한편 BMW는 사이드 에어백을 기본장비에 넣었다. 독일, 이태리와 영국에서는 텔레매틱 옵션을 판매한다. 그리고 아우디는 노르웨이 규격 때문에 뒷좌석 사이드 에어백을 달지 않았다.
FORD MONDEO 2.0 4위 몬데오는 라이벌 중 가장 당당한 풍채를 자랑한다. 길이 4.84m, 너비 1.89m의 차체를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다듬었다. 덩치가 큰 포드는 차체와 실내 처리에서 가장 앞섰다. 라이벌들을 앞설 뿐 아니라 실내 공간은 중형차로서는 흠잡을 데 없다. 공간감각도 마찬가지다. 좌석은 넉넉하나 옆받침이 보통 수준에 그친다. 거대한 뚜껑에 가려진 기본형 트렁크 용량은 550ℓ로 폭스바겐에 뒤이어 2위. 차체가 뒤로 흘러내려 시야가 별로 좋지 않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폭을 넓혔다.
무게 1천505kg의 몬데오는 그다지 튼실한 볼륨 모델은 아니지만, 회전능력이 뛰어나다. 말을 바꿔, 민첩하고 지향성이 뚜렷한 스티어링이 중간에 잠시 머뭇거릴 뿐 정확하게 방향을 잡는다. 얼마 동안 언더스티어 기미를 보이던 몬데오는 횡가속을 중립으로 전환한다. 따라서 꼬리를 밀어내며 흔들어대는 일이 없다. 정교한 ESP가 개입할 필요가 전혀 없다. 5단 트랜스미션과 짝지은 2.0ℓ 엔진은 좀더 손질할 필요가 있다. 소음이 아주 크고 가벼운 진동이 있다. 무거운 덩치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상당히 뒤진다. 또 다른 약점은 센터콘솔의 터치스크린. 햇빛 때문에 읽기 어렵고, 메뉴가 각기 달라 사용이 까다롭다. 계기 사이에 끼어 있는 5인치 모니터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모니터는 큼직한 계기와 단순한 정보공개 기능을 대신한다.
서스펜션은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공차일 때 깊은 굴곡과 작은 요철을 잘 타고 넘는다. 그러나 만차일 때는 기능이 좀 떨어진다.
MAZDA 6 2.0 한마디로 마쓰다가 해냈다. 신형 6은 구형보다 가볍다. 신형은 덩치가 크게 자라고 장비도 훨씬 많아졌다. 그럼에도 일본 메이커 마쓰다는 값비싼 하이테크를 배제하고 재치 있게 소재를 활용하여 무게를 줄였다. 휠캡에 후두둑 부딪치는 자갈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쓰다 6을 살 때는 이 차가 갖고 있는 역동적인 레이아웃과 성능을 따져 보아야 한다. 라이벌 가운데 이만큼 서스펜션과 댐퍼가 단단한 모델이 없다. 쿠션이 딱딱한 시트도 한몫 거들어 크지 않은 요철을 집요하게 타고 넘는다. 마치 긴 파도를 타는 듯하다. 더구나 짐을 실었을 때 부드러운 승차감은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전체적으로 코너링 거동은 들쭉날쭉하다. 감각이 약간 무딘 스티어링은 중심부에서 뚜렷한 무감각 구역을 드러낸다. 한편 고속직진 중 횡가속 기미를 알아차리면 거동이 활기를 띤다. 1천358kg의 마쓰다 6은 민첩하고도 중립적으로 옆미끄럼을 막았다. 게다가 시야가 뛰어나 슬라럼 및 아우토반 주행에 중위권을 지켰다. 극한상황에서는 정밀하고 결정적인 전자 주행안정장치가 지원에 나서 과도한 하중이동 반응을 누그러뜨린다. 코너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면 결정적 순간에 테일을 밖으로 돌려 대처한다. 마쓰다는 여기서 역동적 감각을 살린 예리한 레이아웃을 선보였다. 하지만 미숙한 구석이 나타난다.
실내에는 놀라운 점이 보이지 않는다. 딱딱하지만 고급스런 플라스틱 소재를 쓴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 폭넓고 무난한 서비스와 시원스런 실내공간을 마련했다. 스티어링 버튼과 디지털 모니터의 새로운 시스템이 집중되어 있다. 중위권 출력에도 불구하고 마쓰다 6은 토크가 가장 떨어진다. 기어비가 짧은 6단 트랜스미션은 상위권에 들었다. 100km에 10.2ℓ(연비 9.8km/ℓ)는 라이벌들 중 중하위로 내려간다.
MERCEDES-BENZ C180K 3위 신형 C클래스는 램프 성능에서 라이벌들을 멀찍이 앞섰다. 옵션인 바이 제논 램프의 먼 거리를 정확하게 비추는 탁월한 성능과 함께 중형세단 부문에서 이상형으로 꼽힌다. 수수한 덩치에 괜찮은 실내 감각을 자랑한다. 그리고 트렁크 용량(475ℓ)도 넉넉하다. 달갑지 않은 변화는 1.5톤을 넘는 육중한 무게. 그러나 C180K는 시야가 좋을 뿐 아니라 조용하고, 승차감이 편하다. 크고 작은 요철을 매끈하게 타고 넘는다. 한계상황에서도 기계식 댐퍼와 더불어 힘찬 브레이크가 눈부신 제동력을 발휘한다. 앞좌석은 몸을 지탱하는 능력이 약간 떨어지고, 지나치게 팽팽하다.
실내는 깔끔하게 손질했다. 둥근 계기는 보기 쉽고, 모범적인 디지털 모니터를 갖추었다. 구조적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현재로서는 가장 뛰어난 음성 작동 기능을 자랑한다. 로터리-버튼-세팅 조정장치와 표시가 선명한 조절 스위치는 쓰임새를 금방 익힐 수 있다.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깔끔한 개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스티어링은 정확하고, 진동을 충실히 기록할 뿐만 아니라 유격도 알맞다. 핸들링은 신경질을 내지 않고 가장 뛰어난 회전 안정성과 회전속도를 뽐낸다. 따라서 C180K는 역동적인 주행성능에서 단연 앞서면서도 특별한 운전 테크닉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주 믿음직한 옵션이 있다. 예방 안전장치인 프리세이프 시스템과 튼튼한 안전벨트가 그것이다.
수퍼차저가 달린 1.8ℓ 엔진은 균형 잡힌 차의 성격을 뒷받침한다. 저회전대에서도 매끈한 변속이 가능하다. 정확한 6단 기어가 기꺼이 여기에 호응한다.
OPEL VECTRA 2.2 저 멀리 지평선에 벡트라의 후계차 인시그니아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게다가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덕에 오펠의 중형세단은 새 출발을 기약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마스터-테스트 눈앞에 서 있는 벡트라는 어떤가. 아무런 기율도 없이 혼란에 빠졌고, 어느 항목에서나 거의 예외 없이 뒷자리로 밀려났다. 다만 공간배치와 공간감각만이 체면을 유지했다. 이번 새로운 라이벌들과 맞서 슬라이딩 테일의 큼직한 트렁크 리드가 득점요인이 되었다.
다음으로 서비스 부문을 살펴보자. 파워 윈도 버튼, 쓰지도 않는 깜박이 손잡이, 숙달이 필요한 공조장치 메뉴가 번거롭다. 게다가 매력 없는 그래픽을 비롯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도 비위에 거슬린다. 조금 시끄럽고 거친 서스펜션은 짧은 요철에는 걸리지만 중대형 파도타기(연속된 완만한 요철)는 단정하게 넘어간다. 마찬가지로 세련된 2.2ℓ 직분사 엔진도 깔끔하다. 비교모델 중 최대 배기량을 자랑하는 오펠 유닛은 저회전대에서 필요한 추진력을 낸다. 조용한 2.2ℓ의 기질은 오펠의 개성으로 통한다. 그러나 게으르고 때로 충동적인 스티어링은 예리한 조작을 방해한다. 가령 차체가 좀더 떨린다면 벡트라는 상냥하고 간단히 제어할 수 있다. 덕택에 빗길의 이중 차선변경 테스트에서 선두그룹에 들었다.
하지만 제동력에서 오펠은 실망을 남겼다. 지극히 열악한 페달감각과 제동속도 때문에 벡트라는 하위로 떨어졌다. 건조한 도로에서나 마찰계수가 다양한 노면(분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약점은 몸에 붙지 않는 시트, 제대로 받쳐 주지 않는 머리받침. 장거리 여행을 주로 하는 사람은 명심할 부분이다. 옵션인 AGR 인증 체격조절형 시트를 갖추었지만 형편없는 시야를 바로잡을 대책은 없다. 차를 갈아치우는 길밖에는…….
PEUGEOT 407 2.0 사자가 입을 쩍 벌린 듯한 407의 얼굴은 위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멋을 부린 쿠페형 스타일이 뒷좌석 거주성을 떨어뜨리고 시야를 가로막는다. 나아가 실내 구조도 안락성과 역동성을 잘 조화시키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언더스티어 경향을 보이는 푸조는 부드럽고 안전하다. 옆 미끄럼이 작아 슬라럼 코스에서는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빗길 이중 차로변경 시험에서 프론트 액슬 때문에 크게 밀렸다. 따라서 코스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ESP가 강력하게 개입했다. 고속코너에서 407은 갑자기 파워를 잃고 오버스티어를 일으켰다. 아울러 ISO-지그재그와 원형회전 코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후자의 경우 뒤늦게 반격을 가했는데, 주행안정장치가 너무 늦게 작동했다는 증거. 미숙한 드라이버라면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기서 약간 무감각한 스티어링이 문제를 낳는다. 덩치로 보아 11대 라이벌의 중간에 들어가는 푸조는 회전반경이 최대인 12.5m. 반면 안락한 서스펜션이 선두그룹을 바싹 뒤쫓는다. 대부분의 노면을 거침없이 타고 넘는다. 마찬가지로 상큼한 앞좌석이 눈길을 끈다. 스트레스를 주는 서비스도 있다. 오락 프로그램과 공조장치의 메뉴가 그것이다. 센터콘솔에는 각종 버튼이 즐비하다. 그런데 시선을 옮겨 똑바로 보지 않고는 고를 수 없어 난감하다. 고품위 터치스크린처럼 인내력이 필요한 복잡한 메뉴를 소화해야 한다. 그에 비해 오일과 수온계까지 갖춘 선명하고도 둥근 계기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푸조는 갖고 있는 기능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평균 수준인 2.0ℓ 엔진을 한껏 포효하고 떨게 하라. 5단 기어박스는 흐물거리고, 루프 조작장치는 힘이 지나쳤다. 헤드램프(할로겐)의 성능도 개선이 필요하다.
RENAULT RAGUNA 2.0 구형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신형 라구나. 힘겨운 대중차의 제작상 허점에서 벗어났다. 때문에 르노는 신형 라구나로 최강의 남성으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안타를 쳤다. 실내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값비싼 소재를 썼다. 빈틈 없는 이음매와 세밀하게 맞춘 은회색 상감 세공은 정확하고도 규칙적이다.
시트에 관해 한마디. 아마도 달리 찾을 수 없는 인체공학적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거의 모든 테스트 드라이버가 높은 운전위치를 단점으로 지적했다. 앞에는 깊숙이 내려앉은 스티어링 휠이 자리잡고 있어 짧은 시트 쿠션 위에 걸린다. 아울러 다리공간이 좁고, 머리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불만이 들린다. 반면 큼직한 트렁크 리드에 비해 크지 않은 짐공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심사위원은 없었다. 일반적인 기준을 따르면 462ℓ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한데 마스터-테스트에 나온 라이벌의 기준에 따르면 중하위에 그친다. 라구나의 거동에 비추어 화물은 대체로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다.
따라서 르노의 장점이 여기서 돋보인다. 단단하게 조율한 1.4톤 라구나는 슬라럼에서 최고속으로 선두를 달렸다. 라이벌들이 공차(아우디 A4 제외)로 달린 것과는 달리 만차로 달린 전과였다. 미미한 차체 요동과 역동적인 전자 주행안정장치가 밑받침이 되었다. 그러나 고속 차로변경이나 젖은 원형코스 테스트의 결정적 상황에서 르노는 허점을 드러냈다. 테일을 과도하게 흔들어 뒤로 크게 물러났다. 여기서 한층 정확하고 경쾌하고 균형 잡힌 스티어링이 절실했다. 2.0ℓ 엔진은 나름대로의 세련도와 쾌적하고 일관된 출력으로 중위권을 지켰다.
SAAB 9-3 1.8t 2005년 중형차 마스터-테스트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이번에는 성공적인 얼굴 치장을 마치고 디젤 대신 휘발유 엔진을 얹고 나왔다. 전체적으로 보디는 전과 다름없지만 뒷부분이 좀 달라졌다. 정지가속 주행성능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예전보다 앞서 나갔다. 파일런 테스트에서는 동작이 신중했다.
한층 분명한 언더스티어로 인해 극한상황에서만 테일이 밖으로 밀려 나간다.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나 경쾌하고 상당히 정확한 스티어링은 별다른 부담 없이 방향을 잡는다. 빗길 이중 차로변경 코스에서는 테스트 드라이버가 놀랐다. “아이쿠, 이봐! 완전히 떴어, 반대로 가는거야!” 그밖에는 어지간히 견뎠다. 한편 사브 9-3은 스칸디나비아의 신사로 통한다. 거실에 어울리는 쾌적한 앞좌석이 돋보인다. 콕핏의 넘치는 정보를 나이트 패널 버튼이 쉽게 풀어 준다. 1.8ℓ 엔진은 150마력의 4기통. 큰 폭의 변화 없이 회전대를 오르내리고, 중위권의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5단 기어박스는 예상했던 수준을 지켰다.
150마력 엔진의 종합연비는 100km에 10.2ℓ (9.8km/ℓ). 시승연비는 라이벌 중 최하위 5대 가운데 끼었다. 사브의 바이오파워 버전은 에탄올을 쓰고 출력은 175마력을 넘는다. 9-3 1.8t의 바이 제논 램프는 조명시험에서 벤츠에 이어 2위를 했다. 사브는 역시 스웨덴의 순종답다.
VOLKSWAGEN PASSAT 1.8 TSI 2위 마스터-테스트에서 가장 젊은 모델임에도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나이를 뛰어넘는 파사트의 미덕은 어디에 있을까? 호사스러운 실내 구성과 뛰어난 안락성 및 편의성을 잘 버무렸다. 여기에 1.8ℓ 직분사 터보 160마력 엔진이 새로 얹혔다. 덩치를 줄이면서 출력과 토크를 보강해 탁월한 돌파력을 자랑한다. 고도로 세련되었고, 매력이 있으며 힘찬 돌파력을 뽐내는 직분사 터보는 마스터-테스트 라이벌 중 선두. 게다가 100km 당 연료소비량은 한 자리에 머물고 있다. 신중하게 운전한다면 라이벌 중 상당히 좋은 연비를 낼 수 있다.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참신하고 유행을 앞선다. 30GB가 넘는 하드디스크와 터치스크린을 갖추었으며 재래식 버튼과 함께 첨단기술을 버무렸다. 기본장비로는 자동조절형 램프, 파워 윈도와 경고등 센서가 새로 채용되었다. 좌석은 신체의 굴곡을 잘 받쳐 준다. 반면 시트 쿠션과 등받이는 옆받침이 약하다.
폭스바겐의 공간배열과 수납공간이 돋보인다. 도어 패널에 큰 패트병을 넣을 수 있고, 트렁크 용량은 565ℓ로 최고 수준. 적재량(602kg)과 총하중(1천500kg)은 멀리 선두를 달린다. 하지만 시야와 조명은 대조적. 전체적으로 중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폭스바겐의 할로겐 램프는 라이벌들의 바이 제논 램프를 따라가지 못한다. 아울러 역동적 주행시험에서도 중위권을 약간 넘어섰다. 언더스티어 기미가 있는 차분한 핸들링이 스피드와 안전성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운전실력이 좀 떨어지는 드라이버도 적응하기 쉽다. 끈끈한 스티어링의 빠른 작동과 댐핑이 안락한 승차감을 돕는다. 글|J rn Thomas 사진|Uli Joo , Reinhard Schmid
<카비전, 2008년 03월호 - 저작권자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
첫댓글 유럽의 318i가 보시는바와 같이 한국320i와 스펙이 같다는 사실....
비엠이 실망스럽네요........적어도 C클래스와 버금 갈줄 알았는데...............^^*